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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킬레우스의 노래 | 2018.review 2018-04-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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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저/이은선 역
이봄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한 번 읽으면, 또 읽고 싶은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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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칠 줄 모르는 사랑과 비애의 아픔, 다른 생이었다면 나는 거절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쥐어뜯고 비명을 지르며 그의 선택을 그 혼자 책임지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아니었다. 그는 트로이아로 건너갈 테고 나는 심지어 저승까지 그를 따라 갈 것이었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218 page, 파트로클로스의 독백 중에서-

 

고전 중의 고전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어머니 테티스 앞에서 절규한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의 저자 매들린 밀러의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원칙을 무시하며 전군이 죽음의 위기에 처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반신반인의 전사가 어떻게 슬픔과 분노로 이성을 잃을 수 있었을까? 파트로 클로스와 어떤 관계였기에 이렇게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아킬레우스는 어떤 인간이었을까? 그는 어떤 이유에서 파트로클로스를 그토록 사랑했을까? 호메르스는 등장인물의 행적을 소개할 뿐, 그 뒤에 숨겨진 동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485 page,  옮긴이의 말 중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해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 셰익스 피어를 가르쳐 오던 매들린 밀러는의 『아킬레우스의 노래 』는 위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의 결과이자, 고전과 로맨스의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는 작품이며,『아킬레우스의 노래 』표지에 사용된 조각은 이탈리아의 조각가 인노첸초 프라카롤리의 <화살에 맞은 아킬레우스> 작품이라 한다.

 

인노첸초 프라카롤라에대해 조금 더 살펴 보고 싶어, 초록창에 검색하고 싶었지만, 자세한 내용이 없어 좀 아쉬움이 남았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는 다소 무거운 고전과 공간과 시대를 초월한 로맨스의 결합은 불협화음을 이룰 가능성이 커 보였지만, "근래 호메로스의 작품을 각색한 소설 중 최고" 라는 찬사를 받으며,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특히 로맨스 요소가 담긴 것이 뜨거운 호평의 이유라고 하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눈길을 끌었을까 보니, 파트로클로스를 쫓겨난 왕자로 설정하여 소설을 이끌어 가는 화자로서 역할로 한 부분에서 애잔함을 더하지 않았나 싶었다.

 

"신과 인간이 만나 행복하게 끝난 적은 없었다."

 - 73 page, -

 

왕의 자손인 파트로클로스는 10살의 나이에 보석처럼 조그만 나라 프티아로 건너오게 된다.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를 만나려 했지만, 출타중이었기에 그의 아들 아킬레우스와 대면하게 된다. 며칠이 흘러 출타 중이었던 펠레우스가 돌아오고, 알현실에서 파트로클로스는 펠레우스와 만남을 가지는데, 그날 이후, 프티아의 궁안에는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게 된다.그 소문으로 인해 궁안의 아이들은 파트로클로스를 피하게 되고, 파트로클로스도 아이들을 피해 훈련도 빠지게 된다.

 

"오늘 네가 얻은 것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생각은 마라."

 - 109 page, 케이론이 파트로클로스에게 -

 

 훈련을 빠진 것을 알게 된 펠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에게 벌을 내리려 하나, 그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재치로 파트로클로스는 벌을 받지 아니한 채, 아킬레우스와 함께하게 된다. 점점 서로 우정이 깊어지고, 특별한 감정도 생겨가던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는 몇 년이 흘러 케이론을 만나기 위해, 함께 펠리온 산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파트로클로스는 케이론에게 테티스가 보낸 전령의 내용을 알게되어 고민하지만 케이론이 잡아줌으로써 아킬레우스와 펠리온 산에서 지낼 수 있게 된다.

 

"어머니는 우리가 여기 있으면 안 보인대, 여기 펠리온 산에 있으면 말이야."

"너는 … 그 대답 듣고 좋았어?"

"응"

-  130 page,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대화 중에서 -

 

파트로클로스와 아킬레우스가 함께 케이론을 만나러 간다는 부분은 작가의 새로운 관점이기에 눈길이 가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또한 모든 것을 볼 줄 알았던 테티스가 펠리온 산은 볼 수 없다는 부분에서는 신비스럽게 느껴졌고,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된 것같아 어떤 안도감이 들었다.

 

 " 더 이상 가르칠게 없구나, 너는 헤라클레스의 모든 기술과 그 이상을 알고 있다.

 너는 네 세대, 그 이전의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전사다. "

- 120 page, 케이론이 아킬라데우스에게 -

 

하지만, 필자가 느끼는 안도감은 잠시, 다시 파트로클로스는 독자들을 위기의 순간으로 한 발 더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 곳에서 훈련을 받던 그들에게 트로이 전쟁 소식이 들려온 것 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를 또 다시 이별하게 만들었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자신의 아들이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간밤에 스키로스라는 섬으로 아킬레우스를 데리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킬레우스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파트로클로스는 펠리우스에게 청하여, 아킬레우스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스키로스로 향한다.

