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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느와르 경찰 소설, 《고독한 늑대의 피》 by 유즈키 유코 | 기본 카테고리 2018-08-3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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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저/이윤정 역
작가정신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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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이미 절판된 책 한 권 (《최후의 증인》)만이 소개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유명한 추리 작가로 많은 수상 이력이 있는 유즈키 유코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어 봤다. 우리나라의 일본 추리소설 붐을 타고 《고독한 늑대의 피》가 번역, 소개되어 무척 반갑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작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유즈키 유코 작가는 2008년, 《임상진리 (미번역)》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 2016년 이번에 읽은 《고독한 늑대의 피》로 제 154회 나오키상 후보작에 오르고 제 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2018년 4월, 《반상의 해바라기 (미번역)》로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992년 폭력단 대책법 시행 전, 야쿠자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1988년, 히로시마의 폭력 조직들과 그 상부 조직의 대치 상황에서, 일반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마리 외로운 늑대와 같은 외고집 형사 오가미와 그의 등을 보고 점점 그를 닮아가는, 아직은 어설프고 풋내 나는 정의감 넘치는 신참 형사 히오카 슈이치의 이야기가 히오카의 서술로 전개된다.

이렇게 선이 굵은 정통 느와르 경찰소설은 거의 처음 만나보는 것 같다. 세기말 홍콩의 느와르와는 또 다른 느낌의 일본 느와르이다. 야쿠자 조직들과 그들을 견제하며 때로는 정보를 얻어가며 단속에 나서는 경찰 조직들이 하도 복잡하여 앞에 제시해 준 조직도 혹은 계통도를 보며 또 따로 메모해 가며 전체 그림을 파악해 갔다. 460페이지 정도 되는 짧지 않은 책인데 절반 정도까지는 앞을 넘겨가며 천천히 읽다가 전체 상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니 나머지 절반은 책장에 날개 달린 듯 휙휙 넘어갔다.

야쿠자와 경찰 조직 사이를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오가미와 그런 오가미가 못마땅하지만 충성스럽게 따라 다니는 히오카의 케미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익살스러운 대사들도 좋았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이, 경찰 조직 내에도 적이 있고, 그래서 고독한 한 마리 늑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오가미에 인간적인 애잔함도 느꼈다. 책을 읽다 보면 진짜 뭐가 정의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 기록이 승자의 기록이듯 정의도 승자가 결정하는 승자의 정의는 아닌지...

다른 독자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두 번 놀랐다. 첫 번째는 "어어, 주인공은 이러면 안 되잖아요, 이럴 순 없잖아요! 뭔가 잘못된 거죠?"를 외치며 심장이 쿵 내려앉은 때였고 다른 한 번은 1장에서부터 죽 나오던 몇 줄씩 삭제된 히오카의 일지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다. 허탈감과 감동이 동시에 밀려오는 복합적인 여운을 안고 책을 덮었다.

속편 《불길한 개의 눈 (미번역)》이 올해 3월말에 일본에서 출간됐다. 여기서는 폭력단 대책법 통과 직전, 히오카가 한직으로 밀려나 있다가 사건에 연루되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일본 아마존 독자 사이에서는 《고독한 늑대의 피》보다 평점이 높다.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번역본 나오기 전에 읽어봐야 하나 고민된다.

《고독한 늑대의 피》를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도 제작되어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고독한 늑대 오가미 쇼고 역할은 《쉘위댄스》에서 춤바람 났던 아저씨 야쿠쇼 고지가, 신참 형사 히오카 슈이치는 요즘 핫한 신예 마쓰자카 도리 (마츠자카 토리) 가 맡았다. 마쓰자카 도리는 히오카 슈이치에 100% 싱크로율을 보이는 것 같다. 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는데 책을 읽으며 나는 고독한 늑대 '오가미' 역으로는 와타베 아츠로를 생각했다. 야쿠쇼 고지 씨가 워낙 연기파니까 잘했겠지만 극중의 연령과 거의 15세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 어떨지 좀 궁금하다.

이렇게 선이 굵은 폭력단과 경찰 이야기를 여성 작가가 쓴 것도 대단하다. 유즈키 유코 작가의 책들을 많이 찾아 읽을 것 같다. 오타 아이 작가와 함께 최근 발견한 애정 작가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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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배우의 진솔담백한 단편집, 《최저》 by 사쿠라 마나 | 기본 카테고리 2018-08-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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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저

사쿠라 마나 저/이정민 역
냉수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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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생으로 2012년에 고교 재학 중에 AV 배우로 데뷔한 후, 저작 활동 및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AV 배우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쿠라 마나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 30회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정식 상영작이자, 제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대작 《최저》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AV와 관련된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엄마와 언니가 가진 아름다운 유전자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아야코. 길에서 스카웃 활동을 하는 요헤이의 추천으로 AV 세계에 뛰어든다. 엄마와 언니는 그녀를 만류하기 위해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찾아오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인생 전락했다는 눈길과 대우가 절망스럽다. 아야코는 외롭다.

