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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만한 당신

최윤필 저
마음산책 | 2016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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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몇년 전이다. 그때는 서평을 쓰지 않던 시기라 이 책 역시 기억에 느낌만 남아있었다. 오늘 책장 정리하다 눈에 쏙 들어 와 다시 꺼내들었다.

이 책과 함께 온 신문형식의 부록에 '가만한'이라는 표현이 문법에 맞지 않아 제목 때문에 여기저기서 말이 나왔다고 했던 기억이 멀리서 떠올랐다. 출판사 책소개에서 제목에 대해 다음과 적혀 있다.

세상을 뜬 이들을 추억하려고 한다. 동시대를 살아 든든했고 또 내내 고마울 이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문패는 김완수 시인의 시 '들꽃'에서 얻어왔다.

“꽃을 꺾어내면 / 들 한쪽이 가만히 빈다 / 아무도 모르게 저를 키워와선 이렇게 꺾인다 / 어쨌든 이렇게 꺾어지고 나면 / 애초에 없던 약속마저 애처롭다.”

그렇게 빈자리에 또 아름다운 것들이 '가만히' 자리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가만한 당신’ 연재를 시작하며

외신 부고를 일삼아 읽고 끌리는 이들을 골라 소개하는 한국일보 가만한 당신을 연재하는 최윤필 기자. 잘 알려진 이가 아니지만 우리를 대신해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가치와 권리를 쟁취하고자 우리보다 앞서 싸워준 이들의 부고에 보충자료를 찾아 정리하여 그들의 삶을 전달해 준다.

'책머리에'의

이 책의 어떤 대목이 읽을 만하다면, 책 속 그들의 삶과 그들이 추구한 세상이 아름다워서일 테고, 책 바깥 독자들의 세상이 너무 고약해서일 테다. 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서른다섯 명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는 카추파이다. 1966년 남키부 주 카타나에서 태어나 결혼해서 네 딸을 두었다 꽤 넉넉히 생활하던 중 1988년 제2차 콩고전쟁이 발발했다. 무장 반군이 들이닥쳤으나 도망갈 곳이 없었고 그들은 모든 걸 강탈했다. 총으로 죽여달라는 남편을 그들은 칼로 조각조각 내 죽이고 그 조각들을 그녀에게 모으게 한 뒤 그 위에 그녀를 눕혔다. 열두 명째에 이를 무렵 옆방 열다섯 살, 열세 살 딸과 그녀의 여동생 목소리였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6개월 뒤 병원에서 깨어난 그녀는 두 딸의 임신한 배를 봐야했다. 남편 가족들은 그녀에게 강도들과 내통해 남편을 죽인 것이 아니냐며 남편의 재산도 다 팔아치웠다.

옷 가방 하나들과 마을에서 쫓겨난 그녀는 강간 후유증으로 자궁 적출 수술을 받는다. 그 상황에서도 그녀는 강간 피해 여성 자활 운동을 시작하고 기부금으로 땅을 사 자활 농사짓고 수확물을 판매해 자활 공동체를 꾸려나갔다. 강간당한 여성, 고아들,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망아가 되었다. 2006년 이후 무려 세 차례나 더 집단 강간을 당했고 그녀의 어머니도 일을 돕다 강간 살해당했다. 다른 이의 어려움을 살피다 몸을 못챙겨 2016년 말라리아 합병증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삶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가슴 아플 뿐이었다. 자신의 삶을 한탄만 하기 보다 그때마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달려가 그녀. 많은 생각이 든다.

나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이가 있는데 바로 스텔라 영(1982-2014)이다. 호주의 코미디언 겸 방송인 칼럼니스트였다. 불완전골형성증이란 희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 장애인이다. '여든 살의 나에게'라는 칼럼에서 나는 이세상에 잘 살려고 왔지, 오래 살려고 온 게 아니야라고 한 말은 진심이고 여든 살의 나를 만나러 가는 동안 모든 가능성을 움켜쥐고 늘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지혜롭게 즐겁게 살겠다고 약속하겠다고 글을 남겼다. 하지만 32세에 숨을 거두어 여든 살의 자신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는 나는 당신들에게 영감이나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비장애인의 이익을 위해 장애인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이고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침대에 앉아 드라마를 봤다고 칭찬받고 싶지않습니다. 장애인이 지닌 참된 성취로 평가 받는 세상, 휠체어를 탄 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왔다고 해서 멜버른의 고등학생들이 조금도 놀라지 않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다고 테드 강연에서 이야기했다.

'함께 가만한 당신'도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 이 책도 한 번 읽어 봐야겠다. 제목은 가만한 당신이지만 읽고 나면 가만히 있을 수 없게 하는, 나도 치열하게 공익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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