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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가까이 클래식에 다가가다. | 예술 2020-08-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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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

최영옥 저
(주)태림스코어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쉽게 풀어 낸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들의 이야기가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져 한 편의 클래식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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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아직 클래식 애호가들처럼 명반들을 턴테이블에 들을 정도는 안되고 클래식 라디오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 출장 다닐 일이 생기면 업무용 차를 이용할 때가 있는데 그때도 어김없이 클래식 라디오 채널에 고정해서 음악을 듣는다. 최근에 신입 여직원과 함께 출장 갈 일이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라디오 채널을 클래식 라디오 방송으로 돌린 후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신입 여직원 왈(曰) "자기가 그동안 살면서 차 안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한다. 신입 여직원이 클래식에 대하여 궁금해 해서 출장 가는 동안 아는 범위 내에서 클래식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행히 지겨워하지 않고 재미있게 들어줘서 업무와는 별개로 즐거운 출장길이었다.

 

 신입 여직원이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서 슬쩍 추천해 준 클래식 책이 마침 이번에 읽은 [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이다. 평소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널리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노력한 최영옥 작가의 책으로, 다양한 음악과 작곡가들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클래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책은 클래식을 전혀 모르던 대학시절 호기심에 읽은 [클래식, 아는만큼 들린다]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당시 "클알못"이었던 내게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주었던 책으로 기억되는데 이렇게 저자의 책을 다시 읽게 되어 반가웠다.

 

 저자 최영옥은 2005년 목월제로 등단한 후 음악전문지 기자를 거쳐 방송작가, 음악 칼럼리스트,  음악평론가, 공연기획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클래식, 아는만큼 들린다], [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 [영화가 사랑한 클래식] 등이 있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제에 따라 다양한 음악과 작곡가들을 만날 수 있는데 대부분 한 번은 들었을만한 음악들로 꽉 채워져 있다. [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은 최영옥 작가가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쓴 책으로 어려운 음악적 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쉽게 풀어 낸 음악과 작곡가들의 이야기가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져 한 편의 클래식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든다.

 

 1장 남자, 그들의 사랑법에서는 평생 한 여자 "수잔 발라동"만을 사랑했던 에릭 사티와 그의 음악 <난 널 원해>를 시작으로 사랑하는 아내 코지마의 서른 세 번째 생일을 맞아 크리스마스 아침, 열다섯 명의 연주자를 자신의 집으로 모이게 한 후 아내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전해주었던 바그너의 <지그프리드 목가>, 최강국 스페인의 국왕이었지만 정략 결혼을 네 번이나 했던 불행한 국왕 펠리페 2세 이야기를 다룬 베르디의 <돈 카를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베토벤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순수하고 부드러운 곡 <그대를 사랑해>, 스승이었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만을 평생 해바라기처럼 고독하게 사랑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브람스가 50세 때 만난 젊고 어여쁜 콘트랄토 가수 헤르미네 슈피스와의 사랑의 열병에서 탄생한 <교향곡 3번>, 폐결핵을 앓던 쇼팽이 사랑하는 연인 조르주 상드와 함께 스페인의 마요르카에서 요양 중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외출한 상드를 홀로 기다리며 작곡한 <전주곡 빗방울> 등 음악가들의 다양한 사랑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저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클래식 곡들이 저마다 작곡가의 사랑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들으니 선율 하나 하나가 좀 더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쓴 다음 해인 1803년 사랑에 대한 연가를 쓴 베토벤. 죽음까지 생각했던 베토벤에게 사랑의 연가를 쓰게 만든 그 상대는 누구였을까?  죽음을 딛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의 노래를 작곡한 베토벤의 또다른 모습을 느끼게 된다.

 

그대를 사랑해, 그대가 나를 사랑하듯이

저녁에나 아침에나, 아직 하루도 없었지

그대와 내가 우리의 근심을 나누지 않은 날이.

또한 그대와 나의 근심이 나누어져서 견디기 쉬웠지

그대는 슬픔 가운데에서도 나를 위로했고

나는 그대의 고통에 울었지.

그럼으로 하나님의 축복이 그대 위에 있기를

그대, 나의 삶의 기쁨

하나님이 그대를 보호하고, 그대를 내게 함께하도록 하고

우리 둘을 보호하고 함께 하시길

- <그대를 사랑해>, 베토벤 p.81   

 

  2장 동화로 풀어낸 사랑은 다른 장에 비해서 짧게 다루고 있다. 로시니가 전하는 좀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인 <라 체네렌톨라>,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의 오페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드보르작의 <루살카 중 달에게 부치는 노래>, 몽유병에 얽힌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인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 우리에겐 겨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떠오르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아이들과 동화책으로도 읽어보았고 몇해 전 크리스마스 때 어린이 연극으로도 만나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하는 발레음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일찍 잃어 모성 콤플렉스가 적지 않았고 평생 행복한 날보다는 불행한 날이 많았던 차이콥스키의 삶을 들여다보면 <호두까기 인형>에서 그가 꿈꾸던 동심의 세계가 왠지 애달프게 다가온다.

 

 

  3장 자연의 회화에서는 계절 등 자연을 느끼게 하는 곡들과 음악가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차르트와 함께 신동으로 기억되는 멘델스존의 따스하고 풍부한 감성이 가득한 <봄의 노래>, 악성 베토벤이 전하는 따스한 선물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전하는 <봄의 소리>, 새로운 음악의 시작을 알렸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인상주의 대표 음악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바다> 등을 전하고 있다.

