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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네요.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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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준, 비문학 최고의 책, 《어른의 어휘력》 by 유선경 | 기본 카테고리 2020-08-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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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저
앤의서재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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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제목을 썼다가 명색이 어휘에 관한 책인데 영어 남발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최고의 책'이라고 썼다. (느낌이 확 안 오는 느낌...)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은 책을 만났다. 2/3 지점까지 읽은 시점에서 이미 책 좋아하고 책을 쓰고 있는 지인에게 추천했다.

 

이 책은 어휘력, 특히 학창시절을 다 보내고 어휘 학습을 거의 하지 않는 성인들에게 왜 어휘력이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지, 그리고 글쓰는 요령까지 자세히 안내해 준다. 게다가 저자의 놀라운 어휘들을 선보이고 있다. 본문에서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며 그 각주를 꼼꼼히 달아놔서 그 각주가 279개에 이른다. 그 어휘들만 공부해서 내것으로 익혀도 언어생활의 품격이 몇 단계는 뛸 것 같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언어가 소통의 기본이 되며 언어의 한계만큼 세상이 넓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국어 공부든 외국어 공부든 어휘를 매우 중요하게생각한다. 그리고 갈고 닦지 않으면 저자가 말한 대로 그거, 저거, 그런 거, 그렇잖아, 등등 지시대명사들로 불분명하게 말하면서 상대가 이해하지 못 하면 좌절감을 느낀다.

 

며칠 전에 작은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청개구리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다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데 의외로 입에서 술술 나오지 않아 깜짝 놀랐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대략의 내용을 찾아 확실히 내용을 되새기고 나서야 명확한 언어로 이야기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TV를 거의 보지 않다가 며칠 예능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고 나면 물꼬 트인 것처럼 한국말이 유창해져서 인풋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외국어를 배울 때도 책도 많이 보지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접하려고 한다.

 

저자는 어떤 낱말을 정확히 체험하고 이해하고 나서야 자기것이 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없으니 국어사전과 용례, 그리고 직접 문장을 만들고 써봄으로써 어휘가 내것이 되고 언어생활이 윤택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말하기와 글쓰기를 분리한다는 점과 주어와 시점을 챙기는 데 서투르다는 것이다. 글을 가장 쉽게 쓰는 방법은 말을 받아쓰는 것이다. 여기에 주어와 시점만 잘 챙겨도 웬만한 문장은 완성할 수 있다. (186쪽)"

 

우리가 글쓰기 훈련을 많이 받지 않는 편인 것 같기도 하고 백지를 채우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말로 설명할 때 쓰는 언어 그대로 옮기며 조금 다듬는 정도로 접근하면 그리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번역을 해놓고 원문 대조하며 교정 후, 한글 원고만을 가지고 입으로 중얼중얼 읽으며 마지막 교정을 한다. 그러면 어색한 문장이 많이 잡힌다. 보다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완성하려고 한다.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라는 책에서 출판물의 대상을 중졸 이상의 대중으로 보며 쓰라고 했던 것을 봤던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는데 첫 역서에서 최대한 독자 친화적으로 어휘를 나름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편집자님이 정말 쉬운 말들로 바꾸셨었다. 그게 내 나름대로의 딜레마이다. 이렇게 점점 출판물이 쉬워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표현이라고 해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이고 무난한 표현 몇 가지만을 쓰게 되는 것이다. 저자도 지적하는 바이다.

 

그리고 책을 쓰든 번역을 하든 '비슷한 말'을 많이 아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가령, '혼내다'는 의미로 질타, 질책, 면박, 꾸지람, 야단치다, 꾸짖다, 타박, 면책 등등 국어사전에 나온 유의어를 포함하여 자신의 경험이 쌓여 가능한 한 많은 비슷한 말들을 엑셀에 정리해 두면 정말 유용하다.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 이전에 작업하며 데이타베이스로 쌓아두었던 어휘들에서 하나씩 대입해보면 맞는 것이 있기도 하고 또 퍼뜩 잠재의식 속에 있던 어휘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고유 창작물이라기보다 고유 저작물을 번역하여 2차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는 역서가 너무 특이한 어휘를 쓰는 것도 의아할 경우도 있다. 원 저자가 그만큼 같은 의미에서도 특이한 어휘를 구사했다면 최대한 그에 적합한 국어 어휘를 찾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어의 느낌을 살린 무난한 말이 좋을 때도 있다.