다니던 회사의 도산과 함께 우연히 알게 된 후쿠와타시의 추천으로 AV 기획사를 차리게 된 착실한 남성 이시무라. 그리고 룸싸롱 톱이었다가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여 이시무라와 함께 일하는 모모코. 그녀는 이시무라와 살며 연인이 된다. 고향의 편찮으신 부모님 생각에 늘 맘이 편치 않다.

섹스리스 부부로 몇 년을 지내고 있으나 활활 타오르는 욕망을 가진 가정주부 미호. 변태 업소에 가보기도 하다가 AV 배우 모집에 응모한다. 단조롭고 평범한 자신의 삶이 싫어서이다.

아야코는 행실이 나쁜 엄마 다카코와 할머니 집으로 온다. 엄마는 여전히 밖으로 나돌고 아야코는 할머니가 뛰어난 솜씨로 해주시는 요리와 함께 17세 소녀로 성장해간다. 미술대회 입상을 계기로 엄마 다카코의 AV 배우 전적이 세상에 드러나며 입장이 곤란해진다. 그런 그녀도 아름다운 용모를 보고 유혹하는 남자들을 마다하지 않는다.

십인십색이라고 세상 사람 누구 하나 같은 사람은 없고 같은 인생도 없다. 각자 인생을 어떻게 살지 인생의 선택이라는 기로에서 무엇을 택할지는 각자의 몫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선택한 바에 따르는 대가는 각자가 지불하는 것 또한 이치일 것이다.

인식이 아무리 바뀐다 해도 AV 및 AV 배우가 양지로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환영받지 못하더라도 지지받지 못하더라도 존재를 부정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스로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 인생, 주체적으로 살고 있으면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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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는 심의,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by 이은소 | 기본 카테고리 2018-08-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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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이은소 저
새움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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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넘어가는 게 아까운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읽어가는 게 아쉽고 계속 언제까지고 이야기 속에 빠져 있고 싶었다. 정말 보석을 만난 기분이었다.

때는 조선시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거늘, 억압적인 층층시하 신분제도와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사회의 굴레가 상존했던 시대이다. 분명히 아픈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아프기에 병으로 인식도 못했을 터인데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의사가 있었다.

상처입은 치유자, 유세풍

1957년 나이 25세에 사제로 서품을 받고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설교자, 저술가로 종교를 넘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헨리 나우웬은 그의 역작으로 불리는 책 《상처입은 치유자 (Wounded Healer)》에서 상처가 있기에 우리는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며 그 상처의 치유에 자신의 상처가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 속에서 비록 가공의 인물일지언정 조선에도 상처입은 치유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유세엽이다. 오늘날 표현으로 의료 사고 의혹으로 그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트라우마에 빠져 침을 들기만 해도 공황장애 증세를 보여 침을 못 놓는 의원이 된다. 수술 못하는 외과의사 정도 되려나? 그러나 그는 마음의 눈으로 병증을 보이는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읽어내고 곁에서 지켜주고 말을 걸고 들어준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준다.

개인의 문제 vs 사회구조적 문제

병자호란 때 청으로 끌려가서 아들을 낳고 생면부지하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으나 화냥년을 집안에 둘 수 없다며 사약을 먹고 죽으라는 시어머니 등쌀에 결국 자기를 버린 남편. 늙어 치매에 걸려 아들 풍이를 그리고 또 그리는 할망.

시집간 지 하루만에 병약했던 남편이 죽자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며 구박하는 시어머니로 인해 우울증에 걸려 몇 번이고 자해를 시도했던 현령의 딸 은우.

강박증과 결벽증 증세를 보이는 10대소녀는 알고 보니 의붓아비에게 상습적으로 강간당하고 있었으나 생명을 부지하려 같은 방에서 숨 죽이며 묵인하는 어미.

서자라고 학대받는 오줌싸개가 된 도령, 사람들의 멸시의 눈빛이 두려워 알코올 중독에 빠진 천민 광대, 능력이 안 되는데 10여년간, 고생하며 고시 뒷바라지한 아내의 바람대로 꾸역꾸역 과거 공부를 하다가 발기부전에 걸린 고시생,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통했다며 집안의 수치라며 결국 살해당한 비구니, 중도실명한 맹인과 학대로 한 팔과 한 다리를 잃은 장애인은 서로 의지하며 길거리를 떠돌고...

