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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의 스냅샷 | 경제경영 2011-01-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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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11 대한민국 업계지도

머니투데이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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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가 대중화된 이후 연말, 연초면 이책과 비슷한 종류의 책이 여러종 나온다. 주식을 고르려면 당연히 그 주식이 대표하는 회사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나온 책이 이데일리에서 매년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판매에서도 이데일리 판이 가장 많이 나간다.

그러나 이데일리 판의 문제는 개별주에 대해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그 기업이 속한 산업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다. 개별 회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개별회사만 본다고 그 회사를 이해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그 회사를 이해하려면 그 회사가 속한 산업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산업에 속했는가가 그 회사 자체보다 그 회사의 실적이나 상황을 더 많이 설명하기 때문이다. 왜 올해는 실적이 좋았는지 또는 나빴는지 왜 임금수준이 정체되었는지 올랐는지 등은 그 산업 전체의 그림을 볼 때 더 잘 설명된다.

이책은 산업에 집중한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여러 산업들을 다룬다. 먼저 그 산업의 지난 한해 동향을 다루고 올해 어떨지 예상을 2페이지 정도로 정리해 보여준 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업계 순위에 따라 그 산업의 주요기업들을 기업의 재무, 몇 년간의 실적, 시장상황 등을 그래픽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간단한 구성이다. 그리고 간단한 만큼 그리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판형이 대학노트만하고 판형이 큰데도 글자가 작기는 하지만 2페이지 정도에 많은 내용이 담겨질 수 잇는 것도 아니고 나머지 내용은 그래픽이 주이기 때문에 역시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다.

그러나 이책의 의도는 산업에 대한 큰 그림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도에선 이책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몇 페이지 안되는 분량에 업계의 한해 동향을 알 수 잇고 업계판도를 수치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인터넷에서 어떤 것을 검색해 어떤 디테일을 찾아야 할지 알아야 하는데는 충분한 정보이다. 이데일리 판과 같은 책과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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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체제의 역사 | 경제경영 2011-01-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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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글로벌라이징 캐피털

배리 아이켄그린 저/강명세 역
미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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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영어가 언어로서 아름답다거나 단순하다거나 유용하기 때문에 세계공용어가 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적이 서로 다른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또 비즈니스 등에서 사용하는 빈도가 계속 증가하는 언어임에는 틀림없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같은 것을 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세계의) 공용어를 선택한다.” (J. Frankel)

통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통화일수록 더 편할 수 밖에 없고 다른 사람이 같은 통화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 그 기대 자체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된다.

지금 그런 통화는 달러이다. 그런 통화는 돈의 역사와 함께 했고 달러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달러의 그런 지위 덕분에 닉슨이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한 후에도 달러의 가치가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게 된 후에도 달러는 여전히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2차대전 이후 달러가 헤게모니를 쥐게 된 것은 종전 직후 “미국 이외에는 금본위제를 계속유지할 수 있는 국가가 없었고 따라서 달러화가 가치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뻔했기 때문이다.” (김기수) 기축통화는 가치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가치를 가져야 하며 누구나 동의하는 가치의 기준인 금과 고정된 비율(平價)로 교환되어야 한다. 파운드가 그랬다. 영국이 전쟁으로 몰락한 후 그럴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뿐이었기에 달러는 헤게모니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금으로 바꿀 수 없는 달러라면 “시장원리상 달러화를 기피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는 것이 달러패권의 핵심 내용이다. 미국 밖에 달러가 너무 많이 유통되어 기축통화의 위상이 사실상 굳혀졌다는 것이 중요했다. 엄청난 규모의 달러화를 각국의 통화당국이 보유하고 있었고 민간부문에서도 상당 규모의 달러가 유통되었으므로 닉슨의 충격적인 조치가 단행되었더라도 달러화를 소진할 현실적인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 전체가 이미 달러화에 심하게 ‘중독’되었던 것이다.” (김기수)

그렇기에 배젓은 “신용, 즉 통화는 스스로 성장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권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책의 주제는 어떻게 신용이 만들어지고 신용이 권력이 되는가이다. 저자는 국제통화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네트워크 외부성 모델의 진화 게임으로 설명한다.

“왜 유럽 국가들은 줄지어 1870년대에 금본위를 채택했는가?” 저자는 금본위제 자체의 장점때문이 아니라 말한다. 답은 간단하다. 영국이 금본위제였기 때문이다. 영국과 교역을 하고 자본을 수입하려면 영국을 따르는 것이 편리했다. 영국이 최대 시장인 “유럽 2위의 산업국인 독일이 영국을 따라 1871년 금본위제를 채택했을 때 금본위제는 다른 나라들에게 더 유혹적이 되었다. 과거 복본위제를 고수하게 했던 네트워크 외부성이 이제는 각 나라들을 금본위제로 끌어당겼다. 이 같은 연쇄 반응은 상업적, 금융적 이웃들이 공유하는 통화 표준을 채택하고자 한 각 나라들의 인센티브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전환은 네트워크 외부성 모델이 예측하는 것처럼 신속햇다.” 독일 인접국들이 먼저 독일을 따랐고 “다른 나라들도 뒤따랐다. 19세기 말이 되자 불태환 지폐를 사용하는 국가는 스페인 뿐이었다.” 금본위제의 연쇄반응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 “은이 풍부하여 은광업의 이해관계가 강력하던 남미에서조차 금태환을 제도화햇다. 이제 은은 중국과 소수 중미 국가들에서만 표준 화폐로 남았다.”