 

한 가지 좀 고개를 갸웃했던 것이 있었다. '인적 자원'은 사람을 자원과 동격 취급한 것이니 '인재'라고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굳이 쓰는 용어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인적 자원'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기계화를 통한 산업 혁명 속에서 자본가의 횡포 속에서 노동자는 나사 하나만큼의 가치로밖에 보지 않다가 인간, 노동력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생산에 있어 인간이 그만큼 중요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새로 싹트면서 탄생한 말이고 그렇기에 인간은 나사 조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게 비슷한 인상을 주는 말이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무서운 복수의 말이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손해를 입힌 특정 재산 뿐만 아니라 목숨을 빼앗아버리는 일들도 비일비재했기에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만 제한하여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내가 지금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지금의 기준으로 과거의 산물을 무조건 재고 자를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이 책을 가지고 한 달 넘게도 이런 저런 화두를 찾아내어 토론할 수 있을 것 같다. 두고 두고 읽고 싶고 같이 이 책으로 공부할 동무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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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추리소설의 묵직한 맛, 《후나토미가의 참극》 by 아오이 유 | 기본 카테고리 2020-08-0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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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나토미가의 참극

아오이 유 저/이현진 역
이상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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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 속의 폭주 기관차가 인상적인 책인데 극중에서 열차 시간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추리소설도 좋아하고 특히 다양한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오래된 작품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고전적이고 묵직해서 정말 좋았다. 요즘 작품들보다 어쩌면 더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맞았던 것 같다.

 

이상 출판사에서 일본 고전 추리소설 시리즈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 그대로 해독이 안 되어 이해를 못 할까 봐 두려웠다. 용기를 내어 읽어보았는데,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본추리소설 시리즈 10번째로 나온 책인데, 앞의 아홉 권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절경을 자랑하는 시라나미소라는 일본 전통여관에서 잔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후나토미가의 안주인 유미코는 살해되었고 남편 류타로는 실종 상태이지만 아마도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전직 경찰인 난바가 파견되었다. 변호사인 사쿠라이와 함께 협업한다. 다키자와라는 청년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고 모든 정황 증거가 그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난바와 사쿠라이는 그것을 뒤집을 만 한 추리를 한다. 난바의 조수로 온 스사라는 청년은 무척 산뜻한 호감형 청년이다. 다키자와의 친구이기도 하며 다키자와의 약혼자였던 유키코, 살해당한 부부의 딸이기도 한 여성과 결혼이 예정되어 있다.

 

난바의 추리가 거의 맞아들어가 다키자와의 무죄가 입증되고 사건이 종결되려는 순간, 또 다른 살해사건들이 발생하며 사건은 점점 복잡하게 꼬여간다. 그때 등장한 전설의 명탐정, 아카가키가 현장에 있지도 않으면서 모든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

 

고도의 과학 수사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는 가능할 것 같지 않지만, 꽤나 치밀하고 촘촘한 구성이 돋보이는 추리소설이었다. 특히, 일본 사람들의 각별한 애정의 대상인 전차를 소재로 사용하고, 변장과 1인 다역 등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고전적이고 묵직하고 쉽게 쓰지 않은 듯한 정중한 느낌의 추리소설이었다.

 

이 작품 자체에서는 동기(와이더닛)와 트릭(하우더닛)은 매우 흥미로운 데 비해 범인 자체, 즉 '후더닛'은 금세 짐작할 수 있다. 절대 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흠도 없이 그려지는 인물, 모든 피해자들의 근접거리에 있는데 사건을 좇는 난바와 사쿠라이의 레이저망에 한 번도 오르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극중에서는 '바이어스' 때문에 난바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것으로 풀고 있지만 독자에게는 바로 범인을 지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건 그렇다치고 범인도 머리가 비상하고 편집증적으로 꼼꼼히 사건을 준비했고, 범인의 각본대로 꼭두각시 놀음을 하는 난바가 애처로웠으며, 셜롬 홈즈처럼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 검거까지 단번에 이뤄내는 아카가키의 모습이 통쾌했다. 그야말로 추리소설이 주는 쾌감 그 자체였다. 어떨 때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추리소설보다 이렇게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본격 미스터리가 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사회파 추리소설도 무척 좋아하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1936년 춘추사의 신작 장편 탐정소설 현상 모집에 1등에 입선했다. 이 소설의 입지는 무척 대단하다. 에도가와 란포, 아유카와 데쓰야, 마쓰모토 세이초 등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 만 한 걸출한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일본 추리소설이 엄청나게 융성하여 지금까지 탄탄한 추리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 같다.

 

엄청난 일본 지명, 인명과 익숙하지 않은 철도망과 시스템 때문에 어쩌면 그리 읽기 쉽지 않을 수는 있지만, 주요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도쿄 쪽이었으면 그나마 조금은 감이 왔을 텐데 전혀 모르는 곳들이라 만만치는 않았다.

 

그러나, 일본 고전 추리소설을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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