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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저녁 - 흑산 | 지배(紙背)를 철(徹)하라 2015-02-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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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인문학>을 읽고 있다.

그렇게 새벽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는 중에 문득 저녁에 관한 인상적인 서술 하나가 떠오른다. 김훈의 <흑산>에서 읽은 것이다.

 

 

저녁에 빛들은 수평선에 내려 앉았다. 수평선은 눈동자 속의 선이고 물 위의 선이 아니라는 것이 물가에서는 믿기지 않았다. 시야의 끝에서 물과 하늘이 닿는 허상이 펼쳐졌으나, 닿아있는 자리에서 물과 하늘 사이는 비어 있어서 수평선은 아무런 선도 아니었고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수평선이 지나갔다.

빛들이 더 먼 쪽 수평선으로 몰려가면서 바다는 어두워졌다. 달이 없는 밤에는 보이지 않는 물의 소리만 들렸다. 먼 어둠 속을 달리는 물소리가 섬의 연안으로 다가왔다. 시간의 바람이 물을 스쳐서, 물과 시간이 섞이는 그 소리에는 아무런 의미도 담겨있지 않았다.

귀기울이지 않아도 물소리는 정약전의 몸 속을 가득 채웠고......

                 (<흑산>, 김훈,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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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붙이 | 지배(紙背)를 철(徹)하라 2015-02-2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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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이1[부치]

[명사] [같은 말] 겨레붙이(혈연관계가 있는 사람).

 

 

  • [접사]

    • 1.같은 겨레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 2.어떤 물건에 딸린 같은 종류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  

    <새벽의 인문학>을 읽는 중이다.

    그런데 그 중에 이런 말들이 자주 보인다.

    " ~ 붙이"

     

    예컨대 이런 식이다.

    "긴꼬리검은찌르레기붙이"(58, 62, 96쪽)

    "찌르레기붙이"(59쪽)

    "도마뱀붙이"(63쪽)

     

    원어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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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 시 - 쓰거나 읽거나 2015-02-28 09:54
    http://blog.yes24.com/document/796573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문이란 문은 다 연다.

     

    새처럼 깃털 달고 날아올까,

     

    아니면 바닷가 파도처럼 밀려올까?

     

                       - 에밀리 디킨슨

     

                          <새벽의 인문학> 95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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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톡톡’ 시즌2](2) 심영섭 "뜨겁게 사랑한 기억은 평생을 살게 한다" | 심리학 - 심리 상담 및 치료 2015-02-28 08:45
    http://blog.yes24.com/document/796568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심리톡톡’ 시즌2](2)

    심영섭 "뜨겁게 사랑한 기억은 평생을 살게 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271630521&code=210100

     

    누구에게나 사랑의 사계절이 흐른다. 서툴지만 순수한 첫사랑의 봄,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여름, 모든 것이 평범해지고 시들해지는 가을, 그리고 스산하고 쓸쓸한 사랑 끝의 겨울…. 하지만 사랑은 다시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사랑 안에는 ‘계절의 순환성’이 존재한다.

    경향신문 연례기획 ‘심리톡톡 시즌2-사랑에 관하여’ 2월 강연에서는 영화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영화 속에 비춰진 사랑의 사계절을 이야기했다. 2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진행된 이번 강연의 주제는 ‘사랑의 사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었다. 심 교수는 사랑을 다룬 영화 <건축학개론>, <500일의 썸머>, <색, 계>, <이터널 선샤인> 등을 통해 사랑의 속성과 인간의 심리에 대해 풀어냈다. 이날 강연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영화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심리톡톡2-사랑에 관하여’ 강연을 하고 있다. | 정지윤기자

     

    사랑을 다룬 영화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봤어요. 영화평론가인 제가 봐도 사랑 안에는 계절이라는 소재가 많이 들어가더군요. 사랑을 다룬 영화 중 <봄날은 간다>, <500일의 썸머>, 영화는 아니지만 <가을동화>, <겨울연가>…. 계절과 사랑 사이에 뭔가 상관성이 있어보이죠. 사람들이 사랑 이야기를 하며 왜 계절 이야기를 할까요. 사랑 안에 계절의 순환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제를 ‘사랑의 사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고 지어봤어요.

    제가 85학번, 올해로 나이가 오십입니다. 5학년 반에 들기 시작했어요. 제 인생에도, 사랑에도 역사가 있겠죠. 결혼한지는 15년이 됐고, 첫 사랑도 했고요. 첫사랑은 야구선수였어요. 두번째 사랑은 제가 ‘전망좋은 방’이라 부르는데, 같이 본 영화가 <전망좋은 방>이었죠. 결혼을 약속하기도 했는데, 제가 결핵을 앓는 바람에 그 사람을 떠나보냈어요. 슬프죠. 그런 영화같은 사랑도 했었고요. 다음 사랑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굉장히 급작스러운 이별을 한 적도 있어요. 굉장한 상실감을 경험했었는데,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 나와 이별해야 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안 됐어요. 제가 카톨릭 신자였는데 방탕한 길에 접어들기도 했죠. 사랑의 상실이 저에게 다른 페이지의 삶을 살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지금 남편을 만나 15년간 안정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게 제 사랑의 역사예요.

    봄-망상에 시달리듯, 열병을 앓듯


    알랭 드 보통이라는 수필가는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제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히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사랑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떤 이유를 붙이지 않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경험이죠. 그런데 이건 ‘정신병’입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사랑할 때는 남편이 지방 출신인 것이 아무렇지도 않죠. 영남 지역 남자들은 세 마디만 한다죠. 박력있고 책임감도 있고 멋져요. 이게 연애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결혼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1년에 2번은 8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내려가야 합니다. 삶의 구체적 문제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장난이 아닌 거예요.

    그런데 연애할 때는 제정신이 아니어야 합니다. 연애할 때는 ‘망상’으로 하는 거예요. 지각적 왜곡과 망상, 환청이 정신병의 주 증상입니다. 그 증상이 사랑할 때도 똑같이 나타나는 겁니다. 이게 정신병적 상태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나오는 것과 같은 거죠. 뇌과학자들도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정상적 판단을 하며 사랑하는 건 너무 재미가 없는 사랑을 하는 겁니다. 봄의 사랑, 20대의 사랑은 계산적이지 않고, 우연적이고, 정신병적이고, 상대에게 몰입하는 그런 사랑을 하는 것이 재미있는 겁니다. 겁낼 필요는 없어요. 결혼할 때가 되면 다 계산기가 나오죠. 제 정신을 차리게 되는 셈이죠.