프리드먼이 지적했듯이 금본위제는 디플레이션을 일으키는 힘이다. 디플레이션을 피하려면 은을 같이 사용해 화폐량을 늘릴 수 있는 복본위제가 더 나은 선택이다. 그러면 “왜 복본위제를 복원하지 않았을까? 가장 크게는 네트워크 외부ㅜ성이 그러한 전환을 취하고자 하는 국가들에게 협력의 문제를 야기했다. 어느 일국의 전환은 다른 나라들이 동시에 취하지 않는 한 나라가 복본위제로 복귀한다고 해서 세ㅖ의 통화공급과 물가가 현저히 상승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왜 금본위제가 붕괴한 것인가? 게임 참여자의 인센티브 함수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복본위제에서 금본위제로 바뀔 때와 달리 금본위제에서 브레튼우즈 체제로 바뀔 때 게임 참여자들의 효용함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내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금본위제와 같은) 페그 환율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다른 목표를 위해 환율 안정을 포기하려는 압력으로부터 정부를 보호하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19세기 금본위제 하에서 그 같은 보호의 원천은 국내 정치로부터 정부를 절연시키는 것이었다. 20세기 정부들로 하여금 환율 안정을 다른 목표에 종속시키도록 하는 압력은 19세기 세계의 모습이 아니다. 투표권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고통받는 일반 노동자는 중앙은행이 통화 페그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에 반대하기 힘들다. 노조나 의회의 노동계 정당이 발전하지 않은 조건에서 노동자들은 환율 방어가 다른 목표를 위해 양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었다.”

“19세기; 고전 자유주의에서 20세기 사회적 자유주의로의 전환은 호나율을 방ㅇ어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 이점에 대해선 번스타인의 책을 리뷰할 때 자세히 다루었으니 더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여기서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사실상 금본위제이다. 그리고 그 체제의 공간은 복지국가의 시대였고 대외수지에 다른 정책을 종속시킬 수 없는 시대엿다. 그러면 브레튼우즈 체제는 왜 그렇게 오래 갔는가?

“브레튼우즈 국제통화체제의 붕괴는 불가피햇다. 신기한 것은 그것이 왜 그토록 오래갔는가이다.” 저자는 네트워크 외부성 모델로 설명한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취약성을 이해하는 한 방법은 그것을 과도적 체제로 간주하는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금본위제와 1971년 이후 법정 불환지폐 체제가 절충된 형태이다.

35달러에서 달러의 금 태환을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신뢰할 수 있는 한 달러나 금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국 외의 나라에게 달러에 페그할 수 있는 특권을 준 것은 금의 탈화폐화를 위한 첫번째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체제의 문제는 “세계경제성장은 국제수지조정과 국제거래충격을 흡수하는 데 사용될 국제 준비금의 확대를 필요로 햇다.” 그러나 금은 준비금으로 문제가 있다. 공급이 비탄력적이며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 세계가 대외 준비금을 더 확보하고자 하면 달러로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미국 밖에 달러 유통량이 미국의 금 준비금을 몇배를 초과했다. 그렇다면 온스 당 35달러란 두 자산의 상대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잇는가란 의문이 생긴다.

달러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면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로 가지고 있는 달러를 미국의 금과 바꿔 자산의 가치를 보존하려는 강한 유혹을 받는다. “의심, 공포, 유혹이 현실화되면 중앙은행들은 다른 은행보다 먼저 그리고 미국이 공정가격을 인상하거ㅓ나 공식 금 판매를 중단하기 전에 달러 준비금을 금으로 안전하게 바꾸려고 할 것이다.”

저자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이 체제가 그렇게 오래 유지될 수 잇었던 이유를 게임 참여자들의 카르텔 때문이라 말한다.

“35달러라는 금 가격은 미국에게는 국제 통화 및 금융체제의 핵심이엇다. 달러가 금에 대해 평가 절하되면 경쟁적인 평가절하가 무질서하게 반복되어 1930년대처럼 다자 체제에 대한 지지가 잠식될 수 있었다.” 문제는 미국의 통화팽창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금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미국이 국제 수지 강화를 위해 긴축 정책을 채택하여 금 준비금을 방어하게 되면 세계 경제늕 1929-3년과 같이 디플레이션을 겪었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준비금에 목마른 상태에서 국제 수지가 악화되면 곧바로 수입을 제한할 것이고” 그러면 유럽과 일본의 수출주도성장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브레튼우즈 체제를 보호하는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며 유럽과 일본은 그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의 카르텔을 형성햇으며 달러를 미국의 금 준비금으로 태환하는 행동을 자제햇다.

