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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더 이상 지구를 파괴하지 않는다? | 시누의 서재 2020-10-2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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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

앤드루 맥아피 저/이한음 역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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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물질화를 중심으로 한 색다른 이론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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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도 전에 토머스 멜서스는 <인구론>이라는 무척 두꺼운 책을 펴냈다. 인구는 지수적(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선형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현대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터무니없기 그지없다. 식량의 전 세계적인 분배 문제 때문에 수 억 명의 기아가 존재하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쌀 생산량의 절반이 남아돌고 미국인은 먹는 양의 1/3 이상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먹을 것이 모자라서 인구 증가가 멈춘 적은 최소한 특정 시점 이후로는 없다.

사실 이 특정 시점 이전에는 멜서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었다. 식량을 비롯하여 자연이 만드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인간의 수명은 30세가 채 되지 않는 시점이 있었다. 이때는 식량 생산에 따라 인구가 실제로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지만 산업 혁명과 질소 고정법이 발견된 이후 인구가 10억 명 느는 시간은 점차 빨라졌다. 기술의 발전이 혁명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포스크 피크>는 기술의 발전을 필두로 한 4개의 요인이 기존의 인류 사회와는 다른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 주장한다. 지구의 자원을 착취해야만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에 착취의 정점(피크)를 지나 더 적게 쓰고도 더 발전할 수 있는 포스트 피크(post-peak)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더 적게 쓰면서 더 성장하는 인류. 그야말로 충격적인 개념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간 수많은 환경 관련 책을 읽어오면서 늘 인류는 지구를 파괴하는 존재로만 생각해왔었다. 환경론자로서 원래 지니고 있던 생각이 그러하였고 이를 뒷받침하는 책을 주로 읽어왔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인류가 점점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적은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책이었다. '피크'의 시점까지 인류는 분명 지구를 병들게 했다는 점을 저자는 인정한다. 오히려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예시를 쏟아놓는다. 허나 그 이후는 또한 분명히 혁명적인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수가 처음 10억 명이 될 때까지 20만 년의 시간이 걸렸다. 수렵 채집을 하던 종이 우연한 계기로 농경을 시작하게 되면서 상당히 오랜 시간 멜서스의 '인구론'이 맞아떨어졌다. 농경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냥을 하던 때보다 오히려 체구는 작아졌고 인구는 크게 늘지 못했다. 그러다 산업 혁명으로 인해, 그리고 나치당의 프리츠 하버가 발견한 질소 고정법에 의해 비료가 크게 발달하자 인구가 다음 10억 명 증가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15년에 불과했다. 이는 점차 빨라졌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지구는 영원히 60억 명일 줄 알았는데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지구는 78억 명이 꽉 들어찬 사우나가 되었다.

산업혁명은 인간이 지닌 기술의 폭발기였다. 증기 기관을 넘어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석탄과 석유를 '태우기' 시작했다. 전기가 각 국가의 곳곳에 보급되고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이 보편화되자 인간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급속도로 지구의 자원은 고갈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당시에는 에너지원의 사용량만큼 국가의 성장이 이뤄졌다.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덕분에 런던의 시내는 자욱한 스모그로 가득 차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색빛으로 변하는 하늘을 지니게 된 것이다. 산업 혁명의 악몽은 스모그뿐만이 아니었다. 200년도 전에 인권 같은 것은 없었다. 여성의 경우 12시간 정도 일하는 것이 적게 일하는 수준이었고 아동 노동 착취 또한 심각했다. 저자는 이와 같이 산업 혁명기의 어두운 면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지구를 착취하는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고, 인류는 덕분에 산업혁명 이전까지 이룩했던 전체 부의 수십 배를 단기간에 쌓아올릴 수 있었다. 다만 환경 오염이나 인권과 같은 측면에서는 그만큼의 암흑기가 도래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1900년 들어서도 지속된다. 60년이 넘도록 이어진다. 비로소 지구를 착취하는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것은 1970년에 이르서이다. 1966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후 미국과 세계 전역에는 환경 운동의 물결이 거세게 휘몰아쳤고 마침내 1970년 지구의 날이 생겼다. 사람들은 조금씩 생각의 궤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인간이 끝없이 욕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말했듯 인간은 더 나은 것들을 갈망하며 존재해왔다. 그런데 저자는 더 이상 무언가를 소비하지 않고도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탈 물질화'가 시작된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컴퓨터, MP3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게임기 등 수많은 전자기기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기기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단 하나의 기기 때문에.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전 세계적으로 큰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단 하나의 기기만으로 거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제2의 기계 혁신이라 불리는 움직임을 통해 더 적은 물질로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기술 혁신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 기술 혁신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인간이 더 이상 지구를 괴롭히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고 있다. 1960년대쯤 유수의 석유 회사들이 내놓은 석유 잔존 매장량 보고서에는 석유가 50년 치 정도 남아 있다고 쓰여있다. 1980년에도 같은 수치가 적혀 있었고 2000년에도, 2020년에도 이 수치는 변함이 없다. 60년 사이 어디선가 공룡이 죽어 새롭게 석유가 생겨난 것일까? 그것보다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석유를 채굴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예전에는 기술적, 경제적 이유로 묵혀 두어야만 했던 셰일층의 석유를 '프랙킹' 기법을 통해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구의 자원을 더욱 지독하게 짜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어찌 됐든 기술 발전은 에너지 사용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식량 생산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경작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식량은 모자람 없이 (일부 국가를 제외한) 나라별로 공급되고 있다. 단위 면적 당 수확률을 높이고 알곡의 양을 늘리는 기술력 덕분이었다. 이처럼 기술은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예전처럼 마냥 쥐어 짜내는 대로 성장하는 시기를 벗어난 것이다. 쥐어짜내는 것은 맞지만 짜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내게 된 인류이다.

