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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쓸만한 인간 | 2021.review 2021-02-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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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쓸 만한 인간 (리커버 에디션)

박정민 저
상상출판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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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작가인 박정민님이 『쓸만한 인간』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보다보면 '이건 연예인이 쓴 책이에요' 라 말하신다. 그런데 필자는 꼭 그 말을 안하셔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누가 썼든 글로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사유할 수있게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박정민님은 그걸 해내셨다. 『쓸만한 인간』은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아프며 적당히 사유하게한다. 뿐만 아니라 문해력이 그닥 뛰어나지 않은 필자가 읽기에 가독성면에서 좋다. 이렇게 쓰면 '박정민 팬' 인가?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팬이라고 하기엔 그를 잘 모른다. 그래서 팬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그냥 그의 연기가 좋다. 아무튼 그런데 그런 판단은  『쓸만한 인간』을 읽어보신 뒤 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참 괜찮은 책이고 그런 책을 쓴 박정민님도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게 된다.

 

 『쓸만한 인간』은 글마다 저마다의 주제가있고 저마다의 사연, 즉 그의 이야기가 때론 담담하게 때론 아이처럼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신선하다 혹은 필자를 반성케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나저나 오사카 도톤보리 술집 사장님은 그 어딘가에서 아직 '소야'를 팔고 계시려나? '소야'가 서비스가 아니었다니 ; 마치 서비스 주듯하셔서 필자는 서비스인줄 알았다.

 


20대 초반 때였던 것 같다. 평소 존경하던 은사님에게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새해엔 복 많이 주는 사람이 되길'  ... (생략)...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강박적으로 날리던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보다 책임감있고, 굵직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것 같았다. .... (생략) ... 그리고 그  다음 해부터 조금은 다른 인사를 한다. '새해에는 조금이나마 복 드릴 수 있는 정민이가 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필자는 어쩐지 따듯해졌다. '누군가에게 복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말 참 멋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누군가에게 '복'이 되는 사람이 되겠단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설사 해보았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것 아닐까 필자는 생각했다. 그런데 강아지 이름으로도 드릴 수 있는게 '복'이라니!! 어쩌면 누군가의 복이 된다는건 그리 거대한게 아닐지 모르겠다.

 

 

'살아 있다는 건 경험 속에 있다는거다. ...(생략)... 경험하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다. 새롭게 배우기도 하고 적응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괜찮아지는 것일 테다. . . . (생략) ... 그러니 계속 살아가시길 바란다. 직구만 던지면 얻어맞기 일쑤니, 변화구도 섞어가면서 살아가시길바란다. ...(생략)...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의외로 잘 살아가고있 는 한 사람일지 모른다. 이길때까지 그렇게 계속 살아가시길 바란다. 당신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신 거다.

 

필자는 이 글 속에서 겨울의 삭풍을 이겨내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완연의 봄을 느끼게 해주고자 하는 듯한 마음을 받았다. 저자가 의도한 바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한동안 이 페이지에 머물렀다. 

 

'아직도 집중 받는 걸 극히 혐오하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 선 숨 조차 제대로 못 쉬는 인간이 연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연기를 합니다." 화도 잘 못 내고, 좋으면 좋은 티도 안내고, 눈치보고, 쭈뼛쭈뼛 전형적인 찌질이의 모습이 싫어서, 연기를 한다고 얘기한다.

무대 위에선, 카메라 앞에선 내가 화내는걸 사람들이 이해해주니까, 내가 웃는 걸 사람들이 건방지다하지않으니까, 그래서 연기를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재미있다.

감독님의 "컷!" 소리 후에는 무시무시한 자괴감이 찾아오지만 뭐 그 순간만큼은 즐거우니 더할 나위 없다 하겠다. '(하다 보니 이게 또 늘 즐겁지만은 않다.)
 

 

필자도 밖에선 화를 잘 못냈다. 책에서 말하는 찌질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필자와 다르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게 참 좋지않다. 그 화를 스스로에게 돌리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짜증을 부리게되어서다. 말그대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경우가 생기게 되더라. 그러니 혹여 이 글을 보게 될 당신은 적당한 거절과 적당한 분노는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배우가 아니라서 종로에서 뺨 맞고 참으면 한강이란 무대를 마주할 수 없다. 그래서 애먼 사람을 한강인 줄 착각하고,거기다 짜증을 부리게된다. 필자부터 좀 고쳐야 할 것 같다.

