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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복지전쟁

로저 로웬스타인 저/손성동 역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1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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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월 22일, 전국 공공부문 근로자 노동조합의 주도로 대규모 연대파업이 시작되었다. 그날 150만 노동자가 하루 총파업에 동원되었는데 이것은 1926년 이래 최대 규모엿다. 건물관리인, 세탁원, 미화원 등이 일손을 놓자 2~3주 동안 전국적으로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었다. 도로 운송이 마비되면서 사람들은 발이 묶여 일터에 나갈 수 없었고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고,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으며,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나 악취를 풍겼다. 게다가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난방 제한과 병원 폐쇄로 노인들은 살아서 이 겨울을 넘길 수 있을지 걱정할 정도였다. 불만의 겨울은 리버풀에서 장례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시체가 방치되자 정점에 달했다. 죽은 사람들이 매장되지 못하고 중환자들이 시위대에 저지당해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났을 때, 1945년 이후 유지되어 오던 ‘합의’와 ‘하나의 국민’이라는 환상은 철저히 깨져 버렸다.” (박지향)

불만의 겨울이라 불린 그해의 사건은 대처를 낳았다. 후에 신자유주의라 불리기도 한 대처리즘은 전후 영국의 사회적 합의가 환상에 불과했다는 영국인들의 깨달음을 정책으로 옮긴 것에 불과했다.

레이거노믹스 역시 대처리즘과 동일했다. 물론 미국의 상황은 유럽과는 달랐다. 유럽과 같은 노동운동의 역사가 결여된 미국에선 유럽식 사민주의가 이야기된 일이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만의 사회적 합의를 갖고 있었다. 루즈벨트 이후 뉴딜은 미국의 사회적 합의가 되었고 린든 존슨의 ‘위대한 사회’는 그 합의의 절정이었다. 대처리즘과 마찬가지로 레이거노믹스는 그 ‘위대한’ 전후시절의 감당할 수 없는 유산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그 유산이 감당할 수 없었다는 증명은 이번 위기로 파산한 GM이다. GM의 그리고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원인이 여러가지이다. 그러나 그 많은 원인들의 조건이 된 것은 소위 ‘유산비용(legacy cost)’였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았”던 시절 흥청망청 써준 백지수표 때문이었다.

자동차 산업은 기본적으로 장치산업이다. 비용에서 자본의 비중이 노동보다 높은 산업이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업체면 한대당 비용은 대부분 비슷하게 마련이다. 무슨 대단한 독자적 기술이 없는 한은.

그러나 자동차 산업을 만들어낸 미국의 빅3는 어찌 된 것인지 가격대 성능비가 비참한 수준이다. 일본차에 안방을 내주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GM에서 생산하는 자돛차 한 대당 들어가는 건강보험 비용은 1,525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도요타가 자동차 한 대에서 얻는 이윤은 대략 GM의 건강보험 비용만큼 많았다.” 그 비용 중 상당 부분은 자동차를 만드는 일과는 이제 상관이 없어진 퇴직자를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퇴직자에게 꼬박 꼬박 다달이 줘야 하는 연금도 막대했다. “GM은 퇴직연금에서 발생한 적립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야 햇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두개의 우량 자회사를 매각하고 미니밴과 SUV와 같은 매우 인기 있는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GM의 막대한 부는 회사에서 퇴직연금기금으로 이동되었다. 이 결과 주주들은 회사의 이익에서 영원히 격리되었다.”

문제는 회사의 이익이 퇴직자에게 흘러간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퇴직자에게 능력 이상의 돈을 주어야 하다보니 “막상 제품설계에 투자할 돈이 부족해 더 좋은 차를 생산하고자 하는 GM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GM의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퇴직연금과 제품개발 사이에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좋은 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퇴직연금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투자도 늦어지고 말았다. 이것은 GM이 놓쳐버린 많은 기회 중의 하나였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경에 GM이 퇴직연금기금에 쏟아부은 자금은 도요타 자동차 주식의 반을 사들일만한 규모였다.”

퇴직자에 대한 부채로 인한 경쟁력 상실은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철강, 항공업, 광업과 같이 노조의 역사가 오래된 산업은 모두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고 디트로이트보다 먼저 무너졌다.

퇴직자 부채라는 문제는 민간부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책의 2부는 뉴욕시 공무원의 사례를 다루며 3부는 샌디에이고 시의 문제를 다룬다. 2부와 3부에서 다루어지는 예에서도 문제는 동일했다. 퇴직자 부채가 능력 이상이 되면서 동일한 문제가 나타났다.