기술 혁신에 더해 자본주의와 정부의 움직임, 그리고 대중의 인식은 포스크 피크를 이끄는 4개의 기수(horseman)이다. 4개의 요소가 하나의 원을 이루어 지구의 자원을 보다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결국 더 큰 효율성과 생산성을 요구한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자본주의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대중들 또한 지구가 지금 최대의 위기 상태이며 이대로라면 버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정부와 거대한 다국적 기업에 압박을 넣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금 기술 발전을 통해 '탈 물질화'라는 신기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구가 망가지고 있다고만 생각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한스 로울링(과 그의 아들 부부)의 저서 <팩트풀니스>에서 밝힌 것처럼 인간에게는 근본적인 부정 편향이 있음을 그 이유로 든다. if it bleeds, it leeds라는 언론계의 격언처럼 피가 튀어야 히트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은 부정적인 이슈가 뉴스에 가득 차게 만들었고 나쁜 소식들을 기억 깊숙이 잘 간직하게 되었다. 실제의 세상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현재 잘 달려가고 있는 4개의 기수인 기술, 자본주의, 적극적인 정부, 대중의 인식이 보다 더 잘 작동해야 한다고 한다.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그 어떤 역사에서도 결코 모든 것들이 완벽한 시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 혁명기에 발달한 기술과 달리 인권은 지켜지지 않았던 것처럼 현재 또한 신경 써야 할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허나, '탈 물질화'를 중심으로 한 덜 쓰고 더 얻는 새로운 역학은 분명 우리에게 새로운 답을 제시하고 있다.


특별한 책이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을 선사해 준 책이었다. 덕분에 지구와 인류가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류는 여전히 욕망하는 존재이다. 소비와 생산으로 대제국을 쌓아 올린 존재이기에 자칫 또다시 파괴적인 소비 행위를 되풀이할 수 있다. 희망을 가지고 현재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되, 경각심은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덜 쓰고도 더 만들 수 있는 세상의 도래, <포스트 피크>였습니다.


* 본 리뷰는 청림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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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면 사다리를 치워버리자 | 시누의 서재 2020-10-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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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저/김희정 역
부키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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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선진국들의 추악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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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걷어찬다는 건 자신이 위치한 곳에 다른 사람을 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매체 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시커먼 속내를 가졌을 때 흔히 연출되는 장면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미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국가들이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만약 사실이라면 사다리 아래에 있는 존재들은 누구일까? 선진국이 올라선 층의 아래에 위치한 국가들은 자연스레 개발도상국이 된다. 그렇다면 왜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이 사다리를 타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저 멀리 뻥 걷어 차버리는 것일까?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사다리 걷어차기>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경제학부로 재직 중인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2002년작이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랑받았던 이 책에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자들의 음흉한 속내가 담겨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기성과 잔혹함은 개별적인 개체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인 국가 차원에서도 관찰이 되는 것이었다. 잘 사는 나라가 그들보다 조금 덜 잘 사는 국가들을 기어오르지 못하게 안달이 나있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인간 군상의 추악한 진실.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악한' 일이 아님에도 저 위에 있는 존재들은 실제로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었다.

