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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만나는 삼인 삼색 이야기 | 마이 북리뷰(2021년) 2021-10-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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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보다 : 가을 2021

구소현,권혜영,이주란 공저
문학과지성사 | 2021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삼인 삼색 소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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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21

구소현, 권혜영, 이주란 공저

문학과지성사/ 2021년 9월 13일

 

샋"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삼인 삼색  소설을  만나보자!"

 


 


 

1. 들어가며

 

그렇게 무더운 여름도 가고 아침, 저녁으로 가을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도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간다. 어느덧 가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고, 우리에게 『소설 보다 : 가을 2021』도 찾아왔다. 무더웠던 여름 6월 초에 『소설 보다 : 여름 2021』이 출간되어 여름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더위를 식힐 수 있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소설 보다 : 가을 2021』를 읽으며 가을 향기를 물씬 맡을 수 있었다. 『소설 보다』 시리즈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하여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해왔다. 그리고 그 소설들을 계절마다 엮어서 단행본 프로젝트로 단행본으로 2018년부터 출간이 되어왔다. 그리고 단순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정위원과 작가와의 인터뷰까지 수록되어서 있어서 작가들의 작품 집필 의도와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 등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 보다 : 가을 2021』에는 2021년 '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구소현의 「시트론 호러」, 권혜영의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 이주란의 「위해」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으로 바꿔진 일상과 관련하여 이번에 소개된 소설 3편은 닿음과 닿지 않음에 관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고 분리되어 고독함을 느낀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번에 소개된 작가들과 그들의 소설들은 처음 접해서 그런지 그들이 내뿜는 이야기들이 색다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면 3명의 젊은 작가들이 풍기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2. 작품 속으로

 

구소현의  「시트론 호러」

 

특이하게도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유령이다. 소위 말해 귀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주인공 설정을 유령으로 한 점이 참 특이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3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태오, 효주, 공선인데 공선은 사람이 아닌 10년차 유령이다.

이야기는 유령인 공선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유령은 보통 사람의 몸에 붙거나 사물을 만질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유령 공선은 아무 것도 못한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사람들에게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살아 있을 때도 공선은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가난하고 배고픔에 굶주리는 비참한 삶을 살다가 굶주림으로 결국은 생을 마감했고, 죽어서도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유령이 되었다. 그렇게 공선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소외된 삶을 보여주고 있다.

 

공선은 효주에게 본인의 감상과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효주에게는 유령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유령은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일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됐다. 유령에게는 매우 슬픈 일이었다. 존재하고 있지만 살아 있지는 않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p. 27 「시트론 호러」, 구소현

 

소외된 존재 공선이 세상과 연결되고 대화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취향에 맞는 글을 대신 선택해서 꾸준히 읽어줄 사람' 소위 말해 독서 메이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공선은 독서 메이트로서 효주를 찾고, 효주의 글에 공감하고 만족한다. 마치 작가가 독자와 글을 통해 연결되고 만나듯이, 공선은 유령이지만, 글을 통해 사람들과 조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책이 가진 힘, 글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이야기를 통한 연결과 소통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야기는 삶과 죽음을 넘어 유령에게까지도 닿을 수 있고 공감하게 할 수 있을만큼 강력하며, 이야기는 독자의 편에 서서 위로해주고 공감해준다는 것을 공선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서로 분리되고 격리되어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지금 소외되고 고독한 상황을 극복하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이야기가 평화를 잃고,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와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면, 어쩌면 유령에게까지도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독자가 ‘죽지 않기 위한 투쟁’으로서 이야기를 찾건, ‘시간 때우기’ 용도로 이야기를 찾건 이야기는 독자의 편이 되어, 독자를 어떠한 체험으로 이끌 것이라 믿습니다.”
「인터뷰 구소현 × 양순모」에서

 


 

권혜영의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 이야기 속 주인공을 통해서 우리는 종착지에 닿을 수 없는 현대인의 소외된 삶을 볼 수 있었다. 계단 아래 계단, 끝이 보이지 않아서 밑바닥이 가늠되지 않는  계단의 구렁텅이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현대인들, 모든 것이 수치로 환산되고 숫자가 통용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소설 속에서 화재 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한 대피 사건을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화재 경보기가 오작동되어 대피를 하는 헤프닝을 겪어본 적이 있다. 그런 일상 속 헤프닝 속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계단을 내려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고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기 위해서는 7백  개의 계단을 내려가고 시간은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대피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잠을 잘 수 있는 수면 시간은 4시간에서 4시간 반 정도이다. 그렇게 우리는 일상 생활 속 모든 일들을 하는 데 있어서 시간을 포함한 숫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그런데 소설 속 세계는 시간이 멈춘 듯 하고, 숫자로 표현되는 시간, 아파트 층 수, 아파트 호수 등을 찾아볼 수 없다. 대피를 위해 계단을 내려가지만, 몇 층까지 왔는데, 1층까지 도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 숫자가 없다면,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또한 이 이야기 속에는 '나'라는 존재 외에 아래 계단에 있는 사람, 윗계단에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서로 만나거나 소통할 수가 없다. 계단을 내려가도, 계단을 올라가도 결코 그들은 만날 수 없는 소외된 세계에 갇혀 있다. 