이런점에서 보면, 배우는 참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다. 연기를 핑계삼아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해보고 가끔 하고싶은 말을 할수도 있지않은가, 문득 한 예능 프로에서 모 여배우에 대해 말했던게 기억난다.그 여배우는 화를 단한번도 낸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어디서 풀어요? 하니 연기로 푼다고 했다. 부럽다. 그냥 배우라는 직업이.. 누구가 꿈꿀 수 있지만 아무나 되진 않으며. 또 아무나 될 수도 있지만, 누구나 스타가 되진 않더라도 ... 

 


첫 아르바이트는 과외였다. 운이 좋게 들어간 명문대 타이틀 덕분에 과외 자리를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 (생략) ... 다음은 신문배달이었다. 대리점에서 가장 많은 배달량이 많은 구역을 맡았다. 그리고 점장님 없이 혼자 배달을 시작한 날, 아차 싶었다. 내가 귀신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 (생략) ... 매일 마주치는 순댓국집 자외선 소독기의 보랏빛 공포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어느코너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소리를 질렀고, 그 사람은 더 크게 소리를 질렀고, 담 너머 개는 미친 듯이 짖었다. 그렇게 몇 개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자외선 소독기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 라는 생각에 점장님을 찾아갔다. "점장님, 저 일 그만 하려고요." " 안돼" ...(생략) ...  신문을 다 돌리고 난 어느 새벽, 집 앞 놀이터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리곤 모랫바닥을 굴러다녔다. 그렇게 만신창이 꼴로 대리점에 복귀해선 "점장님. 저 다쳤어요. 오토바이 타다 넘어졌어요. 죄송합니다. 이번달 월급은 안 받을게요." "가 봐"  자외선 귀신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100만원을 지불했다. ...(생략) ... 두번째 아르바이트는 그렇게 끝났다. 

 

'운이 좋게 들어간 명문대 ' 라니.. 참 겸손한 사람이구나 란 생각이 스친다.  고려대를 운 좋게 가는 사람이 있나. ? 서울대를 가고 싶었으나 운이 나빠 고려대를 간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운좋게 고대 간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운도 실력이다.'  

과외 부터 신문배달, 팬시점 아르바이트, 핫도그가게 아르바이트, 건설현장, 보습학원 운전기사겸 총무겸 과학선생님까지 그의 아르바이트 기록을 보며, 참 성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학원, 전단지, 호프집, 팬시점 등의 일도 해봤고, 그가 신문배달에서 받지 못한 100만원처럼 알바비를 정산받지 못했던 곳도 있었다. 필자는 학원이었다. 학원에서 필자는 데스크 업무, 문제 출제, 초등학생 과학수업, 그리고 중학생 영어 수업을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참 대책없는 시스템이다. 

그 원장은 준다준다 하더니 끝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뒀다. 그런데 하루는 그만 둔 필자를 불렀다. 한글로 수학 공식문제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달란다. 수학 기호 넣는 법을 모른다며; 왜 거절 못하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호구처럼 가서 친히 알려드렸다. 그러니 원장은 급여를 오늘 넣어주겠다고 했다. 안믿었고 역시나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그놈은... 내 급여를 까먹었을것이다. 

중고생들이 몰려들 시간이라 죽치고앉았다가 받아올 수도 없었고, 그 원장의 사모님이 하필 필자 학창시절 은사님의 친구였다. 그 은사님을 좋아했던 터라 괜히 그 은사님께 흉한 이야기 들어가는게 싫었다.바보,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같다. 이글을 읽는 분들은 그러지 마시라, 그 이야기가 당신이 받아야하는 권리만큼 중요하지 않다.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휘영해지는 기분이다.

 

세상을 살아가고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해 갈 수록 깨닫는 것들이 있다. 세상은 날 알아주지 않고 돌덩이는 그저 돌덩이 일 뿐이라는 걸 알게된다. 즉 필자가 세상을, 당신이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견뎌내서 다이아가 되었다면, 그건 당신이 원래 다이아였던 것이다. 필자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말을 한다. '당신 잘 살고 있다. 그러니 힘내라, 다 잘 될 거다.' 허무맹랑하게 다가오던 그 말이 어쩐지 위안이 되는 날이다.

 

필자는 언젠가 부터 참 비판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쓸만한 인간』은 긍정의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좋은 이면을 보려고해보라는 듯'..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을 하게한다. 그 속에 우습지 않은 재치가 있다. 그러므로써 과거로 회귀하게도 하고 현실에 잠시 위안을 던지기도 한다. 그래서 『쓸만한 인간』은 참 괜찮은 도서다. 사람 냄새 나는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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