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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번역으로 다시 읽는 셰익스피어, 《좋으실 대로》 by 셰익스피어 | 기본 카테고리 2018-07-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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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좋으실 대로

셰익스피어 저/이윤주 역
HUINE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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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셰익스피어의 희곡 몇 편을 이야기로 축약해 놓은 책을 읽곤 했다. 비극보다는 희극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읽고 또 읽곤 했다. 이번에 일은 <좋으실 대로 (기존 번역본들의 제목은 <뜻대로 하세요>이다)>와 <십이야>는 정말 푹 빠져서 읽었었다.

그러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희곡으로 읽었다. 셰익스피어의 심오하고 폭넓은 언어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역시 상황의 유쾌함과 말장난이 정말 재미있었다.

이번에 만난 《좋으실 대로》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셰익스피어였다. 실은 작년에 셰익스피어 희극 네 편을 다른 번역으로 샀는데 영 읽히지 않았다. 이번 외대출판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 전집에 속한 《좋으실 대로》는 정말 이대로 바로 무대에 올려도 될 만큼 자연스러운 구어체, 대화체, 언어 유희가 살아있는 걸작이었다. 번역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권력의 암투와 가족 간의 분쟁, 인간의 시기와 질투 같은 인간의 어두운 면과 동시에 의리와 충성을 지키는 고매한 정신과 살을 에는 추위가 있는 숲속에서도 자족하며 평화를 추구하며 사는 순전한 마음, 사랑을 추구하고 화해하는 선량함이 대사 하나하나 속에 녹아 있다.

전임공작
: 보다시피 우리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이 넓디넓은 세계라는 무대에선
우리들이 연기하는 장면보다
훨씬 더 비참한 연극이 공연된다.

제이키즈 : 당신의 최대 결점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오.
올란도: 그 결점을 당신의 최고의 장점과도 바꾸지 않을 거예요.

네 쌍의 남녀가 첫눈에 반한 사랑이기도 하고, 때로는 일방이 끈질기게 굴욕적으로 구애하고 일방은 끈질기게 거부하기도 하고 또는 본능에 충실한 사랑이기도 하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한번에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해피엔딩이 되는 그 유쾌함.

그 안에서 권력투쟁으로 인간성을 버렸던 자들이 회심하여 모든 것이 모든 사람이 아름답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쾌감.

감초같이 등장하는 살아있는 캐릭터를 가진 조연들의 말장난과 그속에 숨겨져 있는 해학과 인생의 진실.

다시 읽은 셰익스피어는 정말 감동이었다. 무려 400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인간이 사는 모습의 보편성을 보여준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구약성경의 전도서의 말처럼 그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이 시대에도 재현되고 있기에 더욱 공감의 폭이 컸던 것 같다.

일본의 작가이자 러시아어 통번역가인 故 요네하라 마리 씨는 번역에 대한 에세이 《미녀냐 추녀냐》에서 직역에 충실한 추녀 같은 번역, 의역에 충실한 미녀 같은 번역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나는 절대적으로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편한 '미녀'같은 번역을 선호한다. 어려서부터 읽히지 않아 책장 넘기다 덮어버린 책이 한둘이 아니었고 그래서 책을 원어로 읽겠다는 의지가 생겨 외국어를 열심히 파고들었다. 셰익스피어의 대작을 이렇게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감지덕지였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도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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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봐야 안다, 《테미스의 검》 by 나카야마 시치리 | 기본 카테고리 2018-07-1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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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테미스의 검

나카야마 시치리 저/이연승 역
블루홀6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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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과 정의의 여신 테미스는 왼손에는 천칭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일본 드라마에서 종종 봤던 것 같아 이미지를 찾아봤다. 책의 표지에도 나와 있다.

러브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구역의 부동산에서 강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로 떠오른 청년은 계속 부인하지만 억압적이고 위압적인 취조에 의해 청년은 혐의를 인정한다. 검사는 경찰이 제시한 증거품과 수사 기록을 근거로 그를 기소하고 재판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형무소 내에서 자살한다.

그로부터 5년 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강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유력 용의자가 지목된다. 취조 끝에 그는 두 건의 범행을 모두 인정한다. 한편, 이번 사건과 5년 전 사건에 관여한 형사 와타세는 5년 전의 사건도 동일범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공포스러운 직감을 한다. 만약 그렇다면 5년 전 사건은 원죄 (누명) 사건이 된다. 게다가 사형 선고를 받았던 당사자는 자살하여 이미 세상에 없다. 그러나 와타세의 직감은 딱 들어맞는다.

