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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의 선구자 르코르뷔지에 | 인문 2020-09-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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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르코르뷔지에

신승철 저
arte(아르테)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르코르뷔지에의 대표 건축물을 인터넷으로 찾아봐야한다는 불편함을 빼고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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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불과 6년 전만 해도 줄곧 단독주택에서만 살았다. 겨울철 외풍은 당연한 줄 알았고 겨울 한파에 수도관이 종종 터지기도 했다. 주차난 때문에 늦은 퇴근길이면 집 근처를 몇 번을 돌았고 대학가 근처에서 산 덕분에 늦은 시간 소음은 일상으로 자장가라 생각하고 잠을 잤다. 한번은 외출한 사이에 좀도둑이 들어 집안이 엉망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는 불편해도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을 나름 만족해 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주변에 원룸 붐이 일어나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아파트의 편리성과 쾌적함을 몸소 체험하다보니 왜 진작 아파트에 이사를 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아파트 상가에는 편의점, 빵집, 병원이 있고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잘 조성된 조경시설과 헬스장, 작은 도서관 등 편의시설까지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내게 편리성과 쾌적함을 알게 해 준 아파트처럼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주택을 만드는데 혁신적 역할을 한 근대 건축의 선구자가 르코르뷔지에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23번째 주인공인 르코르뷔지에는 근대 건축의 5원칙을 구현한 빌라 사보아, 현대식 아파트 위니테 다비타시옹, 가장 조형적인 근대 종교 건축물인 롱샹성당, 빛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라투레트수도원 등을 통해  표준화, 규격화된 합리적 건축에서 시적인 건축으로의 변화를 그의 일생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지역건축가에서 국제적 예술가로

  르코르뷔지에는 시계 산업의 중심지로 스위스의 산간마을인 라쇼드퐁에서 시계 장식가인 아버지와 음악을 가르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가르치던 어머니와 바이올린을 전공한 형 아래에서 자연히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회화에도 소질을 보였다. 형과 다르게 다소 반항적이고 다혈적이었던 르코르뷔지에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시계 장인으로 구성된 지역공동체가 세운 라쇼드퐁미술학교에서 시계 장식과 세공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르코르뷔지는 훗날 자신에게 유일한 스승이라고 했던 장식미술가이자 미술학교 교사였던 샤를 레플라트니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르코르뷔지에의 재능을 알아 본 스승은 제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소년에게 건축주를 설득까지 하며 건축 작업에 투입을 시킨다. 이렇게 처음으로 건축 작업을 하게 된 르코르뷔지에는 스승에게 배운 그대로 지역 고유의 양식에 따라 건물을 짓게 된다. 지금은 절정의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 연예인들이 신인시절 모습을 부끄러워하듯 르코르뷔지에 또한 자신의 첫 번째 주택을 굉장히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결국 훗날 첫 번째 주택은 작품집에서도 제외했다. 하지만 발연기의 신인 시절이 없었다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대연기자가 될 수 없듯이 소년 르코르뷔지에(당시에는 에두아르)에게 첫 주택은 시계 장식가가 아닌 건축의 길로 이끄는 징검다리가 된다.


[갈루초에 있는 에마수도원]


 건축을 막 시작한 르코르뷔지에는 첫 주택(빌라 팔레)에서 번 돈으로 르네상스 문명의 중심지인 피렌체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건축가로써 자신만의 이상적 모델을 찾아간다. 특히 피렌체 근교 갈루초에 있는 에마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의 사적 공간이 수도원의 공용 공간과 분리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능적 구성과 함께 창밖 낭만적 풍경은 그에게 큰 감명을 주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 후 오스트리아 빈, 독일 뮌헨 등을 거쳐 프랑스 파리에 도착 한 르코르뷔지에는 오귀스트 페레에게 철근 콘크리트를 활용한 새로운 건축양식을 배우게 되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페터 베렌스의 사무소에서 전일제 근무를 하며 고전적인 취향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구조 속에 적절히 반영한 현대 건축을 배우게 된다.

