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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헤르만 헤세, 안인희 옮김) | 서평/리뷰 2021-06-2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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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저/안인희 역
창비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말이 필요없는 헤르만 헤세의 글과 간간이 곁들어진 삽화가 잘 어울리는 예쁜 책.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창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헤르만 헤세가 쓴 나무에 대한 글들을 발췌하여 모아 놓은 책입니다.

책 크기부터가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크고, 표지엔 예쁜 복숭아나무가 그려져 있으며 책등에는 초록색과 금색이 잘 어우러져 있는 예쁜 책이어서 읽기도 전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구나 잘 알듯,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등의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며,

1946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대문호입니다.

 

같은 식물을 보고 같은 생각을 했더라도 헤세는 다르게 표현했을 것 같긴 하지만,

말 못하고 우뚝 서 있는 식물을 보고 때론 의인화하고 때론 깨달음을 얻는 헤세의 문장을 보면

그가 식물을 정말 좋아해서 틈나는 대로 식물을 많이 관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가 전하는 작고 소박한 기쁨과 위로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가 섬세하게 꽃피워낸 시와 에세이'라는 책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나무와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18편의 에세이와 21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세이 한 편 한편은 그가 소재로 삼은 식물을 관찰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알찬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호흡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적당히 짧은(?) 길이의 에세이라 쉼없이 읽어갈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에세이만 쭉 붙어 있으면 독자 입장에선 지루할 수 있으니 편집자님이 중간중간에 한 두 페이지 정도 길이의 시를 삽입해 주신 것 같은데, 그런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러나 헤세의 글과 어우러져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사이사이에 하나씩 들어가 있는 한수정님의 예쁜 삽화인 것 같습니다.

표지의 복숭아나무 그림도 사실적이면서도 색감이 너무 예뻐서 반했는데,

본문 중간중간에도 이런 예쁜 삽화가 툭툭 튀어나와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식물을 묘사한 문장들 중 인상깊은 구절들을 일부 발췌해 보았습니다.

 

나뭇잎은 바람에 펄럭이며 성숙하게 미소 짓고는 싸움조차 없이 떨어져 흩날렸다. (중략) 이 놀랍고도 감동적인 광경에서 내게 무언가 계시가 나타났던가? 그것은 자발적으로 쉽게 이루어진 겨울 잎의 죽음이었던가? 그것은 생명이었나?  (중략) 이제 늙은 나도 펄럭이며 떨어져 내리라는 경고였던가? (중략) 아니다. 그것은 모든 바라봄이 그렇듯 위대하고 영원한 것이 눈에 보인 일, 모순들의 붕괴, 즉 모순들이 현실이라는 불꽃에 녹아 없어짐이 눈에 보인 일이었다.                               - 24~25쪽 

 

특히 아래의 구절은 헤세 본인이 산문과 시로 각각 다르게 표현한 적이 있음을 언급한 구절입니다. 

 

부드럽게 빛나는 속삭이는 입사귀를 지닌 기백 있는 이 나무의 우듬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꼿꼿이 서서 자신의 힘과 초록색 청춘을 기뻐하면서 수평저울의 작은 지침처럼 바르르 떨고, 장난질하듯 바람에 밀려 구부러졌다가는 도로 튕겨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나중에야 이미 수십년 전에 복숭아나무 가지에서도 이런 현상을 똑똑히 목격하고 '꽃피어난 나뭇가지'라는 시에서 묘사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27쪽

 

바로 뒷장의 시 '꽃피어난 나뭇가지'에서도 일부 발췌했습니다.

 

꽃피어난 나뭇가지, 바람에

이리저리 언제나 애쓴다.

밝은 날과 어두운 날 사이에서

의지와 체념 사이에서

내 마음 아이처럼

위로 아래로 언제나 애쓴다.

