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과 반역의 갈래에서> / 박규태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 290쪽 / 1만 4000원

<주 예수 그리스도>나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와 같은 두텁고도 중요한 책들이 이상하게(?)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 번역으로 되어 있고, 게다가 독자들을 위한 상당한 분량의 친절한 역주가 유난히 많이 달려 있는 경우라면 십중팔구 예상대로 이 번역가의 번역서이기 쉽다. 그래서 여러 출판사가 번역을 의뢰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번역가가 한 명 있다. 바로 2010년 기독교출판협회 '올해의 역자상'을 수상한 박규태 목사다. 두텁고도 어려운 책들과도 묵묵히 씨름하면서 매우 신뢰할 만한 번역을 내놓기에 자칭·타칭으로 번역 수도사로 불리는 번역가 박규태 목사가 이번에는 직접 자신의 글을 책으로 출간했다. 바로 <번역과 반역의 갈래에서>(새물결플러스)라는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 역시 그의 탁월한 번역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번역을 매개로 사실은 반역 이야기를 풀어놓았다고 밝힌다.

 

"책을 내놓고 보니,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그냥 번역 이야기'로 오해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책에는 번역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의 중심 테마는 '번역이 아니라 반역'입니다. 번역을 하다 보니 우리의 현실 가운데 반기를 들고픈 것들을 너무 많이 발견했지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에는 저자가 10여 년 이상 번역에 매진하면서 느낀 우리 시대와 사회와 교회를 향한 반역의 분위기 짙게 배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그러한 진솔하고 중요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번역과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이고, 나꼼수 현상, 성경 번역 문제, 국가조찬기도회 등의 주제를 문학, 음악, 역사, 신학을 가로지르며 쉽게 풀어내고 있으며 본문의 여러 자료 사진은 독자의 흥취를 한껏 돋운다.

 

이 책은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기독교 신앙이 인문과 비판 정신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인문은 흔히 말하듯이 문학과 역사와 철학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인간이 누구이며 인간이 바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다. 비판 정신 역시 무턱대고 흠집을 잡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따라야 할 참된 진리에 비추어 거짓과 불의와 부조리를 뒤집어엎는 것이다.

 

고독한 '번역 수도사'가 책과 생활의 깊은 샘에서 길어낸 이 책은 한 번, 아니 두 번이나 세 번쯤 생각하며 읽고 언젠가는 소중한 도움이 될 정보를 전달한다. 번역과 반역의 갈래에서 독자들은 여러 생각거리와 통찰을 마주하며 다시 한 번 우리가 서 있는 길을 톺아보게 될 것이다.

 

조르바스처럼 굴리엘모처럼 트래비스처럼!

조르바스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이고, 굴리엘모는 움베르토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수도사 윌리엄의 이탈리아어식 본명이다. 그리고 트래비스는 저 유명한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했던 인물이다. 이 세 사람은 인간이 가지는 자유, 인간을 향한 인간의 참된 사랑, 인문과 인간의 한계를 통찰하는 신앙과 신학,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에 항거하고 억압받는 인간을 긍휼히 여기는 정의와 이웃 사랑을 대변한다. 이 세 사람의 삶이야말로 어쩌면 진선미(眞善美)가 녹아 있는 삶과 신앙을 보여 주는 그리스도인의 거울일 것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시대와 지역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우리네 삶을 반추해 보는 이 책에는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참된 삶과 신앙을 성찰하게 해 주는 예리하면서도 유머가 담긴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은이 / 박규태

고려대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교회 사역에서 물러나 번역하고 글 쓰는 데 전념하고 있다. 저술한 책으로 성경이 말하는 안식을 상고한 <쉼>(좋은씨앗)이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종교개혁시대의 영성>(홍성사),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국제제자훈련원), <주 예수 그리스도>,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새물결플러스)를 비롯하여 20여 권이 있다. 숨겨진 보석 같은 신학 고전이나 좋은 인문 서적들을 발굴하여 여러 출판사에 소개함으로써 빛을 보게 하는 일,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기독교 신앙을 글로 풀어쓰는 일에 관심이 많다. 재야에 묻힌 박학다식한 선비나 용맹 정진에 들어선 수도자를 연상시키는 저자는 2010년 기독교출판협회 '올해의 역자상'을 수상했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뒤에 절친한 분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가슴 아픈 현실을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로 옮겨 봐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가슴 아픈 현실을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로 번역한 책'이라고 말해야겠네요. 어떤 때는 쓴 웃음, 어떤 때는 서글픈 웃음, 어떤 때는 진짜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로 말이죠. 이 현실 번역서(아니 '반역서')에서 함께 웃으며 길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차례

• 독자 여러분을 맞이하며 - 6

 

제1부 반역 이야기

1. '나는 꼼수다'보다 더 통렬한 - 11

2. 19금 이야기는 19금답게 번역해야지, 이게 뭡니까? - 22

3. 우리나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이런 설교 좀 들어봤으면! - 31

4. 글로벌리제이션은 '세계화'가 아니라 '미국 따라가기' 아닌가요? - 42

5. 아니, 신학자가 스카치위스키를 마신다고? - 68

6. 서양 신학의 성경 읽기 - 83

7. <단종애사> VS. <대수양> - 98

8. 헐! 독일의 내공이 대단하구나! - 108

9.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 130

10. 번역서에도 전면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필요해요! - 144

11. 이윤기가 괜히 이윤기는 아니군! - 151

12. 어떻게 하나님을 안 믿는 사회주의자보다 못하냐? - 165

 

제2부 번역자로 살아간다는 것

13. 번역자는 나름 수도사랍니다 - 175

14. 번역을 하려면 외국어뿐 아니라 이것들도 필요하답니다 - 182

15. 번역자가 걸리는 신종 직업병 : 교정보듯 책 읽기 병 - 188

16. 번역자의 가난한(!) 스트레스 해소법 - 195

17. 뭐, 번역이 취미라고? 부럽습니다! - 207

18. 번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감히 드리는 두 가지 도움말 - 212

 

제3부 번역한 책이 깨우쳐 준 우리의 문제와 해답

19. 요하네스 라우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는 말은 무신론자나 하는 말입니다>- 229

20. 헬무트 틸리케의 <세계를 부둥켜안은 기도> - 244

21.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 - 254

22. 고든 피의 <우리에게 능력 주시는 하나님의 임재> - 265

23. 크레이그 블롬버그의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소서>- 272

24. 앨런 스팁스의 <이 큰 구원을 보라> - 281

• 독자 여러분을 배웅하며 - 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