“이 체제가 작동했다는 점은 그 체제를 지탱하는 국제협력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국제 협력은 미국, 서유럽, 일본이 냉전 시대 동맹이었던 조건에서 발생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방위 부담의 많은 몫을 짊어지는 대신 달러와 브레튼우즈 체제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카르텔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교역규모가 증가하면 대외 준비금 수요도 당연히 증가한다. 이들이 달러를 더 많이 쌓아두면 둘수록 그리고 그것을 태환하려는 유혹을 억제하면 할수록 금에 대한 달러 비율은 올라가고 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금의 달러 가격 인상 폭은 더 커질 것이다.” 금의 현재 가격과 미래 예상 가격 간의 격차가 커질수 밖에 없었기에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1971년의 닉슨 쇼크는 예상 밖의 일이 아니었다.

책의 나머지 부분은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변동환율제와 유로의 등장, 신브레튼우즈체제로 불리는 글로벌 불균형에 대해 다룬다. 그중 신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해선 저자의 다른 책인 ‘글로벌 불균형’의 리뷰에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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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미래와 역사의 교훈 | 경제경영 2011-01-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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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글로벌 불균형

배리 아이켄그린 저/박복영 역
미지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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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잇는 일군의 학자들은 지금을 브레튼우즈 체제의 부활로 본다.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국제 체제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뉘어진다. 중심부는 대외 준비금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발행할 수 잇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잇으며 자신들의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심부를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리 떨어져 잇는 주변부는 저평가된 환율을 바탕으로 수출 주도 성장에 몰두한다. 그 결과는 중심부 국가가 자국 통화 표시로 발행한 저수익 대외 준비금의 대규모 축적이다. 1960년대에 중심부는 미국이었고 주변부는 유럽과 일본이엇다. 세계화의 확산과 더불어 이제는 아시아 신흥 시장이라는 새로운 주변부가 등장햇다. 그러나 중심부는 여전히 미국이고 그들이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경향 역시 여전하다.”

그리 반박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설명에서 유도된 결론에는 반대한다. 지금의 국제통화체제를 브레튼우즈 체제의 부활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의 체제도 그때처럼 장기간 유지될 수 잇다고 보지만 저자는 그때와 지금은 중요한 차이가 있으며 신브레튼우즈 체제 또는 글로벌 불균형은 브레튼우즈 체제보다 더 불안정하다고 본다.

저자의 ‘글로벌라이징 캐피탈’ 리뷰에서 다루었듯이 브레튼우즈 체제가 유지될 수 잇었던 이유는 국제협력 때문이었다. 그 체제를 떠받친 것은 주변부의 경제적 필요 뿐 아니라 냉전이란 정치, 안보적 필요에 의한 동맹이 미국과 주변부의 이해관계를 묶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미국은 경상 수지 적자를 계속 내고 잇다. 그러나 달러의 가치는 주변부 통화에 대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변부 중앙은행들은 자국 환율이 절상되지 않도록 시장에 개입하여 달러를 매입한다. 그들이 더 많은 준비금을 축적하려고 하는 것은 경제와 무역의 성장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결과다. 1990년대 신흥 사장 위기를 통해서 얻은 교훈, 즉 세상은 위험한 곳이며 대외 준비금 축적을 통해 정부는 금융 흐름의 갑작스런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인해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되었다.”

다시 말해 아시아 국가들이 현 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순전히 경제적 이유이다. 그들의 집단행동이 모여 우연히 지금과 같은 체제가 만들어지고 유지된 것이다. 그들에겐 냉전 시절 동맹국들처럼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 아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라진다면 그들은 언제든 체제를 무너트릴 것이다.

그들이 “대외준비금을 달러로 축적하려는 것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미국 금융 시장의 깊이와 유동성을 반영한 것이며 이 때문에 여타 국가가 달러 자산 보유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달러 자산의 가치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달러 보유 의지와 그들 간 카르텔의 응집력은 자기들의 보유 자산 가치를 유지시켜 주려는 중비 통화 발행국의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있다.”

브레튼우즈 시절 미국의 적자는 그다지 심한 것이 아니었다. “1960년대에는 미국의 대규모 경상 수지 흑자 덕분에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달러 준비금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억누를 수 잇었다. 미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960년대 초반에는 계속 증가햇다. 미국의 국내 저축이 국내 투자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 차액은 해외에 투자하고 있었다. 미국의 해외자산축적은 이런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이 환류되기 시작하면 미국의 대세계 국제수지가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의미엿다.”

그러나 당시에도 “미래에 발생할 해외 소득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없엇다.” 그런데 순채권국이던 당시와 달리 지금 미국은 순채무국이다. 더군다나 “경상수지는 적자 상태에 잇다. 이런 적자의 확대 원인 중 적어도 일부는 미국의 낮은 저축률에 있다.” 브레튼우즈 시절 “미국 저축률을 낮추고 경상수지적자를 낳을 수 잇는 다른 왜곡들까지 가세햇다면 얼마나 더 나쁜 일들이 발생하고 또 체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빨리 사라졌을까를 한번 상상해보라.”

