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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눈 앞에 펼쳐지는 황홀경 | 기본 카테고리 2018-08-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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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언스플래시.jpg

                                언스플래시

 

 

그대의 영혼은 빼어난 풍경이기에
가면을 쓴 춤꾼과 광대들이 모여들어
류트를 연주하고 춤을 추지만,
기이한 가면 아래로 슬픔이 비치네.

 

사랑의 쟁취와 행운의 삶을
단조로 노래하나
자신들의 행복을 믿지 않는 듯하고,
그들의 노래는 달빛과 뒤섞여 흐르네.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요한 달빛은
새들을 나무 위에서 꿈꾸게 하고,
대리석 조각에서 내뿜는 높고 가느다란 분수는
황홀경에 흐느끼게 하네.

<달빛>, 폴 베를레느

 

프랑스의 시인 베를레느는 달과 관련된 시를 종종 남겼다. 그리고 여러 작곡가들이 그의 시를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프랑스의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달빛>이 그러하고,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바로 그 곡, <달빛>도 베를레느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2016년 여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는 드뷔시 <달빛>과 함께였다. <해피버스데이 드뷔시!>라는 공연의 사회를 맡으며 <달빛>을 연주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아닌 나로서는 꽤나 긴장되는 도전이기도 했다. 연주할 때에 악보를 잘 보지 않는 탓에, 5분이 조금 넘는 곡을 못해도 500번은 넘게 들었던 것 같다. 때로는 정말, 달빛 아래에서 그 곡을 들어보고 싶어 밤새 산책을 한 적도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는 부담도 잠시, 그렇게 여름 내내 한번의 지루함도 느끼지 못하고 나만의 <달빛>을 완성해나갔다.


사실 그토록 드뷔시의 음악에 더욱 푹 빠져서 연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그의 음악에 재즈적 요소가 다분히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재즈라는 장르는 음악사적으로 훨씬 나중에 탄생한 음악이지만, 드뷔시로 대표되는 “인상주의” 음악에 쓰였던 화음과 리듬에서 재즈에서 자주 쓰이는 선율과 코드 진행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전에서 낭만으로 이어지며 불문율처럼 사용되었던 전통적인 장/단조와는 달리, 인상주의는 조금 더 자유로운 악파였다. 특히 드뷔시는 당시 동양적인 화성에 매료되어 곡에 신비로움을 더했는데, 이는 현대 재즈에서도 많이 쓰이는 스케일이다. <달빛>을 시작으로 드뷔시의 다른 곡들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는데,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은 마치 재즈의 퍼즐 조각을 하나 하나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드뷔시의 음악은 여전히 내게 흥미로운 세계로 남아있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며 문화예술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새 음반이 드뷔시의 곡들로 채워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른 그 어떤 음반보다 더욱 큰 기대가 되었다. 화려한 음악회라기보다는, 오래된 박물관 내지는 미술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드뷔시의 곡들을,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재즈의 퍼즐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조성진의 연주를 실제로 본 적이 있었다. 시상식장에서 한 번, 그리고 갈라쇼에서 한 번. 사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후광효과를 차치하고서라도, 조성진의 연주는 꽂히듯 귀에 들어왔다. 굳이 표현하자면 처음으로 3D영화를 보았을 때, 그 느낌이었다. 그가 연주하는 음악은 평면 스크린을 뚫고 나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너무나 입체적인 3D영화 같았다.


이번 음반을 통해 다시 만난 그의 연주는 여전히 공간감이 풍부했고, 입체적이었다. 동시에 편안하고 따듯한 음악이었다. 궁금했던 <달빛>은 다른 어떤 연주보다도 유연하고 매력적이었다. 베를레느가 표현하고자 했던,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슬프고 외로운 달빛의 시상이 조성진의 연주를 통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드뷔시의 음악은 특히 귀로 들리는 선율보다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따듯한 색채,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해내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조성진의 드뷔시는 눈 앞에 펼쳐지는 황홀경 그 자체였다.


