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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기본 카테고리 2013-10-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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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저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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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가끔 시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시나 소설이나 결국 자기가 삼킨 경험에서 나오는 것일 텐데 왜 어떤 사람은 노래를 부르게 되고 또 어떤 사람은 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까나에겐 그 둘이 너무나 달라 보여 애초에 만드는 사람이 달리 구분돼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라는 제목을 본 순간 이것이 나에게 속한 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그 낯설음에마치 홀리듯이 끌려 나는 이 시집을 집어 들었다아무도 울지 않는 밤이 없는 세계는 과연 어떤 소리를 낼까나는 귀를 열고 처음으로나에게 속하지 않은 글을 유심히 들어본다.

 

 

시로 생활하지 않는 시인

 

1951년 대전에서 태어난 이면우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농군이었고보일러 수리공이었다그는 1,800원짜리 점심을 사먹는 노동자이자 연봉 1,380만원 짜리 가장이었다그는 시로 생활하지 않았다아니 생활하지 못했다그래서인가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내는 시인그가 잉태한 시는 읽는 이의 고달픈 삶에 고스란히 스며든다애초에 동일한 곳에서 나왔다는 듯 자연스럽게비로소 온전한 땅을 찾은 씨앗처럼 안도하며 내려앉아 꼼지락 꼼지락 뿌리를 내린다.

 

씨앗이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되면 나도 시인처럼 풍성하고 고요한 시를 노래할 수 있게 되는 걸까무리일 것이다내 안에 돋은 싹은 결국 세상의 먼지로 새카만 더께가 쌓여 누렇게 말라 죽을 것이다고요를 수확하기엔 내 속에 담긴 분노가 너무 뜨겁다용암이 들끓는 화산처럼 나는 쉽게 분노하고비처럼 떨어진 까만 먼지가 고요한 시인의 유산을 흔적도 없이 덮어버릴 것이다.

 

연봉 1,380만원 짜리 가장이 아무런 독도 품지 않고 이렇듯 고요한 시를 써낼 수 있는 건 기적이다시인은 어떻게 분노를 참는 방법을 배웠을까사는 데에는 분노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을지 모른다아니면 이미 상처가 두툼한 딱쟁이로 내려 앉아 어지간한 일들을 무심히 넘길 수 있을 만큼 단련이 된 것일지도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육십이 넘은 가장의 삶에 왜 슬픔이 없으랴또 슬픔이 없는 인간이 어떻게 시를 쓸 수 있으랴진땀 나는 하루를 헤쳐나가야 하는 가장의 책임 앞에서시인의 땀 식은 등은 아프도록 시린 법(p. 10)이다.

 

그가 나지막이 노래할 수 있는 이유는 세월에 거르고 거른 분노가 맑은 슬픔의 정수그 한 방울이 되어 가슴 깊숙한 곳에 내려 앉았기 때문이다아무리 거센 태풍도 아무리 높은 파도도 이토록 깊이 담긴 슬픔을 흔들 수는 없다시로 생활하지 못하는 시인의 슬픈 노래는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또 깊어서그래서 고요하다.

 

 

슬픈 세월을 지새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면우의 시는 치료제다꾸역꾸역 삼킨 슬픔이 독이 될 때는그런 슬픔을 삼킨 사람이 이 세상에 나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다사람은 결코 괴로워서 울지 않는다외로워서 우는 것이다살다 보면 맞부딪혀오는 삶에 튕겨져 나가 다리 하나를 절게 될지도 모른다마음 한 켠에 뻥 구멍이 뚫려 바람이 흐를 때마다 쉭쉭 외로운 소리가 날지도 모른다그럴 때마다 생각해야 할 건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는 것이다.

 

삶은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었다서로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면나와바로 당신의 울음 속에서 우리는 위로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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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샤바알샤뱌 1968년에는요 - '카스테라'를 지은 박민규가 태어났답니다. | 기본 카테고리 2013-10-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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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스테라

박민규 저
문학동네 | 200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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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샤바알샤바 1968년에는요


그러니까 샤바샤바알샤바 1968년에 올챙이에서 갓 사람으로 변태한 박민규는 36년 간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다가 갑자기 노트북 한대를 들고 삼천포로 간다. 그야말로 인생의 삼천포. 


삼천포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가 손에 쥔 건 역시 소설이었다. 그 소설이 비실비실 기 빠진 모기처럼 한 두번 앵앵대다 싸아~ 창틈을 뚫는 겨울 바람에 뎅강 날개가 끊어져 버렸냐고?


천만에!


이야기는 삼천포에 빠지면 그대로 끝인거다. 줄기를 놓쳤다는거야.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거지. 박민규도 8년 동안 그럭저럭 회사 생활을 해왔어.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가장이 되는 자격을 갖출 수도 있었다는 거지. 그런데 스스로 삼천포로 걸어 들어간다. 자기 인생을 갓길로 내몬 뒤 오히려 내면의 핵심을 건설해 돌아오다니, 보통 아이러니가 아냐. 이런 게 적장의 목을 베러 가는 각오라는 건가? 심각해지지 말자. 그저 될 놈은 된다는 거지.