브레튼우즈 체제가 “땜질식 처방만으로도 파산하지 않은 채 십 수년이나 버텼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과거 역사가 현재의 무체제(nonsystem)의 파탄을 막기 위한 노력에 어떤 희망을 줄 수 잇는가에 답하려면 관료나 정책 담당자의 인센티브를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 신주변부를 형성하고 잇는 아시아 국가들은 40년 전 대표적 주변부엿던 유럽국가들만큼 응집적인 그룹이 아니다.” 유럽과 대조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묶어주는 것은 단지 지리적 변수일 뿐이다. 그들이 현 체제를 지탱하는 이유는 “아시아에 공통의 발전 무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아시아 지역 발전 패러다임의 핵심은 아직도 수출 주도 성장이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저평가된 호나율에 기반을 둔 전통적 모델에서 느리지만 확실히 탈히해가고 잇다. 환율ㅇ느 안정되고 경쟁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시각을 일부 국가 계속 발전시켜가면 달러 지지를 위한 집단행동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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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판타지 | 예술/문학/여행 2011-01-3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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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더 송 이즈 유 The Song is You

아서 필립스 저/김선형 역
현대문학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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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펜터즈의 곡 중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되는 곡은 아마도 '슈퍼스타'일 것이다. '슈퍼스타'는 순회공연 중인 팝 스타와 팬의 하루 밤 불장난이란 흔하디 흔한 스토리를 노래한다.

카펜터즈의 음악을 당시 평론가들은 아이스크림 음악이라 불렀다. 쉽게 듣고 잊어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고전이 되어버린 카펜터즈의 음악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평이다. 그러나 그런 평은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슈퍼스타의 경우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리차드는 그 곡에 밝고 장난스러운 피아노 반주를 입혔다. 그러나 곡이 진행될수록 리차드의 편곡은 캐런의 깊게 가라앉은 보이스와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곡의 편곡에서도 캐런의 우울한 보이스는 무시된다. 진부하고 맥 빠진 단조의 바다에서 과묵한 캐런의 탄식은 묻혀버린다.

캐런의 내면과 리차드의 만들어진 광택 사이의 모순을 가장 잘 잡아낸 것은 소닉 유스(Sonic Youth)의 '슈퍼스타' 커버이다.

"외로움은 그렇게 슬픈 것이다"란 가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캐런과 소닉 유스는 알고 있었지만 리차드는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의 기타는 이렇게 달콤하고 맑게 울리는데 당신은 여기 없고 라디오만 있군요." 캐런은 한 때의 불장난을 배신감으로 해석해 혼자 남겨진 외로움의 드라마로 바꾸었다. 소닉 유스의 무어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쇠톱을 긁는 것 같은 전자기타의 비틀린 피드백, 신디사이저의 화이트 노이즈, 고음과 저음을 거세해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전화에 대고 말하는 유령 같은 보컬은 (팝스타라는 환상을 쫓는) 스토커의 불길한 갈망을 그린다.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코러스를 무어가 부를 때면 섬뜩하다. 소닉 유스가 보여주는 것은 카펜터즈 음악의 진실이다.

‘노래가 당신’이란 제목이 붙은 이 소설은 캐런이 잡아낸 환상과 현실의 거리를 말한다.

이 소설은 50을 바라보는 늙은 팬과 팝스타의 이루어지지 않은 로맨스를 다룬다. 자기 나이의 반에 불과한 여자와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남자 사이의 관계는 결핍의 관계이다. 중년의 남자가 젊은 여자에게 보는 것은 젊음의 활기이다. 젊은 여자가 늙은 남자에게 보는 것은 또래에게는 볼 수 없는 어른의 안정감이다. 서로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상대에게 보는 관계이다.

이 소설의 관계 역시 그렇게 이어진다. 케이트가 줄리언에게 본 것은 이런 것이다: “이제 그에게는 얼굴이 있었다ㅓ. 아주 멋진 얼굴, 세상을 아는 남자의 얼굴이엇다. 그의 얼굴과 자세에서는 어쩐지 자신감에 넘치는 힘이 느껴졌다.”

