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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을 위한 준비 | 예술/문학/여행 2009-09-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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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듄 3

프랭크 허버트 저/김승욱 역
황금가지 | 200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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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선 2권에서 시작된 2장이 끝난다. 2장의 내용은 하코넨과 황제의 손길에서 도망친 주인공 폴과 그의 어머니가 사막 한가운데로 도망쳐 그의 전사들이 되어줄 프레멘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정을 얻어 그들 안에 자리를 잡는 과정을 그린다.

2장에서 눈여겨 볼 것은 프레멘들의 독특한 문화이다. 물이 거의 없어 시체에서도 물을 재활용하고 이방인을 죽여 물을 탈취하는 그들의 절대적인 물의 부족때문에 만들어진 문화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저자가 묘사하는 프레멘 문화는 중동의 문화와 비슷하다. 물의 부족으로 즉 사막이란 환경 때문에 만들어지는 문화를 그리기 위해 저자는 중동의 문화코드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다.

물론 가끔은 비가 오는 중동의 사막과 달리 아라키스엔 비가 오지않는다. 비, 바다, 강이란 말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곳이니까.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저자가 그리는 프레멘의 문화는 중동의 문화를 연상시킨다. 절대적인 생존이 우선되는 환경에서 장식이 떨어져 나가고 앙상한 뼈대를 보이는 문화. 기독교와 회교의 공격적이고 독선적인 뉘앙스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리고 흔히 외부인들이 말하는 베드윈들의 잔인성과 야만성도 보인다.

그러나 베드윈들이 스스로의 문화에 대해 그들 삶의 방식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농경정착민족을 경멸하듯이 프레멘들 역시 긍지를 가지고 있다. 이책에서 그리는 그들의 삶에는 나름의 존중해 주어야 할 품위가 느껴진다.

한가지 더 언급할 것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대모가 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신비주의적 과정이다. 이슬람의 수피 전통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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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 예술/문학/여행 2009-09-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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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듄 2

프랭크 허버트 저/김승욱 역
황금가지 | 200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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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예고된 아버지 레토 공작의 최후가 일어난다. 2권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레토 공작이 원수 하코넨 가문의 계략에 어이없이 죽게 되고 1권에서 예언된 대로 어머니와 함께 아들 폴이 사막으로 피난하는 여정이 그려진다.

1권부터 2권까지의 플롯구조는 전통적인 설화의 스타일을 따른다. 고귀한 출생 또는 덕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모든 것을 잃고 적에게 쫓겨 시련을 겪게 되고 그후 성공한다는 플롯구조이다. 고주몽 설화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너무나 뻔한 구조이고 익숙한 구조이지만 많은 대중소설에서 반복되는 이유는 그 플롯구조의 매력 때문이다. 성공이야기가 잘 팔리는 이유도 그렇다. 대개 잘 팔리는 성공담이 무일푼 맨주먹으로 성공하는 이야기인 것을 보면 그런 이야기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플롯구조를 단순하게 차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소설이 명작으로 꼽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1권부터 2권까지 저자는 모든 고난이 예언된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1권 처음부터 그의 아버지에겐 죽음 뿐이고 아들에겐 삶이 열릴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고 아버지의 몰락이 배신자 때문이며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도 보여준다. 추리소설 기법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지만 도대체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밝히는 과정을 궁금하게 하는 기법. 그러나 이 소설에서 그러한 기법을 채용한 이유는 운명이란 분위기를 주기 위해서다. 주인공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은 출생이 고귀하다(방계황족)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인류라는 종족차원의 의식이 부여한 운명을 걷는자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기법이다.

이러한 느낌은 주인공이 사막으로 도망가면서부터 예지능력을 갖게 되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자신이 죽을 때까지의 미래를 본다. 아무 감정없이 그저 미래를 읽는다.