    이것과 관련해 재미있는 영화가 <500일의 썸머>예요. 사랑이 지속되고 도파민이 나온다는 1년 혹은 1년 반, 그 시기에 한 남자가 갖고 있는 심리상태가 재미있게 나타나는 영화죠. 조셉 고든 래빗이 나오죠. 남자 주인공이 똑같은 여자 주인공의 목부분 하트 모양의 점을 100일째에는 하트 모양이라 생각하고, 300일이 넘어가면 바퀴벌레 모양이라고 하죠. 사랑이 착시, 착각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죠. 그리고 톰과 썸머는 처음에는 둘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톰은 건축을 꿈꾸지만 카드를 쓰죠. 섬세해보이는 남자예요. 썸머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사랑도 안 믿는, 쿨한 여자예요. 둘은 차이가 있는 사람들인데 처음에는 같다고 생각해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죠. 처음엔 다 서로가 닮았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영화 <500일의 썸머>. 경향신문 DB

    ▶<500일의 썸머> 리뷰 기사 보러가기

    프로이드 등 정신분석학자가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 남자와 왜 사랑에 빠졌었나요? 자신이 결핍된 어떤 것을 투사한 것이 첫사랑이죠. 자신의 결핍을 잘 메꿔줄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첫사랑이에요. 왜일까요. ‘첫’이라는 말 때문입니다. 잘 모르면서도 무언가를 개시할 때의 그 역동, 열정은 그 사람이 그냥 남자, 그냥 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깊은 결핍과 무의식을 건드리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론은 뭐냐. <건축학개론>에서의 수지는 ‘썅년’이 될 수밖에 없고, 첫사랑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이 수지를 카메라에 담는 장면, 저는 이 장면이 굉장히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장면의 미장센은 이제훈의 프레임과 동일하죠. 스크린의 테두리가 프레임 그 자체죠. 첫사랑이란, 자신이 만든 프레임에 누군가가 걸어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남자의 프레임에 어떤 여자가 걸어옵니다. 여자는 반말을, 남자는 존댓말을 해요. 이것만 봐도 남자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걸 알 수 있죠. 남자의 약혼자가 결혼 사실을 밝히면서 “그래도 언니는 아셔야 할 것 같아서”라고 하죠. 그리고 남자의 첫사랑에 대해 “썅년이었다면서”라고 합니다. 수지는 어쩌다 썅년이 되었을까요. 이게 영화의 핵심이죠.

    이 영화의 카피는 “우리는 언젠가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입니다. 한가인은 언제 첫사랑을 찾아나섰죠? 잘 생각해보세요. 난 이게 굉장히 재미있다고 봐요. 첫사랑의 관계에서 여자들은 보통 차고, 남자들은 채이는 관계가 많아요. 20~21살쯤 첫사랑을 시작하죠? 그랬을 때는 보통 여자들이 많이 차요. 이유가 있습니다. 남자들에게는 적수가 너무 많아요. 윗학번 선배, 교회 오빠, 심지어 유부남까지…. 대학교 1~2학년이라고 가정하면 남자들은 경쟁자에 대한 열등감도 많아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고 끝나는지 일주를 해본 경험도 없어요. 이 여자를 사랑하는 건지, 육체적으로만 끌리는 건지 헷갈리죠. 감정이 부글부글대는데, 알 수도 없죠. 거의 실패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첫사랑이 실패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지사예요.

    영화 <건축학개론>. 경향신문 DB

    그러면 첫사랑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느냐. 제가 알았던 것은 ‘내가 참 미숙한 사람이구나’ 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제가 첫사랑이랑 결혼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안 그렇더라고요. 사랑하는 남자가 싫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사람 잘못인 줄 알았죠.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 자신이 굉장히 미숙한 사람이었다는 거죠. 감정통제도 잘 안 되고, 내가 사는 것에 자신이 없었던 사람이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사랑이 잘 안 된 것 같아요. 수지가 왜 “썅년”이 됐느냐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갈까요. 여자는 자기가 이혼할 때, 사랑에 깨졌을 때 첫사랑을 찾아가요. 사랑받았던 기억만 갖고서요. 그런데 남자는 달라요. 첫사랑 상대는 ‘내가 투자했으나 성과없이 끝난 불량주’죠. 똑같은 사건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15년 전 기억이 절대 같을 수가 없죠.

    남자는 어떤 때 여자를 찾아갈까요. 사장이 됐다던가, 학위를 땄다던가, 어떤 성취를 했다던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내가 채인 여자라도 만날 자신이 있을 때 만납니다. 사랑의 기억이 아니라 차였던 기억을 갖고요. 그런 걸 보면 여자들은 완전 동상이몽이죠. 이 남자가 예전에 날 사랑했었어. 앞으로도 사랑해줄까? 착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남자 옆에는 이미 딴 여자가 있습니다. 첫사랑을 위안받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을 때, 그 남자가 만만해 보일 때 찾지 마세요. 그 남자는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테니까요.

    <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복원이라는 테마를 갖고 있습니다. 집을 다시 짓는다는 건 첫사랑을 복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그러나 시간이라는 함수가 개입되면서 다른 색깔을 갖게 됐죠. 남자에게는 한 여자가 자신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를 통해 습작을 해볼 수 있었죠. 첫사랑을 통해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 형제간의 경쟁에서 실패했던 어떤 경험, 그러나 이를 보상해줄 것 같은 모든 욕망이 던져집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투명하게 보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해요.

    ▶<건축학개론> 리뷰 기사 보기

    여름-뜨겁게 사랑한 기억으로 평생을 산다

    여러분은 언제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와 자기로 결심하나요. 연애가 무르익게 되면 여러가지를 해보게 됩니다. 돈도 합쳐서 써보고요. 동거를 해볼 수도 있겠죠. 연애가 무르익게 되면 작은 것들이 불분명해집니다. 내 것이 그 사람 것이 되는 것 같고, 그 사람 것이 내 것이 되는 것 같아요. 혹시 로맨스만 하고 섹스는 하지 않는 경우, 섹스만 하고 로맨스는 없는 경우가 있을까요? 그런 경우는 ‘반쪽짜리’입니다.