이들의 사연 하나하나에 작가가 개인의 탓을 하지 않고 남존여비사상, 신분제도 등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남자는 아내를 죽어도 아무 문제 없지만 여자가 과부가 되면 온갖 차별을 받는다. 재가하더라도 자녀가 양반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같은 약자이기에 더 비열해질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을 보여준다. 며느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난 시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유세풍은 그들도 병자이고 상처받은 이들임을 알아챈다. 딸이 자기와 같은 방에서 남편에게 강간을 당해도 입을 다무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력이 없기에 남자에게 의존하여 인륜을 저버린 범죄를 은닉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조 공동체

계 의원집에는 언제나 왁자지껄 조용할 날이 없는 대가족이지만 혈연으로 연결된 이는 하나도 없다.

계 의원은 첫사랑, 지켜주지 못했던 그녀의 딸 입분을 딸 삼았고, 자폐 스펙트럼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청년 장군을 아들 삼았다. 호란 중에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와 이제는 노망난 할망과 귀화한 여진족의 후손이지만 사람들의 배척이 겁나 남해 출신으로 하고 지내는 남해댁, 그리고 침을 놓지 못하는 의원 유세풍, 생명처럼 그를 따르는 종 만복,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 불리며 우울증에 자해소동을 벌인 20대 청상과부 은우가 모두 함께하는 공동체이다.

말은 시궁창같이 거칠지만 이들은 피보다 진한 애정으로 맺어진 가족이다. 계 의원 정말 입은 망나니이지만 진정한 의원, 걸출한 인물이다. 숨을 그늘이 넓디 넓은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술에서 별맛 나는' 로맨스

우울증에서 벗어나 여성 의원으로 발돋움하는 은우와 마음이 아픈 자들 곁에서 동행하는 심의 세풍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사랑에 빠져간다.

잠든 은우의 모습을 보며 "술에서 별맛이 나는구나."라고 읊조리는 세풍. 이 둘은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예스럽고 고전적인 수줍지만 강렬한 해바라기 같은 헌신의 사랑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세풍의 의료 사고 의혹이 모두 해결되어 다시 출세길이 보이지만 허전하기만 한 그들은 다시 소락마을의 계 의원으로 돌아온다.



휴머니즘이면 휴머니즘, 로맨스면 로맨스, 유머면 유머 그 어느 하나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멋진 책이었다. 입에 착 감기는 대사하며 조연들의 충성스럽고도 익살스러운 모습하며 매력이 철철 넘친다.

작가님 후기에 이야기를 만드는 본인의 취미가 독자의 기쁨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진정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팬이 돼버렸다.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란 (나만의) '올해의 책'의 가장 유력 후보가 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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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석 4조~독해로 언어의 4스킬 모두 얻자, 《시사독해 홀랭귀지》 by 홍준기 | 기본 카테고리 2018-08-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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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사독해 홀랭귀지

홍준기 저
종합출판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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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중앙 데일리 실렸던 다양한 분야의 시사 영문 기사 50개가 실린 독해집이다. 독해집이라고 하지만 책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독해 지문을 바탕으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라늣 언어의 4스킬을 동시에 향상시키기를 꾀할 수 있는 책이다.

목차를 보기만 해도 무척 흥미진진한 주제의 기사들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읽고 이해를 확인하는 문제를 푼다. 정말 오랜만에 독해 문제를 풀어보니 학생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어 원서도 가끔 읽는데 이렇게 다양한 시사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단시간에 접할 수 있으니 일단 지루하지 않고 상식과 시사 이슈들을 폭넓게 접할 수 있다. 우물 밖으로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읽고 문제를 풀고 나서는 심화학습에 들어간다. 심화학습은 두 개 문장을 자기 말로 다시 풀어서 써 보는 '패러프레이징', 기사 전문을 서너 문장을 요약해 보는 '요약문 작성', 회화 능력에 도움이 되는 '대화문', 예문과 함께하는 '어휘 학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말 좋은 학습 길잡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에 필요한 회화뿐만 아니라, 어떤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해당 지식과 함께 그 지식을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마스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교재는 그런 수준높은 어학 능력 습득에 특화된 책이다. 사실, 모국어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그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말로 해봐야 하지 않은가? 면접 보러 갈 때 예상 문답서를 작성해 보고 스피치하는 연습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하물며 외국어의 경우에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지성인다운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이 교재의 독해 지문의 난이도는 사실상, 고등학생 정도면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쓱 읽고 마는 게 아니라 심화학습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에 최적화된 것 같다.