                      -28쪽

 

개인적으로 제가 이 책에서 제일 좋아했던 글은 '보리수꽃' 이라는 에세이인데,

아래의 구절이 읽는 순간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나뭇가지에서 부지런히 꽃을 따서 모으는 여자들은 호흡 곤란이 오거나 열이 날 때 그걸로 차를 만들기는 하겠지만 거기서 가장 좋은 것, 실로 섬세한 것을 얻지는 못한다. 여름 저녁에 후덥지근하고 달콤한 도취상태에 빠진 연인들도 그것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지나가면서 깊이 숨을 쉬는 떠돌이 방랑자는 그것을 얻는다. 방랑자는 모든 즐거움 중에 최고의 것, 가장 섬세한 것을 얻는다. 즐거움을 맛보는 것 말고도 모든 즐거움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중략) 많은 여행자들이 해마다 같은 장소를 찾아가고 아름다운 광경과 작별하면서 머지않아 다시 오리라고 결심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아마 좋은 사람들일 테지만 훌륭한 방랑자는 아니다. 그들은 연인들의 후덥지근한 도취가 지닌 요소, 보리수꽃을 따는 여인네들이 지닌 조심스러운 수집광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진지하게 즐거움을 만끽하고 작별하는 조용한 방랑의 감각을 갖지는 못했다.

                                                                                               - 79~80쪽

 

 저 역시 아름다운 광경이나 풍경을 보면 '다음에 다시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제 재방문 여부와는 상관 없이), 저 구절들이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물뿐만 아니라 그 식물들과 여러 형태로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을 보고도 삶의 교훈을 이끌어 내는 헤세의 철학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구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에 아이를 낳아 신생아를 돌보고 키우면서

아기를 보는 기쁨과는 별개로 밖에 나가지 못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몸도 지치고 힘들었었는데,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과 한수정님의 예쁜 그림을 보니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무에 대한 헤세의 생각을 잘 드러내는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나무는 우리보다 오랜 삶을 지녔기에 긴 호흡으로 평온하게 긴 생각을 한다.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동안에도 나무는 우리보다 더 지혜롭다.

                                                     -11쪽

 

 

*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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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인 더 미러(로즈 칼라일) | 서평/리뷰 2021-06-0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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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걸 인 더 미러

로즈 칼라일 저/남명성 역
해냄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뻔한 것 같은 설정이지만 뻔하지 않은 전개. 왜 출간 즉시 인터내셔널 베스트셀러 1위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로즈 칼라일 작가의 장편소설 ‘걸 인 더 미러’를 읽었습니다. 

‘출간 즉시 인터내셔널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10개국 판권 계약/드라마 제작 확정’이라는 띠지의 글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과장 좀 보태서 뒷일이 궁금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지금 보니 작가의 이름이 ‘로즈’ 칼라일이네요.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리스(붓꽃)’ 인데, 그 쌍둥이 언니가 ‘서머 로즈’ 입니다. 

쌍둥이의 어머니는 원래 서머만 태어나는 줄 알고 있어서, 딸 이름은(미들네임까지) 서머 로즈로 짓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아이리스가 서머와 붙은 채로 나왔다고 합니다. 

아이리스란 이름은 병실에 있는 붓꽃을 보고 지었다고 하네요;

 

어쩌면 이 쌍둥이 자매의 운명은 이때부터 어느 정도 정해져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언니에게는 ‘장미’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본인의 이름은 그냥 병실에 있던, 향기도 없는 아무 꽃에서 따온데다, 언니와 붙어 있던 장기를 가르는 바람에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부모님조차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동일한 외모를 가진 쌍둥이임에도, 아이리스는 항상 언니 서머가 더 예쁘고 미소가 더 화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으로 아이리스는 이혼을 준비하고 있고, 언니는 완벽한 남편과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리스는 모든 면에서 언니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언니를 부러워하고 질투할 수 밖에 없는 아이리스의 마음이 드러나는 구절들입니다.

 

… 나는 간과 췌장, 비장 같은 모든 장기가 반대쪽에 있었다. (중략) 하지만 서머의 몸은 모든 것이 정상이다. 서머는 완벽했다.