 

그리고 이야기 속 '나'는 더이상 계단을 내려가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의 이런 자포자기한 태도가 그만 살아남는 이유가 된다. 그는 지난 5년 간 쉼없이 일했음에도 카드 빚만 남은 현실 속에서 더이상 열심히 일하고 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삶을 포기하고 죽으려고 하지만 그에게는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정말 이야기 제목처럼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는  메세지를 작가는 보여준다. 만약에 이런 가상세계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흔히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에 얽매어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인생의 성공과 부는 따르지 않는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실제 현실이 그런 것 같다. 소위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에 머물 뿐이고,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성공과 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자로 드러누웠다.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팔꿈치 밑으로 오돌토돌한 게 느껴졌다. 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더듬었다.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

콘크리트 바닥에 새겨진 글자였다. 햇볕이 따가웠다.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 권혜영 73쪽

 

그렇게 뒤틀린 인과 관계 속 우리 현대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지금 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 현대인들은 그런 좌절감과 소외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될 것 같다. 


“무작위 혹은 뒤틀린 인과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콩을 심었는데 팥이 자라나는 세계. A를 기대하고 행동했으나 B가 나와버리는 세계. 1천 원을 집어넣었으면 1천 원에 준하는 물건이 나와야 하는데 1천 원은 고사하고 연속해서 꽝만 나오는 그런 세계가 펼쳐졌을 때 여긴 대체 왜 이럴까, 하고 궁리해보는 걸 좋아합니다.”
「인터뷰 권혜영 × 홍성희」에서

 

 

 

핝이주란의  「위해」

 

이주란의 「위해」 속에 등장하는 수현 또한 았는 듯, 없는 듯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 튀지 않고 너무 특별해보이지 않게, 평범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 어쩌면 요즘 세상에서 강요받는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 속 수현은 어릴 적부터 할머니에게 '조용히 살거라' 란 말을 들으며 그렇게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아왔다. 이 소설 속 제목인 '위해'는 '너를 위해'에서 쓰이는 그런 의미이다. 수현은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포장된 조언 아래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 참고, 체념하고 인내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 존재이다. 수현이 사랑하던 남자 친구 '정호'와의 이별에서도 정호는 수현에게 '다 너를 위해서야' 라는 이유를 댄다. 그 '위해'라는 말에는 과연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아닌 본인의 이기적인 마음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것 같다.

 

 

해볼 수 있는 게 없을 때는 체념하는 편이 낫다고 수현은 생각했다. 조용히 살지 않아도 되는데 조용히 사는 거랑 조용히 살아야 해서 조용히 사는 것은 다르니까. 그리고 그 지점이 평생 수현을 조용히 화나게 했다.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 「위해」 중에서

 

하지만 그런 수현에게도 좋은 기억이 있고, 그 좋은 기억은 너무나 소중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말할 수 없다. 그러는순간 그 좋은 기억조차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수현에겐 그게 있었다. 상장 따위 없으면 어때. 내겐 그게 있어. 내겐 살 이유가 있다고. 할머니가 그걸 잊었다고 여겨질 때도 굳이 말하지 않고 혼자만 갖고 있는 기억. 말하고 나면 어떤 이유로든 훼손될까 봐 몰래 하는 기억. 그거 하나 못 참고 말해버리는 것은 위험한 짓이다.

- 「위해」 104쪽에서

 

그러던 어느날 수현이 옆집에 유리라는 여자 아이가 이사를 온다. 그리고 수현은 용기를 내어 유리에게 먼저 말을 걸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유리와 함께 등산을 가게 된다. 유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현은 이런 행동들이 유리를 위한 것이지만, 결국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수현은 유리와의 만남과 등산을 통해 어린 시절의 자신의 사소한 행동을 생각하면서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행복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수현은 어느 정도 단단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여러 마음을 가진 인물 같습니다. 요즘의 제가 그런 생각을 자주 하기도 해요.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고 그래서 이런 마음도 있고 저런 마음도 있다고요. 저는 그동안 제 생각이나 마음이 바뀔 때 왜인지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 자신이 조금 싫었거든요.”
「인터뷰 이주란 × 김보경」에서

 

 

 

3. 나가며

 

평범하게, 조용히 살고, 자신의 감정조차 숨기면서 살라고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소외되고 단절되어도 마냥 좌절하지 않고 [위해] 속 수현처럼 자신을 위해 행복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조용히 살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든, 소외되어 살든 그래도 우리는 이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 좌절감과 우울함이 극대화되고 희망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현실이기에 우리에게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반영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시트론 호러」, 속에서 공선이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고 서로에게 닿을 수 있었듯이, 우리도 더욱더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고 그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주면서 서로에게 닿고 이 시련과 위기를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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