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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직전 두 남자의 정반대의 결말, 《데스미션-죽어야 하는 남자들》 by 야쿠마루 가쿠 | 기본 카테고리 2019-06-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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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데스미션

야쿠마루 가쿠 저/민경욱 역
크로스로드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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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주가가 높아지고 있는 야쿠마루 가쿠 작가님 책을 처음 접해봤다.

 

 

정말 표지 감각적으로 잘 뽑았다. 이 책은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말기 암으로 여명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쾌락의 노예가 된 연쇄살인범과 목숨을 걸고 그 범인을 추적하는 중년의 말단 형사의 이야기이다. 일각을 다투는 이들의 모습을 모래가 스르륵 쏟아지는 모래시계로 표현한 것 같다.

 

 

범인을 전반부에서 이미 밝히고 시작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왜?"라는 질문을 풀어가는 '와이더닛' 미스터리로 긴장감과 몰입감은 감소하지 않는다.

 

 

(스포일러 포함)

 

 

데이 트레이더로 서른 남짓한 나이에 엄청난 부를 손에 넣은 사카키 신이치. 그러나 그는 말기 위암 선고와 함께 늘 자기 속에 도사리고 있던 살인 욕망을 봉인 해제하여 그 대상을 찾아 변장을 하고 밤거리로 나선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범인을 잡느라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만년 말단 형사 아오이 료. 그는 최근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풋내기 형사 야베와 함께 좇는다. 그에게는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않은 것을 줄곧 원망하는 스무 살 딸 미즈키와 십 대 아들 겐고가 있다. 그 역시 위암이 재발하여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불가항력적인 어떤 힘에 이끌리듯 그는 사건을 집요하게 좇는다.

 

 

뛰어난 스토리텔링

 

 

초반부에 자꾸 이것저것 할 일들로 인해 맥이 끊겨서 몰입이 힘들었는데 딱 한번 리듬 타니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 읽으면서 내용의 빠르면서도 빈틈없는 진행, 등장인물 네 명의 관점이 카메라의 방향처럼 바뀌면서 입체적으로 전개되는 것, 대사들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있고 내레이션과 조화를 잘 이루는 점 등에서 이 작가가 각본가 출신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자님 후기를 보니 영화에 대해서 공부하고 각본가적인 마인드가 있는 작가였다. 역시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각본가 출신 작가들의 책은 믿고 보는 편이다. <잊혀진 소년>, <범죄자 1, 2>로 가장 좋아하는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인 오타 아이, 그리고 일본 드라마 <언페어>이 원작소설인 <추리소설>을 쓴 하타 다케히코 등 각본가 출신 작가들은 흡사 한 편의 영화 혹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생동감 있는 대사들과 한 장면 한 장면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도록 글을 쓰는 것 같다. 역자님 후기에 이 작품도 단편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물의 매력

 

 

책을 읽고 또 추천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 중 하나가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이다 보니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이해가 되고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만년 말단 형사 아오이는 일본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자주 소비하는 클리셰같은 성격이긴 하다. 가족보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우선인, 외곬수라서 가족과 조직에서도 백안시당하고, 형사의 감에 지극히 의존적인, 그리고 그 감이 결국 맞는 캐릭터의 형사. 무례하고 부하 형사에게도 무정하지만 결국은 부하 형사에게도 인정받고 알고 보면 무척 속정 깊고 마음 여린 스타일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매우 전형적이고 신선할 것이 없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의 선방으로 역시 빛나는 캐릭터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아내 유미코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2년 전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사랑하며 그녀를 위해 마지막까지 자신의 사명을 완수한다. 그리고 가볍고 사명감이라고는 없어보이는 풋내기 형사 야베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타입의 아오이와 조를 이루어 수사하며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졌지만 이내 어엿한 한 명의 형사로 성장해 나간다. 그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독자로서 기쁨이었다.

