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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회사는 없다 | 기본 카테고리 2019-03-3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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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뢰침

헬렌 디윗 저/김지현 역
열린책들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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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일상화되어 있어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불붙기 시작한 여성의 목소리에 많은 남성들이 분노를 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일상화된 차별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차별 철폐를 '여성 우대'로 착각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를 집어치우라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미국의 여성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여성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 뿐입니다."


코넬대 정치학 학사에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졸업한 긴즈버그에게도 차별은 일상이었다. 로펌은 그녀보다 성적이 낮은 남학생을 스카우트했고 판사가 된 이후에도 그녀는 재판연구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별은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행해진다. 무서운건 이 차별이 많은 경우 성적 착취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모 항공사 회장이 자사의 여자 승무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비서를 어떻게 '길들였는지'를 보고 있으면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이 비단 차별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직장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성추행 및 폭행 사건들은 그 충격이 더하다. 이 사회에서 가장 공적으로 여겨지는 곳에서조차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그들의 안식처는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남성과 동일한 능력을 지녔음을 증명했고, 그들과 똑같은 일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간 동안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남자들이 여성의 권리를 여전히 자신의 호의로 여기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내가 너희를 허락했기 때문에 너희가 여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너희의 목은 내 말 한마디에 달려있다. 끈질기게 수청을 들라 강요하는 변사또의 폭정이 느껴지지 않는가?


<피뢰침>은 이러한 여성의 위기를 극단까지 몰고 간다. 블랙코미디 치고는 농담의 센스가 떨어지고 좀 지루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문제를 바닥까지 끌고 들어가는 뚝심만큼은 인정해줄만 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내 성추행 문제가 남자들이 적당한 때에, 충분한 만큼 성적 욕구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내 섹스 서비스'를 제안한다. 욕구를 느끼는 남성이 인트라넷에 접속해 신청을 하면 회사에 재직 중인 여성 한 명이 특수 제작된 화장실로 이동해 치마를 벗고 대기한다. 그러면 곧 신청한 남자가 들어와... 물론 여성의 신분은 철저한 비밀이 보장되며 주인공의 회사는 이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노하우를 앞세워 시장을 지배한다.


소설 속에서 섹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들에겐 애초에 그들의 능력으로는 절대로 얻지 못할 고소득이 보장된다. 몇몇 여성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로스쿨에 입학하여 성공한 법조인이 되기도 한다. 이 성공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적 착취를 정당화하는 구실이고, 이를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는 되지만 읽는 순간 역겨운 감정이 드는 걸 막을 수는 없다.


<피뢰침>은 너무 적나라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일상화된 폭력, 그 은은하고 투명한, 그러나 명백히 존재하는 구조의 윤곽을 드러냄으로써 보는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야 하는데, 행위 자체가 너무 추잡하고 자극적이다보니 그거 밖에는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차라리 단편이었으면 훨씬 좋았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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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의 감초, 반물질 | 기본 카테고리 2019-03-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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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반물질

프랭크 클로우스 저/강석기 역
MID 엠아이디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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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물질을 처음 접한 건 만화 <암즈>에서였다. 주인공이 변신하는 '자바워크'라는 괴물이 이 반물질을 무기로 사용하는데, 보고 있는 소년의 마음이 두근두근할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했다.


반물질은 어떤 특정한 물질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의 또 다른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예컨대 수소가 있으면 반수소가 있고 알루미늄이 있으면 반알루미늄이 있다. 물질과 반물질은 그 내부를 구성하는 원자핵이 다를 뿐 쌍이되는 녀석들끼리 완전히 동일한 성질을 지닌다. 따라서 홍합탕을 끓이고 간을 맞추기 위해선 소금을 넣든 반소금을 넣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반소금을 섭취했을 때 우리의 몸이 원자폭탄처럼 폭발하며 밥상과, 집과, 나아가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 전체를 우주 먼지로 만들어버린다는 게 차이일 뿐이다. 반소금 5g이면 대략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0배에 해당한다.