그러나 갑자기 그런 감각을 느끼게 된 주인공은 당황한다. 미래를 걷는 자라는 의미의 퓨쳐워커의 주인공과는 다르다. 미래를 읽는 이책의 무녀는 원래 태어날 때부터 미래를 본다. 그리고 그 미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퓨쳐워커에서 무녀는 자신이 끔찍한 미래를 겪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은 자신의 것이기에 되찾아야 한다고 울부짓는다. 그러나 듄의 주인공에게 미래를 읽는 능력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2권에서 아버지가 죽은 후부터의 부분은 주인공이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받아들이면서 겪는 혼란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한가지 아쉬움은 아버지의 죽음이 너무 졸속으로 처리된 것같다는 것이다. 1권부터 2권까지 레토 공작이 보인 모습은 귀족의 모범이었다. 부하를 사랑할 줄 알고 백성을 사랑할 줄 알며 죽을 자리일줄 알면서도 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찾아가는 사람. 아버지를 그렇게 설정한 것은 주인공 가문의 가풍으로 주인공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인데 그런 사람의 최후이면 휠씬 웅장한 비극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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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 | 수신/심리 2009-09-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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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힘내라, 내 인생!

퍼트리셔 라이언 매드슨 저/강미경 역
이마고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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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제목은 책을 망치고 있다. '힘내라 내 인생'이란 번역 타이틀만 보고 이책의 내용을 짐작해보라면 아마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흠 또 시크릿같은 류의 책이군. 힘낼 필요는 있지. 힘을 내지 않고 어떤 일도 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런 식의 책은 자위이상이 될 수 없지. 읽을 때뿐이야. 그냥 좋은 이야기구나 이상이 아니지.

그러나 이책은 쏟아져 나오는 그런 자위용 서적이 아니다. 이책은 지혜를 담고 있고 삶의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무게가 있다.

번역서의 제목이 그렇게 된 것은 Improvise란 단어 때문이다. 그대로 따르자면 이책의 원제목은 '즉흥연기의 지혜'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서는 감흥이 없다. 그러나 번역서의 제목은 완전한 오역이다. 저자가 붙인 원제목은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하지만 번역한 제목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이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연극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책에서 자신이 즉흥연기를 하면서 가르치면서 배운 지혜를 말하고 있다. 즉흥연기에 삶의 지혜랄 것이 있을까? 솔직히 즉흥연기가 어떤 것일지는 이책을 읽고 나서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학창시절 연극을 해본 입장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재즈를 떠올려보면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흑인들의 음악으로 태어난 재즈는 원래 불학무식한 사람들의 음악이엇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의 재즈 아티스트들은  악보를 읽지 못했다. 악보를 읽지 못한다고 연주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백인들의 음악과는 무언가 다른 공연방식이 필요했다. 그들이 개발한 나름의 방식이 Improvise였다.

재즈의 즉흥연주는 이런 식이라 할 수 있다. 연주자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을 연주한다거나 어느 연주자가 즉석에서 모티브를 제시한다고 하자. 그러면 모티브가 전개되면서 연주자 각자는 음악의 논리에 따라 변주를 한다. 그래야 음악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연주자들은 그 변주에 맞춰 리듬과 화음을 넣는다. 한 연주자의 변주가 언제 끝나는지는 명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그 변주가 끝났다고 인식할 때 다른 악기의 연주자가 변주의 주도권을 갖고 다시 변주가 시작되고 그 변주에 맞춰 연주자들은 리듬과 화음을 넣는다.

이런 과정은 연극이 즉흥적으로 공연될 때도 마찬가지이다. 공연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이런 즉흥연주 또는 연기는 물론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재즈 연주자들은 공연 사이의 시간을 거의 다 연습에 쏟아붇는다. 그렇지 않으면 즉흥연주를 할 수 있는 감각이 사라진다고 한다. 즉석에서 리듬을 맞추고 화음을 넣는 것은 소위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모티브 뿐 아니라 리듬과 화음 자체도 그 순간 순간 마다 변주되고 변주된 것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음악에 반응하고 음악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려는 즉흥연기의 지혜는 아마도 재즈 연주자들이 갖추어야 하는 바로 그 기본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이책의 챕터 제목들은 자기계발서에 흔히 나오는 주제들이 열거되어 있다. 긍정적 자세를 가져라. 평범하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라. 감사하라. 배려하라. 실수는 당연한 것이다. 등등

저자는 그러한 주제들을 자신의 즉흥연기 경험에 비추어 설명한다. 그런 것만으로보면 이책을 읽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책은 많다. 그러나 이책은 그런 책들 중의 하나가 아니다.

이책의 저자가 나열하고 있는 13가지 지혜를 모두 포괄하는 주제는 즉흥연기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이를 이책에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두단어로 요약하자면 영어로 흔히 하는 말인 here and now 즉 '지금 여기'란 말로 할 수 있다.