 

 

가족의 의미라는 메시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것은 그에게 중요한 존재인 사람인 것 같다. 즉, 가족이 아닐까? 하지만 역시 사람을 구원하는 것도 가족인지도 모르겠다. 사카키를 괴물로 만들어 인생의 마지막 몇 개월을 인간의 마음을 상실한 괴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했던 것은 가족이었다. 반면, 아오이는 엄마의 임종도 지키지 않았다며 자신을 원망하며 사사건건 엇갈렸던 딸 미즈키와 부모의 존재감이라고는 없는 십 대 아들 겐고와 마지막 시간들에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갖게 된다.

 

 

연쇄살인범이 된 사카키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불우한 환경이었다고 해서 누구나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범죄자를 향한 시선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인간 누구에게나 어두운 면과 밝은 면, 즉 양면성이 있는데 어떤 부분이 더욱 발현되고 발전되어 성격으로 나타나는지는 역시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최악의 인간이어도 우호적인 환경을 만나면 인성의 그나마 좋은 부분이 드러날 수 있고, 최선의 인간이어도 불친절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모든 좋은 부분이 고사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자기 속에 어두운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런 자신을 두려워하고 그 욕망을 봉인하고 다정하고 부드럽고 이해심 많은 청년이었던 사카키. 그런 그의 모습과 사카키의 소꿉친구이자 사카키의 비밀을 알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의 곁에 있어주고자 했던 사카키의 유일한 구원이었던 스미노. 사카키가 더 이상 죄를 짓지 못하도록 경찰에 그를 신고하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그녀. 모두가 안타까웠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책으로는 처음 만난 작품이었다. <A가 아닌 너와 (미번역)>라는 동 저자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단편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는데 소년 범죄의 문제를 꽤 리얼하게 다룬 작품이었다. 봇물 터지듯이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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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대리 만족, 《일본에서 한 달 동안 산다는 것》 by 세나북스 (20인의 공저자) | 기본 카테고리 2019-06-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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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본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

양영은,김민주,김일숙,임지현 등저
세나북스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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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가 하나 있다. 늦은 밤, 아이를 재우기 위해 옆에 누워 스마트폰 빛을 최대한 어둡게 낮추고 손가락을 슥슥 움직인다. 바로 항공/숙박 사이트에서 도쿄 호텔을 검색하는 일이다. 시간을 금쪽같이 생각하는 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화면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또 찾아보고 지역을 달리 해서 검색해 보고, 사진을 보며 이런 데서 묵으면 정말 좋겠다 생각하며 보고 또 본다. 만약 가더라도 결국은 제일 싼 데 갈 거면서...

 

 

세나북스에서 '일본에서 한 달 살기'를 컨셉으로 공저자 모집을 할 때 역시 또 귀가 팔랑팔랑했으나 지금 당장 애 둘을 두고 혹은 애 둘을 끌고 일본에 가서 한 달을 살 수도 없고, 일본에 살기는 했으나 한 달이 아니라 1년 6개월을 살았고 그것도 무려 15~17년 전의 일이었으니 시의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생각하여 몇 번을 보고 또 보고 하다가 포기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아무것도 보탠 것 없지만 왠지 내가 뿌듯한 느낌이 들었고,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선물상자를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공저자분들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들이 프리랜서 번역가분들이셨고, 일본에서 교환학생을 경험한 분들, 워킹 홀리데이를 간 분들, 열심히 자기 일을 하다가 쉼표가 필요하여 가신 분들, 일본에서 사시는 분들 등 다양한 분들로 구성되었다.

