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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네요.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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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책 제작과정, [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by 이나이즈미 렌 | 기본 카테고리 2018-02-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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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나이즈미 렌 저/최미혜 역
애플북스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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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저자인 이나이즈미 렌 씨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부흥의 서점(復興の書店)>이라는 일본 원서를 통해서이다. 저자는 논픽션 작가로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지진으로 동북 지역이 초토화되고 몇 개월 후 그 지역의 서점 운영자들을 찾아 인터뷰하며 다시 서점을 일으키는 과정을 담은 논픽션인 <부흥의 서점(復興の書店)>을 썼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으나, 엄청난 자연 재해를 입은 분들이 "책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찡했다. 이 저자도 그 취재를 통해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 책을 쓸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책을 쓰는 작가, 세계 각곳의 번역서를 소개하고 보급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 작가가 쓴 글의 오류를 잡아내고 완성도를 높이는 그림자 같은 교정교열자,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서체 개발자, 책의 표지를 아름답게 만드는 북 디자이너, 책의 물성을 좌우하는 종이를 만드는 제지업자, 흰 종이에 비로소 글씨를 새김으로써 책의 형태를 만드는 인쇄업자(여기서는 활판인쇄), 독자의 손에 최종적으로 닿기 전, 책을 완성하는 제본업자 등 8가지 책을 만드는 데 깊이 관여하는 일을 소개한다.



한 부분 한 부분 얼마나 가슴 설레어하며 읽었는지 모른다. 각 영역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책을 대하는 철학과 고집이 그대로 녹아있는 인터뷰 내용과 밀착하여 세심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향기로운 책 향기를 그대로 자아낸다.



가장 소프트웨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을 쓰는 작가 대표로 <마녀 배달부 키키>의 저자 가도노 에이코 씨가 등장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 소설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책이라는 매체를 좋아한다고 하시며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또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분이다.



"하지만 일단 책이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금방 좋아지고

무엇보다 다음에는 자기가 읽을 책을 스스로 고를 수 있게 되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고르는 행위는

생각하고 혼자서 깨닫고 행동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자세 그 자체가 아닐까요?

그러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기쁨은

아이에겐 정말로 큰 의미가 있는 거예요." (동화작가 가도노 에이코 씨)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만 해도 출판사 영업사원들이 가가호호 다니며 방문영업을 했었다. 어려운 형편에 들여 주셨던 계몽사의 위인전, 한국전래동화, 디즈니 전집 등을 하나 하나 골라가며 읽었던 기쁨, 맘에 드는 책은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으며 곱씹었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고전을 읽으며 책 뒤의 전체 리스트를 보고 다음에는 뭘 읽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느꼈던 잔잔한 환희는 사춘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다. 지금도 역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을 보며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에 비견하는 기쁨이다. 그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전문적으로 교정/교열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리랜서로 하는 일들 가운데 맞춤법, 띄어쓰기는 물론 내용의 정확성,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 것, 영어 및 일어 원문과 대조하여 검수하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 교정/교열자의 말이 깊이 다가왔다.



"지금 출판업계에서는 비생산적인 교열부문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열부야말로 출판사의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있고 모든 사람이 글을 쓰게 되었기 때문에

그 사회적 의미는 더 커지고 있는 거 아닐까요?" (교열자 야히코 다카히고 씨)



이 분도 지적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프리랜서 외주 교열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나도 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을 감독, 관리하는 출판사의 담당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책들을 보면 교정/교열에서 완성도가 판가름난다는 생각이 든다. '다다미의 먼지와 오자는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나온다'라고 이 책에도 나와 있는 만큼, 완벽이라는 것은 없다. 하지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의 완성도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음성이 중요한 것처럼 서체 또한 음성이니까요.

거기엔 밝은 음성도 있고 위엄 있는 음성도 있습니다." (서체 개발자 이토 마사키 씨)



한 권의 작품이 주는 인상은 저자나 편집자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정, 종이, 글자의 간격 등 책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책은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자립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글자의 형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책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표지 디자인, 서체, 종이의 종류, 제본 형식 등 모든 것이 독자에겐 '독서'라는 귀중한 경험을 총체적으로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가 되는 것 같다. 독서라는 경험의 이미지, 느낌, 감성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종이책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전자책도 자주 이용하는 입장에서 가뜩이나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화면에 비치는 글씨가 맘에 들지 않으면 정말 읽기가 괴롭다. 다행히 전자책에는 서체뿐만 아니라, 글씨 크기까지 변경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그 책과 가장 어울린달까, 내 맘에 가장 편안한 서체와 크기로 변경해 놓고 읽는다.



