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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 - 서영동 이야기(조남주) | 서평/리뷰 2022-01-2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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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저
한겨레출판 | 2022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정말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 몰입감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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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본 기사에서,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우리나라 소설이 <82년생 김지영>이라고 하더군요.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119/111311471/1

 

이 메가히트작의 조남주 작가님이 새로운 연작 소설로 돌아왔습니다. <서영동 이야기>라고, 소설의 배경은 서울에 있는 가상의 동인 서영동이지만, 사실상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였네요. 서울에 살지 않는 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보고 들은 적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가제본을 받아 이 연작소설집에서 총 세 개의 단편을 읽어봤는데, 정신없이 읽다 보니 세 편은 어느새 끝나 있고.. 뒷이야기들도 너무 궁금해서 책을 사 보든지 해야 할 것 같아요 ㅠ

 

제가 읽은 가제본이에요!

 

조남주 작가님 소설의 매력은 '리얼리즘'인 것 같습니다. 정말 내 이야기 같거나, 혹은 우리 주변에서 꼭 몇 명씩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것 같구요. 이번 <서영동 이야기>도 그랬습니다. 연작소설집을 여는 단편 '봄날아빠(새싹멤버)'는 지역 카페에 가입해서 집값을 올리기 위한(?) 글을 시리즈로 올리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일단 봄날아빠가 누구일지를 추측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여러 인물들의 배경이 나오면서, 이 인물들이 각자 '이 사람이 봄날아빠일 거야'라는 추측을 내놓거든요. 이 소설집의 끝에선 그 정체가 밝혀질지 모르겠습니다만, '봄날아빠(새싹멤버)' 단편이 끝날 때까진 봄날아빠의 정체가 밝혀지진 않았네요. 그리고 '봄날아빠'가 올리는 글들이 너무 어디선가 읽어본 것만 같았어요. 예를 들면 이런 글.

 

좋아요랑 댓글도 깨알같이 있네요

 

제가 한때 들어가보던 부동산 카페에 올라왔던 글들 같았어요. 요즘은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보니, 다들 집값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줄줄줄 문장으로 쓰지 않고, 이렇게 누군가 썼을 법한 글로 대체해서 보여주니 더 와닿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봄날아빠'는 이런 글들을 시리즈로 올리고, 이에 따라 서영동 주민들은 동의하기도 하고 반목하기도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고, 봄날아빠가 올린 정보를 바탕으로 그가 누구일지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 명의 아파트 집값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나오는데요, 그 중 특히 말만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말고 다른 아파트에까지 가서 민원을 넣는 등, 집값을 지키기 위해 동에번쩍 서에번쩍하며 발로 뛰는 어느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몰랐던 세계이지만, 당연히 현실에서도 존재하겠죠?

 

그리고 그 다음 단편 '경고맨'은 뭐랄까.. 저를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어요. 이 단편은 서영동 대장 아파트에 사는 유정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본인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일을 별로 해 본 적 없는 금수저 남편과 결혼한 유정과 남편간의 미묘한 갈등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유정의 아버지가 갑자기 경비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어요. 사실 그냥 흥미롭다기보단 좀 불편했습니다. 최근 여러 번 이슈가 되었던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인 것 같은데, 경비 역시 다른 아파트에선 주민이고, 누군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잊은 듯한 주민들의 이야기가 나와서 안타까웠어요. 이런 주민들에게 일침을 날리기 위해, 정확히는 일침이라기보단 '적당히 좀 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경고를 붙이는 경비가 나타났고, 이 사람을 지역 카페에서 '경고맨'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죠. 그 경고맨이 조롱거리가 되는 걸 보며, 뭐든 공론화하는 것의 단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힘없는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면에서는 공론화에 분명 좋은 점이 있지만, 이를 악용해서 '나한테 거슬리면 올린다'는 식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구요.