와타세는 어둠 속에 묻으라는 조직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이 원죄 사건을 세상에 알린다. 그가 신뢰하는 검찰과 판사는 일신의 보존을 버리고 진실의 규명에 협조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23년 후. 무기 징역 선고를 받았던 범인이 모범수로 석방된다. 그러나 출소 후 채 몇 시간이 지나기 전, 그는 공중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그러고 나서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님이다. 450페이지 정도의 장편소설인데 몰입하여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경찰, 검찰, 법원 등 사법조직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원죄 (누명)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 제4의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의 돈 냄새 나는 저속한 행태 그리고 근본적으로 인간의 죄악과 탐욕에 대해 칼끝같은 펜으로 서슴지 않고 비판을 퍼붓는다.

그러나 와타세 경부라는 외골수와 고엔지 시즈카라는 양심적인 법관을 판도라의 상자 속에 남은 최후의 희망으로 그리고 있다.

고엔지 시즈카라는 일본의 20번째 여성 재판관이 무척 낯익다 했더니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의 다른 작품 《시즈 할머니에게 맡겨 (미번역)》에 나오는 인물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엔지 시즈카의 손녀 마도카이다. 교통사고로 양친을 잃은 마도카는 시즈 할머니와 생활하고 있는 여대생이다. 그녀는 할머니를 롤모델로 법조인을 꿈꾸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경찰 수사를 돕게 되는데 모든 정황을 듣고 집에 와서 할머니에게 얘기하면 할머니는 안락의자에 앉아 듣기만 하는 걸로도 사건을 해결한다. 깜짝 놀랄 반전도 마지막에 나오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테미스의 검》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와타세 경부와 마도카가 고엔지 시즈카 판사의 묘 앞에서 만나는 장면도 나와서 깨알 같은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요즘 가장 핫한 일본 추리소설가 중 한 명이기에 이 책도 분명히 번역본이 나올 것 같아서 더욱 기대된다.

40대 후반의 결코 이르지 않은 나이에 데뷔하여 엄청난 속도로 신작을 발표하는 왕성한 집필력을 보여주는데 한 작품 한 작품 허술한 면이 없다. 《보호받지 못한 자들에게 (미번역)》이라는 작품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 일본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의 존재와 복지제도 (특히 생활보호제도)의 맹점을 신랄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도 꼭 국내에 선보이길 바란다.

본격 형사물이자 사회파 소설인 《테미스의 검》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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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가슴 찡, 눈물 찡한 속편, 《이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 by 가와구치 도시카즈 | 기본 카테고리 2018-07-1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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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

가와구치 도시카즈 저/김나랑 역
비빔북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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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책의 속편이다.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찻집은 도시전설처럼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소문이 났지만 몇 가지 소소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 실제로 과거나 미래로의 타임슬립을 시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전 작품 《푸니쿨리 푸니쿨라》에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네 명의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속편 《이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에는 친구, 모자, 연인, 부부라는 소제목으로 네 명의 남자들의 애틋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자리에 온종일 앉아 있는, 흰 원피스를 입은 묘령의 여인에 대한 비밀도 밝혀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남자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여자들보다 서툰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투박한 남자들의 우정과 부모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 홀로 남겨질 연인에 대한 사랑, 30년 전 죽은 아내에게 줄 목걸이 선물에 담긴 애정과 회한은 남자들의 것이기에 좀 더 신선하고 찡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앞선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과거로 간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알기만 해도, 그리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분명히 전하기만 해도 우리는 위로받고 치유받으며 앞으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실제로 이런 찻집이 있다면 커피가 식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만나면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은가? 살면서 바로 그것을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평소에 하고 살면 좋겠다. 생을 내려놓으려 결심한 사람을 살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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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위로가 될 때, 《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by 와카마쓰 에이스케 | 기본 카테고리 2018-07-04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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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저/나지윤 역
예문아카이브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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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와카마쓰 에이스케 저자의 다른 책 《언어의 나침반 (미번역)》을 읽으며 깊이 있고 품위 있는 아름다운 울림의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작가 책이 국내에는 번역된 게 없다니 좀 놀랐다.