이 논픽션 저자의 문체가 참 좋다. <부흥의 서점>에서도 그랬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우려 하는 자세가 묻어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을 저격한 이 책에 (애정에서 비롯한) 굳이 품게 된 세 가지 불만이 있다.



첫째는 책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 즉, 콘텐츠에 관한 일 중에서 편집자와 번역가에 대한 심층 취재가 있어주길 바랐다. 중개역인 에이전트와 교정/교열자에 대한 부분은 무척 좋았는데 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 편집자의 중차대한 역할을 볼 때 실제 그 일을 하고 있는 베테랑의 음성이 궁금했고, 외서를 들여와서 자국에 보급하는 통로가 되는 번역가의 감상, 일에 대한 직업관, 자부심과 고충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둘째는 삽화나 사진 등 비주얼 이미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해 주신 역자 분이 정말 요소요소에 적확한 주석을 추가해 주셨으나 독자가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근본적으로 역부족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사전지식이 없는 제지 공정이나 인쇄 과정 등은 제아무리 구글 검색을 해도 한계가 있는 데다가 북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내용들에 대한 설명이 죽 나오는데 그나마 원어 검색을 할 수 있는 나는 일일이 구글이나 아마존 재팬 등에서 검색을 해 보면서 읽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으나 일반 국내 독자들은 어떤 책의 어떤 디자인을 말하는 것인지 알 방도가 없으니 그리 친절한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셋째는 교정/교열 부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일어 번역서에서 가장 틀리기 쉬운 부분은 단연 지명, 인명일 것이다. 열 쪽 정도 되는 분량에서 앞에서 나온 동일인이 분명한데 인명이 다른 것이다. 구어에서는 그냥 넘어가지만 문법상 틀린 표현인데 그대로 쓰여 있어서 그런 용법이 원래 있는데 내가 잘못 안 것인가 하는 마음에 국립국어원에 카톡으로 확인을 했다. 이 작품과 번역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이 부분은 출판사 담당자 분께 이메일로 보내려고 한다.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독자의 예가 아니므로...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2쇄를 찍게 되면 그 때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 권 한 권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많은 고민과 시도와 땀의 결정인지 모르겠다. 나의 아름다운 책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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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뼛속까지 나쁜 사람은 없다는 행복한 판타지,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by 기타쿠니 고지 | 기본 카테고리 2018-02-1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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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저/문승준 역
내친구의서재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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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일상 미스터리 소설을 만났다.

'내친구의서재'라는 멋진 이름의 1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지붕에서 고양이가 졸고 있고

고양이가 자기집처럼 들락날락하는 고양이 카페가 있는 고즈넉한 변두리 마을이 이 소설의 무대이다.

'야나카긴자'는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도쿄 변두리의 마을이다.

신주쿠, 시부야, 롯본기 등 마천루가 하늘을 찌르는, 휘황찬란한 불야성인 도심과 대비하여

오래된 상점가와 주택가, 소박한 일상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주변부를 '시타마치(下町)'라고 한다.

그리고 문제를 풀어가는 당사자 둘.

양복을 입고 있는 형 노리오는 얼굴, 키, 능력 모두 평범한 신참 변호사이다.

말이 변호사지, 유약하여 늘 마을 사람들에게 휘둘려

하는 일이라고는 심부름 센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의 민원 처리 수준이다.

반면, 아이돌 뺨 치는 외모와 마약견에 비견하는 후각, 비상한 두뇌를 가진 동생 리쓰.

온갖 명언들을 줄줄 꿰고 있다가 사건의 실마리로 툭툭 던지는 사회성 제로의 천재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법시험을 붙어 3차까지 갔다가

법해석 문제로 면접관과 싸워 떨어진 전력을 갖고 있다.

책에서는 4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의 흔한 문제들,

그러나 성가시고 불편하고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는 문제들이다.

며느리가 맘에 안 드는 시어머니, 집주인이 재건축하려는 오래된 빌라에서 나가지 않는 세입자,

스마트한 형만 편애하던 어머니가 남긴 유언장을 숨긴 별볼일없는 38세 만화가 지망생,

밑바닥 인생이지만 헤어진 아들을 지켜주려 하는 아버지...

짧은 에피소드들의 모음이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잘 부각시켜서 찔끔 눈물까지 났다.

그리고, 주변인물 즉 조연들이 너무나 단짠단짠 양념같아서 웃으며 읽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 하나 없고 나쁜 짓을 한 사람도 상황과 오해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막 피력한다.

