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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밋밋하고 건조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법, 올란도 기번스의 <솔즈베리 경 파반느와 갈리아드(MB18,19)> | 스크랩 2021-11-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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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날을 연주하는 소녀(1673-1675)>, 요하네스 베르메르,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베르메르(1632-1675)의 그림에는 여러 악기가 등장합니다. 그 중, 자주 눈에 띄는 악기가 바로 소녀가 연주하는 네모난 상자이죠. 마치 책상 위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은 것처럼 보이는 소녀는 지금 ‘버지날’을 연주하는 중입니다. ‘버지날’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초기에 전 유럽에서 유행했던 ‘건반악기’로, 피아노처럼 펠트가 덮인 해머로 현을 쳐서 연주하지 않고 하프시코드처럼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랍니다. 하프시코드는 겉모습이 그랜드 피아노를 닮았습니다. 현이 연주자의 전방으로 뻗도록 배치되기 때문이죠. 가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된 버지날은 현이 건반과 평행합니다. 하프시코드보다 현의 길이도 짧고 연주할 수 있는 음역도 좁습니다. 크기가 작아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섬세하고 아름답게 장식된 버지날은 연주장 무대 위보다 가정집 거실에 더 잘 어울립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연주보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에 적절한 소리, 다른 악기 뒤로 숨기 좋은 내밀하고 소박한 소리를 내는 악기이지요. 


올란도 기번스, <파반느(1600년경)>, 장 롱도의 버지날 연주


‘파반느’는 16세기 궁정에서 추던 느린 춤입니다. 스페인어의 ‘파보(공작새)’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사르르 떨리는 화려한 꼬리가 땅에 닿을 듯 말 듯 느리고 무겁게 걷는 공작새는 파반느의 분위기와 닮았습니다. ‘춤곡’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습니다. 가사를 전달하는 성악을 중시했던 중세가 끝난 후, 기악이 서서히 떠오르는 중요한 기반이 춤곡이었기 때문입니다. 느린 춤곡은 빠른 춤곡과 짝을 이루어 연주되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한  쌍이 파반느와 갈리아드입니다. 세월이 흘러, 쌍을 이루는 춤곡은 더 큰 규모로 발전되었습니다. 바로 다양한 춤곡을 모은 바로크 무용 모음곡이지요. ‘프렐류드(전주곡)-알르망드-쿠랑트-사라방드-지그’가 일반적인 순서였고, 사라방드와 지그 사이에 다양한 짧은 춤곡이 추가되는 전형적인 기악 장르였습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용 모음곡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프랑스 무용 모음곡 2번(BWV813), 크리스토프 루세 하프시코드 연주


아무리 음악이 아름답다 해도, 온갖 자극으로 가득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르네상스시대 춤곡에 몸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휘황찬란한 낭만 시대를 지나서 온 사람들에게도 빈약한 악기로 연주하는 ‘파반느’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지요. 낭만 음향과 오래된 춤곡, 파반느의 간극을 메운 이가 모리스 라벨(1875-1937)입니다. 라벨은 느리고 우아한 공작새 걸음 속도에 맞춘 우수 깊은 선율, 풍성한 화성과 함께 이름을 알 수 없는 궁정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일상적으로 추는 춤이 아닌, 죽은 황녀를 기리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춤을 들려줍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르네상스 파반느가 다시 살아나는 방법이었지요.


모리스 라벨,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1899)>,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 연주


사람들에게 잊힌 영국 작곡가, 올란도 기번스(1583-1625)를 20세기 중반, 무대 위로 다시 올린 이는 글렌 굴드(1932-1982)였습니다. 낭만곡을 낱낱이 해체해 거품 없이 차갑게 연주하고, 난해한 현대곡에 꼭꼭 숨긴 아름다움을 찾아내 꽃 피우는 굴드가 기번스의 파반느와 갈리아드를 들고 피아노 앞에 앉은 것입니다. 현대인에게는 밋밋하고, 건조하게만 들리는 르네상스 음악을 연주하며 굴드는 이 작품을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이라 칭송했습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해석으로 살려낸 굴드가 이번에는 기번스의 낡은 춤곡으로 청중을 유혹한 것입니다.


올란도 기번스, <파반느(1600년경)>, 글렌 굴드 피아노 연주 영상


올란도 기번스, <파반느와 갈리아드>, 글렌 굴드, 소니(1971, 2012년 재발매)


피아노로는 닿을 수 없는 버지날 소리에 이르기 위해 굴드는 피아노 소리의 끝에 주목했습니다. 빠르게 사라지는 버지날 소리에 비해 둥글고 풍성한 피아노 소리를 최대한 벼려 명도와 채도를 낮추었습니다. 그가 소리가 사라지기를 끈기 있게 기다리는 동안, 버지날을 닮은 겸허한 울림이 피아노로부터 배어 나왔습니다. 음과 음 사이에 생기는 틈,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도록 음 사이를 건너는 울림으로 굴드는 듣는 이가 내장 깊은 곳부터 긴장하고 이완하며 내면적인 춤을 추기를 원했습니다.

