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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 가인에 공명하다, 《만요슈 선집》 by 사이토 모키치 | 기본 카테고리 2020-09-3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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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요슈 선집

사이토 모키치 저/김수희 역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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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는 <만엽집>이라고도 불리는 일본 최고(最古)의 가집 즉 노래 묶음이다. 시가문학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고전도 잘 읽지 않고 학창시절 배운 게 다인데 일본의 고전문학을 꼭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것은 번역할 때 은근히 본문에 많이 인용된다. <만엽집>뿐만 아니라, <고금와카집>, 바쇼나 잇세이의 하이쿠도 그렇다.


그래서 시간 날 때 미리 공부해 두려고 하이쿠 관련 책은 두 권 정도 샀고 이번에는 <만요슈>를 읽어보았다. 사실 만요슈는 그 수가 방대하여 전체를 다 읽을 수 없는데 가장 대표적인 시가를 선별하여 수록하고 자세하게 해설해주어 소장가치가 매우 높은 책이다. 한번에 읽기보다는 몇 수씩, 하루에 한두 수씩 음미하며 읽어도 좋을 만하다.


드넓은 바다 웅대한 구름 위로 석양 비치니

오늘 밤 뜨는 달은 분명 청명하리니


오늘처럼 달이 차 올라 대보름달을 향해 가는 한가위에 읽기 좋은 시 같다. 자연을 바라보며 탄복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동쪽 들녘에 동트는 새벽 햇살 환히 빛나서

뒤돌아 바라보니 서쪽에 달 기우네


석양을 보는 일은 많아도 아침에 해가 뜰 때 한켠에서 지는 달을 바라보는 일은 여간 부지런한 사람 아니면 발견하기 힘든 자연의 풍경 같다.


가을 들녘에 이삭 위를 감도는 아침 안개여

내 사랑도 어딘가로 사라질 수 있으리오


천 년 전의 사람들도 이렇게 애절한 사랑을 했던 걸까. 사라질 수 없는 사랑을 이렇게 노래한 가인의 안타까움과 애절한 사랑이 느껴진다.


둘이 넘어도 넘어가기 힘겨울 이 가을 산을

어찌하여 그대는 홀로 넘고 있을까


이 시처럼 표면적으로는 누군가를 향한 염려, 애정을 그리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모반 즉, 반역의 실패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


마음에 다가왔던 몇 편을 소개해 봤다. '하이쿠'는 읽으면서 그 정도의 고어에는 적응하며 공부해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만요슈>는 솔직히 좀 어려웠던 것 같다. 해석을 음미하며 공부보다는 감상에 초점을 맞췄더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리고 시를 읊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시를 잘 보존해 천 년 전 사람의 마음에 공명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예전에 당시(한시)를 중국 교포인 이웃님과 함께 나눴던 적이 있다. 한참 독학으로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여서 포부 넘치게 했었고 내가 읽어서 녹음해서 보내면 이웃님이 발음까지 짚어주셨다. 새로운 언어 배운다고 모든 에너지를 쏟지 말고 원래 하던 언어나 잘하자 싶어서 인생의 우선 순위가 아니었던 중국어는 내려놨지만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는 '시'라는 것이 참 좋았다.


<만요슈>는 곁에 두고 하이쿠, 고금와카집 등과 함께 하나씩 다시 음미하며 읽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과 겨울에 특히 읽기 좋은 시가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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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고 실용적인 심리학,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by 나이토 요시히토 | 기본 카테고리 2020-09-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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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저/서수지 역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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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에 유용한 흥미로운 심리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이다. 신간 알림을 설정해 놓은 몇 안 되는 저자이기도 하다. 이번 책에서도 목차만 봐도 호기심이 퐁퐁 솟아나는 쉽고 유쾌한 심리실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차는 다음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전 세계에서 실행된 88가지 심리실험들이 소개되어 있다.