 

어쨌든 이 단편을 읽으면서 우리 아파트에서 경비를 서 주시는 분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금껏 경비실에 연락도 한 번 해본 적 없고, 처음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와 부모님이 오셨을 때 외부 차량 신고 때문에 가 본 것 말고는 경비실에 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좀 더 죄송한 마음도 들었어요. 저녁마다 전체 방송을 해 주시고, 분리수거 때에는 수시로 나와서 쓰레기들을 정리하시는 그 분들께 음료라도 한 병 갖다드릴 걸 그랬다 하는 생각도 했구요. 사실 저번에 지나가다 어떤 주민분이 경비실에 음료를 드리는 걸 봤었거든요. 그땐 '나도 나중에 한 번 드려봐야지' 해놓고 아직 실천에 옮긴 적이 없다는 게 갑자기 떠올랐어요.. 이런 생각에 혼자 마음에 빚진 것처럼 경비 아저씨들을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를 하고 있어요. 눈이 마주치지 않고, 다른 곳을 보고 계시더라도 '안녕하세요' 라고 소리내서 인사를 했어요. 제 딴엔 고마움을 담아서 인사했는데, 마음이 전해졌을지는 모르겠네요; (물론 마음을 전하려면 음료 같은 걸 드리는게 낫겠죠..? 다음 주 중엔 꼭 드려야겠습니다 ㅠ)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제가 관심을 갖고 읽었던 단편(말 그대로 Last but not least!).. '샐리 엄마 은주'가 있네요. 이 단편은 처음에 카페에 글 썼던 '봄날 아빠'로 의심받는 새봄이네 가족에 대한 이야기예요. 새봄이가 일반 어린이집에서 자꾸 혼자 겉돌고, 다른 아이들 눈치를 보며 아이들에게 끼지 못하는 모습을 본 엄마 은주는 비싸지만 선생님이 더 적은 수의 아이들을 케어해 주는 영어유치원에 새봄이를 보내기로 합니다. 일단 이 부분부터 마음이 아팠어요.. 만약 저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그렇게 한다면, 그리고 그 모습을 제 눈으로 봤다면 저는 몇날 며칠 잠을 못 잘 것 같은데 말이죠 ㅠㅠ 회사도 며칠 휴가 쓰고 아이 마음을 달래주려 노력할 것 같아요. 그런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이런 일을 실제로 겪는 부모님들은 어떠실까요? 여기까진 막힘없이 술술 읽다가 이 부분에서 한동안 멈칫하고 머물러 있었어요.

 

어쨌든 새봄이는 영어유치원에 가며 '샐리'가 되고, 은주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어유치원 총회에 참석해서 엄마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에도 비공식 학부모 대표를 맡았던 어떤 엄마가, 이번엔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또 엄마들을 소집하고 자연스레 또 학부모 대표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은주는 이 엄마의 아들이 새봄을 자꾸 물어서, 새봄의 몸 곳곳에 잇자국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런데 이상하게 선생님은 가해 아이를 감싸고 도는 것 같습니다. 아이 엄마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원한다면 자기 아이를 전원시키겠다고까지 했지만, 은주는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합니다. 부모답게, 아직은 너무 어린 그 아이의 인생도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또 그 아이를 감싸는 선생님과 원장, 그 아이가 나가고 나면 궂은 일을 맡아 줄 엄마가 없어진다는 다른 학부모들의 걱정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저도 은주의 입장이 되어 실컷 고민을 해 봤습니다. 정말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더군요.. 상식적으론 가해자는 벌을 받아 마땅하고 그게 당연한 거지만, 현실은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일이 생기나 봅니다.

 

그러다 은주는 가해 아이 엄마의 정체를 알아보게 돼요. 이 부분까지 다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것 같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이 단편을 읽으며 제가 했던 생각은, 정말 솔직하게, '아이를 어디 보내야 하지?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할까?'라는 생각이었어요. 아이가 없었을 땐 '돈도 비싸다는데 뭘 영어유치원씩이나. 그런데 안 보내도 할 애는 다 하겠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제 아이가 태어나니 달라지네요. 당장 복직하면 하루종일 저와 함께 있던 아이가 이제 친구들과 선생님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데, 적응을 잘 해야 하니 아이 대 선생님 비율도 중요하고, 식사와 간식은 뭘 주는지도 중요할 거구요. CCTV가 있는지도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저는 '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땐 이런이런 부분을 꼭 체크해야겠구나' 하게 되네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던 연작소설집이었습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적이다보니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었네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그리고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뒷부분이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가제본에 좀 더 들어있었으면 좋았을걸.. 그래도 이 이야기를 빨리 읽어볼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겠죠? 어쨌든 <서영동 이야기>는 꼭 마저 읽어봐야겠어요. 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제 주변의 이야기 같기도 하니까요.

 

 

*하니포터 2기로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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