    제가 상담일을 25년간 했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을 확신할 수 있어요. 남녀 간의 관계에서 ‘안 자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부부관계를 체크할 때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일주일에 부부관계가 몇번이냐”는 거예요. 저 사람과 함께 나의 아이를 갖고 싶고, 내 몸을 섞고, 내 체액과 시간을 나누고 싶은 그런 욕망이 있어야 하죠. 이것이 여름의 사랑인 것입니다. 행동이 앞서고, 결혼이나 영속적 합일… 이런 것들을 떠올리게 되고. 좋죠. 좋아야 하죠. 이때의 기억을 갖고 거의 평생을 살아야 하니까요. 사실 그 다음부터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많죠. 애를 낳으면 울고 빽빽대고, 제일 괴로운 것은 사랑했던 그 사내가, 그 각시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이때 화끈하게 좋아야 하는 겁니다.

    우리 삶에서는 ‘우연’이라는 악마의 방문을 받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나쁜 기억들을 좋은 기억의 홍수 속에 가라앉히는 수밖에 없어요. 트라우마를 영원히 제거할 수는 없죠. 하지만 트라우마를 묻을 수는 있어요. 그러다 어떨 때는 다시 촉발이 되기도 하지만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좋은 기억의 홍수 속에 트라우마를 묻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때 정말 눈치 안보고 뜨겁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억을 많이 저금해두는 게 나중에 상대가 미울 때, 힘들 때, 아플 때 좋죠.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이 없다면 그 커플은 참 가난한 커플입니다. 돈이 없는 가난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전 반지하 셋방에서 살기도 했는데, 창문 밖으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합니다. 더운 여름날 남편은 문을 닫고 옷을 벗고 자던지, 아니면 문을 열고 옷을 입고 자자고 합니다. 저는 문도 열고 옷도 벗고 자겠다고 싸웁니다. 그런데 기억이 가난하면 문제죠. 내가 그 남자 앞에 가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안 들면 굉장한 적신호인거죠. 어떤 남자를, 어떤 여자를 만나면 내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고 좋은 기억이 많이 생기죠. 그런 경우는 바로 청신호죠. 여름의 사랑은 좋고, 신나고, 재미있고, 눈치 안 보고, 같이 살고 싶고, 그럴 때 같이 살아도 보고 그런 겁니다.

    영화 <색, 계>. 경향신문 DB

    ▶<색, 계> 리뷰 기사 보기

    영화 <색, 계>에서 색은 욕망, 계는 감시를 의미합니다. 색계의 첫 장면 중 잊혀지지 않는 것이 무섭게 생긴 셰퍼트가 무언가를 감시하면서 시작합니다. ‘계’에 관한 상징이죠. 영화는 아버지, 법, 규칙, 시선 등 이런 그물망을 뚫고 색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보여줍니다. 살이라는 게 육체로 만든 본드입니다. 이게 없으면 남녀 관계는 접착이 안 되죠. 얼마나 그 본드가 강력합니까. 스파이와 매국노. 아주 극단적인 관계에서 육체라는 강력한 본드 때문에 접착이 되는 그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을-모든 것이 평범해지는 쓸쓸함

    자 이제 드디어 500일이 지나갑니다. 100일 때부터 같이 살았다고 칩시다. 500일, 600일이 지나갑니다. 사랑이 가을에 들어서는 거죠. 가을에 들어서는 사랑에는 여러가지 징후가 나타납니다. 이 사랑이 너무 평범해지는 거죠. 부모도, 종교도, 다니던 학교도 휴학을 할 수 있을 것 같던… 돈은 말할 것도 없죠. 그렇게 어떤 것도 넘어설 수 있을 것같던 이 사람이 평범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무 위험합니다. 사랑은 완전하지만 그걸 쓰는 인간은 너무 불완전한 거죠. 칼, 총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완전한 도구이지만, 인간이 미숙해서 과녁이 빗나가기도 하고 못쓰게 되기도 합니다. 헤어질 이유는 너무 많습니다. 여러분의 지각적 왜곡도 끝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가을의 사랑에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꼭 한번 자신의 사랑의 ‘패턴’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거시적 관점에서요. 미시적 관점에서 보면 다 다른 사랑이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는 어떤 패턴들이 발견될 걸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들여다보라는 거죠.

    저는 감정적인 사람이에요. 제가 영화감독이나 예술하는 사람들 만났을 것 같죠? 그런데 저는 그런 남자들을 만나면 불안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요. 너무 불안정하거든요. 나도 떠돌아다니는 대륙인데, 결국 보면 오래 가는 남자들은 안정적인 남자더라고요. 제가 사귄 남자들은 죄다 안정적인 사람들이었어요. 그게 제 패턴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선택한 것 때문에 괴로워진다는 거예요. 안정적인 남자를 선택하면 안정적이라서 괴롭죠. 어떤 남자에게는 예쁜 여자가 중요해서 예쁜 여자를 얻어요. 그런데 세월이 가면 예쁜 것이 평범해져요. 아무리 예쁜 여자를 데리고 살아도 ‘더 예쁜 여자 안 생기나’ 싶어 괴로워요. 자기가 선택한 바로 그것 때문에 괴로워져요. 그러다보면 패턴이 생기는데, 비슷한 사람을 만나거나 비슷하게 헤어지죠. 때로는 연장전도 하죠. 연장전은 책을 두 번 읽는 것처럼 힘들죠.

    겨울-고통스러운 사랑의 끝, 하지만 “기억해줘”



    드디어 우리가 겨울에 이릅니다. 좀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것 같고, 얘만 아니면 팔자가 필 것 같습니다. 이놈만 아니면, 이년만 아니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너지 효과가 안 나는 것 같고, 가치관이 충돌되는 것 같고요. 그런데 좀 더 좋은 대안이 나타나기도 해요.

    헤어질 때 많이 나타나는 증세는 같이 있어도 외로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참을 수 없죠. 같이 있는데 더 외롭다 싶으면 ‘이제 헤어져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좋을 때 원하는 걸 들어주고, 좋을 때 잘해주는 것은 무척 쉬워요. 그런데 그 다음은 어렵죠. 어떤 사람과 같이 오래 살려면, 상대가 너무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하나는 들어줘야 하고요. 상대도 나한테 그 한가지 정도는 들어줘야 해요. 거꾸로 내가 상대에 대해 너무 싫어하는 것, 상대가 나에 대해 너무 싫어하는 것 한가지씩은 안해야 해요. 그래야 관계가 깨지지 않아요. 종교든, 경제적인 것이든 뭐든지요. 그런데 상대가 원치 않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매일매일 나를 괴롭히는 치통처럼 괴롭죠.

