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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 기본 카테고리 2022-10-3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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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폭풍이 쫓아오는 밤

최정원 저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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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가재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제목: 폭풍이 쫓아오는 밤

*출판사: 창비

*저자: 최정원

제3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이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던 웹소설이 종이책으로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창비에서 진행한 소설Y클럽에 참여하여 가재본을 제공받아 읽었다.

전해듣기로만 했지 웹소설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호흡이 꽤나 빠르다.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단숨에 진도가 나간다.

휴대전화로 보는 웹소설 특성상 이런 속도감이 중요할 것이다. 스토리가 복잡하거나 배경 묘사가 길어지면서 스토리 진행이 안 되면 휴대전화로는 읽기를 포기할 사람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주인공은 이서라는 여자 아이와 수하라는 남자아이다. 물론 한 명만 말하면 단연 이서가 주인공이다. 외딴 곳에서 곰인지 늑대인지 모를 짐승과 쫓고 쫓기는 스릴러 소설이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층이 타겟인 소설이다보니 주인공도 고등학생 아이다. 그리고 여기 등장하는 어른들은 대체로 나약하거나 위선적이거나 대놓고 악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행동에 자신을 대입해 보고 대리만족을 얻는다든지 현실의 자신과 비교할 수도 있겠다. 타겟 독자층이 명확하니 주인공도 그에 맞아야 할 것이다.

어른들로서는 이미 그러려니 하겠지만, 만화영화 속 주인공 중 열에 아홉은 어린 아이나 청소년일 테니까.

이 소설에서 또 한 가지 특징은 각자 가족과 얽힌 그늘진 과거를 가진 이서와 수하가 주인공인 것이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상 생활을 잘 누리지 못한다. 그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과거를 극복하게 된다. 소설은 외부의 괴물과 내면의 트라우마,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늘진 과거와 눈앞의 괴물은 어떤 점에서 동일한 대상을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과거를 피해서 살았고, 괴물을 피해서 다녔다. 결국 괴물에게 맞서며 과거의 그늘도 함께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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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 기본 카테고리 2022-10-2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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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저
창비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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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제목: 아버지의 해방일지

*출판사: 창비

*저자: 정지아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이렇게 시작하는 시작이 인상적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로 이작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이 연상되기도 했다. 물론 『이방인』에서와는 달리 이 소설의 처음은, 평생을 진지하게 산 주인공 아버지의 삶과 대조를 이루게 하여 '유머'의 요소를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은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저자의 아버지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빨치산의 딸』 이후 무려 32년 만에 쓴 장편소설이다. 물론 장편이 나오기까지 그런 긴 시간이 걸렸을 뿐, 그간 단편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썼다.

이 책은 아버지가 죽고 장례를 지내는 3일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3일 동안 장례식장을 방문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 관련하여 듣거나 주인공이 회상한 것을 토대로 이야기가 구성된다.

49쪽

“상욱아. 너 하염없다는 말이 먼 말인 중 아냐?”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고 박선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먹은 소주가 죄 눈물이 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고, 생전 처음 취했던 아버지가 비틀비틀, 내 몸에 기대 걸으며 해준 말이다. 고2 겨울이었다. 자기 손으로 형제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을 안고 사는 이에게 하염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열일곱 여린 감수성에 새겨진 무늬는 세월 속에 더욱 또렷해져 나는 간혹 하염없다는 말을 떠올리곤 했다. 다만 하염없이 남은 인생을 견디고 있을, 만난 적 없는 아버지 친구의 하염없는 인생이 불쑥불쑥 내 삶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곤 했다.

한 사람이 받아들이는 어떤 낱말의 의미는 국어사전에 있는 그것과는 다르다. 낱말에 대한 감수성은 그가 겪은 경험의 양과 질에 달렸다. 문득 내 글에 쓰는 낱말, 그것이 모여 이루는 문장, 그리고 문단, 완결된 글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 글은 얼마만큼의 힘을 가졌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글을 읽고 있자니 더 답답하다. 내가 쓰지 못하는 진짜 글이며, 시퍼렇게 살아 있는 낱말이다.