 요즘 출간되는 왠만한 클래식 책들은 QR코드가 있어서 독서를 하며 해당 곡들을 바로 들을 수 있다.  [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 또한 QR코드가 있어서 독서내내 클래식 음악과 함께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이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이다. 1987년 빈 신년음악회에서 79세의 폰 카라얀의 지휘 아래 미국 출신의 흑인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이 부른 <봄의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영상이었다. 배틀을 보며 미소 짓는 노지휘자 폰 카라얀과 종달새처럼 청아한 목소리를 마음껏 뽐내던 배틀의 모습. 비록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오만한 인성으로 인해 추락한 소프라노의 쓸쓸한 뒷 모습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녀의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만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4장 신도 때로는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을 아내로 맞기 위해 마탄의 유혹을 빠지는 베버의 <마탄의 사수와 찬송가>, 비극으로 끝난 사랑과 딸의 죽음으로 수도원에 들어갔던 리스트가 작곡한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모차르트의 유작 <마술피리>, 멘델스존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바흐의 <마태수난곡>,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의 <레퀴엠>, <운명의 힘>, 반전 음악의 최고봉으로 기억되는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 교향곡에 사람의 목소리를 도입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등 신과 죽음, 그리고 인류애와 관련된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얼마 전에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피아니스트로 살았던 리스트가 성직자 등으로 살았던 인생 후반부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다. 리스트는 결혼을 갈망하던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과의 사랑이 파탄나고 딸 브랜디가 출산 중 사망하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나도 종교가 없다) 13세기 이탈리아 가톨릭 수사이자 설교자였던 성 프란체스코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수도원으로 들어간 리스트가 성자 프란체스코를 소재로 <두 개의 전설>을 작곡한 것은 당시 성직자로서의 삶을 시작한 리스트가 본 받고 싶은 성자의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분은 당신의 창조물 중에서도 여러분을 특별히 귀하게 만드셨고, 여러분이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늘 여러분을 보살피십니다."

- 프란체스코 성자의 축복, -P.158

 

 5장 위안은  <교향곡 1번>의 실패 후 우울증을 심하게 앓던 라흐마니로프가 의사의 권유로 재기에 성공한 후 10년 만에 내 놓은 <교향곡 2번>을 영화 "버드맨"과 함께 이야기 하고, 희망없는 무명 음악가로 가난과 함께 매독에 걸려 건강이 최악이었던 때 슈베르트가 슬픔을 극복하고자 작곡한 <아르페지오네 소타나>, 신경쇠약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누이동생 집에 머물던 차이콥스키가 우연히 들은 러시아 민요를 자신의 곡에 사용한 <안단테 칸타빌레>, 우리에게 익숙한 1973년부터 1996년까지 방송됐던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됐던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b장조>, 비극에 정통했던 푸치니가 유일하게 남긴 희극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이 깨질 위기에 놓인 딸이 간절하게 아빠에게 호소하는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만약 딸아이가 장차 자라 마음에 안 드는 결혼 상대자를 데려 왔을 때 극구 반대를 하겠지만 푸치니의 희극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처럼 애교 반 위협 반으로 결혼하게 해 달라고 간절히 청한다면 전의를 상실할 것 같다. 우리 두 딸은 자라서 아빠가 마음에 드는 사윗감을 만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아빠! 난 그를 사랑해요. 그는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 도와주세요. 포르타 로사 거리에 가서 반지도 살래요. 아빠가 이 결혼 허락 안 해주면 나 베키오 다리 위에서 아르노 강으로 확 뛰어들고 말거야! 

-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리아 p.231

 

 

 마지막장 6장 음악에서 힘을 얻다에서는 한번 들으면 누구나 기억하게 되는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영화 '글레디에이터'가 표절했다는 소송으로도 유명한 홀스트의 <행성>, 영화 "플래툰"에서 양손을 치켜들고 마지막까지 절규하던 엘리어스의 장면과 함께 기억되는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지금 비록 세 명을 한 자리에서 볼 수는 없지만 최고의 무대를 선 보였던 세계 3대 테너 파바로티, 카레라스, 도밍고의 이야기로 책은 마무리를 한다.

 클래식과 전혀 친하지 않던 시절 월드컵 경기를 기념해 세계 3대 테너가 함께한 공연은 내게 클래식이라는 음악에 호기심을 갖게 한 첫 만남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렇게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쩌면 당시 파바로티, 카레라스, 도밍고가 한 자리에서 펼친 감동의 공연이 은연 중에 내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시 3대 테너의 공연이 너무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지만 클래식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것은 인정해야겠다.

 

 [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는 이렇게 다양한 음악과 작곡가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한 클래식 책으로 평소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클알못에서 조금씩 벗어나 클래식의 맛을 알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클래식과 친해지는 방법을 경험상 이야기하자면 처음에는 낯익은 클래식 대표 음악들을 자주 들어보다가 어느정도 음악에 익숙해지면 이렇게 클래식 초보자들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클래식은 처음입니다만] 같은 클래식 책을 읽어 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클래식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늦은 밤 요즘 빠져있는 소프라노 배틀이 부르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스코어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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