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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소고(小考) ''냉정과 열정사이'' | 기본 카테고리 2006-09-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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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저/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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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일본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함께 쓴 소설이다. 작년 한국에 나갔을 때 나는 두 책 중 ''블루''만 구입해 왔는데 다 읽고나서 다음에 꼭 ''로즈''를 읽어야지 했었다. 그러다 이번 여름 한국 방문에 이 책을 사와서 오늘에서야 다 읽게 되었다.

사실 블루를 읽은 게 한참 전이니까 내용이 세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로즈를
읽으며 느낀 점은 역시 내가 여자라서인지 여자의 입장에서 쓴 소설이 더욱 실감나고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단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지금 일본에서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 불리우고 있고 일본 3대 여류작가에 들어간다는데 그래서인지 참으로 감성적인 글을 잘 쓰는 작가인 듯 하다. 특히나 표현함에 있어 빙빙 돌리지 않고 담백하게 써 내려가는 스타일이 맘에 쏙 들었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벤치마킹하고 싶은 그런 작가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랑 비슷한 듯
하면서도 조금 더 깊다고나 할까? 거기에 아마 세월의 힘이라는 게 작용할 지도 모르겠고
(요시모토보다 나이가 많다.) 아무튼 여자라서 여자의 심리 묘사에 아주 탁월하고 나랑
코드가 비슷한 허무의 느낌이 깊어서 공감대가 더욱 느껴졌고 한 마디로 이 소설 한 편으로 아주 좋아졌다.

이 작가가 이 소설에서만 그런 건지 아님 원래가 그렇게 허무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서 만큼은 사랑을 믿지 않는, 신중해도 너무 신중한 현대인의 고독에 촛점이 맞춰진 듯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 역시 사랑을 믿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에 문득 소스라치게 놀란 게 여러번이었고 결론은 그런 것 같단 것인데 그러면서도 또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모로 또 한번 깊이 사고할 시간이 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랑 자체를 못 믿겠단 건 아닌데 사랑 중에서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란 게 남녀 간의 차이에서부터 한 인간과 인간의 차이로, 또 기대가 컸던 만큼 반사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실망으로까지 너무도 복합적 요소를 포함하는 거대한 서사극이기 때문에 이것을 섣부르게 믿는다고 말하기 어렵단 것이다. 대신 아주 잘 합의해서 적어도 겉으론 불협화음을 안 만들고 잘 둘의 관계를 지탱해 나간다는 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건 엄밀히 말해서 진짜 사랑은 아니지 않을까? <완벽이 최고가 아닐지라도 그걸 여전히 추구하고 그것에 목숨 걸고 있는 사람은 적어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이란 말로 애써 변명하고자 한다.

그런 사랑 말고 우리가 광범위하게 말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사랑에 대해선 믿으려고 아주 많이노력하고 있고 어느 정도 믿는 편에 속한다. 여기에도 역시 우리들 인간의 가변성이란 게 내재되어 있긴 해도 남녀 간의 사랑에서 만큼은 치열함에서 떨어진다고 보기에 훨씬 쉽게, 편하게 사랑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사랑 운운 보단 차라리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기도 하고 변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진 우리들의 人性에 전체적으로 회의적이란 말이겠지 싶다.

이 소설의 여 주인공 아오이는 여린 듯 하면서도 강하고, 우유부단한 듯 하면서도 냉철하고, 따뜻한 듯 하면서도 냉정하다. 겉으로나 속으로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깊으면서도 절대로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는 옹골진 면이 강하다. 그러기에 그토록이나 그리워하던 사랑을 재회했을 때 조차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묵묵히 돌아나올 수 있었으리라.... 그건 자존심이란 한 마디로 일축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고 보여지는데 차라리 내겐 사랑을 놔주므로써 사랑을 지키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들어있다고 해석되어졌다.

이 소설을, 주인공 만큼은 아니지만 목욕탕 안에서 뻔질나게 휴식을 취하며, 나 역시 읽기 시작했는데 웬지 이 소설의 여주인공과 내가 많이 닮아 있단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목욕을 좋아하는 것, 생각할 거리가 있거나 위안이 필요할 때 목욕 하는 것, 나에게 넘치게 잘 해 주는 사람이 있음에도 외로움을 늘 느낀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완벽한 사랑을 바란다는 것이 그랬다. 나 역시 아직도 완벽한 사랑을 바라는 것도 같고 또 거기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것도 같은데 그러면서도 그걸 없다고 단언하기도 싫기 때문에 내가 주인공이었더라도 아마 그렇게 처신했을 것 같았다.(모든 노래 가사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미치도록''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놓아준 것)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완벽함을 바라는 데 상대방이 전적으로 내가 될 수 없음, 또 내가 전적으로 그가 될 수 없음에 대해 비통하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모든 걸 놓아버리는, 다시 말해 사랑을 손에서 놓아버림으로 자신에게 가장 정직한 결론을 택하는 용기가 많이 부러웠다. 내가 그녀와 아주 많이 비슷하지만 하지 못하는 단 하나, 나는 상대를 아프게 할 수 없다는 미명 아래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와 달리 그녀는 아주 확신에 차서 자신의 행동을 취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또 쓰고 보니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갓 30 살이 된 여자이지만 나는 이미 40을 훌쩍 넘겨버렸는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넘 철딱서니 없는 게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 이 쯤에서 포기하고 적당히 평균적 사람들의 생각에 나를 맞출 줄도 알아야 하는데... 란 안타까움도 있고 그게 안 된다는 건 전적인 나의 탓일 테지 라는 자조도 있다. 또 그러다가 곧 이어 드는 생각은 사람이란 결코 나이로 철이 듦, 안 듦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자기가 느끼는 게 가장 그답다는 것이었다. 옳고, 그르고 를 떠나 내 생각이 그러면 그런 것이지 어쩔 도리가 없지 않나 하는 체념 내지 무심의 심정이 된다. ㅎㅎ 역시 허무로 결론 내려지는 나의 철학의 한 편린을 오늘도 어김없이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이 말에서 난 또 어쩔 수 없이 나의 ''익숙함에 대한 변명''을 떠 올릴 수 밖에 없었고.

"......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과, 마음이란
늘 그 사람이 있고 싶어하는 장소에 있는 법이라는 또 하나의 단순한 사실이 이 소설을
낳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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