 

 

모든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에세이 장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공감"을 찾아 한 장 한 장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떠나기 전의 설렘과 불안, 그리고 도착해서 겪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그 가운데 만났던 도움과 귀한 인연. 이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제 막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하셨다는 저자분의 이야기에 특히 공감이 되었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많은 분들이 프리랜서를 동경하지만 처음 자리 잡을 때, 클라이언트 관리 및 영업(수주)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 그 분도 이제 막 프리랜서를 시작하여 불안감도 있고 이제 좀 놀아볼까 싶을 때 즉, 저녁 6~7시 경 클라이언트로부터 오는 메일 알람에 덜컥 덜컥 놀랐다고 한다. 너무나 공감이 됐다. 프리랜서인 이상 누구도 언제,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거나 압박을 주지 않지만 스스로 압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면 시간 관리와 클라이언트 등 업무 관련하여 자신이 통제하고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 전 단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 자신이 막 자신만만한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저자분의 심정이 무척 잘 이해가 됐던 것 같다.

 

낯선 곳에서 한 새로운 경험 그리고 자그마한 성공이

내게 자신감과 만족감을 줬다.

51쪽, 일본에서 한 달 동안 산다는 것

떠난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낯선 곳에 가면 의외의 자기 속의 용기와 순발력, 근성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도쿄뿐만이 아니라, 단 며칠이지만 여행을 떠났던 곳들이 여러 곳 보여서 가슴이 두근두근, 뭉클뭉클하기도 했다. 내겐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바닷마을 가마쿠라. 오사카, 교토와는 또 다른 느낌의 일본의 전통과 서양의 문화가 함께 느껴졌던 고베 등 내가 책 속의 그 길들을 거닐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의외로 홋카이도에서 체류한 저자분들이 없어서 살짝 아쉽긴 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서 한 달 살고 써야 하나? ^^)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 한 달 동안 뭘 했나? 생각해 봤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봤다. 물론 그 전에도 대학원에서 여름방학 동안 며칠 동안 교수님과 클래스메이트들과 게이오 대학 학생들과의 세미나, 일본 기업 견학 등 일주일 정도 갔던 적은 있지만 그때는 교수님이 인솔하셨고 일본어 잘하는 클래스메이트들을 따라 다니면 됐다.

 

 

본격적으로 일본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대학원 공부는 살짝 뒷전으로 미루고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 학부 4학년 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어학 준비가 부실했던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특히 어학은 준비가 많이 되어 있을수록 많은 것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마태 효과'이다. 가진 자는 더 가지고 없는 자는 가진 것도 빼앗기는 것이다. 어학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일단 두렵기 때문에 더 소극적으로 되고 작은 반응 하나하나에도 위축이 된다. 당연히 얻는 것도 더 적을 것이다.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을 경우, 어느 정도의 실수가 있을지라도 전반적인 상황을 매니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더 도전해 보고 그러면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래서 기껏해야 방학 동안이지만 학교 내의 어학당도 세 코스 정도 다니고, 한국 어학당에 와 있던 일본 동생들과 언어교환을 하고 바로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동시에 준비했다. 뭘 하면 적당히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교환을 할 때도 3, 4시간씩 했던 것 같다. 다행히 그 동생들은 부모님이 일본인으로 귀화한 분들이셔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했는데 무척 성실하고 열의가 있었다. 1시간 반 정도 한국어학당에서 배운 것들 중에서 모르는 것을 내게 물었고 나도 능력시험과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중에서 보고 모르는 것들을 물었다. 능력시험 1급 정도의 문법과 어휘 정도면 일본어의 기본적인 이론 정도는 마스터할 수 있고 원어민인 동생들에게 물어가며 감을 익힐 수 있어서 일본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일본어다운 일본어라고는 할 수 없었겠지만 소통에는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에 안정감이 있었다. 앞으로는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fine-tuning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도쿄 북부 이타바시 구, 한 정거장 더 가면 사이타마였던 변두리의 작은 여학생 기숙사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국제센터 담당자분을 따라 다니며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구청에 가서 처리할 일들, 외국인 등록증 등등 행정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동네 지나가다가 봤던 중고매장에서 작은 브라운관 TV를 5천엔인가 주고 사서 낑낑대며 기숙사까지 나르고 학교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다녔다. 그때 마침 일본 야구의 자이언츠가 승리해서 그 계열사 기업들이 일대 세일에 들어가서 Bic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도 하나 샀다. 그리고 이케부쿠로 역 서쪽 출구로 나와 길을 걷거나 지하 상가에서 걷다 보면 그즈음 한참 유행했던 히라이 켄의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라는 익히 알려진 외국 노래를 리메이크한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히라이 켄의 부드럽고 허스키한 음색과 예스럽고 향수를 자극하는 멜로디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 노래가 저절로 재생된다. 도쿄 예술극장 안에 있는 기념품 숍을 드나들며 엽서도 사고, 기숙사가 있던 동네 역 바로 앞에 있었던 헌책방에서 무슨 책들이 있나 둘러도 보고 동네 드럭스토어에서 샴푸, 치약 등 생필품도 사고 100엔 숍에서 몇 가지 물건 등 삶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추억에도 잠겨 보고 또 가 봤지만 몰랐던 곳들을 체크하면서 다음 여행을 기약해 보기도 했다.