이게 바로 반물질이 각종 SF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이유다. 반물질은 초고효율 에너지원으로 만약 인류가 효율적으로 통제하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무기를 가져 뭐하냐고? 폭발은 무기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피스톤은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사이클 공정을 반복하며 자동차를 앞으로 밀어낸다. 우주를 누비는 스타트랙의 엔터프라이즈호가 바로 이 반물질을 우주선의 연료로 사용한다.


우주 어딘가엔 반물질들로만 이뤄진 지구나 인간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들은 우리와 완벽히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순간 우주 대재앙이 벌어질 것이다. 반가워 친구 나는, 펑! 사랑하지만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영 헛소리로만 들리는 사람이라면 반물질 여자나 남자를 만나 연애 감정을 키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과거에는 죽었다 깨나도 알 수 없었던 우주의 신비가 과학적 사실로 드러날수록 나는 오히려 이 세상을 만든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곤 한다. 언젠가는 이 우주에 반물질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지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도대체 이놈들이 왜 우주에 남아있는지를 알 도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반물질이 어쩌면 우주를 창조한 누군가의 리셋 버튼이 아닐까 하는 상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우리의 우주 옆에는 완전히 동일한 질량을 가진 반우주가 존재한다. 양 끝엔 각각 물질과 반물질 유리벽이 세워져 있고 그 사이는 진공이다. 일종의 어린이 과학도구 같은 모습인데, 한참을 가지고 놀던(한 130억년 정도?) '그 존재'가 '에잇, 이번 우주도 글렀어!' 하며 유리 벽을 제거해 두 우주를 충돌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마치 Ctrl + N을 누른 것처럼 새 캔버스가 나타나는거지. 일일이 부수고 치우고 하기엔 먼지도 날리고 어지간히 손이 가는 일이니까. 어쩌면 이 우주의 끝에는 일종의 버전 정보 같은 게 적혀있을지도 모른다.


반물질로 시작해 엉뚱한 곳으로 빠져버렸지만 이게 또 과학책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우주는 너무 광활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책으로 돌아와 중요한 얘기를 몇가지 하자면, <반물질>은 그렇게 친절한 책이 아니다. SF적 지적호기심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설명이 하드코어하다. 흥미진진한 우주 이야기가 친절한 단어와 방법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간 5페이지도 가지 못하고 던져버릴 것이다. 다행인건 번역이 꽤 괜찮다. 이 말은 다소 어폐가 느껴질 수도 있는데, 문장이 뚝뚝 끊어지며 흐름을 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전문 서적의 경우 원저자의 뉘앙스를 살리려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단순 무식하게 끊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독해가 되지 않는 것보다는, 그래도 읽을 수는 있는 게 더 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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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뽑자, 가능한 많이 | 기본 카테고리 2019-03-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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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저/김희정 옮김
부키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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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 '전문가'라는 종족이 출현한 이래 그들이 가장 몰두해온 일은 자신의 일에 성벽을 치는 것이었다. 의학, 법학, 경제학, 회계학 등등 이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전문 분야의 공통점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문 용어를 예로 들어볼까? 그것의 목표는 해당 분야를 효율적으로 기술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사실 이 체계의 가장 큰 기능은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말을 못 알아듣게 하려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읽고 쓰는 능력을 독점'하는 건 언제나 특권층의 지배 전략이었다. 이 말이 지나친 비약으로 느껴진다면 조선의 사대부들이 왜 그렇게 훈민정음을 미워했는지 떠올려보자. 그들은 심지어 대왕의 업적을 '언문'이라 칭하며 깔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벽이 필요한 걸까?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자신이 매기는 높은 서비스 요금을 정당화하기 위해 실제보다 일이 더 어렵게 보이도록 할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다(20p. 전자책 기준). 법전과 회계장부를 해석하는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도 그들에게 그렇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일이 복잡해질 수록 보통 사람들의 관심은 멀어지고 전문가에 대한 의존이 높아진다. 서비스 제공자가 유일한 경우 경제학은 이를 '독점'이라고 부른다. 독점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가? 바로 가격 결정권이 수요자가 아닌 제공자에게 있다는 것.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장하준의 말에 따르면 경제학의 95%는 상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학문이 태동한 이래 수많은 종사자들이 전문용어와 수학을 동원해 경제학을 들개도 물고가지 않을정도의 끔찍한 흉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는 세상 온갖 것들에 우리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 전문가가 아니어도 우리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행동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해석한다. 인권은 어떤가? 근로법은? 동성결혼은? 기후 문제는? 심지어 우리는 역사상 가장 난해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도 그 미래를 손쉽게 결론내린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낳은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는지 떠올려보자).