    사랑은 양면적이에요. 달지만은 않습니다. 아시잖아요. 사랑할 때 끔찍하게 좋았던 기억은 헤어지는 그 순간에 나에게 비수로 돌아옵니다. 함께 찍었던 사진, 같이 갔던 영화관, 같이 썼던 머그잔…. 사랑 그 자체보다 더 괴로운 것은 사랑에 대한 기억입니다. 사랑을 지우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그 부분만 도려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한 감독이 있었죠. <이터널 선샤인>에서 짐 캐리는 정극 연기를 정말 잘 했죠. 어느 날 짐 캐리가 열렬히 사랑했었던 케이트 윈슬렛에게 갔더니 다른 남자와 함께 있죠. 자기를 몰라봐요. 자신에 대한 기억만 도려냈기 때문인데, 짐 캐리도 기억을 도려내기로 해요. 어떻게 됐을까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 경향신문 DB

    ▶<이터널 선샤인> 리뷰 기사 보기

    영화 마지막에 기억의 도서관이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자의 마지막 말은 “기억해줘”예요. 그런데 이 기억도 지우죠. ‘흠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을 모두가 꿈꾸지만 쉽지가 않죠. 머릿 속에서 기억을 다 지운 순간 깨달아요. 지우기 싫어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중에 두 사람은 다시 만나요. 또 똑같이 “클레멘타인이에요”, “조엘이에요”라고 인사하고 다시 시작하죠.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사랑의 기억이 다 사라져도 사랑의 습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본능을 지울 수는 없더라고요. <이터널 선샤인>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것이죠. 사랑의 내용은 지울 수 있지만, 사랑을 왜 하는지,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는 지울 수 없다는 거죠. 모든 것을 뛰어넘어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라는 거예요. 사랑없음, 죄책감없음이 사이코패스의 특성이잖아요. 인간은 늘 사랑의 가능성에 대해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봄-나를 깨닫는 사랑, 봄은 다시 온다

    그러다보면 다시 봄이 오죠. 다른 사람을 만나건, 이 사람을 계속 사랑하기로 결정했건 다시 봄은 와요. 라면 끓이는 실력, 내공은 1인분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2인분을 같이 끓이는 데서 나오죠. 우리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균형감각이 있고 관대한지는 사랑을 통해서만 알 수 있어요. 우리 자신에 대한 것을 나와 너를 통해서 알게 되는 거예요. 나를 깨닫는 지점이 사랑이죠.

    여러분은 끌리지 말고 사랑을 하세요. 연애감정은 사실 쉽죠. 단물을 빨아먹고 사랑받는 것만 생각하면 사랑의 역사는 쌓이지 않아요. 사랑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랑은 당신을 위한 나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지죠. 슬프지만 이기주의자는 사랑에 성공하기 어려워요.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서로에게 가르쳐줄 필요가 있죠. 사랑을 통해 자신의 불완전함을 깨달으면 좋은 사랑을 했다고 봐요. 상처를 입더라도 그 사람을 통해 내 자신을 깨달으면 되는 거예요.

    저도 사랑을 통한 상실을 경험했지만, 그 당시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국은 안 죽읍디다. 안 죽고 살아가더라고요. 그때는 왜 하필 그 남자를 만나서,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수만번은 더 질문한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그 시간도 지나니까 ‘사랑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는, 지금은 그렇게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랑을 통해 스스로를 볼 수 있다면 뼈아픈 사랑이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의 시행착오를 할 수밖에 없고, 해야 하죠. 그 고통 속에서 성숙하는 게 필요하죠.

    사랑의 타이밍이야말로 사랑의 운명성인 것 같아요. 남편에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당신을 만난 후에도 좋은 남자를 많이 만났다”고요. 그런데 남편도 마찬가지라 하더군요. 완벽한 사람을 발견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고, 모자라는 사람을 완벽하게 보는 법을 배움으로써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것을 보아내는 힘이, 그것만이 다시 사랑에 봄이 오게 하는 것이죠. 사랑 이후의 삶은 지리멸렬한 구석이 많아요. 불완전한 사람을 완벽하게 보려고 하는 우리 자신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 언젠가는 사랑에 확신이 드는 사람을 만나게 돼요. 만나면 알아요. 꽤 좋거든요. 꽤 일이 잘 풀리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그 사람 앞에서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고요. 문제는 언제 저 모퉁이를 돌아 나타날지 모른다는 거죠.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5분 전에도 내 우주에는 그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기다려봐야 해요. 이 사람이 아니다 싶어서 보냈다면, 사랑의 기억을 지우기보다 사랑의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요.

    사랑, 다시 해보시겠어요? 그게 오늘 제 이야기입니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가장 추운 날에 하는 저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관객과의 질의응답

    - 죽어도 만나면 안되는 나쁜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요?

    “1번, 눈 맞아서 하룻밤을 잤는데 해장국이나 콩나물국도 안사주고 도망가는 남자예요. 2번, 아내가 식물인간이라고 3년 동안 만나는 남자죠. 유부남 중에 아내와 사이가 좋다고 말하면서 꼬시는 유부남은 없어요. 3번, 그 남자 앞에만 가면 나는 ‘못난 년’, ‘못된 년’이라는 느낌이 들 때죠. 나쁜 남자라기보다 뭔가 안 맞는 남자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 니콜슨이 말하죠. ‘You make me a better person.’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은 ‘착각’이 처음에는 있어야 한다는 거죠.”

    - ‘썸’타는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확신의 상태가 다를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확신이 들 게 만들어야죠. 사람들 사이에는 여러 양태의 호감이 있죠. 어떤 여자가 남자에게 ‘널 좋아해’라고 한다면 차일 수는 있어도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적어도. 더 이상의 관계 진척을 거부할 수는 있고, 두렵거나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거나 여러 이유로 거절을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 남자가 그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러니까 한번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를 싫어하고,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제가 싫어요. 대안이 있을까요.

    “그건 징후, 증상이에요. 오히려 그것에 대해 깊이 들여다봐야 해요.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고 다시 사랑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고요. 왜 이런 사이클을 대인관계에서 반복하고 있는지 통찰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를 좋아할까. 나에게 꽃과 밥을 사줄 남자는 많습니다. 그런데 왜 받아들이지 못하느냐. 내 안의 어떤 두려움 때문이죠. 그게 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할 것 같아요.”

    -첫사랑을 다시 만나 사귀고 있는데, 나이 서른이 되니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심합니다. 결혼을 언제 해야 사랑도 지속되고 변질되지 않을까 고민이 계속됩니다.