더불어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조성진의 드뷔시는, 나이가 들수록 빠르게 스쳐가는 듯 한 1년을 덤덤한 척 흘려보내려 했던 결심을 무너뜨리는 음반이었다. <달빛>을 들으며 걷고 또 걸었던 작년 여름처럼 음반을 듣는 내내 사색에 빠졌고, 시간을 붙잡을 기세로 2017년의 순간 순간을 곱씹어 추억하게 만드는 연주였다. 한 해를 마무리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조성진의 드뷔시 음반과 함께하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조성진 - 드뷔시: 영상, 어린이 차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외 Claude Debussy 작곡/조성진 연주 | Universal / Deutsche Grammophon
조성진 특유의 서정성과 다채로운 음색이 드뷔시의 인상주의 작품들과 만나 마치 피아노로 표현되는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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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신병동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 | 기본 카테고리 2018-08-0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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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1.jpg

            언스플래쉬

 

 

비합리적인 선입견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심한 우울증상으로 몇 주전부터 자살사고를 겪다 손목을 자해해 가족들의 발견으로 외래로 온 환자가 있다. 그냥 집에 보내면 반복할 위험이 있고, 다음에는 더 확실한 방법을 쓸 것 같아 강력히 보호병동에 입원을 권했다. 하지만 부모는, “보호병동이요? 우리 아이가 그 정도로 안좋나요? 거기는 미친 사람들만 가득한 곳이잖아요. 거기 들어갔다가 더 나빠지면 어쩌죠?”라면서 강력히 거부를 했다.

 

환자도 마음이 흔들린다. 혼자 집에 있다 보면 자꾸 자살사고가 치고 들어오고 도저히 물리칠 수 없을 것 같아 두렵다. 그러면서도 정신병동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장면들이 떠오른다. 소리지르는 환자들, 흰옷을 입은 보호사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환자를 끌고 가서 좁은 병실에 묶는 것. 공허하고 영혼이 나간 것은 환자들이 좀비 같이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기다란 복도.

 

“제가 안좋은 것은 알지만 입원은..”

 

결국 의사는 환자를 돌려보낸다. 어쩔 수 없이 자주 외래 진료를 오도록 예약은 하지만 조마조마할 따름이다. 그래도 약물치료를 하는 것은 받아들여서 다행인데, 약물치료의 반응이 확실히 오려면 1~2주는 걸리기 마련이라, 그 기간 사이에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

 

사람들의 선입관이 무섭다. 정신과 보호병동, 세칭 정신병동에 입원 하는 경험을 놀이동산 가는 것 같은 즐거움으로 경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도 입원은 하고 싶지 않다. 병원에서 아기를 순산하는 일 말고, 좋은 기억을 갖고 집에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특히나 정신병동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기괴한 곳으로 현실보다 훨씬 과장되게 묘사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 가서는 안될 곳으로 각인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절실하게 적극적 관찰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조차 회피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치료를 받지 않을 권리는 보장받아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비합리적인 선입견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지 못해 받을 불이익은 자칫 나중에 너무나 후회할 일이 될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 꽤 재미있는 책을 한 권 만나게 되었다. 이라하의 웹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다. 지금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현직 간호사가 환자들과 만난 경험을 웹툰으로 그린 것이다. 정신과 입원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학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의 한 병동을 정신과 입원 병동으로 쓰는 곳으로, 이곳은 비록 문이 닫혀 있지만 전체적 구조는 대학병원의 일반병실과 매우 유사하다. 두 번째가 정신과 전문병원의 병동이다. 이곳은 정신과 환자를 입원시킬 목적으로 설계가 된 곳으로 병실의 구조가 다르고, 병동은 생활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병원건물 밖에는 담안 쪽으로 환자를 위한 휴식, 산책 공간이 마련된 곳도 많다. 이 책의 배경은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이곳에는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환자의 생활을 관리하는 보호사로 병동의 치료팀이 구성된다. 나 또한 대학교수가 되기 전에 5년 넘게 전문병원에서 근무를 한 적 있다. 그래서 이 만화에서 그려진 병동의 모습이 꽤 현실적이어서 옛날 기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났던 세 명의 환자가 등장한다. 물론, 충분히 개인정보는 알 수 없게 처리가 되었다. 부잣집 딸이고 판사의 아내지만 행복하지 않은 양극성 정동장애(세칭 조울병) 환자, 지능이 떨어져서 매번 문제를 일으키는 십 대 소녀, 망상의 세계에 빠져 현실의 어려움에서 도피한 사람이다.

