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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들의 통쾌한 반란, 《한자와 나오키1~당한 만큼 갚아준다》 by 이케이도 준 | 기본 카테고리 2019-05-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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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자와 나오키 1

이케이도 준 저/이선희 역
인플루엔셜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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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하나사키 마이가 가만히 있지 않아》, 《변두리 로켓》 등 책이 나오는 대로 거의 드라마화될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하는 이케이도 준의 책이 왜 이렇게 번역되어 나오지 않는지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이렇게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직전, '은행 불패' 시절에 입행했던 한자와와 그의 동기들은 그 추락의 쓰나미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고 있다. 입행 당시의 꿈은 어느 정도 축소되거나 좌절되거나 타협하거나 하는 개인적인 좌절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버티고 있다.


공은 상사가 가로채고, 실수는 부하의 것으로 전가하는 악습이 팽배한 속에서 부실 융자 사건으로 5억 엔의 부실 채권이 발생하게 되고 한자와를 고분고분한 일개 융자 과장으로 우습게 봤던 지점장 아사노는 그에게 모든 것을 덮어 씌워 좌천시키거나 자회사 파견으로 매듭지어려 했으나 한자와는 보통내기가 아니었으니, 지점장은 역공, 반격을 받고 몹시 당황한다.


게다가 그 사건은 단순한 부실 채권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지점장 아사노와 채무자 서부오사카철강의 히가시다 사장이 손을 잡고 자작극을 꾸민 '계획도산'이었다. 이건 형사 사건으로 넘어갈 중대한 범죄였다. 실제로 서부오사카철강의 하청업체들은 줄도산을 당하게 되고 수많은 직원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인 것이다.


한자와는 뛰어난 두뇌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 그리고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인망으로 '언더독'끼리 손을 맞잡고 지점장 아사노와 히가시다 사장, 그리고 히가시다의 하수를 일망타진한다.


아아~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통쾌하고 함께한 이들의 우정과 의리에 막 가슴이 뭉클하다.


언더독의 반란, 인생역전, 약한 자들의 연대, 그리고 성장과 우정 이야기는 아무리 보고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게다가 얼마나 탄탄하게 구성된 이야기인지 4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가 마구 넘어간다.


은행권은 아니었지만 금융권에서 계속 성장하고 나만의 여성 리더십으로 서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꿈 때문일까? 《한자와 나오키》를 드라마로도 몇 번이고 보고 또 보며 볼 때마다 감동을 받아 울었었다. 드라마로의 각색도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드라마의 내레이션으로도 부족했던 부분들을 더 꼼꼼히 읽으니 더욱 이해도가 높아졌다.


회사에 재직 중이었다면 입사 15년차, 중견이었겠다. 초짜 대리 나부랭이일 때, 공을 가로채인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기업의 생리를 조금이나마 경험했던 적이 있다. 어떤 업무를 맡았는데, 그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위의 고참 과장님도 "○대리, 이거 해서 내."라고만 하셨다. 원래 하고 있었던 일의 일환이었고 누구 참견 없이 앉아서 파고들면서 일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찾아가며 작성하여 영어로 번역해서 상사에게 보여드렸다. 건성으로 보시고 내라고 하시길래 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이미 많은 인프라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잘 정리해서 냈다. 그런데 그게 덜컥 상을 타버린 것이었다. 나름 글로벌한 일이었기 때문에 부사장급에서 이거 뭐냐고 사장님께 보고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고 그제서야 과장님 보고 준비하시느라 바빠지셨다. 회사에서는 서로들 관심 없는 것 같지만 옆 부서들은 서로 상대방 부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옆 부서에서 몇 선배가 그거 너 혼자 한 거 아니었냐고 그랬었다. 조직생활의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걸까, 난 원래 그런 거 아닌가 생각했다. 세상만사에 기대라는 것이 없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난 여기서 내 일 하고 월급 받고 죽이 척척 맞는 동기들하고 하하호호 지내는 게 그냥 좋았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자와 나오키 같은 리더십, 동기, 직원이 있는 조직이라면 정말 희망이 넘치겠다. 그런 인망, 능력 한없이 부러웠다. 그런 것들을 미처 키우고 성숙해지기 전에 불가항력적으로 조직생활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미련 아닌 미련으로 남아 있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 2가 나오기로 확정된 시점에 이 책이 나와서 더욱 흥이 넘치기도 한다. 시즌 1이 너무나 어이없이 끝나서 바로 시즌 2를 모두들 학수고대했으나, 그게 무한정 연기되었었다. 주연을 맡았던 사카이 마사토가 명실공히 《한자와 나오키》가 출세작이긴 했으나 그 이전에 방영되었던 《리갈하이》에서도 강하고 코믹한 캐릭터가 어필되었기 때문에 연기의 스펙트럼도 넓히고자 했다고 하고 바로 대하 드라마와 다른 정신과 의사 역으로 나오는 드라마에 캐스팅되었었기 때문에 시즌 2는 유야무야되었다.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한자와 역으로 물망에 올랐다느니 하는 말들이 있었지만 사카이 마사토가 아닌 한자와 나오키는 생각할 수도 없다.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팬이긴 하지만 '기쿠타'로 히메카와 레이코 곁에 있어주길 바람) 그런데, 무려 6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 이제 시즌 2가 나온다고 한다. 이 시리즈의 1, 2권이 시즌1으로 나왔으니 3, 4권의 내용이 시즌 2에서 다루어질 듯하다.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시리즈 4권을 모두 숙독하고 나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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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보내주신 시 마음속에 스며듭니다, 《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by 나민애 | 기본 카테고리 2019-05-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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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나민애 저
밥북 | 2019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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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음미하기보다는 시에 대해 '공부'하여 시험 보는 데 익숙한 세대라서인지(어느 세대인들 안 그럴까마는...) 시를 보면 마음으로 스며들고 다가오는 게 아니라, 이건 무엇에 대한 비유인지, 주제는 무엇인지, 내가 몰라서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부담감이 확 올라온다. 그래서 피했던 것 같다. 직관적으로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해인 수녀님이나 용혜원 목사님, 나태주 시인 등의 시는 마음의 더듬이를 곤두세우지 않아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아하기도 했고 편지 쓸 때 적어서 보내기도 했다.