    “저는 결혼과 사랑이 따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결혼은 사랑을 끝장내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해요. 연애를 끝장내는 방법이죠. 길고 지루한 과업이 기다리고 있어요. 한 사람을 오랫동안 사랑하는 건 거의 나의 인품에서 나오는 과업입니다. 내가 그것을 해낼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 결혼하세요. 그리고 결혼은 비슷한 인품 정도를 가진 사람과 만납니다. 나이나 경제적 조건 등을 떠나서요. 심리적 성숙도가 비슷한 사람하고만 만나게 되죠. 내가 만났을 때 편한 사람과 만나야 결혼했을 때도 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몇 번 정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까요? 6~7번이라고 해요. 저는 제 딸이 평균치는 좀 상회하고 결혼했으면 해요.”

    -다시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결혼을 할 것인지, 한다면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것인지 궁금해요. 결혼 후에도 더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셨다는데 그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도 궁금하고요. 저는 지금 연애하는 사람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결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사랑을 지킨다는 말이 귀에 들어오네요. 지킨다는 건 선생님의 안경이에요. 왜 사랑을 지켜야 하나요?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그것부터 생각해보시면 좋겠고요. 지금 남편과 다시 결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진짜 모르겠어요. 그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은 남편보다 더 매력적이라 느껴지는 남자를 만났어도 바람을 피우진 않았죠. 남편에게 상처를 주기 싫기 때문이죠. 그게 남편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는데, 남편도 그런 예의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말이에요. 만약 배신을 당한다면 배신 당하기 5분 전까지는 믿고 살아야겠죠. 그러다 배신을 당하더라도 살아내야죠. 제 삶을 살아야 하는 거죠. 남편이 있든 없든 내 삶은 내 삶이에요. 내 삶, 내 아이, 내가 번 돈…. 남편이 있든 없든간에 지켜내야 하는 거죠.”

    -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도 괜찮나요? 연애만 하며 살 순 없나요?

    “물론이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어차피 똑같아요. 결혼을 안 하면 굉장히 외로운 감정에 휩싸일 수도 있죠. 연애만 하며 사는 것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낚시질’이 잘 안돼요. 여자의 경우 더 그렇죠. 결혼을 안 하고 살려면 연애 말고 다른 주제가 삶 속에 있어야겠죠. 연애가 전부일 수는 없죠. 일이든 아이이든. 자신의 생산성이든, 취향이든, 여행이든.”

    - 2년간 4번의 연애의 공통점이 3개월을 못 버텼다는 거예요. 나한테 문제가 있나, 부족한 사람인가 생각이 들고 자존감이 낮아져요. 조언해주실 것이 있다면.

    “인생은 터프한 거예요. 거친 국면이 있어요. 행복하고 좋은 국면과 거친 국면 모두가 인생이죠. 일단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당연히 사랑에 빠져봐야 해요. 물론 잘 안 되면 나는 사랑받기 적합하지 않은가, 사랑의 불구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사랑은 두 바퀴로 굴러갑니다. 한 바퀴는 누구를 선택하느냐이고, 또 하나는 노력이라는 바퀴인 겁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절당하는 것, 버려지는 것에 굉장히 많은 의미를 두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부터 들여다보세요. 자기 지각의 문제도 있고, 어린 시절의 감정 양식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잘 들여다보고 통찰하게 되면 다음 번에는 다른 사랑을 할 수가 있어요.”

    사랑, 그 반짝이는 순간을 잡으세요



    예전에 첫 남편과 대학 시절 연애할 때의 이야기예요. 손금을 봐준다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손을 만지는데, 제 생명선이 무지 짧아요. 그런데 첫 남편의 손금이 엄청 길어서 자기 손금의 절반을 뚝 떼어서 제 손금 위에 얹어줬어요. 그러면서 “너 오래 살 거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했던 사람이 제 곁을 떠났어요. 마법같은 이야기이죠.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제가 깨달은 것은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웠어도 그 남자를 만나 참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기억들을, 그 어떤 것들을 붙잡고 사는 것이 모두 살아가는 것 같아요. 사랑이 두렵거나, 고통받았거나, 상실감 때문에 힘들거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죠. 그 반짝임을 잡으시라는 거예요. 반짝거리는 것이 있다면, 새까만 그림자가 나타나도 그 반짝임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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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에서 영어로 옮겨간 ‘언어 식민주의’ | 국어 공부 합시다 2015-02-28 08:17
    http://blog.yes24.com/document/796566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기획 일반
    [광복 70주년 기획 - 우리는 과연 해방됐는가]
    일본어에서 영어로 옮겨간 ‘언어 식민주의’…
    한글 ‘하류 언어’ 취급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272113355&code=210100&nv=stand

     

    (7) 언어 - 언어에 남은 식민권력

    ▲ 일제 때 ‘국어=일본어’ 제국주의 인식 그대로
    한글 ‘국어’로 불러
    초·중·고 교과서도 1970년에야 한글로 바뀌어


    ▲ 신문·공문서 한글 사용은 1980년대 후반에야 확산
    가장 과학적 언어라면서 일상에서는 열등 언어 취급
    “우리말로 새로운 말 만들기 포기하지 말아야”


    우리는 한글을 ‘국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우리말과 글을 배우는 정식 교과목 이름도 ‘국어’다. 그러나 자신이 쓰는 언어를 ‘국어’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등 몇 곳뿐이다. 언어와 국가를 등치시키는 ‘국어’라는 표현에서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식된 제국주의적 인식이 숨어 있다.

    ‘국어’라는 말은 1911년 발표된 일제의 제1차 조선교육령에서 처음 등장한다. 물론 여기서 국어는 일본어를 뜻한다. 이때부터 조선어는 ‘한국어’로 격하된다. 교과목도 ‘조선어 및 한문 독본’으로 한문과 통합됐다. 식민 치하 내내 ‘국어’는 일본어였다. 1945년 해방 이후 ‘국어’는 일본어 대신 한글을 가리키게 됐지만 그 명칭은 그대로 이어져 왔다.