그런데 저자의 다른 책 《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여전히 고급스럽고 따스한 언어, 영혼에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슬픔을 겪는 사람들을 향한 열세 통의 편지를 담고 있다. 저자 자신이 11년간 암으로 투병해온 아내를 잃어서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어 진솔하게 쓴 글이며 오래된 고전 같은 유명한 문학작품에서부터 한센병 환자가 자비출판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적재적소에 인용하여 슬픔을 위로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20대 초반에 마음의 병을 앓았던 적이 있다고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봤는데 그래서인지 공감과 위로에 탁월한 것 같다.

슬픔에 빠지는 경험도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 더없이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은 기쁨만큼이나 슬픔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니 슬픔을 느낄 때 당신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세상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슬픔을 느낄 때 바로 옆에 있는 내면의 자신과 조우하게 될 뿐만 아니라 타인과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난 슬픔이 싫은데, 슬픔에 빠지는 상태 자체를 이상 사태, 평범하지 않고 비일상적이며 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상황이라고 자동적으로 여겨왔다. 누구도 슬프고 싶어 슬픈 것이 아니며 소중한 사람 혹은 어떤 존재를 잃는 것은 당연한 삶의 과정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나이를 먹고 성숙해진다는 게 그런 것 같다. 지긋이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줄 수 있는 것. 다 안다는 듯이 훈계하지 않고 섣불리 조언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그녀가 시를 썼듯 당신도 무언가를 써보기 바랍니다. 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쓰듯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당신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모든 대상을 향해 진심을 전해보세요. 당신 자신을 포함해서요.

저자는 《언어의 나침반 (미번역)》에서도 그랬지만 누차 편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어가 우리에게 위로를 주고 구원해준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책들은 우리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지만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 언어야말로 우리를 구원해 준다고 한다. 어떤 문인은 섬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여중/여고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수백 통의 편지가 그래서 내게 구원이 되었나 보다. 받은 편지는 물론이고 독서실 구석에서 공부하다 말고 쓴 엽서와 편지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 당시의 나를 지탱해준 지팡이이었던 것 같다. 불현듯 20년도 훨씬 전의 내가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1년 전에 20년 가까이 동행해 온 반려견이 세상을 떠날 즈음, 모든 일을 내려놓고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시고 세상을 떠나자 애도의 편지를 쓰신 한 소중한 이웃님이 생각난다. 그때로부터 1년이 흘렀다. 슬픔과 함께 동행하시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구원이라는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사소하고 소소한 일이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늘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지만요.

여느때처럼 가방을 메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10대의 어느날이었다. 옆으로 지나가는 차 안의 두세 살 됐을까 싶은 아기가 창밖의 날 보며 활짝 웃으며 지나갔다. 그리고 일본에서 늘 지나다니는 길의 버스 정류장에서 길을 물으신 할머니께 알려드렸더니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어주셨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파편 하나하나가 살아가는 힘을 준다.

이토록 따스한 언어, 깊은 위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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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떠난 일본 여행, 《일본 창의력 여행》 by 김광희 | 기본 카테고리 2018-07-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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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본 창의력 여행 창의력 4.0 사례편