 로코르뷔지에는 1911년 봄, 건축가로써 성장에 결정적 순간이라 할 수 있는 "동방 여행"을 떠나게 된다.


[르코르뷔지에의 동방 여행 경로]


 동방 여행은 뮌헨에서 가까운 사이가 된 클립스탱과 함께 드레스덴을 시작으로 발칸반도와 소아시아,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이었다. 다뉴브강가에서 본 각 도시들(세르비아 시골 마을에서의 전통 가옥과 주변 풍경 등), 이스탄불의 이슬람 사원, 그리고 그리스의 아토스산,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의 파르테논 신전을 통해 르코르뷔지에는 진정한 건축가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장면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서의 르코르뷔지에의 행동이다. 여느 여행가라면 그토록 동경했던 장소를 찾아가게되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그 장소로 내달렸을텐데 르코르뷔지에는 항구에 도착한 후 신전을 보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 대신 카페에 앉아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언덕 위의 신전과 마주하는 오랜 꿈 앞에서 주저한 것이다. 아마도 그에게는 언덕 위 신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큰 실망을 줄 수 있다는 불안이 엄습해 왔을 것이다. 그는 해가 질때까지 기다린 후 다음날  드디어 언덕 위 신전 앞으로 간다. 언덕 위의 신전에서 르코르뷔지에는 예술의 본질을 경험하게 된다. 기하학적 조화와 수학적 정밀성, 돌을 다루는 솜씨, 깊은 울림과 환상적인 공간... 그가 언덕 위 신전에서 느낀 전율은 아테네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크로폴리스를 올라가며 이어진다. 이렇게 "동방여행"은 훗날 르코르뷔지에 건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크로폴리스]


여행 중에도 고향에서 건축 설계가 들어오던 르코르뷔지에는 동방 여행 후 고향에서의 지역건축가로써의 삶을 정리하고 드디어 파리에 정착하며 국제적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세계

 파리에 정착한 르코르뷔지에는 페레와 반가운 해후를 한 후 그의 소개로 화가 아데메 오장팡을 만나면서 화가의 꿈을 꾸게 된다. 오장팡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당시 피카소를 중심으로 한 큐비즘에 맞서 기하학 형태와 함께 "순수주의"를 주장하게 된다. 르코르뷔지에는 당시 철근콘크리트 건축의 기본 구조가 되는 돔이노 방식을 통해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주택의 대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여 훗날 현대 건축의 기본 구조로 자리잡게 한다.


[돔이노 방식]


"르코르뷔지에는 집을 '살기 위한 기계'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 삶에 최적화된 집을 만들기 위해 자동차, 비행기, 대형 여객선을 모델로 삼았다. 이 기계들은 표준화, 규격화를 거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p.134


 르코르뷔지에는 오귀스트 페레스트를 통해 철근콘크리트인 구조(강)를, 페터 베렌스를 통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미)을, 자동차 등 기계를 통해 표준화(기능)를 거치면서 건축의 3요소를 구현한다.

 이전까지 에두아르로 살았던 르코르뷔지에는 1923년 [건축을 향하여]를 르코르뷔지에라는 필명으로  출간하여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르코르뷔지에로의 삶을 살아 가게 된다.

 건축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르코르뷔지에는 공간과 각종 편의 시설을 사람 몸에 맞게 치수화하기에 이른다. '모뒬로르'는 인체 치수를 기준으로 한 건축의 척도인데 르코르뷔지에는 영국 경찰관의 키 183cm(6피트)를 기준으로 치수를 확립하게 된다.

 든 것을 표준화하려던 르코르뷔지에는 시행착오도 거치게 되는데 그가 지은 오장팡 스튜디오는 좁은 계단으로 인해 오장팡의 초대형 캔버스를 반출하지 못하게 되었고, 한 아파트에서는 좁은 나선계단으로 인해 상을 당한 시신을 운구하는데 문제가 생겨 결국 건물 밖 크레인으로 실려 내려와야 했다고 한다.