 

 

역시 문화, 미디어 매체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경우는 솔직히 커리어를 위해 지극히 타산적이고 계산적으로 일본에서의 생활을 계획했었고 필요에 의해 생활했었는데, 저자분들을 보니 일본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들을 통해 접했던 일본의 면면에 동경을 품고 일본에 입성한 분들이 많았다.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연출해 내는가가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서울이라는 곳도 매체를 통해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오히려 내국인들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그렇게 더 아름다운 도시가 되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이라는 곳. 섬나라라는 것이 양날의 칼이어서 섬이라는 한계 때문에 대륙 진출의 야욕을 품기도 했고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취약성을 가지긴 했지만 반면에 섬이라서 고립되었기에 전통 문화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근대화 이후 그 전통문화와 근대문화가 공존함으로 인해, 서양인 뿐만 아니라 동양인에게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특유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에 비해 외세의 침략에 바람 잘 날 없었던 우리나라는 지금 이 정도도 정말 대단한 것이다. 끊임없이 무너지고, 포화에 초토화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첨단 도시, 아시아에서 손꼽는 메트로폴리탄의 모습을 갖추었다. 급조된 도시라는 느낌, 내게도 있지만 그것조차 대단한 것이다. 동정과 애정을 품게 된다. 이제부터 만들어갈 모습을 기대하며 우리나라의 모든 곳들을 어루만지고 품어주고 싶다.

 

 

저자분들이 공개한 숨겨진 보석같은 곳들, 여행의 꿀팁들을 살려 여행 갈 계획을 다시 한번 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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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의 달인,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by 구라치 준 | 기본 카테고리 2019-06-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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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저/김윤수 역
작가정신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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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책장을 팔랑팔랑 넘겨 보다가 그대로 푹 빠져서 끝을 본 책이다. 데뷔한 지는 꽤 된 작가이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이 비교적 최근이기도 하고, 그 책을 안 읽어봤던 터라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난 제목이 너무 파격적이거나 특이하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 편이라 이렇게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라니, 내가 이해하지 못할 트릭 같은 게 담겨 있을까 두려웠다.

 

 

그런데, 이 책은 나를 선택해 준 것처럼 내 품에 폭 다가왔다. 여섯 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하나같이 다 허를 찌르고 마지막 한 방이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아가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의 모티브를 가져와서 남동생을 살해하려던 계획을 꿈꾸던 남자가 맞닥뜨린 웃지 못할 현실에 한 방 맞았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하나쯤 "기회만 된다면" 그에 편승하여 죽이고 싶은 사람 한둘쯤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나의 내면을 찔린 기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기회만 있다면" 이런 나를 죽이고 싶은 사람도 한둘쯤 있을 수 있다는 섬뜩한 한 방이기도 했다.