김광희 저
넥서스BIZ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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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련 책은 호기심에서 한번 훑어보곤 한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의 속사정과 배경지식을 새로 깨닫기도 하고, 관심없이 지나치던 것을 다시 보게 되기도 한다. 현재 일본에서 생활하지 않고 일본에 가본 지도 8년 이상이 지났으니 나 나름의 업데이트 및 보수작업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사회, 커뮤니티는 살아 움직이고 생장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새로 생겨나고 변화하고 쇠퇴한다. 언어를 다룰 때 그 사회에 대한 지식은 윤활유가 된다. 비록 가끔씩 하는 프리랜서 일이지만 늘 공부를 통해 지식을 구축해 내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얼핏 얼핏 듣고 보던 일본에 대해 분석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48명의 소녀들의 아이돌 그룹인 AKB48은 90년대 유행했던 모닝구 무스메의 대를 잇는 차세대 그룹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주 철저한 마케팅 전략으로 레코드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리고 삼촌팬 (혹은 오타쿠)들을 몰고다니는 인적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씨디를 사면 악수를 할 수 있는 '악수권'과 인기 멤버를 선출할 수 있는 '총선거권'이 동봉되어 있어 한 사람이 수십 장을 사기도 한다고 한다. 참신하긴 하지만 팬서비스 차원이 아닌 돈으로 환산되는 악수권, 총선거권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돈 주고 샀는데 응하지 않느냐는 범죄성 있는 팬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일본의 어떤 부분은 무척 좋아하면서도 은근히 무섭고 이질감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런 부분이다.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데 사람을 함정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어떤 치밀함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공감되는 꼭지는 많은 블로거들이 포스팅하는 일본 편의점의 진화이다. 우리나라 편의점도 많이 특색을 갖게 되어 PB 상품을 비교하거나 도시락, 아이스크림 등을 올리는 포스팅 등이 많이 늘었는데 일본 편의점 디저트 등 포스팅은 압도적인 것 같다. 이제는 단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거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구매약자인 고령자들, 재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있어 편의점은 단지 물건 사는 곳 이상으로 생존권과 결부된 곳이 되고 있다. 예전에 읽은 《편의점 난민 (미번역)》에서도 보다 심층적으로 데이타와 함께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책에서는 부제를 '소매점에서 생명줄로'라고 달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주는 것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주오 택시의 임대 거절이었다. 낯선 외국에서 아무래도 택시를 타고 움직이게 되는데 지역에서 거대 택시회사인 주오 택시는 잠시 한철 있다 떠날 관광객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계속 함께해온 지역 주민 특히, 병원에 가야하는 고령자나 장애인 등의 수송을 위해 엄청난 이익이 굴러 들어올 기회를 포기했다. 다른 택시회사들이 반사이익을 봤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 주오 택시의 이익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한다. 우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어떠했나? 숙박시설이나 음식점들이 한철 살고 떠날 메뚜기처럼 바가지 세례에 국민의 빈축을 사고 말았던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한 챕터 한 챕터가 하나의 문화 분석 리포트가 될 정도로 예리하고 일단은 글을 시원시원하게 막힘없이 잘 쓰는 달필 작가님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상을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닌 학구적인 관심과 관찰력, 분석력을 지닌 분이며 착안점이나 발상, 시사점 도출도 무척 뛰어난 것 같다.

옥의 티가 될지 댐을 터뜨려버리는 작은 구멍이 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외국인에게 신기한 일본 풍경으로 저자에겐 자전거 앞뒤로 애들을 싣고 다니는 '가냘픈' 일본여성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자전거가 얼마나 에너지 친화적인 운송수단임을 강조하며 한국 엄마들은 의기양양하게 애들을 자동차로 옮겨준다고 비꼬았다.

일본에서는 자전거가 단지 레저의 수단이 아닌 생활 이동수단으로서 큰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내게도 신기했다. 그러나 각 나라의 관습과 생활의 역사가 있는 건데 그런 걸로 한국 여자들을 디스하다니, 시각의 편협함과 왜곡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일단 가냘프지 않아서 미안하다. 운전도 못하고, 자전거도 서투른 나는 장 보는 것도 애들 데리고 다니는 것도 도보와 버스, 전철로 땀 뻘뻘 흘리며 하고 다니지만 차로 생활의 편의를 누리는 여성들이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보험료를 거의 세금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만 올리면 보험사가 죽어라 욕먹는다. 이익 구조상 자동차보험으로는 거의 이익이 나지 않는다. 일본이나 미국은 보험사는 엄연히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보험료가 3백만 원 이 넘기도 한다. 보험료가 비싸서, 혹은 대출로 단독주택을 마련하고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서 차를 굴릴 수 없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안전 면에서 가뜩이나 좁은 인도에서 아슬아슬 달리며 경적 울리며 지나가는 그네들의 모습이 좋지도 않았다. 게다가 앞뒤로 애들을 앉혀서 타고 가는 건 보는 사람도 위태롭게 느껴지는데 그렇게 하는 게 좋은 건가? 안쓰러운 거 아닌가?

또한, 언제 어디서 한국 엄마들이 아이들을 의기양양하게 유치원이나 학교에 데려다 주는 걸 보셨나 궁금하다. 웬만한 유치원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초등학교는 도보권으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배정한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스스로 도보나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학원과 학원 사이를 이동할 때 자동차로 옮겨주는 게 그리 잘못인가?

그리고 일본 전통 상점가를 살리기 위해 걸어놓은 여자 가슴골 사진과 비키니 하의를 입은 여자 하체 포스터와 함께 '좋은 살 있다' 이런 문구를 창의적이라고 실어 놓으셨던데 사회 전체적인 외설적이고 저급하며 여성에 대한 인식이 미개인 수준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것이 창의인가? 여성의 신체를 빗대어 노골적인 사진과 함께 올려놓는 그 상점가의 수준이란... 그저 혀를 차고 넘어갈 일인지...

위에 지적한 몇 챕터를 빼주셨다면 나의 인생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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