    일본이 언어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서양식 근대화 개념이 일제를 거쳐 우리에게 무비판적으로 이식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1940년 일제강점기 영암서공립심상소학교 교실 수업 장면. 1938년 일제 3차 조선교육령이 시행되면서 학교에서 우리말을 쓰는 게 사실상 금지됐다. | 독자 제공

     


    토익·토플 하면 떠오르는 서울 종로 2가 영어학원 골목길을 지나는 젊은이들. 일제시대 일본어가 출세의 관문이었다면 해방 70년이 지난 현재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영어가 반드시 넘어서야 할 필수 과목이 됐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려대 일어일문과 이한섭 명예교수(65)는 지난해 <일본에서 온 우리말 사전>을 통해 1880년대 개화기 이후 일본에서 우리말에 들어 온 어휘 3624개를 찾아 정리했다. 이 교수는 “학술 용어, 정부와 사법부, 검찰에 관계되는 법률 용어 중 대다수는 일본어 어휘”라며 “일본어에서 유래한 한자어는 사실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했다. ‘대통령’, ‘민주주의’, ‘과학’, ‘철학’, ‘시민’ 등 익숙한 서양 근대식 용어 대부분이 일본어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정부 차원의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근대식 용어를 스스로 만들어낸 반면 우리는 일본이 만든 용어나 개념을 번역해 쓰는 데 급급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일본에서 온 말 중 일부가 한국인의 정신세계나 사고방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라 본다”며 “일본 제국주의 시절 황국신민화 교육이나 일본식 법률이 일상에 뿌리내린 것은 결국 언어를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쟁, 군사 관련 용어는 우리 일상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에서 정신대로 끌려 갔던 피해자를 ‘위안부’로 부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남성에게 성적으로 위안을 준다’는 의미는 일본 입장에서 만든 언어인데 무비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제 통치 시대의 모습이 언어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됐고, 이후 우리가 곧바로 전쟁을 겪은 만큼 이 같은 용어를 쭉 이어 쓰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위 ‘삐라’도 영어의 ‘bill’을 일본 사람들이 부르는 말이다. 일상언어에서도 오랫동안 쓰이던 말이지만 일본어에서 왔다고 해서 ‘전단(傳單)’으로 고쳤다. 그러나 전단 또한 1920년대 중국 군벌 시대 때 만들어진 전쟁 용어로 적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심리전에 쓰인 선전물을 부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종이 쪽지’로 순화하자고 하지만 언론에서 쓰지 않으면서 일상어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미 익숙하게 쓰고 있는 언어를 식민통치시절 들어 왔다는 이유로 쓰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습관화된 우리의 ‘언어 식민주의’를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해방 후 곧바로 국어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한 건 당시 정치적 환경과 연관된다. 8월15일 일제가 항복 선언을 했지만 미군정 당국은 조선총독부의 일본인 관리들에게 자리를 이탈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때부터 친일 인사들이 1948년 한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미군정이 만든 조선교육심의회에서 한글 정책을 맡게 됐다. 미군정 초기 행정 권한이 일본인에서 친일파 조선인들로 이양된 셈이니 제대로 된 한글 정책이 만들어질 리 만무했다. 해방 후 제대로 된 한글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데도 오랜 시일이 걸렸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일제 치하에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수감되기도 했던 외솔 최현배가 한글 정책을 맡게 됐지만 한계가 있었다. 정책의 핵심은 예를 들어 동사를 ‘움직씨’, 형용사를 ‘그림씨’라는 식으로 한자어를 한글로 바꾸는 식이었다. 언어에서 일제의 정신적 잔재를 없애는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른 작업이었다. 학계에서도 일본어나 한자어로 된 말을 쓰지 않는 데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글·한자 병행 교과서’, ‘한글전용 교과서’가 학교마다 다르게 보급됐다.

    이 교수는 해방 후 언어 속 식민권력이 철저하게 청산되지 못한 것은 당시 조선인들의 의식수준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크게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일제치하 모든 사람들이 독립을 바라고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던 차에 해방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해방 전후 모습을 다룬 문헌들에는 1945년 광복일 당시 일왕이 항복방송을 할 때 조선총독부 사무실 앞에서 조선인들이 슬퍼하며 무릎 꿇고 눈물을 흘렸다는 장면이 나온다. 일제시대 권력과 직결되는 다리였던 일본어는 해방 후에도 여전히 출세를 지향하는 이들이나 식자층에게 유용한 언어일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 한글·한자 혼용과 한글 전용 사이에는 격렬한 논쟁이 여러 차례 일었다. 1970년 초·중·고 교과서가 한글 전용으로 바뀌고 1980년대 후반부터 신문과 공문서에서도 한글이 주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정부나 학계에서도 일본어에서 유래한 한자어, 일본말로 받아들인 서양의 개념을 우리 식대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우리가 일본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개념을 우리 식으로 받아들이는 데 무능해졌다는 것이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51)는 “새로 들어온 개념을 우리말로 만들면 어색하게 여긴다”며 “한자나 영어 아니면 제대로 된 개념어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편견이 강하게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시대 언어를 그대로 썼듯이 외래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고 우리말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현저하게 퇴화해온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이어져온 말은 어쩔 수 없더라도,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말도 한자식이나 영어로 조어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휩싸인 게 현재 우리 ‘어문생활’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한글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이중적 태도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드물게 과학적인 언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지만 동시에 중요한 개념을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일상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윤대석 명지대 국문과 교수는 논문 <1940년을 전후한 조선의 언어 상황과 문학자>에서 “일제식민 시절 공용어였던 일본어의 특권은 ‘일본어=근대·문명, 조선어=전근대·야만이라는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시켰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식민지 시절 일본어가 누리던 이 같은 특권은 해방 후에도 지금까지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고급언어’로서 일본어가 차지했던 자리가 ‘영어’나 ‘일본에서 온 한자어’로 채워진 채 여전히 한글은 ‘열등 언어’로 인식되고 있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한수영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식민화된 주체가 겪어야 할 혼란과 내상들>에 관한 연구를 통해 지식인들의 ‘트라우마’를 색다른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독백’을 통해 드러내 보였다.

    “나는 일본의 식민주의에 의해 식민화된 주체이면서, 해방 이후에는 그러한 주체임을 부정해야 하는 ‘민족주의의 당위’ 앞에 억압당하고 (연이어) 영어로 구축된 새로운 식민주의의 광풍 앞에 무력하게 노출되어 있다.”

    “일본어의 세계에서 영어의 세계로 옮겨가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손쉬운 이행이다. 그 ‘이행’의 과정에 작동하는 기제는 망각과 반복되는 식민주의적 모방의 욕망이다.” (한수영 <전후소설에서의 식민화된 주체와 언어적 타자> 중)

    해방 이후 식민화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공론의 장으로 나오기보다 없던 일처럼 위장되면서 언어에 남아 있는 일제 식민잔재의 청산은 더욱 힘든 과제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만들려고 애써 본 적 없는 언어가 우리 학계와 경제·정치·사법의 바탕이 되고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언어 식민주의’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표는 “우리말로 개념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찾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생활과 학술의 수준을 높이고 언어 민주주의를 통해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훨씬 유용하다”고 밝혔다.