'지금, 여기'라고? 그게 무슨 깊이가 있는 말인가?하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려는 here and now는 그리 대단할 것이 없다. 흔히 하는 말처럼 지금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라는 말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혜는 언제나 평범한 말에 있다. 그리고 그 평범한 말처럼 깨닫기 어려운 말도 없다.

지금 여기란 말은 저자가 책 여러 곳에서 인용하는 선불교의 가르침으로 이해하는 것이 빠르다. 선불교의 황금기인 당나라 시대 조주선사는 단 하나의 주제만 가르쳤다.

어느날 어린 동자승이 조주선사를 찾아왔다. 동자승을 보고 조주선사가 말했다. "밥은 먹었는가?" "예" "그럼 설거지를 해야지." 그말을 들었을 때 그 동자승은 깨닫게 되었다.

10여년전에 읽은 조주선사의 화두중에서 기억나는 하나이다. 이 화두는 조주선사의 다른 화두들 처럼 평상심을 말하고 잇다.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설거지에 충실한 것. 그것 이상이 아니다. 이게 무슨 대단한 것인가? 대단한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진제)를 보라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보고 느끼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펜 2개가 있다고 하자. 같은 회사에서 만든 같은 모델이고 같은 색이니 같은 펜이라 봐도 된다. 그러나 두 펜이 동일할까? 물리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차이를 무시한다. 그래도 무방하고 그래야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이를 모두 인식해야 하고 알아야 한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현실을 단순화하고 추상화하고 개념화해 인식한다. 그것은 삶을 살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삶의 문제들은 바로 그 효율성을 위한 단순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보자. 누구나 남에게 화가 나고 서운해 하고 억울해하는 경험이 있다. 그러나 왜 화가 나고 서운해 하고 억울해 하는가? 그 이유는 대개 상대에 대해 우리가 잘못된 전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마땅히 나에게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는 기대가 어긋날 때 화가 난다. 그러나 나의 기대가 틀린 것이라면? 대부분 우리가 내는 화는 나의 기대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며 화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 화이다.

이책에서 말하는 지혜는 바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있는 그대로를 이해했을 때 무엇을 할 지 아는 능력이다. 즉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를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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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도입부: 낯설고도 익숙한 세계 | 예술/문학/여행 2009-09-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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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듄 1

프랭크 허버트 저/김승욱 역
황금가지 | 200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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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이란 작품에 대해 들은지는 10여년이 더 되었지만 읽어볼 마음을 내는데 또 그만큼 되었다. 지금까지 망설였던 것은 아마 할일도 많고 시간도 없는데 그런 소일거리에 시간을 쓸 수 있는가였을 것이다. 번역된 분량만 해도 300페이지짜리 18권이니 큰맘먹고 도전하는 각오가 아니면 손대기 힘든 작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는 간절기가 되면 사람도 지치고 뭔가 다른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큰맘 먹고 잡은 이 시리즈의 첫권은 기대대로였다. SF 사상 최고의 걸작이란 평가에 걸맞는 책이었다. 어릴 때 SF를 읽어본 경험으로는 SF는 범작일 때 SF라는 장르 자체가 주는 매력이상이 되지 않는다. 북미와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는 SF라는 장르는 한국으로 보면 무협이나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장르의 매력은 비현실성이다.

"사람은 30이 넘으면 소설을 읽지 않게돼. 현실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지." 지금에 와선 줄거리도 희미하지만 하일지의 데뷔작 '경마장 가는 길'에서 지금까지 기억나는 말이다. 어차피 종이장에 적는 어떤 것이든 현실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다. 한권의 책이 되려면 나름의 줄기가 있어야 되고 그 줄기가 만들어지려면 어쩔 수 없이 현실을 가지치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지치기된 현실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현실을 알게 되면 현실을 담는다는데 의미를 두지 않게 되고 현실을 떠난 상상력을 즐기게 되는 것같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어른들을 위한 환상을 제공한다.

지금도 아들이 쓰고 잇는 분량을 제하고도 아버지 허버트가 쓴 6권, 번역으로 18권이 되는 이 시리즈의 도입부가 되는 이책은 바로 저자가 수십년에 걸쳐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를 처음 만나는 곳이다. 그리고 이책을 처음 열었을 때 우리 앞에 펼쳐지는 세계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시공간이다. 지금으로부터 만년후의 우주로 뻗어나간 인류가 사는 세계는 지금과는 다르다. 아니 과거와 비슷하다.