그러나 다른 연상/연하의 함수에 이 소설의 관계는 팬과 팝스타라는 변수가 더해지고 그렇게 더해진 변수 때문에 그들의 방정식은 해답이 나올 수 없는 관계가 된다. 팬과 팝스타의 관계는 판타지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녀는 노래했다. 어떤 감정이든 주문만 하면 또렷한 윤곽선의 반짝반짝 윤나는 축소모형으로 제조하고 전시해낼 수 있었다. 실연을 회상하고 나서 회상을 순수하게 증류한 노래를 불러, 결국 줄리언(과 백명도 훌쩍 넘는 남자들과 여자들)으로 하여금 그 아픔의 근원을 혼쭐내주고 그녀를 돕고 싶다는 차라리 자신이 아픔의 장본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케이트는 자기가 느꼈던 감정을 청중이 느끼게 하고 이미 느껴보고도 모르는 감정을 실감하게 했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느낌은 팬과 팝스타의 관계를 개인적으로 이어준다. “그녀는 딜레마를 맞았다. 성공하려면 그녀와 그녀의 감정들이 진실로 공명해야 하고 군중들로 하여금 말 그대로 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지게 해야만 한다. 그녀의 밥벌이라는게 그런 원초적이고 무의식적인 사안에 의존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들과 비현실적인 미모를 광고 이미지로 박제하는’ 환상을 다루는 CF 감독으로서 줄리언은 그런 팬과 스타의 관계 역시 자신의 직업 만큼이나 무의미한 환상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캐런 카펜터가 포착한 ‘지독한 상실감과 무의미와 단절’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중년도 저물어가는 줄리언에게 삶은 ‘상실과 결핍이 삶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사랑하던 아들이 떠나면서 행복한 결혼도 끝나고 왕성한 성적 활력도 잃어버린 초라한 자신. 상실과 결핍을 직시하기에는 무의미에 시달리는 줄리언. 그는 끔찍한 현실을 환상에서 해소하려 한다.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케이트의 목소리는 “줄리언 속에서 진하게 버무려져 굳은 정서-회한, 희망, 슬픔, 흔들리는 야망, 갈망-를” 휘저어 “그를 화들짝 놀라게 만든다. 그 목소리 없이는 차마 이렇게 응축된 감정이 이토록 넘칠 수는 없었다. 이제 나이 든 줄리언은 이런 경험이 얼마나 흔치 않은 것인지 잘 알고 잇었다. 그리하여 그는 침묵 속에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는 감정들을 밝혀주는 그 목소리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것은 케이트인가 케이트의 목소리인가? 그녀에게 다가가길 망설이는 이유다. “지금쯤은 알 만도 한데 또 한번 음악의 미망에 이끌려 터무니없는 환상을 품고 만” 것은 아닌가?

줄리언은 한때 스타엿으나 이제는 몰락한 눈앞의 개자식을 본다. “케이트는 어떤 면에서 이 바보와 아주 똑같았다. 그들은 다 불행하게도 그저 사람들이었으니까. 이 마법사와 주술사들은 케이트가 그를 한다는-어떤 면에서 그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잇다는-소중한 느낌은 환상일 뿐이다. 그뿐 아니라 야심이 있는 공연자가 매니저와 시장 고문과 커리어 플랜 등을 가지고 진부하게 끼워맞춘 가공되고 조작된 환상이었다.

유일하게 진짜배기들, 순수한 이들은 죽은 이들이었다. 죽은 가수의 레코딩은 기술의 개입이 적을 뿐 아니라(따라서 정서적으로 더 믿을 만햇다) 하잘것없는 인간성이 모조리 폐기처분된 후 테이프에 오롯이 순수성만 남았기 때문에 다르다. 오십 대, 육십 대, 칠십 대가 되어서도 사춘기의 감정을 노래하고 당신의 고통에 아이러니한 웃음을 반복해서 날리고 또 날리고 그러면 작위적인 구조물이 된다. 줄리언이 돈 때문에 하는 일보다 중요할 게 없는 아니 심지어 그보다 더 하찮은. 그런데 케이트는 그에게서 연료를 얻고 싶어 했던가? 그의 가치를 증명하고 포기하지 않고 그녀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랐던가? 신선한 감정과 경험을 갈구하는 그 만족을 모르는 허기를 채워달라고?”

“숭배받는 스타와 누구보다 스타를 잘 이해하는 팬으로서 둘은 서로를 절실하게 갈망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를 갈망하는 이유는 달랐다. 그리고 그 다름이 그들의 관계를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의 관계로 만든다.

그는 아이팟의 목소리만 있는 케이트와 현실에 몸을 가진 케이트의 거리를 환상으로 메운다. “그 여자가 한 사람으로서 그 여자 자체가 이런 기분이 들게 햇다. 그러니 어쩌면 칼턴(죽은 아들)이 이미 박탈한 과거나 미래에서 온 달콤씁^쓸한 고문이 아니라 그의 삶에 현전하는 기쁨이라 느낄 수 잇게 해줄지도 모른다. 삶에 케이트가 잇다면 자유롭고도 구속받는 젊고도 늙은 기쁘고도 서글픈 그리고 용서받은 사람이 될 수 잇다 믿을 수 있었다.”