<사다리 걷어차기>에는 많은 나라들의 '따라잡기 수법'이 등장한다. 영국, 미국, 독일을 비롯해 일본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현재의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현재의 선진국들이 한창 국가 발전의 꿈을 꾸고 있을 때 사용했던 전략이 현재의 개발도상국에게 권고하는 전략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19세기 무렵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였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산업혁명'의 본거지이지 않은가. 영국의 기술력은 전 세계를 압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강대한 경제력을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영국이 처음부터 식민지 정책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그러한 수준의 강대함을 지니고 있던 것은 아니다. 영국은 저 위의 반짝이는 '선진국'이라는 펜트하우스로 오르기 위해 '따라잡기' 전략을 시행한다.

영국은 강력한 관세 정책을 사용했다. 기술력이나 전문 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산업에 대한 수출을 엄격히 규제했다. 당시 동인도 회사를 통해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던 인도의 면 직물에 대한 규제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본토의 면방직 기술이 인도 현지의 기술력을 능가할 때까지 인도는 모직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다른 식민지 국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유리한 부분은 철저히 살려 다른 나라의 등골을 남김없이 빼먹고 식민지 국가는 본토에 빨대를 꽂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아주 악랄한 정책이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현재의 선진국들은 거의 대부분 이러한 따라잡기 정책을 썼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당시에는 더욱더 경제 발전이 더디었던 국가들을 착취하고 유린했다는 것이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였고 스웨덴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재에는 그토록 없애라 주장하는 '관세'를 놀라운 수준으로 책정하고 기술, 인력, 자본이 오고 가는 것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두었다. 물론 자신들의 이익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존재의 희생을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2부는 올바른 것이라 여겨지는, 또는 이미 선진국이 올바른 것이 주장하는 다양한 통치 체제가 등장한다. 더 발전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만 성장해서는 안 된다. 정치 체계, 문화, 인권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경제적인 측면만 다룰 것이라 예상했었기에, 민주주의 발전부터 여성과 노약자의 인권에 대한 발전 과정을 다루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적 재산권, 파산법, 중앙은행 등 많은 주제가 다뤄진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알려진 장하준 교수의 넓디넓은 식견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러한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체계 또한 선진국이 발전할 당시와 지금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권유하는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특허나 지적 재산권과 같은 부분이 대표적이다. 현재의 패권국들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할 당시에는 '권리'가 인정받지 못했다. 자신들은 기술력과 인력을 지키기 위해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까지 했으면서 특허 등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해석했던 것이었다. 많은 기술과 인력이 자신들의 성장을 위해 도둑맞게 되었다.

저자는 실제로 선진국들이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이 그토록 성장하기 위해 필요했던 경제 정책, 규제, 정치 체계, 인권 등의 모든 영역에서 현재의 개발도상국은 반대의 것들을 권유받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국가들의 200년 전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들의 경제적 수준은 사실 지금의 방글라데시 등의 수준이었다. 그들은 관세, 규제, 도둑질 등을 통해서 성장을 이룩했다. 세계인의 눈이 날카롭지 않았을 때, 세계인의 지성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낮았을 때, 나쁜 짓이 나쁜 짓으로 인식되지 않았을 때,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듯이 상황의 이점을 이용했다.

그리곤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은 그러한 상황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사다리를 걷어찬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옛날에 그러했다고 해서, 지금 그래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공리적인 관점에서, 도덕적, 도의적 관점 등에서 봤을 때 분명 용인되지 않는 행위들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지니는 관점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과 동등한 곳으로 올라오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추악한 이기심. 저자는 마무리에서, 선진국의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마인드가 결국 자신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및 정치, 문화 수준이 발전하면 무역과 투자 등의 측면에서 시장 전체의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다. 선진국은 자신들도 공생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고' 있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이 위로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를 통해서.


현재의 선진국이 사다리를 기어올랐던 방법과 그 속에 담겼던 몇몇 추악한 진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갔기에 다른 이들은 올라오지 못하게 하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행위는 더욱 무거운 이야기였다. 그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발전 양상과 앞으로의 '올바른' 방향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좋은 일은 외면당한다. 아마도, 어쩌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계 경제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저 위의 존재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까.

사다리를 타고 올라선 존재들의 이기심을 엿볼 수 있는, <사다리 걷어차기>였습니다.


