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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삶이 될 때(김미소) | 서평/리뷰 2022-04-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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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어가 삶이 될 때

김미소 저
한겨레출판 | 2022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계속 공감하며 읽었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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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설마'했다. 왠지 내 이야기랑 비슷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제목이었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그렇게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은 많이 없었기에.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거의 내 이야기'라고 봐도 될 법한 책이 되었다.

 

나는 어릴때부터 외국어 배우기를 좋아했다. 대여섯살 때부터 내 꿈은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거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무슨 책인가를 읽고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때부터 내 꿈은 통번역사였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그 쪽 계열로 갔었고, 그때만 해도 영어통역사만을 생각했었으나, 영어만 해서는 큰 비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정말 많으니.

그래서 나는 희소한 제2외국어를 전공언어로 선택했고, 지금 나는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그 제2외국어 동시통역사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전에, 내 첫 외국어는 영어였다. 어릴 때부터 영어공부를 너무 좋아했었고,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런 성향은 바뀐 적이 없었다. 대학생 때는 미리 준비해둔 어학 성적을 활용해서 미국 교환학생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랬기에 이 책 저자의 삶, 특히 미국에서 좌충우돌하며 영어를 습득하고, 성인이 되어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고찰에 더욱 깊이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더 공감했거나, 더 반가웠거나, 더 생각해 보고 싶어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던 부분들은 아래와 같다.

언어를 배우는 데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그 언어와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다. 사람은 지식이나 능력을 들고 다니는 컴퓨터가 아니고, 제2언어 역시 뇌 안에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능력이 아니다. 사람들은 언어를 배워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사회와 교류하며 삶ㅇ르 꾸려간다. 이처럼 언어는 관계, 사회, 삶 속에 존재한다.

34쪽

성인이 되어 배우기 시작한 제2외국어를 동시통역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는 데 내가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배운 영어와는 비교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영어를 했을 땐 미국에 오래 살다온 교포인 것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그 제2외국어를 했을 땐 그런 말을 들어보진 못했다. 그렇지만,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배울 수는 있는 거다.

 

내가 말하고 싶은 이미지가 이미 내 머릿속에 있더라도, 어떤 언어로 풀어내고 싶은지에 따라 어느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 말해야 하는지가 달라진다. 언어가 강제하는 자질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언어에 따라 세상을 인식하는 법이 약간 달라질 수 있다.

65쪽

이 말에는 나도 공감한다. 나 역시 한국어를 쓰는 나 자신과 영어를 쓰는 나, 그리고 제2외국어를 쓰는 나 자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기에. 그렇지만 '이중언어자는 각 언어의 문화에 맞는 행동양식을 따르게 되는 것(66쪽)' 이라는 말을 보니, 나도 성격이 바뀌었다기보단 그냥 그 언어의 문화를 따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에일리언(alien)

114쪽

내가 미국에서 듣고 처음엔 가장 이질적으로 다가왔던 단어. 물론 나도 알고 있었다. alien이 꼭 외계인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걸. alien은 외국인을 뜻하기도 한다는 걸. 그렇지만 foreigner이 아닌, 그 단어를 볼 때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나를 외계인 취급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한 게 역시 나 뿐만은 아니었구나, 하며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영어는 우리를 어떤 문화에도 속하지 않는 공간으로 데려다 줄 수 있다. 영어는 우리의 손발을 묶어놓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한 국가에 얽힌 문화나 관계에서 해방시켜주기도 한다.

171쪽

정말 공감했던 문장. 나 역시 영어나 전공 제2외국어를 쓰면서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꼈었는데, 그게 이런 이유에서였나 싶었다.

나는 영어를 직접 쓰려고 공부하는 걸까, 혹은 남을 줘서 다른 걸 얻으려고 공부하는 걸까? 스트레스가 심하다거나, 내 영어 공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한 번쯤은 나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 걸 얻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건지 점검해 보는 것도 좋다.

221쪽

사실 나는 언제나 영어 공부가 즐거웠다. 고등학생 때는 지루한 수능 공부 중 영어를 도피처나 해방구 정도로 생각할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던 덕에, 고등학생 때도 그 이후에도 항상 영어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왔다. 그렇지만 이제 아이 엄마가 되었기에, 내 아이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만약 아이가 영어 혹은 제2외국어 공부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내가 정말 공감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내게 필요했던 문장들이 가득한 에세이였다. 이번 한 번 읽고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계속 꺼내볼 것 같은 에세이.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 2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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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윤이나) | 서평/리뷰 2022-04-1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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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윤이나 저
한겨레출판 | 2022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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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땐, 그냥 삶에서 우러나온 교훈(?) 들을 쓴 여러 에세이 중 하나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에세이는 요즘 핫한 OTT 작품을 감상하고 쓰여진, 감상 후기 같기도 한 에세이다. 처음 목차를 펴 보고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지만, 그 기쁨도 잠시.. 내가 아예 볼 생각이 없는 작품에 대한 에세이는 상관 없는데, 아직 보진 않았지만 볼 예정인 작품들의 에세이도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책을 다 읽었다. 특히, 다른 분들의 추천을 받아 나도 앞으로 볼 예정이긴 하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던 <노멀 피플> 편과 <올리브 키터리지>까지 결국 읽고 말았다. 에세이 특성상 스포가 아주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모두 읽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시간과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청해 성장하고 변화한 내가 다시 이전의 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듯이, 한 세계의 문이 열리면 등 뒤의 문은 닫혀야만 한다. 이런 세계에서는 열린 결말이야말로 완전히 닫힌 결말일 테니까.

126쪽

평범한 우리는 문제를, 고통을, 상처를 끌어안고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채로 그저 매일을 살 뿐이라는 진실을 이 드라마가 보여줄 때, 올리브는 소설 속에서 걸어나와서 살아 있는 사람이 된다. 세상에, 내가 누구라고. 나는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오늘을 사는 사람인 것을.

234쪽

 

나는 그냥 시간이나 떼울 심산으로 보곤 하는 OTT 프로그램들을 보고도 누군가는 이런 에세이를 쓴다는 게 참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특히나 이런 퀄리티의 감상을 남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게(그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는 일인지도 알기에, 잘 읽히는 편인데도 이 에세이집을 앉은 자리에서 막 읽어갈 수는 없었다.

 

내가 본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안 본 것들에 대한 에세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앞으로 나도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을 하나 하나 직접 본 다음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온다면 더욱 깊이있는 독서가 가능할 것 같다.

 

+) 내가 전혀 볼 생각이 없던 작품도 궁금하게 만든 에세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뭘 봐야할지 고민인 분들은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선택하실 수도 있을듯.

 

 

 

*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 2기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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