장하준은 우리가 경제학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의 전작과 다르게 무엇이 틀렸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무엇이 존재하는지, 무엇이 가능한지를 최대한 폭넓게 소개하려 노력한다. 이것은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특정 이론에 치우치지 않은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경제학이 결코 가치 중립적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경제학에는 1개의 답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 내리는 모든 경제학적 결정에는 가치판단이 따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특정 기준, 특정 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말이다. 이전 시대, 어떤 지역에서는 맞는 것으로 드러난 판단이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는 완전한 재앙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싸움을 멈추고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이 상황, 이 시대에는 무엇이 가장 적합할까? 라는 질문을 말이다.


특정 이론과 사상에 경도된 사람들에게는 한가지만 맞고 다른 수십 가지의 가능성은 모두 틀린 것이 된다. 그들이 맞다면 한번 성공을 경험한 국가의 경제는 영원토록 번성을 구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를 본적이 있는가? 세상 모든 국가의 경제는 흥망성쇠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이유가 뭐겠는가? 변화는 다른 변화를 부르고 변화했다는 그 자체가 바로 변화의 요인이 되는 게 인간의 삶, 즉 경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가 딱 한 장의 카드만 손에 들고 있다면 설령 그것이 스페이드 에이스라도 절대 포커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최대한 많은 패를 들고 있어야 한다. 그 패를 이리저리 쪼아가며 상황에 맞게 버리고 되가져오기를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건 역시 덱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패를 드로우(Draw)하는 것이다. 가능한 많은 패를 뽑아오는 것. 그게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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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friend | 기본 카테고리 2019-03-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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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미베어 살인사건

dcdc 저
아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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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베어 살인사건>은 읽는 사람보다는 쓰는 사람이 즐거웠을 책이다. 참신한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 소설인데 대부분 작가의 개인 취향에서 비롯된다. 한 마디로 오덕스럽다. 나도 어디가서 오덕이라는 소리를 종종 듣곤하는데 이 오덕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사람들에게 시시콜콜 설명해 주는 걸 광적으로 즐긴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오덕 러시는 상당한 고역이다. 정중하게 대꾸는 해 주지만 어서 빨리 대화가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나 참 그런 것도 모르고 오덕들이란...


나도 어디가서 이런 얘기를 할 때 사람들이 엄청 지루해 하겠구나, 하고 반성을 참 많이 했다. 그동안 써놨던 소설들을 쭉 훑어보며 이 놈은 안 되겠군, 저 놈은 틀렸어 하며 가슴 아픈 정리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아니 남들이 뭔 상관이야 나도 그냥 내가 즐거운 소설을 쓸 거야 하는 생각이 들자 다시금 호기가 끓어올랐다. dcdc처럼 장르의 문법을 무차별로 파괴하면서 나만의 왕국을 만들어 가는 거지 뭐. 메이저가 되기엔 애저녁에 글러먹었으니까.


솔직히 소설들은 전부 지루했다. 속된 말로 '신빡'하다고 느껴질 만한 소재도 없었다. 참신하긴 했는데 그냥 특이한 느낌이랄까? 문어 다리를 단 탱크가 딸기 대포를 쏘며 시내를 걸어다닌다면 음, 되게 컬트하네 라고 생각을 할 순 있어도 인식의 전환을 경험할 만큼 충격적이진 않을 것이다. 소설들이 전부 그런 느낌이다. 오타쿠가 평생동안 모아 놓은 컬렉션 서랍. 온갖 잡동사니가 나뒹구는 혼돈의 카오스!