-11쪽

서머는 신경 쓰지 않은 것들조차 나보다 먼저 손에 넣는다.

-28쪽

어딜 가든 서머는 하늘의 태양이었다. 봄날 처음 피어난 장미였다. 그리고 나는 서머의 그림자, 닮은꼴, 최고의 액세서리였다.

-61쪽

 

그리고 저 두 쌍둥이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일이 생깁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가 될 수 있어 생략합니다..)

 

우리는 쌍둥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머가 더 아름다웠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다. 만일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그걸 망가뜨린 건 아버지의 마지막 행동이었다. 아버지가 죽은 뒤 서머와 나는 다른 쌍둥이와 같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우리 둘 모두가 모든 걸 차지할 수는 없다고 가르쳤다. 우리는 한 인생을 나누며 살 수밖에 없었다.

-35쪽

 

다시 읽어보니 저 부분이 어마어마한 복선인 것 같네요..;; 

 

그러나 주인공 아이리스는 언니 서머를 무작정 질투만 하진 않습니다. 

아이리스는 서머를 '천사'라고 여기며, 내면이 아름답고 착해서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 그렇지만 나는 사심 없이 걱정하는 척하거나 쌍둥이 언니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걱정하는 척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대목이었다. 서머는 그런 척하는 게 아니었다.

-99쪽

서머는 나를 찬양하고 있다. 내가 인생을 엉망으로 살고 있음에도 나를 동정하거나 우월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서머는 나를 여왕처럼 대한다.

-118쪽

 

그러다 일련의 사건 때문에 쌍둥이 자매는 단 둘이서 요트 항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요트에서 둘의 인생을 바꿀 사건이 벌어집니다. 언니 서머가 밤중에 요트에서 추락한 것입니다.

여기서 작가는 아이리스의 복잡한 심경을 잘 보여줍니다.

 

나는 서머를 사랑한다. 남자든 여자든 다른 누구도 절대 서머만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서머가 내 쌍둥이 언니여서 사랑하는 것이다. 서머를 위해 사람을 죽일 수도,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대신 죽을 수도 있다.

서머를 찾아야 한다.

-147쪽

더는 서머의 거울이 되기 싫다. 나는 서머, 완벽한 쌍둥이, 제대로 된 사람이 되고 싶지만 혼란스럽다. 내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159쪽

 

그러다 아이리스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합니다. 

언니인 서머 행세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머는 내게만 죽은 사람이다. 나를 제외한 세상 모두의 눈에 서머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

-171쪽

쌍둥이는 나이를 먹으면서 서로 달라지지만, 이제 그럴 일은 없다. 서머와 아이리스는 이제 태어난 순간으로 되돌아갔다. 그들은 다시 한 사람이 되었다.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 이름은 서머 로즈다.

-189쪽

나는 서머를 정말 사랑했다. 내가 저지른 짓이 잘못이라는 건 알지만, 서머는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 나는 서머의 어머니, 아들 그리고 남편이 그녀의 죽음 앞에 슬퍼하게 될 상황에서 그들을 구했다. 누구라도 그러길 원했을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최악인 것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쓰라린 슬픔으로 고통받게 되리라는 걸 아는 것 아닌가?

-289쪽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자세히 인용하면 스포가 되겠지만, 

이 소설의 줄거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서머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소녀였다. 가끔 불친절하기도 했다. 어쩌면 잔인했을 수도 있다.

-374쪽

 

서머(로즈)와 아이리스, 두 쌍둥이 자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 반전은 정말 꼭 책을 읽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글 쓰는 언니가 있는 작가가 언니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후반부 줄거리를 구상했기에 반전을 거듭한 결말이 더 탄탄해졌던 것 같습니다.

또 1년간 요트 항해를 했던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소설 속에 실감나게 녹여냈고,

자매로서 본인과 언니의 경험 및 쌍둥이인 숙모의 조언을 받으며 쌍둥이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점 역시 몰입감을 높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소재는 뻔한 것 같으면서도 줄거리는 뻔하지 않은 스릴러였습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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