82~83쪽

“워째야 쓰까… 워째야 쓰까이.”

어머니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죽은 아버지가 아니라 곧 죽을 길수오빠였다. 곧 죽을 몸으로 죽은 자를 조문하는 마음이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심정은 어떨까? 그리고 그 몸으로 다른 이를 조문하는 심정은? 그래도 조문을 하는 것은 나서지 않는 것보다 낫다 여겼기 때문이리라. 그것이 어떤 연유의 판단에서건.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 값지다는 등의 말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사람이 주로 할까? 아니면 죽음은 먼 미래의 일에 불과한 사람이 주로 할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자신의 죽음이 눈앞의 일이 아니기에 그렇다.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이 하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심정은 결국 그 입장이 되지 않으면 짐작하기 어렵다.

110쪽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한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기억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속에서 긴 시간을 두고 변화가 없기도 하고 쉼없이 변하기도 한다. 사람은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그들의 생사와는 무관하다.

171쪽

빠가사리인지 은어인지 어른 손만 한 물고기 몇마리가 쪽대 위에서 힘차게 팔딱거렸다. 햇살을 받은 비늘이 금가루인 양 반짝반짝 빛났다. 늘 보던 반내골 개울에 저토록 신비로운 존재가 살고 있었나, 빠가사리가 빠가사리가 아니고, 은어가 은어가 아닌 것 같았다.

가끔 익숙한 장소, 익숙한 대상인데 달리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은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순간은 그리 흔하지 않다.

우리가 어떤 대상이나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눈은 얼마나 정확할까? 나를 바라보는 눈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외부에 정신이 팔려 자신을 보지 못하고 어떤 때는 외부의 존재를 바르게 보지 못한다. 어쩌면 제대로 보는 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181쪽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빠. 그 뚜렷한 존재를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불렀다. 아버지의 영정을 응시하던 그가,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가, 나를 보라보았다. 그의 흰자위가 붉었다. 나의 눈도 그러할 터였다. 작은 상욱이, 김상욱씨가 가만히 눈물을 훔쳤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부모님, 가족들은 어떤 모습인가? 그가 살아오고 살아가는 흔적들을 나는 알지 못한다. 모두 다 알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지만, 잘 알지 못한다는 것, 어쩌면 아는 것이 극히 적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한다.

죽은 아버지를 찾아오는 문상객을 맞으며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순간들을 맞으며 마침내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는, 소설 속 주인공을 보며 내 감정도 복잡해진다.

'빨치산'이라든지 '혁명'이라든지 하는 낱말들은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우리 세대와는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다. 또 이런 대립과 그로 인한 영향이 이어지던 시기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이런 문학 작품을 통하여 실제 그리 멀지 않지만 멀게 느꼈던 이야기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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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 기본 카테고리 2022-10-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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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로버

나혜림 저
창비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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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녹색 딱지(?)가 눈에 띈다. 저자는 소설집 『항체의 딜레마』의 출간에 '달의 뒷면에서'라는 단편을 통해 참여하였지만, 단독저자로 책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저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장편으로 출판사 청소년문학상을 받고 책으로 출간한 것이 꽤나 빠른 것 같다. 장편을 쓰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문학상을 받고 책으로 나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이 책은 청소년 대상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 중에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인 작품이 종종 있다. 그런 면에서는 『한밤중 달빗 식당』이라든지 『수상한 안경점』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언급한 두 소설보다는 조금 더 연령이 높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사건은 할머니와 어렵게 생활하는 정인이 앞에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며 시작된다. 알고보니 그 고양이는 악마였다. 그 중에서도 루시퍼. 악마는 정인이를 유혹하여 영혼을 빼앗고자 하나 결국 실패하고 쿨하게 퇴장한다. 숙박비 명목으로 택배로 선물도 보낸다.