현실의 여자는 그런 여신이 될 수 없다. 결혼도 해봤고 수많은 여자를 거치면서 그것을 알만한 나이가 된 그는 자신의 환상을 내버려둔다. 그리고 환상이라는 것을 알면서 애써 무시하기에 줄리언은 케이트에게 다가가 현실의 남자가 되는 것을 망설인다.“그냥 전화를 걸어버릴 수 도 있었다. 분명히 그녀를 원했다. 그러나 하루가 또 하루가 지나도 그냥 전화를 걸지 못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저항하는 자기 마음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린 줄리언에게 그의 아버지가 들려주던 동화에 이런 말이 나온다. “수도승은 그에게 이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으니 떠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이제야 제 슬픔을 잊었어요.’ 토시로는 항의햇다. “그 때가 바로 행복이 끝나야만 하는 때다.” 수돗6ㅡㅇ이 말햇다. “하지만 스승님. 저는 여기서 행복합니다.” 토시로가 우겼다. “아니다. 너는 너의 불행을 감추고 그 대신 거기서 꿈을 만드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그런 줄리언에게 케이트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자 빨리 대답해요. 음악 따위 언급도 하지 말고, 어째서 나를 쫓아다녔는지. 내 안에서 어떤 깊이를 보았는지. 하지만 음악 얘기는 하지도 말아요. 지금 당장 나 자신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들이 좀 있어요.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얘기들이겠지만. 아니면 우리에게 세상의 모든 시간들이 남아 잇을까요?”

그러나 “그녀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수집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걸 모으는 상상을 해보았다. 어쩌면 그녀를 모으면 모을수록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보면 볼수록 그의 기대에 못미치는 존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날지 모른다.”

그녀는 그를 기다리는 동안 깨닫는다. “실망하고 화가 난 그녀는 그 같은 남자들에게 작고 어리고 재미없고 뻔”할 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이유일 수 없엇다. “그녀는 그만두엇다. 완성된 최종본은 워라고 해야 할까? 음률이 맞지 않을 터엿다. 전혀 말이 안되는 코드 진행이엇다. 부모, 아기, 자란 아기, 더 자란 아기, 케이트. 오늘 밤 무대에서는 세상 만물의 꼭대기에 올라앉은 기분이엇는데 지금은 자기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망치고 잇다는 느낌이엇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그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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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몰락 이후 | 인문/사회/역사 2011-01-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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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로에 선 일본

와타나베 오사무 등저/이유철 역
메이데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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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소중히 하는 것도, 낭비를 없애는 것도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당연한’ 것들이 무너졌습니다.
모자가정의 아이들은 수학여행도, 고등학교도 갈 수 없습니다.
노인은 병에 걸려도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매일 목숨을 끊는 사람이 100명이 넘습니다.
이 현실을 방치하고 콘크리트 건물에는 거액의 세금이 투입됩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정치가 있습니까?
저희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이 소중한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관료들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의 눈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수직으로 이어진 이권사회가 아니라 수평으로 이어진 ‘유대’가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도움되고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감동적인 글이다. 2008년 총선으로 일본의 55년 체제는 공식적으로 끝났다. 55년 체제가 끝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유는, 선거에서 자민당이 무너진 이유는 민주당의 선거 매니페스토가 말하는 일본의 현실 때문이다.

일본이 학교도 갈 수 없고 병원도 갈 수 없고 자살할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된 것은 90년대부터 시작되어 고이즈미 수상 집권기에 정점에 달했던 ‘구조개혁’ 때문이다.

구조개혁은 일본 엘리트들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더 이상 일본모델은 통하지 않는다. 구조개혁은 일본모델의 개혁이었다.

일본의 구조개혁 어젠다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과 거의 흡사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비슷하더라도 그 개혁의 대상은 달랐고 개혁의 결과와 영향 역시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신자유주의는 미국과 유럽의 전후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개혁이었다. 그러나 전후 “일본에서 복지국가는 성립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사회를 이끈 것은 기업 사회와 자민당 정치를 중심으로 하는 개발형국가였다. 일본 대기업은 노동운동을 기업 안에 봉쇄하였다. 그 대신 기업 사회는 노동자를 ‘종신고용’, ‘연공임금’으로 신규채용부터 정년퇴직까지 평생동안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불황으로 해고되는 일도 없었다. 기업의 우산 아래 실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연공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교육이나 개호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노후는 퇴직금으로 생활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안일함’으로 공적 복지에 관심이 없었다.

기업주의 노동운동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회당보다 기업의 번영에 일조하는 자민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경제성장에 의해 노동계급이 늘어도 노동자 정권을 만들지 못햇다. 오히려 이들은 자민당 정권을 안정시켰고 이것이 경제성장의 지렛대로 작용했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증가하는 세금 수입은 도시의 노동자를 위한 복지 대신 지방의 공공사업에 투입되어 자민당의 지지표를 사는 데 쓰였다. 자민당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재분배하면서 지방에 일과 고용을 창출했다.

“기업의 우산에 더해 지방 이익 유도라는 우산이 구축된 것이다. 일본에서 그 결과 유럽 복지국가가 정비한 사회보장제도가 기업과 지방이라는 우산으로 대체되었다. 즉 사회보장을 싼 값으로 기업이 대체한 것이다. 기업 사회+자민당의 이익유도형 정치+빈약한 사회보장”이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의 기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 동안 누적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초장기의 디플레이션, 세계화의 압력으로 잃어가는 경쟁력은 일본모델을 감당할 수 없는 사치로 만들었다.

