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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줄다리기 | 감사히 읽은 책-서평단 2018-11-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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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어의 줄다리기

신지영 저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내가 무심결에 사용한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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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딸아이에게 '우와, 멋지다'라고 했더니 '엄마, 멋지다는 남자한테 쓰는거야. 예쁘다고 해'라고 지적을 한다. 아무리 여자한테도 '멋지다'라고 쓸 수 있다고 해도 아이 머릿 속에는 어쩌다가 기준이 그리 확고히 잡혔는지 몰라도 남자는 '멋있다', 여자는 '예쁘다'로 양분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누군가가 내뱉은 그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보여준다. 심지어, 그가 내뱉은 한 마디가 그 사람이 속해있는 집단, 성격까지 파악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1.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

 

다음소프트의 송길영 부사장에게서 강의를 부탁받은 신지영 국문과 교수가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이름으로 했고 이 강연이 이 책이 나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강연 내용을 다듬고 통계자료들을 분석하여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p.15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 경기는 괜히 시비를 걸거나 딴죽을 거는 일이 아니다.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는 사실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며 벌이는 심각한 이념의 줄다리기다. 그래서 기존이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표현들이 줄다리기를 걸어오는 것을 불쾌하하며 '별것도 아닌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폄하한다. 하지만 도전장을 내미는 쪽은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니 자못 심각하다. 그래서 그 경기가 아주 심각한 경기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공감하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더 높인다.

 

p.16

 

즉 언어는 자의성을 갖기 때문에 소리와 의미 사이에 필연적인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사회성을 갖기 때문에 언어공동체 안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약속에 따라 소리와 의미 사이의 연관성이 생긴다. 따라서 언어 사용자들은 그 사회적 약속을 배우고 따라 해야만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렇게 언어는 사회의 기반 위에 존재한다.

 

p.18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 경기를 잘 잘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보인다. 언어의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 경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우리도 모르게 빠져 있는 함정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언어 감수성은 높아질 것이다.

 

p.19

 

언어 감수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언어 표현에 대한 우리의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언어 감수성이 높아지면 그 이전까지는 거슬리지 않던 많은 표현들이 자꾸 거슬리게 되면서 마음이 쓰이게 된다. 마음에 걸리는 표현들이 많아지고 말을 하면서 자신의 말에 주목하며 자기 말에 담긴 표현을 점검하려는 태도가 우리들에게 생기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필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이다.

 

 

2. 나의 언어 민감성은 어느 정도인가?

 

신지영 교수가 프롤로그에서 뭐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하느냐고 할지 몰라도 언어 감수성이 높아지고 표현에 대해 우리의 민감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한 이유를 목차를 보면 공감할 수 있다.

 

 첫 번째 경기장 : 대통령 각하와 대통령님의 줄다리기

 

 두 번째 경기장 : '대통령'은 지금 줄다리기를 기다리는 중

 

 세 번째 경기장 : 관점과 관점 사이의 줄다리기

 

                         - 경축, 정밀 안전진단 통과를 바라보는 관점

                         - 관의 관점에서 붙인 이름, '쓰레기 분리 수거' 

 

 네 번째 경기장 : 미혼과 비혼의 줄다리기

 

 다섯 번째 경기장 : 미망인과 유가족의 줄다리기

 

 여섯 번째 경기장 : 여교사와 여성 교사의 줄다리기

 

 일곱 번째 경기장 : 청년과 젊은이의 줄다리기

 

 여덟 번째 경기장 :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들'의 줄다리기

 

 아홉 번째 경기장 : 자장면과 짜장면의 줄다리기

 

 열 번째 경기장 : '용천'과 '룡천'의 줄다리기 - 한글 맞춤법의 역사

 

나는 단어에 민감한 편이다. 아무래도 어학을 공부한 경험 때문인 듯 하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할 때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어감이 달라져서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고민하던 경험이 아직 남아있는 듯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감을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었지 그것과 이데올로기, 사회적 의미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언어가 단순히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닌 그 속에 많은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표현할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3. 앞으로 우리가 가질 자세

 

 

p.231

 

욕설에 관한 끔찍한 과거사

 

욕설이라는 마리 나오면 생각나는 끔찍한 장면이 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대학 1학년 때의 일이다. 대학에 들어가니 너무나 많은 새로운 단어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다. 강의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급스러운 단어들뿐 아니라 멋진 표현들과 유머러스한 말들이 나를 매료시켰다. 그 때 내 이목을 쓴 단어가 하나 있었다.

(생략)

한창 자라던 나이였던 동생은 밥통에 있던 밥을 다 먹을 요량이었는지 밥통을 안고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그 단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너 밥 x나게 많이 먹는다!"

갑자기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큰소리로 웃는 게 아닌가!나는 깜짝 놀랐다. 대학을 다닌 적이 없는 아주머니가 어떻게 대학생 말을 알까?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웃음이 심상치가 않았다. 내가 뭔가 실수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아주머니께서 내게 말했다.

"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말한거니?"

뜻도 모르고 뭔가 멋있어보여서 언젠가 쓰고 말꺼야 하며 아껴뒀던 말을 뱉았는데 그것이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뜻의 단어였다는 것을 알고 식은 땀을 흘렸다는 작가의 경험담이다. 이 책에서 생각해야할 많은 언어의 민감성 중에는 새로운 세대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은어, 신어, 유행어에 대해서 우리가 이해해야할 부분도 많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처럼 요즘 애들은 이라고 비난하는 어른들 역시 요즘 애들이었으니 말이다. 어른이 되고 나면 자신이 어렸을 때 그런말을 쓰고 싶었던 기분들은 잊어버린 채 비난부터 하게 된다.

우리 아이도 어른들이 하는 말들을 듣다 처음 듣거나 왠지 어른스럽다 싶은 말들이 있으면 한 번씩 따라 한다. "내가 살 수가 없다" 라는 말을 내뱉는 5살짜리 아이를 보고 식은땀이...(여기서 잠깐!! 이 표현은 내가 평소에 쓰는 말은 아님...) 아이에게 그런말 쓰지 말라고 열을 낸 후 말의 뜻을 알려주니 아이도 그런 뜻인지 몰랐다고 한다..여기저기서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인지라 우리 아이가 어떤 말을 선택하고 어떤 생각을 담아 언어를 선택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어른들이 함께 언어에 대해 민감성을 가지고 바람직한 쪽으로 언어의 줄다리기를 해서 이겨야 자라나는 세대들도 그리 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언어의 줄다리기>는 나도 세상에 많고 많은 언어들을 선택할 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하게 한 좋은 책이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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