아버지와 힘을 합해 변호사로 지내다 망해가는 절의 주지스님이 됐지만,

여자만 밝히고, 시답지 않은 안건들만 물어오는 마루메 아저씨,

자타공인 아이돌 간호사, 예쁜 얼굴과 글래머 몸매의 소유자이자 마루메 아저씨의 딸인 사키,

노리오와 리쓰의 부모가 죽은 후 거둬 돌봐 준 야무진 이모와 전직 야쿠자였던 이모부...

그리고 고양이 카페라는 따스한 오후 4시같은 공간...

그리고 백미가 완벽한 외모와 지능의 소유자이지만 사회성 제로인 리쓰가 툭툭 던지는 명언.

수첩에 다 메모해 놓고 싶을 지경이다.

"행복한 가정은 어디나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자네는 그저 눈으로 볼 뿐, 관찰이라는 걸 하지 않는군.

본다는 것과 관찰한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네." (셜록 홈스)

"진정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마르셀 프루스트)

"중상모략에 이기는 길은 그것을 경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맹트농 후작부인)

어쨌든 돈 못 버는 동네 변호사 형제와 마찬가지로 돈벌이 안 되는 동네 카페의

왁자지껄하지만 평온한 하루하루가 정겹다.

속편이 나오면 좋겠다.

아울러 1인 출판사 격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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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순결한 시의 언어,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by 나태주 | 기본 카테고리 2018-02-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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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저
밥북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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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이뻐요
반짝여요
꽃이에요

꽃이라도
꽃잎이
두 장인 꽃

마음도
붉어져요
꿈을 꿔요.

....

아이를 둘 키우며 해사한 얼굴
특히, 잘 때 얼굴을 보며
정말 꽃잎같은 입술이구나!
장미 꽃잎이라도 내려앉은 듯
촉촉하고 고운 붉은 빛 입술...

아무리 쳐다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눈을 뜨고 있어도 꿈을 꾸는 듯하다.
시인은 누구의 입술을 보고 떠올린
시상인지 모르겠지만
내겐 아이들의 고운 입술이 떠올랐다.

....

부모 노릇

낳아주고
길러주고
가르쳐주고

그리고도
남는 일은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

....

내가 제일 못 하는 거 세 개 적혀 있다.
모든 일은 예정보다 한 발짝 앞서야 하고
참지 못 하고
이유없이 절대 지지 않는...
이런 내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미 되었으니 자라나가는 수밖에 없다.
부모로서...

....

한 사람

좋은 사람과라면
흐린 날은 흐려서 좋고
맑은 날은 맑아서 좋다고 한다

비뚤어진 장독대
장항아리들도 예뻐 보이고
깨어진 기왓장 조각까지
소중해 보인다

아, 그것이 그렇다면
오늘 나의 소망은
너에게 오직 그런
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

<도깨비>가 생각나는 시다.
"너와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사랑의 힘이다.
그렇게 좋은 사람과 결혼하여
만 10년을 살고
지금도 하루하루 시간을 쌓아가니
행복이 따로 없다.

....

초여름

너도 좋으냐
살아있는 목숨이

그래 나도 좋다.
살아있는 목숨이.

....

봄이 무르익어 늦봄, 초여름으로 가는 때
가장 좋아한다.
삶에 대한 긍정이 철철 넘친다.
준 브라이드(June Bride)가 되겠다고
날짜까지 정해놨건만
아빠 정년퇴직 일정에 쫓겨
춥고 우울한 겨울에 결혼했다. ㅋㅋ

어쨌든 그저 살아있어 기쁘고 감사한
초여름...
신록이 더욱 짙어가고 여름의 열기가
예감되는 초여름...
살아있는 목숨이라 좋다.

나태주 시인의 곱고 순박한 시의 언어로
치유받은 느낌이다.
정제되고 단련된,
그러나 난해하지 않고 겸손한,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품을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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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맞은 예방주사, [모친 상실] by 에노모토 히로아키 | 기본 카테고리 2018-02-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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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친상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저/박현숙 역
청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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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묵직한 책이다.

그래서 회피하고 싶어서였을까?

출간되자마자 주문해서 받아놓고, ?이웃 님 몇 분께 이벤트로 나눔까지 하고,

정작 나는 이제서야 읽었다.

결론은 생각보다 더 좋다, 였다.



제목이 '모친 상실'이다 보니 역시 모친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애증이 혼재된 모자 관계의 경우,

모친을 잃고 난 뒤의 심리 반응은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29쪽)

?

