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울레이터』
사울레이터 /이지민(옮김) / 윌북(펴냄)
윌북의 아름다운 예술북들 「디자인 너머」나 「컬러의 일」 등의 책을 보고 감동했었다. 코로나 시대 예술은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떤 절박한 마음으로 윌북의 예술 책들을 펼쳤다.
사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약 300페이지 분량 되는 사진집을 대하는 동안 소망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고 싶은 충동이. 나도 사진을 찍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사진의 세계가 얼마나 철저한 노동의 대가인지 잘 안다. 고 2 어느 날, 갑자기 진로를 바꿔 사진과로 가겠다던 내 친구. 이후 사진과에 진학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친구를 자주 봐서인지 사진은 '예술'이라기보다 내겐 숭고한 '노동'처럼 느껴졌다.
자세한 설명이 없이 사진만으로 이루어진 이 책. 그나마 제목이 있는 작품은 제목을 보고 사진을 감상하는 기존의 순서대로 했지만 제목이 없는 작품들 앞에선 나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사진을 먼저 보고 내가 제목을 지어보는 느낌? 생소했지만 재미있었다. 책에 수록된 정지된 피사체가 왜 내겐 살아움직이는 실물처럼 느껴지는지... 사진들은 다 생명력이 있어 보였다^^
1950년 작품 제목은 《노란 점들》
내 삶은 활용되지 못한 기회로 가득하다.
며칠 전 나는 책장 사이에 끼워 둔 편지를 하나 발견했다.
30년 가까이 그 자리에 있던 것이었는데, 열어보니 전시회 초대장이었다.
이 사진과 글이 어쩜 그리 와닿던지... 늘 오늘 말고 내일을 설계하느라 정작 오늘 행복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늘 바빴고 늘 여유 없었고 늘 옥죄어 왔던 삶에게... 내게서 활용되지 못하고 떠났던 기회들, 떠나보냈던 사랑들.
작품은 1950~60년대를 그리고 있다. 「사진 덕분에 나는 바라보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라는 사울 레이터의 문장이 촉촉하다. 엄격한 유대인 부모를 둔 사울 레이터, 컬러 사진의 선구자, 20대부터 정신질환을 앓던 여동생 데버라, 패션모델이자 사울의 뮤즈인 솜스 밴트리와의 사랑. 이후 40년간 함께 한 두 사람...
나는 솜스와 인생을 함께 했다.
온갖 문제가 닥쳐오기도 했지만
우리는 비애에 파묻히는 대신
삶을 즐기곤 했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영화 《캐롤》에 영감을 준 사진작가 사울 레이터 그의 미공개작 포함한 작품이 서울 문화공간 피크닉에서 3월까지 전시된다고 한다. 가까이 계신 분들은 부럽다. 컬러사진은 진실을 왜곡한다면 다들 거부할 때 거의 이십 년 동안 꿋꿋하게 회화와 컬러 사진을 찍은 사울레이터 역시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였다. 사울레이터도 그의 연인 솜스도 이제는 세상에 없지만 이렇게 사진집으로 우리 곁에 늘 살아있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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