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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안티, 그리고 깊숙히 자리잡은 사대주의 | ▣▣ 역사야 놀자 2007-11-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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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구려, 전쟁의 나라

서영교 저
글항아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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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역사책을 좋아하는지라 내용의 객관성, 사실성 등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책을 구입해 읽어왔습니다. 읽은 후 느낌도 '그저 그렇네', 아니면 '읽을만 하네'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크게 두가지 면에서 꼭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하나는 작가의 고구려에 대한 의도적인 반감입니다. 물론 작가의 취향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객관성', '사실성'이라는 핑계로 팩트 자체를 의도적으로 폄하해 해독할 때 문제는 달라집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원인이 중국 북방 유목민족과 유사한 종족으로 고구려를 해석하면서 그 역사와 뿌리를 사실상 무정체성으로 오인한 점, 그리고 중국 통일왕조들(또는 신라의 통일)이 이룬 업적에 심취해 결국 그 적들이었던 나라들을 오랑캐화 해버리고만 점입니다.

 

또 하나는 윗 부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작가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은 사대주의입니다. 사대주의가 어색한 표현이다면, 대국주의, 또는 큰나라 선호주의 정도? 작가의 의식속에 광개토대왕은 그저 수렵+유목 혼성국가의 수장으로 약탈을 통해 중국을 괴롭히고 명맥을 유지하는 가한(칸) 정도일 뿐이지만, 수문제나 당태종은 중국을 통일하고 세계제국을 이룬 황제이자 천재들입니다.

 

작가는 왜 고구려라는 나라가 60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드넓은 동북아시아를 재패하고, 그 자신이 그토록 신봉하는 세계제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또는 그들을 긴장시켜왔는지 정확한 해석을 내놓지 못합니다. 주변 유목민족에 대한 이이제이방식의 견재론도 흥미로운 식견이지만 그걸 주 원인으로 보기엔 미약합니다.

 

고구려는 한때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재패했던 흉노, 동궐, 몽고 등의 어느 유목국가보다도 오래 지속된 나라였으며, 물론 중국본토의 어느 통일 왕조보다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이는 국가를 지속 유지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이 부재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즉, 고구려는 결코 선비족이나 동궐족, 거란족, 말갈족 등 유목국가들을 컨트롤하면서 명맥상 국가를 유지한 체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 본토의 한족들도 고구려를 여타의 다른 유목민족과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고구려에 대한 두려움 속에는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끊임없이 영토를 넓히고, 인구를 흡수하는 확장력, 그리고 그 저변의 생산력과 문화의 힘이 있었습니다. 유목민족이 아무리 굶주림에 대한 원초적인 욕구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다 하더라도 음식과 잠자리 제공만으로 그들의 진심어린 충성(때에 따라선 전쟁에서 목숨도 버려야하는)을 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일례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드라마 '대조영'을 보면 여러 민족들이 등장하는데 거기엔 대조영 휘하의 말갈족도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의 속성을 모르는 바는 아지만 그들은 결코 당장의 편안한 삶 때문에 목숨을 내놓지 않습니다.(아! 작가는 대조영도, 발해도 말갈족 자체로 해석합니다.)

 

작가는 유라시아 유목민족들의 역사에 대한 전문가입니다.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고구려를 재해석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일부 작은 팩트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국제관계란 필연도 있지만 우연도 있는 법입니다.

 

여러 유목민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습득하기엔 더할나위 없이 쉽고 좋은 책이지만 고구려에 대한 결과론적인 폄하는 재고가 필요할 듯 합니다.

 

 

 

P.S

 

책표지 디자인 점수는 빵점을 주고싶습니다.

간혹 나오는 내부 그림도 없는만 못합니다.

편집도 엉망입니다. 왔다갔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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