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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 가키야 미우 | 기본 카테고리 2017-08-28 12:08
http://blog.yes24.com/document/982688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최근, 7년여만에 큰 이사를 하며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렸다. 그래도 미처 정리를 못한 건 그대로 담아왔다. 아직도 나의 버리기는 to be continued 상태이다. 게다가 깔끔쟁이 엄마한테 정리 안 하고 산다는 말을 철들고 나서 적어도 30년은 듣고 살아왔다. 그리고 신입사원 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상무님이 우리 부서 쪽을 지나가시며 내 책상을 보시고 "여긴 남직원 책상인가?"라고 그러셨다며 사수였던 과장님께 박장대소, 포복절도를 당한 적도 있다. 정리에 소질이 없기도 하고, 요새 '미니멀 라이프', 일본에서는 '단샤리'가 트렌드인 듯하여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나보다.

정리의 비법이 담긴 책인 줄 알았더니 흥미로운 네 종류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책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는 이야기'이다. 굳이 부제를 단다면 '왜 그들은 정리를 못하는가?' 정도가 되려나? 순식간에 읽었다. 쉽게 읽히지만 주인공들의 사정은 가볍지만은 않다. 공감도 하고 분통도 터뜨리며 눈물도 찔끔하며 읽었다.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가 어질러져 있고 사다 놓을 걸 찾기가 힘들어 또 사고, 사기만 하고 봉지째 두기만 하는 30대 초반 독신 여성.

평생을 함께해 온 아내와 6개월 전에 사별하고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못 하는 70대 목어 만드는 장인인 남성.

지역 유지의 부인으로 남편은 죽고 이미 중년인 아들과 딸은 도시 생활로 혼자 살면서 쓸쓸함을 느끼는 노부인.

집에서 청소하는 방은 오지 하나. 온종일 초점 잃은 눈으로 허공만을 응시하며 살고 있는 엘리트 관료의 부인인 40대 여성.

이들은 온전히 타의(자녀 혹은 부모의 의뢰)로 정리 전문가 오바 도마리를 마지 못해 집에 들인다. 적의를 가득 담고 오바 도마리가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지켜보던 이들이 결국엔 마음을 연다. 오바 도마리의 유쾌한 오지랍이 참 고마울 정도이다. 책의 제목처럼 마음이, 혹은 일어원서의 제목대로 '인생'이 정리가 되지 않아 치우지 않는 혹은 치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물건을 치울 육체적 에너지를 무기력한 정신적 에너지가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다.

제시된 네 사람의 사정을 구구절절 소개하며 어디서 열불이 났는지, 어디서 가슴이 뭉클했는지, 어디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지, 어디서 눈물이 왈칵했는지 적어보고 싶지만, (추리소설도 아닌 책이지만) 그걸 다 말해 버리면 그야말로 김이 팍 샐 것이 명백하여 그러지는 않겠다.

오바 도마리가 나서서 이들의 인생부터, 공허한 마음부터 정리를 도와주니 정리도 절로 따라온다. 그만큼 힐링을 주는 이야기이다.

정리 비법을 얻으려 책을 폈다가 힐링을 얻었다. 마음이 힘을 얻으면 정리할 힘이 생기고 정리를 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마음에도 힘이 생기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정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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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마스다 미리 | 기본 카테고리 2017-08-24 16:23
http://blog.yes24.com/document/982077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여기 나온 40세 히토미 씨와 나는 동갑이다. 엄밀히 말하면 만 39세이므로 한 살 어리지만 우리나라에서 족보를 엉키게 하는 적폐(? ㅋㅋ)로 간주되는 '빠른' 출생이므로 대략 동갑으로 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빠는 히토미 씨의 아버지 시로 씨와 동갑이다. 이렇게 같은 연령대 가족이라서 그런지 더 더욱 공감이 갔던 책이었다.

책의 뒷표지는 가슴이 찡해온다. 사와무라 씨 가족의 젊을 때 모습과 '치비(꼬마)'라 이름지어준 강아지가 함께 있었던 자상한 시간의 한 컷이다. 언제나 그대로일 것 같은 시간은 돌아보면 훌쩍 지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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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러브신보다 그게 민망해.
"뭐??"
"양로원 취재 뉴스 같은 것."
"맞아, 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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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후라~"
"올림픽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 어떨지..."
언젠가 이별이 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 아직 어린 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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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오고 있다는 것. 알면서도 쉽게 인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님은 담담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다 큰 자식은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점점 보호를 받던 입장에서 보호자의 입장으로 변화하는 것도 아직 낯설다.