제1장 인간 심리의 사각지대 찾기

제2장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간단한 일에 실패하기

제3장 당신의 인간관계 온도는?

제4장 밤이 되면 여자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

제5장 고양이 상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각 실험은 다음 사진과 같은 흥미로운 제안이나 질문으로 시작된다.



깍지를 껴보기만 해도 상대방이 우뇌형인지 좌뇌형인지 알 수 있다는 건가? 이것뿐만이 아니다.

- 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가벼운 가방을 든다고?

- 날이 맑으면 주가가 오른다고?

-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면 정말로 머리가 좋아질까?

- 보름달이 뜬 밤에 외출을 삼가야 하는 심리학적 이유


88가지 실험 자체도 흥미롭지만, 과학자들이 이런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이런 실험을 했다는 그 시도 자체가 감탄스럽다. 각 실험은 짧으면 한 장, 길어야 3-4페이지로 간명하게 설명하고 넘어갔지만 각 실험마다 내가 몸소 겪었거나 아니면 사회, 사람들을 관찰하며 느꼈던 부분에 딱딱 들어맞아 무릎을 탁 치기도 했고 사람들이 비슷하다는 동질감으로 인해 인류애(너무 거창하다^^;)를 느끼기도 했다.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 홈경기에 이점이 있다고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승률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동 시대에 살고 있어 영광으로 생각하는 김연아 선수, 그 강한 멘탈의 소유자가 우리나라에서 했던 경기에서 압박감으로 인해 실수를 했었고 그때 흘렸던 안타까움의 눈물이 떠올랐다. 그러나 역시 강하고 전향적인 선수이기에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서 올림픽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 내가 이제서야 슈퍼주니어의 '규현'의 팬이 되었다. 어쩌다 아이돌이 십대 후반에 데뷔하는 아이돌이 서른세 살이 되어서야 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살면서 이렇게 흰색 옷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본 사람이 없었다. 79번째 실험으로 소개된 것이 흰색 옷은 호감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청결하고 순수해보이는 이미지가 크다고 한다. 그보다 어쩌면 흰색이 잘 어울리려면 피부가 깨끗하고 미남, 미녀여야 하기에 흰색이 호감을 주기보다는 미남, 미녀가 흰색을 잘 소화한다는, 결국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도 혼자 해 보기도 했다.


- 인터넷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매우 현명하고 부지런하게 검색하여 구매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게으른 소비자라고 한다. 물론 구매처에 신뢰가 생겨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었을 때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 역시 이전에는 이곳저곳 최저가를 검색했지만 지금은 신선식품, 생필품은 다른 곳은 검색도 하지 않고 쿠팡, 온라인 서점도 외국서적은 알라딘, 국내서적은 알라딘과 예스24 병행, 공산품 등 불특정한 항목의 경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이용하기도 한다. 아주 조금이라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검색하는 그 노력과 시간 값이라고 생각하고 이용하던 곳에서 바로 주문한다.


- 다른 사람이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광경을 목격하면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게 된다. 친절의 선순환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책이 <Pay it forward>인 것 같다.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의 원작이다. pay it back이라고 하면 돈을 갚는 것인데 pay it forward는 누군가에게 먼저 친절, 선행을 베풀면 그것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고 그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다. random acts of kindness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각박하고 마음이 거칠어진 세상에서 이런 친절이 퍼져가면 좋겠다.


- 부모로서 콕콕 찔렸던 것이 수용적인 부모 슬하에서 자란 아이들이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긴장도 없고 유머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받아봤기 때문에 포용력도 더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어떤 부모인가, 반성도 많이 하고 고민에도 빠졌다. 내가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부모인가?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가끔 내가 싫은 내 모습이 아이들에게서 보일 때 흠칫 놀랄 때가 있다.


