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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궤적] | 시누의 서재 2020-10-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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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둥의 궤적

리베카 로언호스 저/황소연 역
황금가지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기후변화와 인디언의 독특한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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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세상을 휩쓸고 지나간 '큰물' 이후 시대는 변해버렸다.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들의 토착어로 가득한 세상은 마법과 괴물, 괴물의 피가 흐르는 인간, 그리고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되었다.

'메기'는 괴물 사냥꾼이다. 묘사만으로도 소름이 돋게 만드는 괴물을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녀도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몇 년 전의 사고로 그녀의 피에도 특별한 힘이 흐른다. 그녀의 힘은 살아있는 생물을 죽였을 때 더욱 강해진다. 그녀 자신도 어쩌면 괴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깊은 고민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는 데에 집중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메기가 한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괴물'에게 끌려간 여자아이를 구해달라는 다급한 요청. 마침 돈도 떨어져 가고 있던 찰나에, 6개월 동안 자신이 머무르던 작은 트레일러 벽면이나 하루 종일 보고 있던 것이 지겨워져 메기는 마지못해 의뢰를 수락한다.

해가 지구의 반대편으로 모습을 감춘 저녁, 숲속에서 그녀는 괴물의 냄새와 아직 가시지 않은 소녀의 공포 섞인 숨냄새를 찾아 정처 없이 걸어간다. 그리고 마주한 광경. 괴물은 소녀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있었다. 뱀파이어의 그 행위가 단순히 날카로운 송곳니로 소녀의 목에 작은 두 개의 핏구멍을 뚫는 것이라면 괴물은 그보다는 목을 뜯어 먹고 있었다. 한참의 사투 끝에 괴물의 목을 몸에서 잘라내고 어딘가에 나뒹굴고 있는 소녀를 찾아가 보았지만 소녀는 이미 목덜미의 뼈와 붉은빛 연한 힘줄을 드러내고 있었다.

분명, 소녀를 데려와 달라는 의뢰를 받았건만, 메기는 소녀의 목을 괴물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베어낸다. 소녀 또한 괴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몇 마디의 말을 전하긴 했다.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픽션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인지 이야기의 시작부터 내게는 너무나 강렬했다. 부상이 심한 소녀를 어떻게든 살리려 노력할 그녀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였을까. 인간에게 위협적인 괴물이 가득한 세상에 하나의 괴물이라도 더 만들지 않으려는 그녀의 모습은 당연한 것이었을까. 메기는 의뢰받은 대상인 그 소녀의 머리를 괴물의 머리와 함께 소녀의 가족에게 가져간다. 거대한 종말이 들이닥친 이후의 세상이란 이토록 참담하고 잔혹한 것일까.

<천둥의 궤적>은 아메리카 원주민 중 하나인 '나바호' 부족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저자인 리베카 로언호스 자신이 아메리카 원주인 출신의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백인 가정에 입양된 특별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세계관과 신념, 전설들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소설 속에 잘 녹여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들은 이상하게도 입에 잘 붙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자라 미국의 아이다호, 오하이오 같은 주는 밟아본 적조차 없는데 우리말을 접하는 듯 반가운 느낌을 받았다.

메기의 이야기는 앞서의 그 괴물로부터 시작된다. 괴물의 머리를 들고 찾아간 할아버지와도 같은 '타흐' 영감으로부터 어쩌면 괴물이 누군가에게 의해 창조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할아버지의 손자인 '카이'와 함께 나바호 부족을 비롯하여 자신들이 발 딛고 있는 땅을 휩쓸었던 거대한 재앙 '큰물'로부터 시작된 세상의 변화를 파헤쳐 나간다.

처음 <천둥의 궤적>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라는 설정 때문이었다. 기후 변화,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기에 현재의 세상을 적나라하게 조명하는 논픽션뿐만 아니라 픽션 또한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경각심을 줄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로 <천둥의 궤적>에는 지금의 이 시점, 현대의 이야기가 재앙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검은 물, 즉 석유와 관련된 산업부터 자동차, 다양한 공장 이야기까지 인간의 오만이 주인공들의 과거 회상을 통해 등장한다. 그리고 들이닥친 '큰물'. 작중에서 해발 1400미터 이상에 서식하던 몇몇 커피콩은 무사했지만 커피와 관련된 산업 공장은 모조리 파괴되었다는 말을 봐서는 영화 '2012'에 나오는 거대한 해일 수준의 물이 들이닥쳤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처럼 거대한 수재가 발생한다면 과연 현대 문명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또한 현재의 기후 변화 추이를 봤을 때 과연 거대한 기후 재앙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있을까?

흡입력이 괜찮은 소설이었다. 개개인의 선호를 떠나서 문체가 무척 섬세하고 풍부한 편이다. 하나의 표현을 하더라도 머릿속에서 쉽게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표현을 통해 금세 '나바호' 부족의 세상 속에 독자들을 발 딛게 한다. 픽션을 선호하지 않지만 한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기후 재해, 아포칼립스라는 특별한 조합도 신선했다. 여기에 단순히 현실적인 서바이벌의 느낌이 아니라 마법사, 괴물, 치유술사와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합쳐져 소설은 굉장한 매력을 뿜는다. 재밌는 2~3편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본 느낌이다.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이라는 독특한 요소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그리고 가벼운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픽션에는 영 자신이 없었던 나 또한 금세 읽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천둥의 궤적>이라는 절망적인 세계 속에서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또한 무분별한 인간의 탐욕으로 그처럼 참담하게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으면 한다. 늘 그렇듯, 현실은 픽션보다 더 무서운 법이니까.

* 아메리카 원주민과 기후 변화 아포칼립스의 특별한 만남, <천둥의 궤적>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황금가지 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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