 

 

맘에 들었던 것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시골마을 할머니집이라는 절대 안전한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 휴가계를 내고 무조건 할머니집으로 쳐들어간 손녀. 그 손녀 곁을 떠나지 않는 고양이. 밤만 되면 고양이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듯이 한 곳을 응시한다. 바쁜 도시를 떠나 시골 마을로 와서 시간이 남아도는 손녀는 추리 신공을 발휘하여 수수께끼를 푼다. 그 진실은 의외로 쓸쓸한 것이었다. 경제대국이나 고령자대국인 일본에서 자주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머지 않아 자주 접하게 될 수 있는 일이기에 씁쓸했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낸 손녀도 대단하지만, 손녀가 도시에서 어떤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이 깡촌으로 온 건지 이미 알고 있었던 할머니, 그리고 그것을 알고 도도함을 버리고 손녀의 손에 몸을 맡겨 위로해 준 고양이. 이들이 진짜 대단한 탐정이다.

 

 

그리고, SF적 요소가 마구 버무려져서 뭔가 대단한 트릭이 있을 것 같았지만 실상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진실과 트릭은 매우 간단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과 어디선가 나타난 네코마루 선배가 밀실 사건처럼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듯했던 사건을 가뿐히 해결해 버린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은 허무하면서도 납득을 하게 했다.

 

 

참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인 것 같다. 엄청 진지하고 인간의 심층적인 내면을 막 파헤치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허를 찌르고 부침개 뒤집듯 휙 뒤집어 버려서 너무 심각하지 않게 끝내주는 스타일 너무나 내 스타일이다. 그 모든 것의 기본은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의 탄탄한 필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 것이다.

 

 

구라치 준 작가가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인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미스터리 입문서로 유명하다고 한다. 아마도 나처럼 이 작품을 읽고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될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츠지무라 미즈키나 야쿠마루 가쿠 등의 작가들도 작품이 알려지며 그 앞 작품들까지 역주행하며 인기가 높아지던데 구라치 준 작가도 분명 그럴 것 같다. 워낙에 작품을 적게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 작품이 많이 소개될 것 같다.

 

 

다만, 한국 독자로서 일본과 전쟁이라는 소재가 맞물리면 아무래도 근육이 경직되는데,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전쟁 상황에 비밀 실험을 하던 격리된 실험동에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라서 무조건 마음 편하게 읽을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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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고양이와 소설가의 동행기, 《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by 무레 요코 | 기본 카테고리 2019-06-2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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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저/장인주 역
경향비피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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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의 작품들을 보면 고양이가 거의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 같다. 4부작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던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그림책인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에세이 《고양이 '비'의 이야기》 등등 제목에서부터 아예 고양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1954년생 소설가 무레 요코가 19년간 함께해 온 고양이 C와의 생활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에세이이다. 길지 않은 책인데 묵직하여 책장을 들춰보니 빳빳한 화보같은 종이에 컬러로 삽화가 인쇄된 아주 예쁜 책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이 묵직했던 것이다.


고양이가 19세라는 건 사람으로 치면 90대에 해당한다고 한다. 길고양이를 거두어들여 19년간을 동고동락해 온 정든 가족인 것이다. 그리고 언제 닥쳐와도 이상하지 않을 이별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내 경우를 생각해 보면 남편과 12년, 큰 아이와 9년, 작은 아이와 4년째 살고 있는데 저자가 고양이와 19년을 함께했다는 것이 새삼 찡하게 느껴진다.


막 감상에 빠져있는 슬픈 글이 아니다. 이 둘의 삶이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다. 이제는 고령묘인, 도도하기 이를 데 없는 여왕님같은 고양이와 모성애를 넘어서 거의 성자와 같은 돌봄을 보여주는 60대 '시녀' 저자의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저자의 문학적 상상력이 십 분 발휘된 듯 말 못하는 고양이 마음을 통역하여 서로 대화와 소통을 하고 그걸 말로 기록해놓으니 너무나 웃기다.