엄마가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닌 걸로 판명이 됐지만) 갑상선에 크게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직접 열어보기 전엔 모른다는 말을 들어서 입원하시고 수술실로 들어가신 적이 있었는데 착잡하고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한 심정이었다. 어려서 중이염과 편도선 절제술을 받으러 딱 한 번 입원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보호자였던 엄마가 이번엔 환자가 되어 수술실로 들어가시는 걸 보니 더 이상 어린 내가 아니고 더 이상 강인한 엄마가 아님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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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라.
최근에 있었나?
'좋은 일'이라.
어떤 게 '좋은 일'이었더라?
나이를 먹으니
건강하게
지내는 게 그냥
'좋은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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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평탄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 없이 지내온 40년은 아니다보니 '좋은 일'이 참 별 거 아니라는 거, 정말 가족 모두 건강하게 평범하게 그래서 어쩌면 지루하게 지내는 매일매일이 '좋은 일'이라는 걸 느낀다.

----------
"엄마, 이웃과 잘 지내는 요령 있어?"
"글쎄다.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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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꼬치 캐묻지 않기! 큭하고 웃었다. 맞다. 내가 궁금해도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을 불편하게 꼬치꼬치 캐묻지 말자. 관심과 배려라고 우기지 말고 매너를 갖자. 노리에 씨는 평범한 노년의 주부 같으면서도 가끔씩 정곡을 콕 찌를 때가 있다.

바로 며칠 전, 7살짜리 큰 아들 아침을 주며 엄마 바쁘니 알아서 기도하고 먹으랬더니, "아빠 회사 잘 다녀오게 해 주시고 저도 유치원 잘 다녀오게 해 주세요.... 아멘."이라는 거다. 그래서 "엄마는?" 이랬더니, "엄마? 엄마는 아무 일도 없잖아."

". . . . "

엄마는 딱 어딜 가거나 하는 것이 정해지지 않고 집에 있다는 그런 의미인지는 알겠다만, 엄마도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는 사람이란다, 아들아.ㅋㅋㅋ 참고로 나도 노리에 씨처럼 스케줄 수첩, 이쁜 펜에 사족을 못 쓴다.

이번 사와무라 씨 댁 이야기 2탄에서 사와무라 씨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것만큼 즐거운 또 하나의 묘미는 바로 히토미 씨를 포함한 독신여성 트리오의 수다시간을 통해 그들의 속내를 보는 것이다.

내가 택하지 않은 길. 그래서 더 궁금한 모양이다. 자유롭고 자기관리 잘하고 세련되고 자기 일 하면서 여행도 다니는 삶...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어찌 고민 없는 삶이 있으랴.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이 있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는 법.

이렇게 셋이 수다떠는 걸 보면 일드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에서 독신 여성 트리오가 술도 마시며 최근의 열애담, 직장에서의 고충들을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여자친구들과의 오랜 우정이 내겐 로망인가보다. 만나서 남편 얘기, 애들 얘기, 시댁 얘기 아닌 '나'로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 멋진 것 같다.

사람이 나이듦과 같이, 어려서 함께 지낸 강아지 치비도 나이들어 병들어 죽는다. 그 후로 사와무라 씨 댁은 개를 키우지 않지만 치비의 이름표만은 간직하고 있다.

인간의 생로병사, 희노애락은 당연한 것인데 담담히 받아들이며 갑작스럽게 당했다고 느끼지 않도록 준비된 삶을 살아야겠다. 40대 초입, 이젠 정말 그래야 할 때다. 이젠 김치도 담가서 양가에 좀 드릴 수 있어야겠다. 마흔쯤 되면 김치쯤 뚝딱 담그고 가사의 달인이 되어 있으며 내 커리어에 있어서도 과장, 차장급의 중견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현실은...

괜찮다. 이 삶도 나쁘지 않다. 앞으로의 시간을 더 소중히 가꿔가야겠다는 뒷맛을 준 사와무라 씨 댁 이야기 2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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