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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시리즈입니다. | ▣▣ 역사야 놀자 2020-08-2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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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5년 6

박시백 글,그림
비아북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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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화백의 <35년>시리즈는 총 7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35년의 치열한 투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시리즈를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1권부터 시작했어야 했지만 우연히 응모한 서평단 신청에 당첨되어 6권을 가장 먼저 읽게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을 쓰고 그린 박시백 화백의 스타일을 알기에 방대한 정보와 막힘없는 전개에 대한 기대는 당연했고, 책장을 열어보니 역시 부족함이 없었다. 막상 놀란 건 그의 균형감이다. 독립운동의 흐름을 쫓다보면 부딪히게 되는 이념의 문제에 있어서 박화백은 주저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그가 쓰고자 하는 건 일제의 폭압적인 식민지 지배와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저항이지 사상과 이념의 옳고 그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이 행한 독립투쟁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민족주의 세력이든, 사회주의 세력이든, 아나키스트이든 어느쪽을 더 편들거나 홀대하지 않는다. 반면 친일파에 대해서는 붓끝이 매섭다. 이 책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마운 독립투사들을 만날 수도 있고, 일제에 부역하고 일신의 영달만을 꾀한 친일 앞잡이들을 만날 수도 있다.

 

1930년대는 국내외의 독립운동 세력들이 분열과 통합을 반복한 시기이다. 단순히 공부하는 입장에서만 본다면 정말 외울게 많은 시기이고, 살짝만 방심해도 비슷비슷한 독립운동 단체들 앞에서 길을 잃기 쉬운 시기이다. 그래서 한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시대가 근대사, 그 중에서도 일제강점기이다. 박시백 화백은 만화를 통해 이 어려운 독립운동사를 시각화했고, 나는 딱 한권을 읽었을 뿐인데 솔직히 꽤 감동받았다. 쉽게 이해되고, 현장감이 생생했다. 만화의 힘은 기대 이상이었다.

 

35년의 역사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어서 앞서 읽지 않은 1~5권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지만, 누군가 이 시기를 공부하고 싶다면 <35년> 시리즈를 가장 먼저 추천하게 될 것 같다.

 

<끝>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생한 현장감이다.

 

말미의 인물 소개는 다소 파격적이다. 독립운동가 뿐만 아니라 친일파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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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그리고 미국의 패권 | ▣▣ 역사야 놀자 2020-08-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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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격변

애덤 투즈 저/조행복 역
아카넷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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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48쪽에 달하는 대용량의 이 책을 단숨에 독파하고 말겠다는 계획은 헛된 욕심이었다. 분량도 문제였지만, 책의 내용이 평범한 대중 역사서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읽은 후 다시 읽은 문장과 페이지가 수두룩했다. 이 책이 겨냥한 구매자는 일정 수준의 역사지식과 강력한 독서 의지를 지닌 독자층임을 알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국제정세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낮고,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대학원 교재 수준의 문장에 익숙하지 않다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서 덜어낼 필요는 없다. 강한 집중력만 적절히 발휘한다면 이 책에서 얻어낼 수 있는 지식과 자각은 들인 시간과 피로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두번의 세계대전에 대한 지식은 참전국, 전쟁의 진행, 인명과 재산의 피해 등에 집중돼 있다. 특히 몇몇 이름난 전투와 군수장비 같은 군사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다보니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에 대한 지식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펴고 한 챕터만 읽어도 국가 간의 전쟁 뒤에 숨어 있는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력하고 복잡하게 작동하는지, 전투와 군수장비 같은 표면적인 소재들이 얼마나 정치 경제적인 백그라운드의 영향을 깊이 받는지 깨닫게 된다. 세세한 정보를 다 이해하거나 암기할 수 없어도 이런 깨달음을 얻는 것만으로 독서는 성공이다.