    최근의 언어 식민주의는 소위 ‘영어 식민주의’로도 부를 수 있다. 각 사회의 정보 공유와 알 권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 가장 적극적으로 자국어를 보호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문화공보부 ‘프랑스어와 프랑스어 언어들 총국’ 책임자 베네딕트 마디니에는 2013년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문화연대 주최로 열린 국제회의에 참가했다.

    그는 ‘유럽 각 대학에서도 영어를 써야만 과학자들끼리 소통이 가능하고 국제적 최신 성과도 접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초 학문은 더 이상 자국어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고발했다. 그는 “별도의 매개 수단 없이 과학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일반 대중들의 지식 접근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결국 개별 언어는 기능성을 잃고, 오늘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해방 70년이 지난 현재 일본어와 영어 패권주의에 둘러싸인 한국의 위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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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부부 68년 해로..같은 날 손잡고 임종 | 생각해 봅시다 2015-02-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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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부부 68년 해로..같은 날 손잡고 임종

    연합뉴스 | 입력 2015.02.28 03:31

     

    http://media.daum.net/life/health/wellness/newsview?newsId=20150228033134122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의 90대 노부부가 68년간 해로한 뒤 같은 날 손을 잡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임종해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프레즈노 카운티에서 살던 플로이드(90) 하드윅과 그의 평생 동반자였던 바이올렛(89)이다.

    26일 지역지 프레즈노비에 따르면 이 부부는 최근 프레즈노 카운티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남편 플로이드가 숨을 거두고 5시간이 지나고서 아내 바이올렛이 남편을 따라갔다.

    이들은 1947년 8월16일 프레즈노 카운티에서 결혼한 이후 지금껏 자신의 농장에서 목화를 재배하고 칠면조들을 키우며 살았다. 부부는 모두 프레즈노 카운티 이스턴 시에서 함께 자라면서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플로이드가 해군 복무 중 휴가를 얻어 잠시 집에 와있는 동안 한 무도장에서 바이올렛을 만나면서 사랑에 빠졌다. 플로이드는 군에 복귀하고서 매일같이 바이올렛에게 연서를 띄웠고, 플로이드가 전역한 뒤 둘은 결혼식을 올렸다.

    두 부부는 지난 1월 갑자기 노환과 신장염 등이 겹치자 아예 침실에 간병 침대를 붙인 채 지내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딸 도나 샤톤은 "부모님은 평생 서로에게 헌신적이었다"면서 "두 분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으면 같은 날 돌아가셨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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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雨) | 한자 공부 2015-02-2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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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雨)

     

    "이 한자는 창호문이나 발에 빗방울이 대각선으로 들이치는 모습을 보고 만든

     글자이다." <새벽의 인문학>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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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섭(聶),품(品), 삼(森) | 한자 공부 2015-02-2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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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 이(耳)가 3개면 소곤거릴 섭(聶)이고,

     

    입 구(口)가 3개면 물건 품(品)이다.

     

    나무 목(木)이 3개면 빽빽할 삼(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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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비행 (Fly Away Home; 1996) | 지배(紙背)를 철(徹)하라 2015-02-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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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비행 (Fly Away Home; 1996)

     

    영화싸락눈 2007/01/14 21:36

     

    http://blizzard.egloos.com/m/2936639

     

    336

     

    개봉했을 땐 아무 관심 없던 영화가 배우에게 호감을 갖게 되며 꼭 한 번 찾아보고 싶은 물건이 되었다. 한동안은 교보니 알라딘이니, 있을 만한 곳은 다 뒤져도 <품절>이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또 할인행사를 한다고 확 풀렸다. 아마존에 코드 1번 DVD 를 주문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쨋든 기쁘다.

    영화의 내용은 뭐, 갑자기 엄마를 잃고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아버지와 살게 된 외로운 소녀가 역시 엄마를 잃은 아기 기러기들의 엄마가 되어주면서 아버지와도 화해를 하고 또 철새인 기러기들이 겨울에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초경량 비행기로 안내자 역할을 맡으며 일어나는 가볍고(?) 감동적인 모험... 이라고 '세 줄 요약'이 가능하다. 지켜보기 괴로운 온갖 클리쉐들이 '애들 영화니까'라는 핑계로 줄줄이 나열되는 것 아닐까 하고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버지와 딸의 '화해'라는 별로 끌리지 않는 주제도 예상 외로 담백하게 다뤄지고 있어서 '치잇-'하고 돌아앉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버지의 새 여자친구에 대해 사춘기의 딸이 갖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정리될 때 오가는 대화는 상당히 '교과서'스럽지만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안나 파퀸과 아기 기러기들을 보는 재미가 크다!!! 사실 기러기들 쪽은 별 기대가 없었는데 왜 이렇게 이쁜 거냐? 제일 이쁘게 보이는 각도에서 찍어서 제일 이쁜 순간들만 골라서 붙여봤으니까 이쁜 게 당연한 거 아냐? 그러면서도 저절로 입을 헤- 벌어지고 눈이 가늘어진다. 어린 짐승들은 정말 보는 사람을 그냥 무장해제 시켜버리고 만다 :-) 감독 자신이 코멘터리에서 '소녀와 기러기' 씬이라고 조금은 자조적으로 얘기하기는 했지만 보다보면, 어두운 헛간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라든지 에이미와 아기 기러기(들 중 한 마리)의 표정이 교대로 클로즈업되는 방식이라든지 풀밭을 달리는 어린 기러기들의 시선 각도에서 올려다본 화면 같은 것들이 참 정성껏 공을 들여 찍었다는 느낌이 든다. 초경량 비행기를 조정하며 나는 장면들도 멋있다. 빨갛고 노랗게 단풍이 든 캐나다의 숲을 공중에서 내려다보거나 굽이굽이 흐르는 강을 따라 늘어선 모래 언덕 위를 날아가는 장면, 호수 위를 나는 기러기들의 배와 뒤로 뻗은 발이 물에 비치는 장면, 안개에 휩싸여 길을 잘못 든 비행기가 고층 빌딩들 사이로 아찔하게 날아가는 장면 - 이 부분은 사실 CG 라고 한다 - 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 늘어지고 덜그덕거리는 것 같은 후반부의 이야기들이 그럭저럭 참을만 하다.

