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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대화법] | 시누의 서재 2020-10-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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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검사의 대화법

양중진 저
미래의창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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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문체 속에서 차분한 대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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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로 자주 등장하는 직업 중 하나가 검사이다. 정확히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의를 세우는 직업이라는 것은 알고 있기에 괜히 멋있게 느껴지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검사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의외로 '대화'이다. 검사는 대화하는 사람인 것이다. 검사는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 죄가 있다면 얼마나 무거운지 등의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내야 하는 사람이다. 검사가 내린 판단에 따라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고, 동시에 피해를 입은 사람의 인생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여러모로 무거운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검사들은 이러한 조사 과정을 위해 한 사람과 많게는 20번도 넘게 길고 긴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검사의 대화법>은 20년이 넘는 검사 생활 동안 수천 명의 인물들을 만나본 베테랑 양중진 검사가 내놓은 세 번째 책이다. 앞서 검사는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세상에 대화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모든 이에게, 누군가와 소통하는 대화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업무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게 만들고, 가정에서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지느냐 돈독해지느냐를 결정하는 것도 모두 대화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대화의 본질과 보다 나은 대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 먼저 공감하

저자는 검사와 변호사, 판사의 성향을 이용해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만들었다. 교통사고가 난 아내의 말을 들어주는 남편을 통해서 말이다. 판사 남편은 아내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들은 후, 아내가 억울해하는 것은 알겠지만 아내에게도 어느 정도 과실이 있다고 말한다. 판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후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기에 아내의 사건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검사는 아내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누가 먼저 추돌한 것인지, 당시 신호는 어땠는지, 앞차와의 간격은 어땠는지 모든 것을 질문한다. 검사는 이처럼 끊임없이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 변호사 남편은 직업적인 숙명을 가정에서도 드러낸다. 끝까지 의뢰인의 편이어야 하는 그 숙명을 말이다. 설령 마음속으로는 아내의 과실이 있는 것 같아도 100%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해준다. 물론 이 가상의 대화들은 재미를 위해 꾸며낸 픽션이다. 하지만 최소한 이 픽션 속에서 아내의 심정이 각각 어떠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대화의 시작은 공감이라고 말한다. 계약을 따내고 싶든,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든 이성적인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공감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며 각각의 케이스에 대해 적절한 공감과 반응을 하는 것,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대화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 검사의 대화법

저자의 후배가 저자의 방을 보고 한 말이 있다. '한의원' 같다는 것이다. 저자가 조사하는 과정이 마치 한의원에서 의사와 환자가 상담하는 과정 같았기에 떠오른 말이었다. 검사와 조사인의 관계는 보다 딱딱할 수 있다. 검사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추정되기에 소환된 것이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무척이나 날카롭다고 느낄 수 있다. 검사 또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감정이 격앙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사는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화를 내거나 격한 표현을 던지면 검사 자신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상대는 더욱 방어적으로 자세를 낮출 것이고 대화는 멈추고 만다.

조사 또한 대화의 일종이다. 다만 질문과 대답이 추상적이지 않고 무척 구체적이다. 덕분에 대화가 한결 간결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저자는 이처럼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자는 지쳐 쓰러져서 20년간의 검사 생활은 꿈도 못 꾸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를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만나보지 않더라도 저자의 품성과 인격, 그리고 대화법이 눈에 보이는 듯한 책이었다. 보다 건강하게 대화하기 위해 서로 감정을 상하지 않을 수 있는 대화법을 연구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왔던 저자의 지난 20년이 그대로 책의 문체로 실려 있었다. <검사의 대화법>은 무척 담담하고 차분한 책이었다. 어찌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내용들이 저자의 담담한 문체 속에 잘 녹아져 전달되며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매일 같이 내뱉는 말인데 말은 참 어렵다. 말을 전달하는 태도, 뉘앙스, 단어 등에 따라 정말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방이 어떻게 들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폭언을 내뱉기도 하고 자신의 비즈니스가 달린 중요한 일임에도 대화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신중하지 않은 단어들을 쏟아낸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이 하는 일이다. 이성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비이성적인 존재이기도 한 것이 인간이다. 차분하고 정감 있는 대화는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 대화만으로 일의 결과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20년 넘게 사람과 대화하는 일을 해왔던 저자의 말처럼 대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바꾸어 놓은 대화법이 어느 날 문득 크나큰 결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검사가 밝히는 대화의 기술, <검사의 대화법>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미래의창 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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