굴드가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아름다움을 드러낸 음악에 마음이 동했다면 다시 버지날로 돌아가 봅시다. 케이스를 아무리 화려하게 장식한다 해도 빈약할 수밖에 없는 소리를 타고난 버지날은 자극없이 밋밋한 기번스의 음악에 너무나 잘 어울리니까요. 겨울의 문턱에 서서, 바쁘게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며 숨을 고르기에 적당한 때, 담백한 춤곡, 파반느와 갈리아드에 맞춰 눈에 띄지 않게 어깨를 흔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자극 가득한 일상으로 미처 누리지 못했던 고요함에 푹 빠질 수 있을 겁니다. 소리보다 소리와 소리 사이의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잠자리 날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숨을 죽이고, 자세히 들어 보세요. 여러분의 침묵을요. 


올란도 기번스, <솔즈베리 파반느와 갈리아드>, 크리스토프 호그우드 버지날 연주




왜냐하면 춤은, 모든 움직임은,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포즈로부터 다른 포즈로, 어떻게 건너가는가가 생을 이루기 때문이다. 

단지 건너왔다는 사실 자체는 상실의 허무를 면할 수 없다. 

건너옴 사이, 틈새와 균열속에 있던 것들, 거기서 살아 있고 반짝였으며 끝내 흘러가버린 것들이 실은 전부임을 알고 있기에. 

_목정원,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중에서, 아침달 (2021)



글렌 굴드 - 윌리엄 버드와 올랜도 기번즈의 건반 음악 (Glenn Gould - A Consort Of Musicke Bye William Byrde And Orlando Gibbons) (Ltd. Ed)(일본반)(CD) - Glenn Gould
글렌 굴드 - 윌리엄 버드와 올랜도 기번즈의 건반 음악 (Glenn Gould - A Consort Of Musicke Bye William Byrde And Orlando Gibbons) (Ltd. Ed)(일본반)(CD) - Glenn Gou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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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발표]『그저 피아노가 좋아서』 | 서평단 당첨 2021-11-2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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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피아노가 좋아서

문아람 저
별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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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피아노가 좋아서

문아람 저
별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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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달라를 통해 우리 미래 교육의 방향을 생각하다. | 어린이 문학 2021-11-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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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난 남달라!

김준영 글, 그림
국민서관 | 2012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유쾌한 그림과 좋은 메세지가 들어있는 어린이동화책~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11월 초에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동화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얼마 전 퇴근 후 집에 들어오니 첫째 딸이 동화책 한 권을 아빠한테 보여주며 학교에서 동화 작가와 대화도 나누고 사인도 받았다며 자랑을 한다. 재미있으니 아빠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길래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어보았다.

 

 아빠한테 권해 준 동화책은 김준영 작가의 [난 남달라!]이다. 김준영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그림책전문가과정을 마치고 어린이책작가교실을 졸업했으며 [할아버지와 순돌이는 닮았어요], [저듸, 곰새기] 등의 작품을 그렸다. 현재 2권의 동화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딸아이가 작가와의 만남에서 전해들은 따끈따끈한 이야기다).

 

 [난 남달라!]의 주인공 남달라는 남다른 펭귄이다. 다른 펭귄 친구들은 선생님이 가르치는데로 수영을 배우는데 남달라는 왜 말미잘 수영까지 배워야 하는지 궁금하다. 

 "선생님! 말미잘 수영 같은 걸 왜 해야 해요?" 라고 묻지만 선생님은 왜 배워야 하는지 별다른 설명 없이 모두 열심히 배우고 있으니 얼른 줄서서 따라 하라고 한다.

 


 

 집에 돌아온 남달라는 아빠에게 "나 수영 그만 배울래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말미잘 수영 같은 건 너무 힘들고, 재미도 없고, 난 헤엄칠 줄 안다는 남달라 말에 아빠는 달라 마음대로 해 보라고 응원해 주며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남달라는 곰곰이 생각한다. '뭐가 재미있을까?"

 


 

 친구들이 수영할 때 얼음구멍 바라보기, 얼음집 짓기 등 다른 놀이들을 하며 놀던 남달라는 아주 우연히 미끄러졌다가 미끄럼 타는 재미에 푹 빠져 매일 미끄럼을 탔다(참고로 이 장면은 작가 자신을 투영했다고 한다, 딸아이의 귀뜸).

 

 매일매일 즐겁게 미끄럼을 탄 덕분에 미끄럼을 잘 타게 된 남달라는 어느날 바다표범들과 함께 미끄럼 대회에 출전하게 되는데... 남달라는 과연 무시무시한(?) 바다표범들과의 경쟁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 외에 아직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이웃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31명이나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말이다(일본 출신의 외국 국적자 포함). 특히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꾸준히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통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개성을 찾아 꿈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주입식 암기법에 매달리고 있고 대입이 최종 목표이다 보니 아이들은 꿈과 적성을 살려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사회가 원하는 동일한 성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비록 [난 남달라!]는 어린이동화책이지만 남달라가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는 모습은 우리 교육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같은 꿈, 같은 성공을 요구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가 아니라 주인공 남달라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각 분야에서 다른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풍요롭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나라도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남달라는 미끄럼틀 대회에서 바다표범들을 멋지게 따돌리고 우승을 했을까? 미끄럼틀 대회 결과와 숨은 뒷 이야기는 책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아끼는 이야기 보물단지 속에 넣어두어야겠다.

 


[딸아이가 김준영 작가에게 받은 작가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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