* 본 리뷰는 부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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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모든 쓰레기 | 시누의 서재 2020-10-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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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

피에로 마르틴,알레산드라 비올라 공저/박종순 역
북스힐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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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모든 쓰레기가 나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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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 중 하나가 얼굴을 드러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이러스로 인한 극심한 공포가 현실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가 지구에서 가장 고등한 생물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확인해 주었다.

사실 인류에게 극심한 위협이 되는 존재는 따로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존재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바로 쓰레기이다. 땅에 버려지는 쓰레기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바다에 버려지고 태워지고 심지어는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는 정말 거의 모든 방식을 통해 인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쓰레기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특별한 책이다. 심지어는 사람들이 매일 만들어내는 배설물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레기'라 부르는 것들만 걱정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쓰레기에 대한 문제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는 이제껏 4500명이 넘는 등반가가 7000번 이상 방문한 '페이버릿'한 산 중 하나이다. 새하얀 만년설만 가득할 것 같은 에베레스트에는 덕분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있다. 고도 적응 기간 등으로 인해 2달 이상이 필요한 탓에 등반가들은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산에 버려두고 왔다. 최근에는 자신들이 만든 모든 쓰레기를 가지고 와야 하지만 여태 만들어진 것들만 해도 12톤이 넘는다.

우주에도 인간들이 만든 쓰레기는 가득하다. 냉전 시대를 기점으로 인간들이 쏘아 올린 3만 개가 넘는 인공위성들은 수명을 다하고 그저 거대한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인공위성은 점차 속도를 잃고 지구 중력에 휘말려 대기권에서 불타는 별이 될 수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심지어 달에도 인간의 흔적은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들이 걸어간 발자취를 남기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는 존재인가.

쓰레기를 논할 때 '플라스틱'을 뺄 수 없다. 지질학적 시대로 우리는 신생대 홀로세 제4기를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개념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긴 시간대를 의미하지만, 인류는 지질시대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인류세'라는 개념이 2000년대 초반 등장한 것도 모자라 '플라스틱'기 또한 등장하고 말았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한반도 면적의 3~4배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떠있고 플라스틱들이 서로 부딪히며 잘게 부서져서 생긴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거북, 물고기, 바닷새의 뱃속에서 발견되고 있다. 인간은 그 모든 것들을 먹는 존재이다. 거의 모든 인간의 몸에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무언가 형태를 가진 쓰레기도 문제이지만 1만 개 중에 4개만으로도 지구 생태계에 문제를 끼치는 인비저블한 존재가 있다. 바로 이산화탄소이다. 탄소 감축 정책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지만 인간이 내뿜는 탄소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동물이 만들어내는 탄소 또한 대기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수보다 훨씬 많은 소와 돼지가 존재한다.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서. 특히나 소는 특유의 소화 기관 덕분에 메탄가스를 많이 만드는 편인데 소가 만드는 탄소가 인간이 여러 방면에서 전체적으로 만드는 탄소의 15%가 넘는다. 이 또한 결국 인간이 만드는 셈이다. 인간이 아니었다면 소가 이만큼 늘어날 수 있었을까.

<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에는 인간의 배설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살아있는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내는 배설물. 78억이 넘는 인구가 만드는 배설물은 1년에 3000억 킬로그램이 넘는다. 우리나라처럼 오폐수 처리 기반이 잘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아직 많은 인구가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국가 또한 많다. 인간이 만들어낸 생체 쓰레기 또한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기존의 쓰레기 책과 달리 원전 폐기물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쓰레기. 생태계를 몇 세기에 걸쳐 바꾸어 놓는 위험한 존재. 정말 쓰레기의 모든 것을 다룬다. 모든 쓰레기를 이야기하고 모든 쓰레기의 영향력을 밝힌다.


개인적으로 폐기물은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수도권 매립지가 포화되어 인천 등의 지자체에서 서울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뉴스가 몇 차례 보도되었다. 100개가 넘는 쓰레기산이 매년 만들어지고 있다. 1960년 이후 만들어진 83억 톤의 플라스틱 중 63억 톤이 매립, 소각, (바다로) 방출 등의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인구는 점차 늘어날 것이고 소비와 생산을 중시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쓰레기를 점차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을 것이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스타트업을 준비 중이기에 무척이나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최소한 지구에서 가장 영리한 존재라는 인간이 앞날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날뛰었던 역사가 그대로 출력된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체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과연 인간은 이번 세기를 넘길 수 있을까?

무척이나 많은 고민이 스쳐간다.

인류 멸망 시나리오의 가장 현실적인 케이스, <쓰레기에 관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북스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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