"부모로서의 역할은 다했지만 자녀를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 했던

지배욕이 강한 모친이었기 때문에,

모친을 떠올리면 마음이 우울하고 성인이 될 후로는

모친과 거리를 둔 사람도 막상 모친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된다.

제멋대로였지만 악의는 없었던 모친, 그런 모친을 멀리하며

외롭게 만들어 불효를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104쪽)



우리 모녀의 경우, 애증이 혼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임감 강하신 양친은 얼마나 서로 사랑하며 사셨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을 지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만 41년의 세월 정말 앞을 보며 달려 오셨다.

그에 대한 존경과 감사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다.



철도 관련 공무원이셨던 아빠는 집에 계셨던 기억이 별로 없이, 늘 단신부임이셨고,

엄마는 아빠의 빈자리까지 홀로 채우며, 시어머니와 아이들 셋을 건사하셨다.

내가 아이들을 낳아 키워보니 하나둘도 힘든데,

셋을, 게다가 어른까지 모시며 키워냈다는 것은

정말 보통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 보면 경탄을 금치 못하겠으나, 엄마와의 관계는 늘 대화가 막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는 다른 사람들의 모든 게 부러우셨다. 그리고 우리를 탓하셨다.



나는 반장에 뽑혀서 와도 하기 싫다며 기권하는 위인이었다.

리더십이 없다고 얼마나 시달렸는지... (평양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마는 거지...)



나름대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늘 엄마에겐 부족했다.

늘 전교 상위권의 성적이어도 아빠 고생하신다며 몇 등 더 높게 부풀려 아빠에게 말했고,

없는 사실까지도 꾸며서 지인들에게 자랑하곤 하셨다.

엄마가 뭐라고 어떻게 꾸며서 말을 해 놨을지 모르니, 자연히 아빠와도 소통의 단절,

동네 아줌마들에게도 인사 외에는 뭘 물어보셔도 대충 흐리고 지나갔다.



이제 나이드시니, 미주알고주알 엄마와 수다떠는 살가운 딸이 또 부러우신가 보다.

유감이지만, 그건 해 드릴 수가 없다.

그건 어떤 모녀가 기나긴 세월 동안 켜켜이 쌓아온 세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인생에 대한 나름의 "부채의식"이 내 삶을 이끈 면도 없지 않아

능력에 부칠 만큼 노력하며 살아왔고 그만큼 충실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하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엄마와 대화를 하면 다음 말이 막힌다.

타인에 대한 깎아내림, 험담...

부모님께 예를 다하여 대하고는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다만 부모님이든 누구든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또는 나 자신이 '돌연사'이지 않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책에서도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똑같은 모친의 죽음이라고 해도 예기치 못한 돌연사의 경우와

위중한 병환으로 죽음을 준비해온 경우에는,

유족이 받게 되는 충격에 크게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예기치 못한 죽음을 겪은 유족의 충격이 크고

스트레스 반응 또한 강하다는 건 당연한 예측이다."(52쪽)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다 보니,

모친으로서의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게 된다.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추호도 없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장성하여 죽음과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가 되었을 때,

그때 나도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염세적인 면이 없지 않아 20대 때는 이제 죽어도 별 미련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킬 것이 많아지니 생에 대한 집착도 가지게 된다.



"대상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상실감에 좌절하지 않도록

두 가지 대처 행동을 적절히 번갈아가며 취해야 한다.

즉 상실이라는 괴로운 현실을 직시하고 상실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작업과,

괴로운 일은 일단 잊고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적응 행동,

이 두 가지 행동을 유연하게 취하는 것이다."(143쪽)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애도의 시간을 갖되,

앞으로 살아가야 할 힘도 새로이 하며 적응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만약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아마 아이들이 아직 어린 상태(미성년자)에서 내가 유일한 보호자가 된다면,

목표 지향적인 나의 성격이라면 애도는 일단 미뤄두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여러 방도를 먼저 해결할 것 같다.

가령, 금감원 사이트에 들어가 가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을 먼저 파악할 것이고,

내가 일할 수 있는 자원을 극대화하겠지.

그리고 아이들의 정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양가 부모님(생존하신다면), 내 동생, 교회 등

정서적 자원도 최대한 파악해 둘 것 같다.

그리고 나 혼자여도 되는 시간에 "애도"에 온전히 빠지겠지.



만약 아이들이 장성한 후에 남편이 죽는다면,

그땐 온전히 남편에 대한 추억과 애도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마흔에 딱 맞아야 하는 예방주사를 맞은 기분이다.

책을 읽으며 가끔 덮고 생각해 보며, 지금의 삶이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함을 깨닫는다.



오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단순하고 순진한 결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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