정말 신기하게도 dcdc는 모든 소설의 뒤에 자신의 후기를 남겨놓았다. 이 소설을 왜, 어떻게, 어떤 의도로 쓰게 됐는지를 밝힌다. 나는 이 쪽이 훨씬 재미있었다. 지루한 소설을 꾸역 꾸역 끝내고 나면 차분한 dcdc가 나타나 창작 과정의 소회를 풀어놓는다. 정감이 갔고, 신뢰가 생겼고, 무엇보다 이 사람의 소설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신기하게도 말이지.


dcdc가 향수를 느끼는 거의 모든 것에 나 또한 빚을 지고 있다. 아다치 미츠루의 <러프>라던지, 구자형(<마법소녀 리나>에서 제로스역을 맡은 성우. 나는 <슬레이어즈>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카우보이 비밥! 개인적으로 만난다면 우린 한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오덕은 진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항상 자신의 속 안에서 끓어오르는 뭔가를 쏟아내려하지만 쏟아낼 곳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오덕끼리는 강한 유대를 느낀다. 설령 수억 광년 떨어져 있어도, 그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나는 이 골방의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기고 싶다.


Dear my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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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훑는 세계의 술 | 기본 카테고리 2019-03-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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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애주가의 대모험

제프 시올레티 저/정영은 역/정인성 감수
더숲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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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처음으로 꼬냑을 마시고 난 뒤부터다. 카뮤 X.O.를 마셨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있는 술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몇몇 싱글 몰트 위스키와 고가의 사케를 접하면서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요새는 곧잘 하곤 한다.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우리 나라는 '그 녹색병'이 워낙에 유명한 탓에 술자리에서 꼬냑이니, 싱글 몰트니, 준마이니 하는 얘기를 늘어 놓으면 불청객이 되기 십상이다. 유난을 떤다거나 잘난척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술은 다 똑같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참이슬 프레시'인지 '처음처럼'인지 묻지도 않고 시키면 화를 낸다. 주정으로 만든 공산품에도 어떤 감미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자연에서, 매번 다른 재료로,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 내는 술들의 맛이 어디 같을 수 있겠는가?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테지만 알고 보는 게 모르고 보는 것 보다 훨씬 재밌다. 그림은 그냥 보는대로 느끼는거지 하다가도 도슨트의 흥미로운 이야기에는 절로 귀가 쫑긋해진다. 술도 마찬가지다. 이 술이 어떤 재료를 어떻게 가공해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를 알게되면 씁쓸한 알콜이 목구멍을 타고 흐를 때마다 그 과정이 낱낱이 새겨지는 기분이 든다. 맛은 깊어지고, 경험은 풍부해진다.


<애주가의 대모험>은 1년 52주를 한 주씩 나눠 전 세계의 술들을 소개한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술들이 별처럼 쏟아진다. 읽고 있으면 술이라는 건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신기하게도 술은 모든 문화 모든 시대에 존재해왔다. 한 마디로 사람이 존재하면 술도 존재했던 것이다. 어쨌든 합법적으로 정신착란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러면 굳이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 마실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역시 술은 음식의 일종이고,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입맛에 맞춰 만들 필요가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술은 취하기 위해서만 마시는 게 아니다. 맛있게 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음주의 목적이다.


술도 잘 못 마시는 놈이 무슨 술맛을 논하냐고 하는 사람들에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좋은 술을 알아보는 것이다.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무 돼지고기나 먹을 수 있겠는가? 진짜 맛있고 좋은 고기가 아니라면 입도 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 말해주는 술 이야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세계의 술에 관심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위스키, 사케, 꼬냑, 와인 등 만드는 방법에서부터 재료, 브랜드, 맛까지 다양한 술들을 깊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애주가의 대모험>은 세계 투어를 간략하게 정리한 팜플렛 같은 책이다. 깊이보다는 넓게. 전 세계의 술들을 한 눈에 훑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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