싫다 싫어 천재의 탄생이라니

 

이외수 아저씨는 박민규의 출현이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했어. 소설가 김영하는 '박민규에게 뭔가를 빼앗아올 수 있다면 지금껏 우리 문학계에 존재한 적 없었던 그 놀랍도록 새로운 문장을 가져져오고 싶다'고 말했어. 나는 박민규가 거짓나부랭이, 쓰레기 같은 잡문들을 한껏 배설한 뒤 모여드는 똥파리들에 의해 숭배되는 사악한 소설가라고, 말하지 않아. 그는 천재야 천재. 정말,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 

 

고작 삼천포에 갔다온 것만으로 어떻게 이런 글을 써냈냐고 묻지마라. 나와 당신의 무력이 초라하게 드러날 뿐이니까. 

 

농담. 사실 그는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나왔어. 

 

그러면 자, 신에게, 똑같이 문예창작과를 나오고 삼천포에 갔다온 당신이 왜 그와 버금가는 소설을 써낼 수 없는지 따지지마라. 신께서 가라사대,

 

그는 애초에 그렇게 되도록 태어났느니라.

 

이렇다니까.

 

 

내 길을 가로 막은 거대한 산

 

쑥쓰럽지만 고백할게. 나는 말이야, 소설가가 되려고 했어. 현실의 고단한 삶을 판타지 형식으로 날카롭게 풍자, 이 한국 문단에 끈적끈적 지워지지않는 흔적을 남기려 했거든. 그런덴 웬걸 박민규가 있네. 그가 1968년생이 아니라 1986년생이었다면 난 깔끔히 자살을 감행했을 것이다. 새파랗게 젊은 청춘이 내 앞길에 고산처럼 버티고 있는 인생을, 도무지 헤쳐갈 용기가 없으니까.

 

박민규의 소설은 후기자본주의니 신자유주의니 미국의 패권주의, 취업지옥, 아니 때려치고 이 거지같은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가득해. 그런데 같은 비판을 해도 장하준, 케인즈, 마이클 샌델, 김규항 이런 사람들 책은 잘 안 보잖아. 어려우니까. 박민규는 안그래. 뻥안치고, 졸라 재밌어. 그런데 보는 사람들이은 신나겠지만 쓰는 사람은 숨이 턱턱 막혀. 어떻게 이런 걸 쓰지? 박민규 책을 몇 권 더 읽고 싶은데 엄두가 안나는 것도 당연. 그러고나면 앞길에 산이 아니라 산맥이 펼쳐질테니까. 아... 그래도 한번,

 

해보자.

 

가만히 있는다고 산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뉴턴은 자신의 업적에 대해, 그저 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을 봤을 뿐이라고 했으니, 그럼 어디 한번 나도 올라가 볼까. 

 

 

빨간 꼬치는 500원 파란 꼬치는 300원이요

 

카스테라는 박민규의 단편집이다. 총 10편의 소설이 들어있다. 그 소설은 너구리봉봉과 카스테라와 신자유주의와 미국과 마이클 잭슨과 링고 스타, 교황 바오로 2세와 개복치, 우주여행, 세계오리배시민연합, 야쿠르트 아줌마, 외계인, UFO, 대왕오징어, 헐크 호건, 기린, 고시원, 인간, 지구, 별, 하늘, 푸시맨, 고뇌, 웃음, 개탄, 환희, 냉소, 변비를 분쇄기에 넣고 한꺼번에 갈아 정확히 10등분, 뚝뚝 잘라내 반죽한 어육 같아. 박민규는 이걸 꼬챙이에 꽂아 기발한 형식 실험, 아랫배를 쌔하게 찔러오는 설사 신호 같은 날카로운 묘사, 기가막힌 문장으로 우려낸 육수에 담그지. 바야흐로, 빨간 꼬치는 500원 파란 꼬치는 300원입니다.

 

잠깐 500원짜리 얘길 해볼까?

 

카스테라라는 소설은 말이야, 전생에 훌리건이었던 소음 심한 냉장고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대학생 얘기야. 사람들은 20세기가 치열한 이념 대립의 전장이었다고 생각하지. 아니야. 20세기는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부패와의 투쟁에서 승리한 시대'(p. 21)지. 냉장고가 발명됐으니까. 주인공은 자기가 환상적인 냉장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달아. 그리고 세상이란 각자가 '냉장고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일(p.22) 뿐이라는 것도.

 

솔깃하지? 끝이 아니야.

 

그래서 주인공은 냉장고에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넣기 시작해. 이를테면 '걸리버 여행기'같은 명작 소설 말이야. 곧이어 그는 이 세상에 해악이 될만한 것들도 냉장고 안에 보관하기로 결심하지. 이를테면 '아버지'라든가 '미국' 같은 것. 거리에선 맥도날드가 사라지고(당연하지, 냉장고 속에 미국이 들어갔으니), 아버지는 자기가 위치한 칸의 온도를 육류에 합당한 영하로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데 갑자기, 

 

아니야 관두자 관둬.