    앤아버에서『라퓨타』DVD를 샀을 때 호기심에서 영어 더빙을 틀었다가 몹시 실망한 적이 있다. 안나 파퀸이 시타의 목소리를 연기하는데 얼마나 맹숭맹숭하고 안 어울리는지 도저히 일본어 더빙과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하긴 시타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다 버터 세 덩어리씩 먹고 녹음을 했나 싶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긴 했지만. 뭐, 그러려니 애들을 자라고 변하고, 괜찮은 아역이었다가 그냥그냥 스러지는 배우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피아노』의 플로라가 그 중의 하나라고 건 좀 많이 아쉬웠다. 『X-men』을 보면서 『피아노』이후 처음으로 파퀸이라는 배우의 섬세한 표정과 목소리에 홀딱 반해버렸다 -///- 별로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잘 자라있었다니 '그 동안 몰라봐서 미안하구나' 하고 혼자 오버를 하며 출연작들을 찾아볼 것을 다짐했다.

    역시나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건 안나 파퀸의 얼굴 쳐다보기였다. 어느 정도냐 하면, 대사 없이 얘 얼굴만 한 시간을 비춰주는 영화가 또 있다면 지금 같아선 기꺼이 돈 내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D 막막하고 외로운 표정, 반항적인 표정, 화난 얼굴, 우는 얼굴, 웃는 얼굴, 무표정한 얼굴까지, 어쩌면 저렇게 어린 애가 - 영화 찍는 동안에도 워낙 많이 자랐다고 하더니 어떤 장면에선 좀 더 어른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 저런 온갖 감정을 얼굴에 다 드러낼 수 있을까 싶었다. 아버지의 새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던 날, 팔짱을 끼고 그녀를 쳐다보는 얼굴은 정말 백 마디의 대사보다도 더 그 순간의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실은 파퀸의 목소리도 꽤 맘에 들었기 때문에 대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 말이다). 아마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파퀸만큼 목소리없이 말을 하는 법을 알았더라면 그까짓 왕자 하나 유혹하는 것쯤이야...(쿨럭) 뭐 그리 어려울 것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바다마녀의 말에 따르면 '입보다 더 말을 잘하는 눈'을 가졌다고 하는데 실패한 걸 보면 '눈'만으로는 좀 어렵고 온 얼굴과 그 중에서도 입이, 소리를 내지 못하더라도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파퀸의 크고 표정이 풍부한 입은 정말 '완소' 포인트이다 -.- 이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괜찮은 영화들에 좀 자주, 중요한 역으로 나와 줬으면 좋겠다. 새삼스레 팬질을 하려고 해도 출연작들이 얼마 되지 않는데다 화면에 나오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은 역들이다 보니... 아쉬워서, 원.

    DVD에 부가 영상을 보다가 이 영화에 아이디어를 주었다는 'Operation Migration'에 대해 알게 되었다. 더이상 이동 비행을 하지 않는 철새들을 다시 이동시키기 위해 알에서 깨어날 때의 '각인(imprinting)' 현상을 이용해서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초경량비행기를 따라 비행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들으면서 좀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왜? 환경이 변해서 더이상 철따라 이동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새들을 그렇게까지 해서 이동시키려고 하는 걸까?

     

    어린 새들을 비행기 조종사나 (때로는) 비행기 자체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어미 새의 둥지에서 알을 꺼내다가 인공적으로 부화시키고 부화 시기를 맞추어야 한다는데 그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인간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해야 할까?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옳고 도움을 주고 (누구에게?) 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화에선 에이비가 늪지를 개발하는 불도저들이 쓸고 가는 바람에 버려진 기러기 알을 주워오는 걸로 되어 있어서 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는데 이건 또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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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비행', 두루미 살리기 캠페인 | 지배(紙背)를 철(徹)하라 2015-02-2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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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비행', 두루미 살리기 캠페인

    [동영상] 멸종위기 철새 보존위해 유투브에 '10000마일, 그 뒤' 올려

     

     

    http://www.injournal.net/sub_read.html?uid=10429

     

    어미를 잃은 북미산 흰두루미를 고향으로 데려다 주고 철새 서식지 파괴를 막은 감동적 영화 '아름다운 비행'(Fly Away Home, 캐롤 발라드 감독) 제작팀이 두루미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는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려 관심을 끈다.

    아이디 'OperationMigration'이 지난 4일 유투브에 '10000마일, 그리고 그 뒤'라는 제목의 7분짜리 동영상을 올리고 멸종위기의 철새인 북미산흰두루미(Whooping crane) 살리기 캠페인에 동참할 것으로 호소해 관심을 끈다.

     

     

    1996년 '아름다운 비행'(콜롬비아 영화사) 제작에 참여했던 '이주작전사' (Operation Migration Inc.)는 지금까지 멸종위기를 겪고 있는 흰두루미를 동북아메리카지역으로 이주(철새)하도록 하는 걸 도왔다고 밝히고 이 동영상은 그 과정을 보여주려고 제작했다고 밝혔다.

    비영리조직으로 멸종위기종인 북미산흰두루미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OM팀은 따라서 흰두루미가 서식지(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필요한 기금을 모으고 있다며 지구촌 시민에게 'Give a Whoop!'(흰두루미 울음소리, 한 번 울면 얼마씩 날아가는) 캠페인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OM은 지금까지 8세대에 걸친 흰두루미 서식지 보내기 사업을 펴왔으며, 따라서 올 가을 9세대 이주를 기념하고 이를 계기로 멸종 위기종을 살리는 이벤트를 준비하며 기금모금(1인당 10달러) 캠페인을 시작했다.
     

    ▲ 북미산 흰두루미 살리기 캠페인 로고.     © 인터넷저널
    캠페인에 동참하는 이에게는 OM이 발간하는 '소식지' (EarlyBird e-bulletin)를 이메일로 발송해주며 'Whoop! it Up' 온라인 축제(각종 동영상, 인터뷰 등을 보유)에 참여토록 한다. 아울러 한정판 티셔츠 'I Give a WHOOP!' 공모권, 펠리칸 비치 하우스(플로리다, 호텔) 1주일 숙박권 응모권, 위스콘신 네세다에서 5일간 OM팀과 함께 영화촬영장 여행권 응모 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영화 '아름다운 비행'은 캐롤 발라드가 감독해 1996년 출시한 영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떨어져 살던 아빠(캐나다)에게 온 에이미. 개발 굉음에 놀라 알을 두고 날아가버린 흰두루미 알 16개를 주워 부화시키고 일어나는 일을 극화한 작품.

     

    에이미를 어미로 알고 졸졸 따르는 새끼 두루미들. 철새여서 가을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신세. 결국 에이미는 아버지와 화해하며 아버지가 타는 글라이더를 활용해 두루미를 캐나다에서 버지니아까지 1만마일 이주토록 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두루미 서직지(고향)을 파괴하려는 개발기업의 항복(개발 포기)까지 받아낸다.

     

    캠페인 참여(클릭) - http://operationmigration.org/GAWlandingpag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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