밥북에서 나온 나민애 문학평론가의 시평집이 나온다기에 참고서 옆에 두고 든든하게 시를 읽으며 배워보고 싶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나. 현대시 연구자에게 한 수 배워서 더 깊은 시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었다.

아, 이 책은 그 이상이다. 나의 기대 이상이다.

영혼을 울리는 엄선된 시의 향연

내가 고른 초콜릿도 좋지만 포장된 초콜릿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생각하며 하나씩 골라먹는 초콜릿은 더 좋다. 평론가가 엄선한 인생과 자연, 사랑과 한에 대한 몇 십 년간의 명시들이 이 속에 있다. 어느 페이지를 열어서 읽어도 감동이 있다. 그 감동을 해설이 더해준다. 이건 해설이라고 할 수 없다. 해설의 경지를 넘어선 '시 에세이'이다.

시를 읽으며 울 수 있는 나. 아직 내가 살아있나 보다. 아직 내 감성과 영혼이 살아있나 보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 우음 2장 中)

우스개소리 반, 진담 반으로 '꽃길만 걸으세요.'라고들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는 꽃으로 길을 깔아주고 싶은 마음... 누구나 힘든 짐이 있다. 이 자리가 도무지 가시방석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 이랴. 하지만 이 자리가 꽃자리인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느니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의 고통과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우리의 인품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 다가왔다. 이 시가...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나태주, 시 中)

마음에 반짝 불이 들어옵니다. 시로 인해...

어떻게 하면 나도 지구 한 모퉁이를 더 좋은 곳으로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갈까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책 같다. 좋은 책을 나눠보고 좋은 책 이야기를 하고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시인을 알아가니 작품세계가 보여온다

부호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살다가 천형이라 불리는 나병을 앓게 되어 세상의 천대를 받았던, 문둥이 시인으로 알려진 한하운 시인, 장동건, 원빈 저리가라 할 정도의 멋쟁이이자 낭만주의자였지만 소박하고 진실한 내면의 소유자였던 박인환 시인, 평생의 반려인 아내를 잃고 보는 곳이 모두 텅 비어있으며 봄이 다 지나가도록 꽃 한 송이 못 봤다는 시를 읊은 김광섭 시인 등...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거나 이름 정도만 알고 있거나 대표작 한 두 작품만 알고 있던 시인들의 성장배경이나 일화 등을 소개해 주니 시인이 더욱 피부로 다가온다. 그 시가 더욱 심장을 파고든다.

시평의 언어 자체가 예술

시 에세이라고 부르고 싶다. 시와 함께 읽는 수필이라고 할까?

시인과 시, 그리고 사람들을 향한 애정과 애틋함이 담긴 시어가 얼마나 아름답고 다정한지 모른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학작품이다.

돈도 안 되는 시 때문에 술을 마시고 우는 시인 아버지... 고기가 먹고 싶은데 예쁜 에나멜 구두를 사다 주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시를 공부한 어린 평론가... 그 시를 이해해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공부했다는 어여쁘고 대견한 마음의 어린 평론가의 모습이 보인다.

돈이 안 되는 것을 사랑하고 돈이 안 되는 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겐 너무나 사랑스럽다. 너무나 어여쁘다. 그런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위해 식량을 모아두는 대신, 햇살과 색깔과 언어를 양식으로 저장해 둔 나의 프레드릭들이다.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돈이 안 되는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의 언어와 시 속에 담긴 햇살을 나도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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