 

아마 이렇게 끝내면 더 궁금해 미치겠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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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지지않는 적들 - 김훈의 '칼의 노래' | 기본 카테고리 2013-10-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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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의 노래

김훈 저
문학동네 | 201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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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다시 읽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책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벼르고 벼르다 십년만에, '칼의 노래'를 다시 집어 들었다. 





베어지지 않는 적들


임진년, 왜란을 맞은 후에도 조선의 당쟁은 멈추지 않았다. 육군은 파죽지세로 깨져나갔고 경상도의 수군은 유명무실했다. 임금은 서울을 버리고 평양을 버리고 의주로 향했다. 조선의 모든 땅이 으깨지고 백성이 부서질 때 단 한차례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으며 나라를 홀로 지킨 장수는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었다. 왜군은 감히 이순신의 앞바다를 경유해 서해로 나아가지 못했고 나아가지 못한 적은 고립되어 썩어갔다. 조선이 패망하지 않은 이유는 이순신이었다. 왜란 6년째인 정유년 2월, 조정은 그런 이순신을 한산 통제영에서 체포해 서울로 압송한다. 죄목은 임금을 기만하고 가토의 머리를 잘라오라는 조정의 기동출격을 거부했다는 것. 왕좌에만 연연했던 무능력한 임금과 무능력한 임금을 좌우로 흔들던 당쟁의 합작품이었다.


이순신이 나간 자리를 원균이 대신했다. 그해 7월, 아둔한 도원수 권율은 원균의 함대를 앞세워 가토의 머리를 자르러 갔다. 이순신이 없는 바다에서 원균은 참패했다. 삼도수군은 궤멸했다. 백의종군하여 남해를 정찰중이던 8월, 이순신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다. 그러나 삼도의 수군을 통제해야할 이순신에게 더 이상 수군은 없었다. 남아있는 병사를 수습하여 권율의 휘하로 들어가라는 조정의 명령에 이순신은 이러한 장계를 올린다.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임금은 이순신의 벨 수 없는 적이었다. 또한 12척의 배로는 바다를 빼곡히 뒤덮은 왜군을 벨 수 없었다. 이순신은 벨 수 없는 적들을 망토처럼 두른채 12척의 배를 끌고 나가 330척의 적선을 마주한다. 역사는 이 전투를 명량 해전이라 기록했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해도 죽을 것이다


1596년, 선조는 의병장 김덕령을 잡아 죽였다. 그는 오천의 병사를 일으켜 영남의 여러 고을을 온전히 지켜낸 영웅이었다. 그 때 홍의장군 곽재우도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이후 곽재우는 군사를 해산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선조는 사직을 잃을까 두려워했고 사직을 지켜준 신하 또한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의 사직이 적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고 그 사직이 영웅된 신하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또한 두려워했다. 그는 두려움이 일때마다 닥치는대로 죽였다. 


임금은 차가운 북쪽의 땅으로 피난을 간 뒤에 자주 하얀 소복을 입고 대청에 주저 앉아 능욕당한 사직을 향해 울었다. 울음은 곧 장려한 문장의 교지가 되어 이순신의 앞에 내려졌다. 이순신은 교지의 울음 속에 자신의 죽음이 잉태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살기위해 이겨야했는데 승리로 얻은 삶은 곧 그의 목에 내려지는 칼이었다. 그는 패해도 죽었고 이겨도 죽었다. 그는 죽어도 죽었고 살아도 죽었다. 이순신은 이 모든 싸움이 끝나는 날 자신이 죽어야 함을 깨달았다. 그는 그에게 합당한, 온전한 사지를 찾아 바다를 헤맸다. 



인간 이순신


우리는 영웅의 후광에 취해 인간의 그림자를 놓칠 때가 많다. 거듭되는 말 속에서 인간은 사라지고 신화만이 남는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순신은 유난히 몸이 허약한 장수였다. 그는 설사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구토하는 남자였다.


400년도 더 지난 지금도 나는 적들의 적의를 뚜렷히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친구를, 형제를, 부하를, 상사를 잃은 적의 적의를 말이다. 왜군에게 이순신은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또한 적개심의 대상이었다. 왜군은 결코 이순신을 그냥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살의가 해일처럼 몰려드는 바다에서 고작 12척의 배를 끌고 330척의 적을 맞아야 하는 이순신은 어땠을까? 그 적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며 유유히 노를 저어 나갈 수 있었을까? 모든 걸 훤히 꿰뚫 수 있는 사람일수록 마음은 더욱 무참한 법이다. 김훈은 무참함을, 자기편의 적의와 적의 적의 사이에서 충만해가는 그 무참함을, 그 역시 무참한 마음으로 눌러담아 사라져버린 인간의 그림자를 쌓아올렸다. 그리스의 대가 니코스카잔차키스가 '최후의 유혹'에서 신이 아닌 인간 예수를 그렸듯, 김훈은 인간 이순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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