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31
>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인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나간.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p. 59
>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p. 141
> 나는 편리함이나 쾌적함이 주는 선명한 기쁨만큼이나 낡고 오래된 것이 주는 은은한 기쁨을 아낀다. 오래된 것이 아름다운건 시간을 품었기 때문이다. (중략) 시간을 견뎌낸 것들은 그것만으로도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p. 142
>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을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이 팔랑팔랑, 느릿느릿 걷는 매일매일이 쌓이는 동안 내 눈길이 오래 머무는 모든 것의 이름 또한 틀림없이 '아름다움'일 것이다.
♣ 아주 오랫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아주 오랫동안 행복해 질 것 같은 느낌!
♣ 삶에 대한 진진한 고민과 성찰을 하지 않고서야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계절, 장소, 사람, 일상 등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섬세하고, 애틋하고, 건강한 시선이 분명 삶의 좋은 영양소가 되리라 기대한다. 작가님 에세이를 읽고 나서인지 평소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들, 작고 평범하고 사소것들에 관심이 갔다. 그저 눈길이 오래 머무는 것에 마음을 주고 그 마음을 아끼면 그게 행복이 되는 것을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이렇게 평범하지만 소중한 문장들이 하나 둘 쌓여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겠지.
♣ 이 책은 일상의 궤적을 담백한 어조로 섬세하고도 진정성 있게 그려나간다. 어쩌면 작가님의 글이 작가님의 삶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계절에 소중한 이에게 선물한다면 뜻깊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된다.
▶ 창비 서평단 참여로 도서를 제공 받고 솔직하게 작성하는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