공작이 있고 남작이 잇으며 서로 영지전을 하는 황제가 있는 세계. 귀족가문이 잇고 가신이 있으며 행성이 영지인 세계. 무기는 총과 칼이 공존하는 세계. 종교적인 도그마 때문에 인공지능은 전멸한 세계. 일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세계. 그러나 은하계에 걸친 우주여행이 있고 행성규모의 기후조절이 가능한 세계. 유전자조작에 의해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고 관리하는 세계. 여러가지가 시대착오적으로 섞여있어 기시감과 함께 흥미로운 이질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 세계로 들어가면서 독자는 저자가 이런 상상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어쩔 수 없이 깔릴 수 밖에 없는 그 세계만의 용어들과 언어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단어들의 의미를 찾아 책뒤의 단어장을 계속 봐야 한다. 10년도 더 전에 끝난 외국어공부를 다시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낯선 세계와 만나면서도 독자들에겐 그것이 기분좋은 흥미로운 낯섬으로 다가온다. 깊이있는 심리묘사 때문이다. 사람은 만년이 지나도 우주에 살아도 초능력을 가져도 예지능력을 가져도 어차피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니 인간은 인간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권만으로 이책이 그리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알수도 없고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러나 1권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시리즈가 상상력을 무기로 한 장르의 힘만이 아니라 가장 뛰어난 그 장르의 걸작들이 보여주는 힘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르의 걸작들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배경에 우리의 사고를 밀어넣어 상상력이 주는 즐거움과 함께 그 세계에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잇다.  그리고 1권에서 알 수 잇는 것은 이 시리즈가 그런 걸작이 갖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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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의 발견 | 경제경영 2009-09-2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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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

앤드류 펙,지니 맥글레이드 공저/유지훈 역
시그마북스 | 200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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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간의 차별성은 사실 이제 거의 없다. 수익을 올려 성장하기 위해선 차별화를 해 경쟁우위를 만들어야 하지만 문제는 무엇으로 차별화를 하는가이다. 기술우위도 별 의미가 없다. 품질도 평준화되엇다. 광고도 먹히지 않는다. 무엇으로 수익을 올릴 것인가? 이대로 가다간 수익은 영어로 razor thin 즉 면도날 두께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시장이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별의 별 말들이 쏟아진다. 불가능한 꿈인 블루오션이란 말도 그런 것이고 이책의 창의성도 그런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어느 때보다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혁신이기 때문이다. 혁신 즉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창의성이라 믿는 것이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돌연변이를 양산하는 능력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창조란 신만이 가능한 것이고 역사적으로 진정한 창조라 할 것은 손에 꼽는다. 현실적으로 크리에티브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라기 보다는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해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유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시장의 역사는 창의성의 역사이다. 전기, 반도체, 내연기관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는 패러다임 시프트와 같은 혁신은 몇번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수많은 개량들이었다. 워크맨을 만드는 것은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이튠과 같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수익은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잇다.

그렇다면 그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들게 할 것인가? 그것이 이책의 주제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잇다. 단지 그런 자원과 환경이 주어지지 않고 그럴 의욕이나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책은 그것을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이책의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잇게 하는 단계를 말한다. 인류학자들이 전혀 모르는 부족에 들어가 말부터 배우고 그들의 관습을 배우고 백지상태에서 하나 하나 몸으로 익혀가듯이 거리를 헤매면서 아이디어의 불을 켜줄 자극을 찾아 정찰한다, 그리고 그런 자극을 받아 아이디어의 불이 켜졌으면 그 아이디어를 숙성시킬 장소와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숙성된 아이디어를 밀어붙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등등 이런 정도가 이책의 내용이다.

평가

그렇다면 이책은 얼마나 유용한가 라는 질문이 남았다. 이책은 유용한가? 절대평가로 하자면 답은 '그다지'이다. 창의성이 발휘되는 단계를 설명하는 것은 유용하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이다. 이책이 제시하는 것은 큰 그림일 뿐이다. 구도만 잡힌 스케치에서 완성된 그림을 그리는 채색과정은 독자가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독자는 붓을 잡아본 적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이책만의 것은 아니다. 창의성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책보다 더 나은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창의성에 관한 다른 책들에 비하자면 이책은 나름 가치가 있다. 적어도 큰 그림을 실제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책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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