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거 아세요? 세상을 바꾼다는 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한 얘기거든요. 축구선수 드록바 아시나요? 드록신! 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ㅎ 드록바는 세계적인 축구선수인데요, 그의 나라 코트디부아르가 2005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진 뒤에 드록바가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한 마디 했다고 해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적어도 일주일 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춥시다
라고요. 그 당시 코트디부아르는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분단 된 상황이었고 내전 중 이었는데 드록바의 이 한 마디에 감동한 정부가 실제로 일주일 간 전쟁을 멈췄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2년 뒤 2007년, 극적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장장 5년 간의 내전을 끝내고 평화를 찾았으며 덕분에 드록바는 '검은 예수'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해요.
예시가 좀 거창하긴 했지만, 이렇 듯 말 한 마디의 힘은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고, 소소하게나마 한 마디로 인해 상대방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한 마디가 나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스티브 앤터니의 미스터판다 시리즈는, 한 마디로 충분한 다양한 상황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랍니다. 잘 자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부탁해요 미스터 판다도 있지만 기다림의 미학을 알려주고 싶어서 기다릴게요, 미스터 판다를 선택해봤어요.
요즘 아이가 기다림에 인색하거든요. 식당에 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내 밥은 언제 나오냐 묻질 않나, 책 읽어달라고 했을 때 제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면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냐고 닥달 하질 않나... 전형적인 한국인?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가나봐요. 제가 엄청난 인내심을 기대하거나 원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데도요.
표지를 넘기면 스티브 앤터니의 인사말이 적혀 있어요. 미스터 판다 이야기를 쓰고 그리는 동안 즐거웠다고, 읽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고요. 사람들에게 진실된 마음을 전하는 미스터 판다의 한 마디, 지금 시작합니다 :)
미스터 판다가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깜짝 놀랄만한 걸 만들어주겠대요.
미스터 판다가 무얼 만드는지 궁금한 알파카가 와서 묻네요.
그런데 잠시 기다리라고 하니, 그 기다림이 싫은 알파카는 싫다며 휙- 가 버립니다.
하지만 미스터 판다의 옆에는 귀여운 펭귄이 있어요. 펭귀는 기다릴거래요 :)
또 다른 친구들이 미스터 판다에게 왔다가 기다리기 싫다고 가버리는 동안에도 펭귄은 쭉 기다리고 있어요. 기다릴게요, 미스터 판다 :)
기다림 끝에 아주 커다란 도넛이 완성되었네요.
먹는 건 못 기다리겠어요. 그렇죠. 이 달콤한 도넛을 앞에 두고 어떻게 기다리나요!
첫 장을 넘겼을 때 페이지 가득 이 그림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이게 뭔가 했더니 도넛 위에 뿌려진 알록 달록한 스프링클이었네요 :)
미스터 판다에게 왔던 친구들이 조금만 기다렸더라면 아주 달콤한 도넛을 맛 볼 수 있었을텐데, 결국 끝까지 기다린 펭귄이 독차지 했어요.
기다림 끝에 복이 온다 라는 말이 와닿는 그런 내용이네요.
기다림을 힘들어 하는 친구라면 꾸준히 이 책을 읽어줌과 동시에, 어떤 기준점을 정해서 그 만큼 기다렸을 때 칭찬스티커를 하나 주는 등의 보상을 주고, 또 그 보상이 모였을 경우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려주면 아이도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미스터 판다의 다른 시리즈도 궁금해졌어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하다는 것을 아이에게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좋은 책이라 추천 드리고 싶네요 :)
짧지만 충분한 한 마디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