 

"명예를 얻는 동시에 행복해 질 수 없거든" 

- 138 page,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대화 중에서 -

 

두 사람의 반가운 재회도 잠시,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는 스키로스 섬에서 오디세우스를 만나게 된다. 오디세우스는 아킬레우스를 명예라는 시험대 위에 올려,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동참 하도록 만든다. 아킬레우스의 그러한 결정에 걱정이 앞선 파트로클로스는 대비하기 위해 두려움을 삼켜가며 그의 어머니 테티스를 불러내지만, 테티스는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파트로클로스를 대한다.

 

"헥토르가 먼저 죽을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다."

- 220 page

 

하지만 그녀도 어머니였을까? 한 가지 예연을 파트로클로스에게 전해준다. 테티스를 만난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에게 핵토르를 죽이지 말라고 말하지만, 앞 날을 알리없는 아킬레우스는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어쩐지 아킬레우스는 전쟁이 무엇인지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내가 충고 하나 해줘도 되겠나? 만약 자네가 그의 진정한 친구라면

 그렇게 나약한 심성은 두고 가도록 도와주기를 바라네,

사람들을 죽이러 트로이에 가는 것이지, 그들을 구하러 가는게 아니니 말일세,"

… …

"창을 지팡이로 쓸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창의 본질이 달라지지 안잖은가."

- 266page, 오디세우스가 파트로클로스에게 -

 

결국 트로이로 향하는 길에 오디세우스는 파트로클로스에게 충고를 전하며, 그들은  트로이를 향해 다가간다.

 

"그 아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운명의 여신들이 명성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일지는 아무도 모르지,

명예를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할 것이야."

- 221 page, 테티스가 파트로클로스에게 -

 

오디세우스의 충고 속에 담긴 말들이 필자에게는 무섭고 씁쓸하게 다가오며, 테티스의 말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테티스의 말처럼 명예는 간단한게 아니었다.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었고, 아킬레우스로서는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는 명예를 얻었다. 명예를 얻고자 한 것은 자신의 행복을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명예가 곧 행복이 아님을 아킬레우스를 통해서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무명은 행복할까? 어차피 행복할 수 없다면 명예가 나을 테지만, 아킬레우스에게 파트로클로스가 함께 한다면 무명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모든 군인이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만 죽이면 전쟁이라는게 없어지겠지."

- 232 page, 오디세우스가 파트로클로스에게 -

 

우리가 알고 있는 아킬레우스는 거만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지만, 파트로클로스가 화자가 되어 말하는 『아킬레우스의 노래 』속 아킬레우스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배려할 줄 알고, 생각도 깊고 다정하고, 유머감각도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파트로클로스의 콩깍지였나 싶을 정도로, '헥토르에게 원한이 없으니 죽일 일도 없다며' 트로이로 가는 길,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를 안심시키는 부분은, 전쟁을 명예라는 이름 앞에 단순화 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어 아킬레우스가 낯설게 다가왔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는 원전에 충실한 개작이지만,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를 연인으로 단정짓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일리야스』에서 파트로클로스가 나오기는 하나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비중에 적지만, 『아킬레우스의 노래 』에서는 전체를 끌어가는 주요 인물이란 점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는 동성 간, 차마 표현 할 수 없는 어떤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들이 낯설게 다가오지만, 그 사랑이 어쩐지 거북하지 않고 찬란하며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명성이라는게 희한한 물건이란 말이지, 죽고 난 다음에 영예를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희미해 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 세대에서는 존경의 대상이었던 것이 다른 세대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기억의 대량 학살 속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아무도 알수 없는 일이야.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우리는 잠깐 타오르는 횃불의 불길과도 같은 인간에 불과하지 않은가.…"

- 462 page,  오디세우스와 피로스의 대화 중에서 -

 

『아킬레우스의 노래 』를 읽다보면,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어떤 사랑도 사랑이지만, 영예, 명성 그러한 것들에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굴 위한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와 동시에 영예, 명성에 대해 아킬레우스에게도 피로스에게도 말하는 오디세우스는 어떤 이일까,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져왔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는 남녀노소 어느 누가 읽어도,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지 않았어도 읽는데 부담이 없다. 친절한 인물 묘사들이 소설 사이사이 담겨있으며. 도서의 막바지에 등장인물을 따로 소개하는 부록도 있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다만 동성간의 로맨스에 거북함을 느끼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그 이유로 기피하기엔 『아킬레우스의 노래 』는  참 아까운 소설이라 추천하고 싶은 도서다. 아마 한번 읽고 또 다시 보고 싶어지는 책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지 않았어도, 영화 <트로이>를 통해서 접했을 트로이 전쟁, 트로이 목마... 그 숨막히고도 잔인한, 두려운 시·공간 속에서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가 뼈아프게 다가온 소설『아킬레우스의 노래 』의 저자 매들린 밀러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고국으로 귀환하던 오디세우스와 그 부하들을 잡아 두었던 키르케가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아킬레우스의 노래 』를 읽은 독자로서 필자는 기대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다만  『아킬레우스의 노래 』의 집필 기간 보다는 조금 빨리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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