 

 

언스플래쉬2.jpg

           언스플래쉬

 

 

정신질환과의 싸움 안에서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은 꼭 필요

 

프로이트는 조울증의 조증 증상은 사실은 우울증상이 깊어진 것의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고 한 바 있다. 두 병이 다른 질환이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이 넘어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첫 번째 사례로 나오는 오리나 씨의 조증이 왠지 슬프고 안쓰러워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런 정신역동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보였다. 그리고 자기 망상의 세계가 있는데, 이걸 무작정 깨버리는 것은 도리어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일단 본인은 행복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비록 거짓된 세계지만 그가 그 안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어쩌면 현실이 너무 가혹하고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망상이 있음을 인정하되 동의는 하지 못한다는 태도 정도가 적당하고, 서서히 자아의 힘을 길러 망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나가게 돕는 것이 치료진의 역할이다. 오리나의 사례에서 이런 이야기가 생생하게 잘 묘사되고 있다.

 

현직 간호사가 그린 만화라 우리나라의 지금 정신과 전문병원의 병동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 여타 다른 정신과를 다룬 만화들과 차별되는 점이다. 의사, 간호사, 보호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처음 증상을 갖고 입원을 해서 집중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좋아져 회복단계에 접어들면, 면회를 하고, 산책을 하고, 외출이나 외박을 한 후에 퇴원을 준비하고 사회에 복귀할 준비를 하는 과정을 잘 따라간다. 그리고, 간호사나 환자의 일과가 어떤지, 정신병동의 분위기를 오랫동안 생활해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디테일로 그려냈다. 이 웹툰을 보고나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기 입원했던 환자들은 처음에는 그토록 퇴원을 바랬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밖에서 경험한 현실의 냉혹함, 가족의 차가운 시선을 인식한다면 이 병동이 얼마나 따뜻하고 안전한 곳인지 더욱 절실히 깨달을 것 같아. 그러니 좋아져서 퇴원하라는 말이 두렵게 들릴지도 몰라’

 

그렇다. 대부분 정신과 환자들은 사회적 약자다. 이들이 평소 경험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편하고 익숙하게 지내는 그것과 매우 다른 것이다. 가족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고 언제나 지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고는 한다. 긴 정신질환과의 싸움 안에서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 가족과 환자 모두에게 일시적이지만 휴식과 안전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 많은 이들이 선입견으로 인해 이용을 해야할 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부담스럽지 않은 만화란 형식으로 우리나라 정신병동의 지금을 리얼하게 그렸기에 정신과 진료에 대한 문턱을 십 센티미터는 낮추는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라하 글그림/하지현 감수 | 위즈덤하우스
정시나라는 간호사를 통해 환자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때론 따스한 마음으로 위로하면서 환자들이 광인이 아니라 마음의 병을 치료 중이란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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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앤트맨과 와스프> 앤트맨(의 가족)이 줄었다가 커졌어요 | 기본 카테고리 2018-08-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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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의 한 장면

 

 

(* 영화 관람에 방해를 줄 만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는 읽어낼 거리가 꽤 많다. 앤트맨이 (크기가) 늘었다가 줄었다가 (세계를) 왔다 갔다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제기됐던 앤트맨 부재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아 전 세계 인류의 반을 없애버린 이후 역시나 멤버의 절반가량을 잃은 마블 히어로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세계를 재건(?)하게 될지에 관한 힌트도 제공한다. ‘앤트맨 2’대신 '앤트맨과 와스프’, 남과 여 슈퍼히어로를 나란히 배열한 제목은 이 시리즈를 비롯해 앞으로 마블 슈퍼히어로물이 남성 중심의 구성을 벗어나 여성 슈퍼히어로에 더 많은 지분을 할애할 것임을 시사한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슈퍼히어로물이되 가족 드라마와 결합한 <앤트맨과 와스프>는 2009년 마블을 인수한 월트 디즈니의 세계관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다.  