매일 한 지문씩 하고 있는데 총 지문이 50개이니 2달도 안 걸려 상당한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 같다. MP3음원도 다운받을 수 있으니 이동 중에도 늘 들을 수 있다. QR코드 같은 게 있었으면 더 편했을 것 같긴 한데 다운 받아놓고 반복해서 듣기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다시금 영어공부에 활력이 생기고 더 깊은 차원으로 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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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는 그림과 함께, 《그림에 끌리다》 by 이윤서 | 기본 카테고리 2018-08-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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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림에 끌리다

이윤서 저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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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도서보다 큰 사이즈의 묵직한 책을 품에 안자, 왠지 편안하고 차분한 기분이 들었다. 앞, 뒷표지 나무랄 데 없이 디자인되었고, 명화들이 실려 있는 만큼 큰 사이즈에 반들반들한 종이가 센스 넘치는 감각을 볼 수 있다. 아무렴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만 하겠냐만 최대한 명화 감상과 글의 가독성을 높여준 시도였다고 보인다.

1부 잊지 않을게, 2부 자유로워질게, 3부 조금 더 특별한 나, 4부 괜찮아라는 타이틀 하에 21가지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화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던 사람이나 민화 같은 장르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다른 그림 관련 서적이 서양 미술 일색이라면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작가들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차별적인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시회를 가더라도 아무 배경지식 없이 가면 놓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감동을 주는 그림들도 있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치게 되는 것도 많다.

작가의 성장배경, 살아온 인생여정, 개인의 경제적 상황, 사회의 정치적 상황, 작가의 정치 성향 등 여러 가지가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런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초보자의 눈높이에서 풀어준다.



위의 작품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작가의 작품인데 보는 순간, 마음의 깊은 곳에 자리잡아버렸다. 눈먼 소녀와 여동생으로 보이는 소녀, 행색으로 보아 가난한 이들이다. 눈먼 소녀의 손에 들린 아코디언 같은 악기를 연주하며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황금들판의 배경, 비가 쏟아져서 눈먼 소녀의 외투 속에 몸을 숨긴 여동생. 그리고 멀고 먼 하늘의 쌍무지개... 가난과 장애로 인한 애수도 느껴지지만 사랑과 희망이 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역시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여성 화가 젠틸레스키의 작품. 그녀는 스승에게 강간을 당하여 법에 호소하지만 여성의 지위가 현대사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루했던 시기이기에 그녀가 오히려 조롱을 당한다. 그 억울함을 담아 그림에 심판을 담았다. 성경의 정경이 아닌 외경에 나오는 유디트라는 여전사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그림에 유디트에 자기 자화상을,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에 스승의 얼굴을 담은 것이다. 이렇게 그림은 오래도록 남아 그녀의 억울함과 분노를 후세에 전해준다. 내가 다 통쾌하다.

일본의 소설가이며 미술에 조예가 깊은 하라다 마하 씨의 책 《いちまいの? (한 장의 그림)》 (국내 미번역)에서도 26장의 그림에 담긴 에피소드와 이해하기 쉬운 서양 미술상의 장면들을 전해주었는데, 이 책에서 다룬 화가 및 작품과 거의 겹치지 않아서 보완이 되어 더 좋았다.

아쉬운 점은 그림에 관한 이야기만 풀어주든가 저자의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실으려면 구체적이고 공감이 가게 실어주어야 독자로서 교감을 할 수가 있는 것인데, 그냥 '뭔지 모르지만 힘들고 방황이 되는 시간이 있었나 보다.' 식의 각 그림들과 긴밀히 연관되지 않은 작가의 소회 및 단상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교정/교열이 적지 않게 아쉽다. 화가들의 이름 철자가 조금씩 틀린 부분이 여러 군데 있다. 물론 이해하는 데 지장은 없다. 문맥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긴 하다. 또 고갱은 전직 주식 중개업자였는데, 주식 '중계업"으로 표기되어 있다.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에 대한 설명에서 7천 명 중 만 6천 명이 사망했다고 나오는데 1600명 정도가 사망한 것이 맞다.

몇몇 소소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예술적 갈증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었고 읽고 나서도 군데 군데 다시 들쳐보며 읽게 된다.

출판사 기획자분들과 작가님들께 제안하고 싶다. 우리나라 화가들과 작품에 대한 대중적인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 프리다 칼로, 젠틸레스키, 나혜석 등 전세계의 여성 화가들에 대한 책을 내주시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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