“우선 많은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떠안은 기업 사회가 세계화속에서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력의 유연한 배치를 요구하는 기업에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게다가 기업의 안정과 기업우위 정첵을 보장해온 자민당 정치도 이중의 불만 대상이 되었다. 하나는 그 이익유도형 정치가 재정을 부풀려 기업에 대한 부담 증가로 오고 결국 그 부담이 다시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에 대한 불만이엇다. 다른 하나는 지방에 대한 보조금, 공공사업 투자 없이 유지하기 힘든 비효율적인 지방산업이나 농가를 유지시키면서 발생한 기업 경쟁력에 대한 부담과 이에 대한 불만이엇다. 빈약하고 값싼 사회보장제도도 급속한 고령화로 비용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불만의 대상이 되었다.”

불만이 쌓인 재계는 개혁을 요구하며 ‘글로벌국가’를 주장한다: “현재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다국적기업이며 일본이 세계경제의 중심국가들 중 하나로 연명하려면 다국적 기업에게 선택받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임금, 법인세, 사회보장부담 등 다국적기업 입장에서 ‘고비용’ 경제구조에 대한 개혁”이었다.

노동의 저항도 미미하고 복지제도랄 것도 미미한 일본에서 그런 개혁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노동운동과 복지국가라는 벽 대신 다른 저항운동이 등장하여 개혁의 걸림돌이 되엇다. 다름 아닌 자민당 정치가 그것이었다. 자민은 머리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이해하지만 지방의 이익유도형 정치가 자민당 의원들의 생명줄이엇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었다. 즉 개발형 정치가 구조개혁 정치의 ‘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흐지부지 시늉만 할 뿐 개혁은 진척이 없었다. 민주당은 재계의 후원을 받으며 탈개발주의를 내세웠다. 민주당의 존재의의를 반자민당 노선에서 찾은 것이다. 자민당 노선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고 자민당의 지지부진한 개혁에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대도시 중산층이 민주당의 지지층이 되었다.

“민주당 창당 이후 이들의 강한 지지 기반은 대도시의 중간층, 대기업 정규직, 관리직이었다.” 이들은 대기업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며 “자신들이 낸 세금이 지방에 빼앗겨 자신들의 삶에 환원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시 중간층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개발형 정치 타파, 기득권 정치 타파라는 슬로건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기업 경쟁력 회복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답보상태인 자민당의 신자유주의 개혁은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기업/대도시와 이해관계가 다른 “지방은 자민당 지배에 있었다. 민주당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적었다. 따라서 민주당은 대도시 지역과 지방에서 이른바 정치 1번지라 불리는 현청 소재지에서만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고이즈미와 함께 정치지형이 달라진다. 고이즈미는 ‘자민당을 바꿔 일본을 바꾸자’ ‘개혁없이 성장없다’ ‘성역없는 구조개혁’을 외치며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따라 개혁을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표절’이라 비난했지만 누가 그런 것에 신경쓰겠는가?

“고이즈미 내각은 구조개혁을 통해 일본 사회의 세 기둥을 자르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기업 사회 구조개혁이 추진되었다.” 비용을 높이는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이 확대되었다.

“고이즈미가 감행한 불량채권 처리도 기업 사회 해체를 촉진했다.” 불량채권을 정리하지 않은 채 10여년이 흐르면서 은행이 마비되었다. 금융의 마비를 풀려면 불량채권을 정리해야만 햇다. “그러나 은행의 융자 강제 회수와 융자 거부가 진행되면서 지방 산업, 중소기업은 강제적인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는 비효율 산업을 한번에 정리하는 동시에 대량의 노동력을 시장에 공급하여 임금을 낮추고 비정규직화를 촉진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구조개혁의 진면목은 자민당 이익유도형 정치의 해체였다. 고이즈미가 2001년에 ‘자민당을 부수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민당 이익유도형 정치에 대한 정리 선언이었다. 이것이 ‘삼위일체개혁’이다.”

잃어버린 10년동안 자민당이 경기부양을 한다며 지역구에 아무도 다니지 않는 도로, 교량을 만들고 미술관, 체육관을 지으면서 낭비한 돈은 쌓이고 쌓여 일본정부의 부채는 GDP의 2배에 가깝게 되었다. 이런 규모의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예산압박은 지방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공공사업 투자와 보조금 삭감이 단행되었으며 “사일본 사회를 지탱해온 세 기둥 가운데 사회보장제도의 구조개혁”으로까지 나아갔다.

고이즈미의 구조개혁은 잃어버린 10년을 끝낸다는 결의에서 나왔고 10년 동안 마비된 일본을 개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개혁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분명했다. 한편으로는 대기업 경쟁력 강화의 벽이었던 세 기둥이 한 번에 정리되면서 대기업의 수익률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사회의 고용과 사회보험을 지탱해온 세 기둥이 잘려나간 결과, 유럽 복지국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회 파탄이라는 모순이 폭발했다.