퇴직자에게 예산의 큰 부분이 돌아가면서 투자재원이 고갈되었다. 그 결과 뉴욕 지하철의 “서비스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연착은 다반사엿고 설비는 노후화되었으며 역사는 불결하기 짝이 없었다.” 샌디에이고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시의 서비스는 바닥을 기었다. 세 경우 모두 증상은 재정위기이다. 그리고 그 원인도 같았다.

노동자는 그리 장기적으로 보지 않는다. 회사(또는 지자체, 정부)의 능력이 되는지 안되는지 알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단지 나에게 이익인지 아닌지만 중요하다. 그런 노동자의 표를 노동자의 표를 얻어야 되는 노조는 당연히 과도한 요구를 할 수 밖에 없고 뭔가 보여주어야 되는 노조의 입장에선 강성화될 수 밖에 없다. 강성노조의 과격함은 경영진(또는 정치가) 역시 근시안으로 만든다. 당장 눈앞의 강성노조를 달래기 위해 장기적 이익을 희생하고 단기적 평화를 살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다루는 GM과 뉴욕시, 샌디에이고시의 사례는 모두 수십년 동안 문제를 뒤로 미루면서 쌓인 결과들이다.

“모든 재정적 실패 뒤에는 탐욕, 자기기만,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한 부정행위 등과 같은 인간적 면모가 관련되어 있다. 현재 연금시스템은 당장의 불편함을 뒤로 미루고자 하는 기본적인 인간 본성의 희생양이 되었다.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나는 익숙한 일상인데, 자식에게 숙제를 하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밥 먹은 뒤에’, ‘게임이 끝난 뒤에’ 하겠다며 뒤로 미루려고 한다. (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기여금 납입을 뒤로 미루는 사용자들의 행위도 이와 마찬가지다. 뒤로 미루기에 퇴직연금만큼 적합한 수단은 없다. 금융세계에서 퇴직연금은 현존하는 계약 중 가장 긴 기간에 걸친 약속이다.” 수십년 뒤에 갚아야 할 부채일 뿐이다. 내 뒤에 앉을 후임자의 문제일 뿐이다. 먼 미래의 문제일 뿐인데 당장의 불편함을 위해 희생되어도 알 게 뭔가?

이책은 탐욕과 어리석음, 근시안이 어떻게 GM을 침몰시켰는가, 뉴욕시를 포함한 지자체들이 GM과 같은 운명을 기다리게 만들었는가를 다룬다.

없는 돈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아무리 계약이라도 없는 돈을 만들어내 능력 이상으로 줄 수는 없다. 간단한, 너무나 분명한 산수의 문제이다. 이책을 읽다보면 그 자명한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잇는가 의아해진다. 그러나 수십년을 한권에 책으로 한눈에 훑어보기에 그런 생각이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노동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좀더 장기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는 노조는 왜 그랬을까? 결국 GM이 파산하면서 수십년동안 투쟁해 얻은 모든 것이 날라갔다. 없는 돈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 결과를 내다보지 못했던 것일까?

인간은 결코 장기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지금 눈앞의 문제가 당장의 탐욕이 우선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면서 제 무덤을 파는 것이 인간이다. 대처가 구원투수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영국에서도 노조들은 제 무덤을 팠다. 지나친 요구를 하면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실력행사를 해대며 그런 요구가 가능하게 한 사회적 합의를 조금씩 무너트렸다. 그 결과는 그 사회적 합의의 정반대인 신자유주의로 나타났다.

레이거노믹스 역시 마찬가지 배경에서 등장햇다. 레이건 이후 GM의 문제를 키운 확정급여형 연금은 민간부문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 이전에 제도가 만들어졌고 약속되었던 전통산업에서만 유산으로 남앗고 그 유산이 그 산업들을 죽였다. 공공부문에서도 마찬가지 방향전환이 한 세대 동안 진행되었다.

이책이 다루는 것은 대처와 레이건 이전에 째깍이기 시작한 시한폭탄들이 어떻게 터졋고 어떻게 터지기를 기다리고 잇는가이다. 그러나 이책이 다루는 문제는 과거형이 아니다.

중각은 없는가? 이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처음 떠오른 생각은 신자유주의가 이대로 기각되어야 하는가? 였다. 이책에서 다루는 문제들을 공격했던 신자유주의는 이번 금융위기로 동네북이 되었다. 그러나 한 세대 전 신자유주의가 시대정신이 된 이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이유였고 신자유주의가 싸웠던 그 이전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들이 들린다.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극단적이었다는 점이었다. 시장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까지 시장이 해답이라 주장했고 그 결과는 이번의 재앙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듯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역시 그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신자유주의 이전의 극단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 해답이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은 냄비란 생각이 든다. 냉탕 아니면 열탕 이외에 온탕은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신자유주의 이전의 극단을 경험한 역사가 없는 한국에서 그 시절을 말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말이다. 이책은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시절에 대한 환상이 실제는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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