 이후 근대 건축의 5원칙인 필로피,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평창, 자유로운 입면을 적용한 빌라 사보아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짓게 된다. 하지만 비가 오기 전까지 행복에 젖었던 사보아 가족은 방수 문제로 큰 고통을 겪으면서 수차례 르코르뷔지에에게 보수를 요청하지만 르코르뷔지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수를 계속 미루게 되고 결국 참다 못한 사보아 가족은 소송까지 준비하게 되었으나 전쟁이 터지면서 흐지부지 되고 만다. 르코르뷔지에는 왜 빌라 사보아에 대한 보수를 미루었을까? 건축가로써 자기 확신었을까? 아니면 오점을 남긴 건축물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사보아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훗날 빌라 사보아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까지 되어 주요 관광지 중 하나가 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르코르뷔지에에게 기회로 찾아오는데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에 현대식 아파트인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짓게 된 것이다. 현대 아파트의 모태로 한 척의 크루즈선 같은 위니테 다비타시옹은 이후 낭트, 브리에, 그리고 적국인 독일 베를린까지 지어진다.


[프랑스 우표에 그려진 롱샹성당]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던 르코르뷔지에가 시적인 건축으로 극적인 변화가 찾아오는데 대표적 건축물이 마리알랭 쿠튀리에 신부의 조력으로 롱샹 언덕에 짓게 된 롱샹성당이다.  오래 전 동방여행에서 먼난 언덕 위 파르테논신전처럼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롱샹성당은 대지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에 어울리는 건물을 지은 것이다. 롱샹의 역사와 가치, 순례자와 미사를 위한 공간, 사용자 편의를 위한 모뒬로르까지 적용한 롱샹성당은 6만 5000명이 언덕에 모인 1873년 9월 8일 기념비적인 미사가 열린다.

 롱샹성당 공사가 끝나기 전에 쿠튀리에 신부의 의뢰로 또 하나의 걸작인 찬란한 빛의 제단이라는 라투레트수도원을 세우게 되는데 빛과 그림자의 다양한 변주가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수도원이다.

 이렇게 말년에 따뜻하고 시적인 감흥을 느끼게 하는 건축물을 짓던 르코르뷔지에는 찬란한 햇살과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지중해를 늘 그리워했듯이 아내 이본이 묻힌 지중해의 로크브륀느카프마르탱에서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에서 말년을 보내던 중 이른 아침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일흔일곱의 생을 마감한다.


[르코르뷔지에]


 건축문외한인 나로써는 [르코르뷔지에]와의 만남은 뜻깊은 시간이었다. 건축 학위나 자격증 하나 없었던 르코르뷔지에는 기술적 합리성으로 집을 장식품이 아닌 살기 편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건축의 척도라는 모뒬로르, 근대 건축의 5가지 원칙 등을 적용하며 일생 열 두개의 나라에 일흔다섯 채의 건물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마흔 두개의 도시계획안과 400여 점의 회화, 8000여 점의 드로잉, 34권의 책 출판까지 하며 단순히 천부적인 재능에만 한정 지을 수 없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열정과 활동량을 가진 근대 건축의 선구자였다. 그가 말년에 지은 롱샹성당과 라투레트 수도원은 그가 단순히 기계처럼 천편인률적인 주거 공간만 추구한 것이 아닌 건축에 시적 아름다움까지 담은 진정한 건축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르코르뷔지에]의 저자 신승철은 첫 여정을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르코르뷔지에의 무덤이 있는 언덕을 차를 타지 않고 걸어 올라가면서 보고 느낀 감정들을 통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추구하는 인문 여행기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르코르뷔지에]는 독서 전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하고도 남을 구성과 내용을 갖추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르코르뷔지가 건축한 대표 건축물들을 책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저작권 때문인지 출판사(저자)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르코르뷔지에의 대표 건축물을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봐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르코르뷔지에]는 충분히 읽어볼만한 클래식 클라우드의 23번째 책이라 하겠다.


"만약 르코르뷔지에가 건물을 짓지 않았다고 해도 현대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남았을 것이다." - p.248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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