- 여러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이미지, 남녀를 불문하고 미모는 득이 된다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싶다. 이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최선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적용하면 어떨까 싶다. 약간의 감량, 약간의 메이크업, 약간의 멋을 낸 복장 등 자신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


정말 재미있게 남녀노소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마트의 선반을 훑어보듯 가벼운 맘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눈에 띄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실험들은 연구자의 이름이나 실험명으로 심층적으로 더 조사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심리학이란 학문인 동시에 모두에게 공감과 새로운 발견의 장을 마련해 주기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몰랐던 나의 어떤 면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기회가 된다면 지식과 삶이 통합되는 최고의 독서 경험이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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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엽기 호러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팅커벨 죽이기』 by 고바야시 야스미 | 기본 카테고리 2020-09-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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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팅커벨 죽이기

고바야시 야스미 저/김은모 역
검은숲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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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를 이은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의 '~죽이기'의 네 번째 이야기이다. 표지를 열자마자 나오는 저자의 간략하지만 정성스러운 인사말은 무척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이런 소통의 언어와 몸짓을 무척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작가의 처음 접하는 작품인데 호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다.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작품에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50페이지 정도 읽으니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점차 읽는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동화 속 이야기와 현실 속 외딴 료칸의 동창회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동화 속 캐릭터마다 현실 속에 '아바타라'가 존재하며 동화 속 사건이 현실에 구현된다.


*


동화 속에서 피터팬이 후크 선장을 무찌르고 웬디가 네버랜드의 '잃어버린 아이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간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피터팬과 함께 이들이 다시 네버랜드로 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네버랜드에서 우연히 만난 도마뱀 '빌'을 만난다. 피터팬은 등장부터 강한 아우라를 띤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리 기억 속의 영원한 동심을 간직한 영원한 소년의 이미지를 와장창 깨뜨리고 엽기호러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과시한다. 아무 이유도 없이 잔혹하게 살해하는 것이 취미다.


웬디의 귀환을 못마땅해 하던 요정 팅커벨이 네 개의 날개가 부서지고 짓이겨지고 칼과 같은 예리한 것으로 몸이 관통하여 살해된 채 발견된다. 웬디와 도마뱀 빌, 그리고 살아남은 해적들, 동화 속에서 피터팬이 구해줬던 타이거 릴리의 부족인 붉은 피부족들과 죽고 죽이는 살육전 속에 팅커벨을 죽인 범인 찾기에 나선다.


한편, 현실 속의 이모리는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자신이 늘 꾸는 꿈속의 도마뱀 빌의 '아바타라'가 자신이며, 여기 모인 동창생들과 료칸 직원의 일부가 네버랜드 거주자들의 아바타라라는 것을 알아챈다. 네버랜드의 거주자가 하나씩 죽어갈 때마다 이 료칸에서도 자살, 사고 등을 이유로 그 아바타라가 죽어간다. 현실에서 아바타라가 자신들의 본체를 조종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도 범인 찾기와 살육을 멈출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없을까 하는 이모리의 노력이 시작된다.


*


동화와 현실을 오가며 단순한 듯, 복잡한 듯 특유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멋진 '판타지', 말로 표현하기도 섬뜩한 수법의 살인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네버랜드의 거주자들의 '엽기 호러' 행각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책장 넘어가는 것을 잊게 만든 작품이었다. 도마뱀 빌은 앞의 작품들에서도 나온다고 하는데 앞의 세 작품을 읽어보고 읽었다면 더욱 심오한 고바야시 야스미 세계관에 심취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출간되기에는 꽤나 '매운 맛'이었던 것 같은데 동화의 재해석이 신선했기 때문인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작품인 듯하다.


그리고, 더욱 기함하게 한 것은 피터팬의 원작 속의 피터팬이 『팅커벨 죽이기』 속의 피터팬과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원작을 읽지 않고 아이들 용으로 각색된 이야기들의 피상적인 이해만으로 알고 있는 작품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런 독특한 작품으로 인해 기존 고전들의 원작을 탐구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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