건강을 생각하여 혼자 일본의 여자 아이돌 그룹AK848의 아이돌 댄스를 추고 공전의 히트를 친 일본드라마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 나왔던 호시노 겐의 '사랑'이라는 노래에 맞춰 추는 '사랑 댄스'를 추는 저자와 그걸 지켜보며 '그게 뭐하는 거냐?'라는 눈빛으로 소리를 빼엑 지르는 고양이의 모습은 한 편의 시트콤 이상이다. 사랑스러움의 현신 아라가키 유이가 춘 '사랑 댄스'를 나도 해봤지만 나도 몸치인지라 따라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몸이 피곤한데 그걸 따라 출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번역되지 않은 저자의 다른 에세이도 읽어봤었는데 독신으로 살아가는 삶이 녹록치는 않은 것 같지만 19년간 동반자였던 고양이와 함께 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소설가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져서인지 내게는 참 멋지게 보였다. 마치 여자친구 두 명이 아옹다옹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모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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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보듬어 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삶》 by 신시아 라일런트 (글), 브렌던 웬젤 (그림) | 기본 카테고리 2019-06-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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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신시아 라일런트 글/브렌던 웬젤 그림/이순영 역
북극곰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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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May (그리운 메이 아줌마)》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신시아 라일런트 작가님의 그림책을 읽어봤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읽었던 책이라 기록이 없어서 잔잔하고 따스한 시선이었던 것만 간신히 기억이 나네요. ^^; 하지만 그림책에서도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역시나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어린 따뜻한 시선의 시적인 언어들이 백미인 기대 이상의 책이었습니다.

 

삶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어린 생명은 저절로 자라지 않아요. 그때는 모르지만 해님과 달님, 바람과 비, 사랑이 없으면 도태되어 버려요.

 

물론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죠. 길을 잃기도 하고 주저앉아 버리기도 해요.

 

하지만 어두운 터널에 끝이 있듯, 가시덤불을 벗어나 만나는 환한 하늘처럼, 먹구름 사이를 가르고 땅 위에 발을 내리는 햇살처럼 희망이 있어요. Don't forget it. Never forget it.

 

아아~~ 정말 아름다워요.

 

그리고 세상에는 이토록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있음을 잊지 마세요. 귀요미 2대장 개와 고양이 납시었어요~~

 

그리고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도 잊으면 안 돼요.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태어나고 자라고 죽습니다. 자연의 이치지요. 유한하고 부족함이 있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존재들인 것이죠.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요.

 

 

작가가 맘에 들어 보기 시작한 책인데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반해버렸지 뭐예요.

브렌던 웬젤이라는 분인데, 그림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 귀염성과 서정성이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그림이에요. 그리고 야생동물들의 그림이 많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거예요.

홈페이지 (https://brendanwenzel.info/)를 검색해서 들어가 봤지요. 화면의 색감 놀랍지요? 선명하고 화려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공존하네요.

홈페이지에 이렇게 소개되어 있어요.

"브렌던 웬젤은 털과 깃털 있는 것들, 비늘 있는 모든 것들에 무한 애정을 품고 있는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예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잡지, 애니메이션, 책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야생 생태계와 야생동물 보호에 매우 열정적인 활동가들과 공동작업을 많이 하는 그 역시 환경 액티비스트지요."

(Brendan Wenzel is an author and illustrator with great affection for all things furred, feathered and scaly. His work has appeared internationally in magazines, animations and in several books. Brendan is a proud collaborator with many groups working to protect and conserve wild places and creatures.)

아래는 브렌던 웬젤의 그림책들이고요. 좌측 상단에 《Life》 보이시죠? 바로 이번에 리뷰한 책이네요.

아래쪽 달팽이 그려진 이 책이 신간이라고 해요.^^ 일러스트 찾아다니는 그림책 세계에 제가 퐁당 빠져버린 걸까요?

신시아 라일런트의 정제된 시어 같은 내레이션과 색감과 그림체 모두 사랑스러운 브렌던 웬젤의 콜라보의 최상의 결합 《삶》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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