그 전형적인 예가 아사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키타큐슈시에 세 명의 아사자가 나왔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정규직 노동자는 구조조정으,로 기업으로부터 내쫓겼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약해지를 당했다. 기업으로부터 쫓겨난 비정듀직 노동자를 흡수해온 지방도 구조개혁으로 더는 일자리가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생활보호를 신청하지만 접수를 거부당하거나 일단 수급을 받아도 추ㅟ어ㅓㅂ지도에서 ‘퇴직’을 강요받으며 아사에 이른 것이다. 기업 사회와 지방의 우산 그 자체가 구조개혁으로 축소된 결과다.”

“저축을 할 수 없는 세대의 급증도 그 결과다. 1980년대 말 예금이 없는 세대는 3%에 불과했다. 그러나 구조개혁 10년 사이 23%로 늘었다. 구조개혁으로 예금을 야금야금 쓴 결과이다.” 무보험 세대도 마찬가지 결과이며 아동학대, 자살, 범죄 등도 마찬가지이다.

정치권과 재계는 ‘구조개혁의 모순이 사회적 위기를 가져온 것에 놀라며 노선전환을” 받아들인다. 사회적 위기 때문에 자민당은 지지기반인 지방의 반란으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다. 자민당 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아베 내각이 붕괴하고 “자민당은 구조개혁 급진파가 퇴진하고 점진파가 권력을 차지”한다. 이들이 “가장 먼저 손을 쓴 것은 고이즈미 구조개혁으로 무너진 사회보험의 구조개혁에 대한 제동이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아소 내각의 “신점진 노선 전환은 국민들의 환심을 가기에 부족한 것이었다. 정책의 내용보다 자민-공명 연립정부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을 강행한 자민당의 몰락을 보며 같은 보수정당인 민주당은 노선을 선회한다. 오자와는 자민당에서 이탈한 지방의 표심과 노조의 손을 잡고 복지를 강화하는 정강을 내세운다.

민주당은 지방의 표를 얻은데 더해 자민당의 구조개혁의 미진함이 불만이었던 대도시의 표를 얻어 집권에 성공한다. (대도시 중간층은 고이즈미의 퇴진 이후 자민당이 “고이즈미가 추진한 개혁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다시 말해 “자민당의 낡은 정치에 대한 반발과 고이즈미의 개혁에도 바뀌지 않는 자민당에 대한 환멸이 민주당으로의 회귀를 만들었다.”)

그러면 민주당은 일본을 어디로 이끌 것인가? 저자들은 그 방향이 애매하다고 말한다. 민주당의 정체성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그룹은 당 집행부로 이들은 신자유주의/자유주의파이다.

둘째 그룹은 오자와 그룹이다. 오자와는 이전까지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자민당의 개발주의정치를 무너트린다는 점에서 일치”하였으나 오자와는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을 바꾼다. 자민당의 개발주의 정치 즉 족의원 정치에 능통한 그는 “구조개혁에 의해 버려져 자민당에서 이탈한 지방공장, 중소기업, 건설회사, 농가층을 그대로 민주당으로 흡수하여 지방의 자민당 지지기반을 무너트렸다.나아가 오자와는 자민당이 하지 못한 노조를 동원하였다. 렌고와도 연대하였다.” 결국 오자와에 의한 정책선회는 개발주의 정치와 다를 것이 없다. “자민당 이익유도형 정치의 민주당 버전이다. 오자와는 이미 고이즈미의 삼위일체 개혁이 지방을 망친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다. 때문에 그 지방을 민주당 측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방에 대한 자원 배분이 필요했다.” 오자와의 노선선회는 당의 머리인 집행부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두 그룹의 공방은 “기존 자민당 내 공방과 비슷하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셋째 그룹이 있다. 이 그룹은 민주당의 중견 의원 그룹이다.” 이들은 지역의 이익집단, 노조와 연대하며 구조개혁 정책에 반대해왔다. “이들은 중앙, 지방을 가리지 않고 구조개혁의 모순을 한 몸에 받았던 사회계층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이 이 그룹의 힘이다.” 이들이 앞에서 인용한 “매니페스토의 제작자이며 그 실현에도 힘을 쓰는 그룹이다. 사실 이 그룹이 민주당을 반구조개혁의 기수로 만든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당의 ‘수족’이다. 이들은 당의 머리와 몸통 같은 조직적 기반이 없고 개별 정책에선 “전문가이지만 개개의 정책을 초월한 독립된 국가 구상이 없다.”

“머리는 개발형국가를 해체하고 관저주도체제, 지역주권국가의 신자유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반면, 몸통인 오자와파는 구조개혁으로 버림받은 지방의 이해실편을 위한 수단으로 자민당이 해온 개발형국가를 민주장이 대신하려고 한다. 즉 퇴보적 정치지향이다. 이에 비해 수족은 국민의 반구조개혁 목소리를 반영하여 왼편의 정치를 지향한다.수족은 명확한 국가의 상이 없어 피상적인 복지지향과 신자유주의 국가 구상이 공존한다.” 머리와 몸통, 수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당이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 저자들은 “당에 꾸준히 압력을 가하는 미국이나 재계 또는 언론의 압력과 당조직 그리고 여러 운동의 역관계ㅔ에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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