 

책 제목 '대격변(THE DELUGE)'에서 'DELUGE'는 성경의 대홍수를 일컫는다.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을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모든 인류사를 쓸어내고 다시 쓴 대홍수로 표현하고 있다. 1차 대전은 단순히 협상국과 동맹국의 다자대결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소위 민주주의 세력과 봉건주의(권위주의 또는 전제정치) 세력의 대결이며, 거대 제국주의 국가와 신흥 제국주의 국가 간의 대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참전국들을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흑백으로 양분해버리면 대격변을 이해하는데 엄청난 장애가 생긴다. 협상국의 주축인 영국과 프랑스는 민주주의 진영을 대표하지만 동시에 제국주의 국가이며, 영일동맹을 통해 새로 식민지 경쟁에 뛰어든 일본은 봉건주의 국가이면서 신흥 제국주의 국가이다. 러시아는 구시대를 대표하는 전제정치 국가였지만 1917년의 혁명으로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 중국은 협상국 편에 서서 생존의 길을 찾으려 했으나 일제의 침략과 러시아와 유사한 이데올로기 혁명 속에서 좌충우돌하게 된다. 말 그대로 유라시아 대륙은 대홍수에 쓸려나가는 중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었다. 윌슨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는 유럽대륙의 전쟁에 뛰어들기를 거부했으나, 이는 순수한 자국민 보호 정책이 아니라, 승자없는 평화(종전)를 통해 미국의 권익을 확실하고 철저히 확대하려는 의도된 전략이었다. 잘못된 타이밍에 시작된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과 영국의 파산 위기(영국은 미국으로부터 민간자본을 통한 차관을 대량 도입했다. 그 중심에 유명한 제이피모건이 있다.)는 미국의 직접 참전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대전은 착한 편(서방세계)과 나쁜 편(호전적인 독일)의 치열한 다툼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적 요인이 꿈틀대고 있었고, 그 핵심은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발돋움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돈', 즉 경제력이었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 뿐만 아니라 혁명 후의 러시아, 내전으로 치닫는 중국에까지 차관과 원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 이는 종전 후 세계가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데 기초가 되었다. 거대한 영토와 자원을 가진 미국은 식민지 획득에 관심이 없었고, 기존 강대국들이 치고받는 사이 개방을 통한 무역시장 확대와 자본시장의 팽창으로 단숨에 초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전쟁은 총칼로 시작하지만, 총칼을 만드는 것도 돈이요, 지는 편이 치뤄야할 희생도 결국 돈이다. 경제력은 명실상부하게 제 1의 기준이 되었다.   

 

아직 독서는 진행중이다. 전후 독일의 배상 문제가 어떻게 또다른 세계대전을 잉태시키게 됐는지 따져볼 차례이다. 어렵지만 유익하고, 시간이 걸려도 배우는 지식이 많다. 다른 무엇보다 세계가 재편되는 과정 중에 미국의 본 모습을 살펴보고 느끼는 바가 많다.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 세계는 이미 철저히 실리주의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있다. 여러 굵직한 이슈로 세계가 시끄러운 요즘,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도 20세기 대격변 시기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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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보다 이미지가 훨씬 강하다. | ▣▣ 맛있는 글먹기 2020-08-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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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저
파람북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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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문장은 묵직하다. 하지만 자주 쓰이는 몇몇 서술어는 볼 때마다 속이 오글거린다. 이 오글거림만 잘 참아낸다면 김훈의 문장만큼 사극과 전설에 어울리는 문장은 없다. 특히 거센 눈과 바람이 이는 광활한 벌판이나 산등성이에서 김훈의 문장은 강력한 포스를 뿜어낸다.

 

소설 배경이 되는 시대와 장소는 딱히 언제다, 어디다고 언급할 수 없는 가상의 시공간이다. 석기시대와 철기시대가 뒤섞여 있고, 선사시대와 역사시대가 뒤섞여 있다. 어림잡아 수천년의 시간이 뒤엉켜있는 기이한 시대이다. 김훈은 이런 시공간의 정확성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 실체가 아니라 그냥 '말'이라는 동물 자체이다. 그는 고대의 마구와 갑옷을 연구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보다 말의 습성과 생식을 관찰하기 위해 목장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마치고 나면 머리속에 남는 건 뜻밖에도 말이라는 동물에 대한 알쓸신잡이다.

 

김훈의 문장은 중독성이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반복되는 느끼한 표현만 잘 참아낸다면 문장 하나하나를 외우고 싶을 정도로 그냥 좋다. 그가 두 마리의 말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게 무엇인지도 퍼뜩 깨달았으면 좋았으련만, 그건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마치 만화가 이현세가 그린 '천국의 신화'를 글로 펼쳐놓은 느낌, 고대시대 전장을 마주한 영화적 상상력, 말에 대한 강력한 호감 정도를 이 책에서 얻은 독후 感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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