청소년 소설이어서 그런지 이 책에 앞서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워낙 대단한 소설이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읽었다. 그러다 정인이의 행동이 일으킨 사고로 할머니가 크게 다치시고 그 이후부터는 꽤나 몰입해서 읽었다.

악마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꽤나 충격적이거나 비극적이 결말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는 청소년 소설이라 어쩌면 결말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결국 잘 해결되고 잘 사는 것이다.

또 여기서 등장하는 악마. 루시퍼라면 신이 빌런으로 등장하지 않는 한은 거의 끝판왕인데 너무 쉽게 등장해서 쿨하게 포기하고 떠난다. 되려 이런 고위급이라 그렇게 깔끔하게 물러설 수 있는 걸일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정인를 유혹하는 방법이, 좋은 옷이나 신발, 음식이 아니라 할머니와 관련된 것이라면 단번에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악마는 시종일관 정인이 자신의 호의호식으로 유혹한다. 그 점은 청소년 소설이라 내용을 단순하게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에 나온 몇몇 문장과 내 생각을 덧붙인다.

19쪽

“어쩌면 너랑 여기를 같이 쓸 수도 있겠다. 비슷한 처지잖아. 사람들은 우릴 싫어해. 자기들도 우리처럼 될까 봐 무서운 건지. 근데 문제는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거야. 귀신이나 뭐 그런 거라면 그냥 상상이겠거니 하고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데, 여기 진짜로 서 있으니까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 말이지. 그래서 화를 내. 눈에 띈다는 이유로. 그건 우리의 문제일까, 사람들의 문제일까, 아니면 세상의 문제일까?”

정인이가 한 말이다. 여기서는 정인이와 같은 처지가 될까봐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생각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불편한 마음에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려고 한다는 편이 더 와닿는다.

55쪽

“상상도 지나치면 병이다. 코끼리 뼈를 보고 짐승을 그리는 게 상상이라는 건데, 사람들 상상력이 지나쳐서 코끼리는 안 만들고 애먼 귀신을 만들고 요괴도 만들고 그랬지. 그러다 자기가 만든 귀시에 쫓기고 요괴에 잡아먹히고 그러는 거야.”

확실히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생각이다. 나 역시 객관적인 외부 조건이나 모습을 분명히 알면서도 내가 만들어낸 상상에 괴로워할 때가 많다.

102쪽

“여기 이렇게 앉아 있으면 별꼴을 다 보고 별별 이야기를 다 듣거든. 어떤 사람의 이야기는 인생 막바지에서 시작해. 어떤 사람은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어떤 사람들은 1회가 시작한 줄도 모르고 어정거리다 1점도 못 내고 끝나 버려. 난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이야기는 언제 시작될까? 이미 시작되었나? 사실 대단한 어떤 것을 해야 이야기는 아니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 소망했으나 그러지 못한 날 모두 내 이야기다.

192쪽

“네 엄마 그렇게 보내고 너랑 둘이 집에 돌아와서는 어찌나 무섭던지. 어떤 밤엔 무서워서 잠이 안 오더라.”

“날 맡은 게 무서웠어?”

“아니.”

“할미가 늙은이라, 자고 못 일어날까 무서웠지.”

“어느 아침에 네가 일어나서 못 일어나고 누워 있는 할미를 볼까 그게 무서웠지.”

194쪽

“할미는 너랑 이렇게 한 끼 먹어서 좋다. 하기야 매 끼니가 좋았지.”

할머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뻔한 말이지만,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도 평범한 일을 함께하는 평범한 삶에서 나온다. 중요한 것은 사람 존재니까.

여기 등장하는 악마는 계속 '만약에'라는 말을 시작으로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 계약을 위해서는 '만약에'로 시작해야 했을까?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그건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의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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