 

1. ’앤트맨’ 스캇 랭(폴 러드)은 현재 가택 구금 중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 팀 캡틴 아메리카 편에 합류하여 팀 아이언맨과 독일 공항에서 싸운 게 발단이다.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폭력 행위로 독일에서 구속되는 대신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지역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바깥 생활과 격리된 채 지내고 있다. 이때 찾아온 ‘와스프’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은 양자영역에 갇힌 아빠 행크 핌(마이클 더글러스) 박사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1대 와스프인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을 구출하는 임무에 합류를 강제(?)한다. 양자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필요한데 앤트맨과 와스프는 팀을 이뤄 이를 구하던 중 사물을 통과하는 페이징 능력을 갖춘 ‘고스트’ 에이바(해나 존-케이먼)의 저항에 직면한다.

 

2. <앤트맨과 와스프>는 제목만 남녀 성비 비율만 맞추지 않았다. 앤트맨과 와스프 각각의 활약도에서도 균형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현저히 기울어지지 않는 데 신경을 많이 쓴 눈치다. 물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아빠가 커졌어요’를 슈퍼히어로 버전으로 시연한 앤트맨이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중형 트럭을 스케이트보드 삼아 추격전을 벌이는 등의 눈에 띄는 액션을 선보인다. 그에 뒤질세라 와스프 또한 앤트맨은 갖추지 못한 양손 장착 블래스터와 날개 등의 신기술로 그에 못지않은 비중을 가져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는 거대 헬로키티 캔디 케이스 장면도 와스프(와 스캇 랭의 절친 루이스)의 차지다.

 

영화는 단순히 와스프의 존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줄거리에서 언급한 빌런인 듯 빌런 아닌 빌런 같은 고스트에도 사연을 부여한다. 또한, 1대 와스프의 등장을 2대 와스프를 돋보이게 할 액세서리 격에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임을 복선으로 깔아놓기도 한다. 그러니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후 4기를 맞이하게 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등장하는 인물의 선악이나 비중에 상관없이 여성과 소수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임을 <엔트맨과 와스프>는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2.jpg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의 한 장면

 

 

3. 앞서 ‘아빠가 커졌어요’의 슈퍼히어로 버전이라고 말한 건 오직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앤트맨>(2015) 때도 그렇지만, 이 시리즈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족 코믹 드라마 <애들이 줄었어요>(1989)와 <아이가 커졌어요>(1992)를 떠올리게 한다. 교수직에 있는 아빠가 물체 축소기를 만들어 아이를 줄였다가 다시 확대기를 만들어 본의 아니게 아이를 커지게 했다가 소동을 일으키는데 다시 본래 크기로 돌아오게 하면서 이들은 가족 간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애들이 줄었어요>와 <아이가 커졌어요>의 제작사 중 한 곳은 월트 디즈니다. 월트 디즈니가 2009년에 마블을 인수한 건 유명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월트 디즈니의 가족 드라마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은 <앤트맨> 시리즈다. 기껏해야 생계형 도둑에 불과했던 스캇 랭은 <앤트맨>에서 행크 핌 박사를 만나 앤트맨이 되면서 딸에게 멋진 아빠의 자격을 획득했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스캇 랭은 반대로 1대 와스프 재닛이 임무 중 ‘양자 영역’에 갇히면서 이산가족이 된 반 다인 가족의 결합을 돕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면서 획득하는 가치는 일종의 가족의 탄생이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슈퍼히어로로 짝을 이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정 관계의 기미를 모락모락 피운다. 그래서 <앤트맨과 와스프>는 ‘반 다인 가족의 재탄생’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앤트맨은 이 영화에서 몸만 커지는 게 아니라 가족 관계의 범위도 점점 더 커진다. 딸과 전처의 부부와 반 다인 가족까지!

 

4. 근데 양자 영역이라니?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의 세계로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진 영역을 말한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과학 자문을 맡은 물리학자 스피로스 미칼라키스(Spiros Michalakis)는 양자 영역을 두고 “캡틴 마블과 연관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자 케빈 파이기도 양자 영역에 관해 길게 덧붙였다. “양자 영역은 마블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 확장과 더불어 앞으로의 스토리에 큰 변화를 암시하는 발언이다. 어떻게? 이 질문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역들이 총출동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앤트맨의 배경과 직결한다. 여기까지. 이에 관해서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쿠키는 첫 번째 쿠키에서 벌어진 상황을 풀 수 있는 열쇠라는 생각도 든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사이즈’가 얼마나 더 크게 확장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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