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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리고 겨울,.. | ○ 그니 리뷰 2021-01-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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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은 첫눈입니까

이규리 저
문학동네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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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첫눈입니까 ]

 

누구인가 스쳐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 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 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이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 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을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

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

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

첫눈이었고

 

햇살을 우울이라 할 때도

구름을 오해라 해야 할 때도

그리고 어둠을 어둡지 않다 말할 때도

첫눈이었다

 

그걸 뭉쳐 고이 방안에 두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허공이라는 걸 가지고 싶었으니까

유일하게 허락된 의미였으니까

 

저기 풀풀 날리는 공중은 형식을 갖지 않았으니

 

당신은 첫눈입니까

 

[ 그런 12월 ]

남은 이야기들은

지워지거나 모르거나

 

겨울이었지

 

무슨 말을 덧댈 수 있을까

우리 늘 모호했는데 유독

 

당신의 정맥,


 

유난히 추웠던 겨울 집에서

우리 무언가를 보았는데        

 

어떤 이야기들은 선반 위에 둔 흐린 바깥이고

휘파람 같은 거라고

안경알을 닦을 때도


파르스름한 정맥이,

그런 슬픈 그물에 걸려 다시 넘어지더라도

조금 근사하고 싶어

 

붉은 이상한 저녁에

우리 서로 미래를 돌려주었는데

 

사랑은 뒤를 봉합하지도 않고 사라지곤 했지

 

참 추운 날이야

새들의 부리가 작아졌어

 

이 딱한 부재를 이월하는 상자 밖으로 버리고

이것은

혼자라는

 

없음에 대한 일

 

[ 바다 ]


 

새벽빛을 오래 바라보다가

볶은 콩 네 알을 씹으며 속쓰림을 달랬다

 

우리는 아침을 함께 본 적이 없다

 

데려오지 못하는 아침에게

질문하는 대신 나는 답을 줄여나간다

 

내가 원하는 날짜가 이 생엔 없을 것


 

새벽빛은 보라와 실어와 분홍의 순서였고

마음은 적요와 파랑과 고립의 순이었다

 

배들이 떠 있을 뿐 나아가지 않는 평면을

 

종일 바라보았다

그런 것

적막이야

나의 말도

두 개의 흔들림과 두 번의 수평

 


흔들리지 않는 배들은 고통이 아래에 있을까

마음은 무엇입니까

어린 사람이 큰 사람에게 물었다는데

 

갈때는 보이는 쪽, 올 때는 어두운 쪽

모르긴 해도 누구나 흔들리고 있었을 것

 

잘하려던 아침은 울곤 하여

잘하지 않는 편을 택하는 마음이 나을 것이다

 

내가 점점 사소한 일이 되었다는 걸 잊었다 해도

 

[ 차다 ]

 

이야기가 떠날 때 찬물 냄새가 났다

 

냄새는 라일락, 장미, 이기, 땀, 비, 모순 이런 순서였다

순서는 정직했다

 

누가 거울을 여기다 쏟았니

 

무엇이 증식했니

 

슬퍼할 겨를 없이 쓰고 기뻐할 겨를 없이 지운다

 

이불을 끌어다 덮으니 발목이 뽀얗게 그러나

이 마음이 저 마음을 벗겨 놓았으니

 

쪽잠을 자고 나면

 

물은 어제보다

 

차가워져 있으리

 

[ 그러므로 그래서 ]

 


산책은 나무에서 나와 나무 아닌 곳으로 들어간다

 

해 질 무렵이면

마음은 곧잘 다른 마음이 되어

 

노을을 낭비하였는데

 

이어지는 저녁의 이야기는

흐린 은유는


 

아무때나 친절하면 안 된다는

 

우리는 지나가는 그늘

공기조차 알아채지 않도록

 

그건 나무에게 이름을 걸어주지 않는 이유와 같을 것

 

없는 슬픔이 도와

그러므로 그래서

 

안녕히 가세요

나의 시간

 

[ 여행흐림 ]

여행은 골목을 바꾸는 일인데,

먼 골목 끝까지 가보았을때

언젠가 내가 살었던 집인 것처럼

문을 밀자

뭉게뭉게 희부연 구름덩이가 쏟아져나왔다

손을 휘저어 보았지만

손을 잡히지 않았다

이 흐릿한 덩어리들은

다른 곳으로 던진 상한 마음인 것만 같고

덮은 증거도 같고

여행은 슬픔을 바꾸는 일인데,

나는 내안의 말을 바꾸지 못하여

태도가 태도를 나무라고 있으니

그 골목 허전한 어디쯤 생의 청명이 있기나 하는지

펴보는 빈 손바닥은

머뭇거림과 갈등과 고립과

나는, 안돼는 구나

길었구나

저 끝돌아오라 누가 손짓을 해도

발바닥이 들러붙어 움짝할 수 없는

구름 골목에서

 

[ 겨울꿈 ]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불가능

언제 어디서나 불가능한 가능

갈 수 없어요

가고 싶어요

안녕

용기를 내어

죽자사자 뛰어왔는데

여보

이건 꽃이 아니잖아

그토록 아무것도 아니었던 의문들

이 간결한 근심들

눈알을 버린다면 그때 꽃을 볼 수 있을거라는데

미안해

당신을 버릴래

부질없음을 부질없어 하는 회오리

꽃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어

그리고

쏜살같이 먼 풍경이 되고 마는 북서풍

 

[종]

그 슬픔은 팔다리가 없을 테니

온몸으로 말을 했을 것이다

 

머리를 깨뜨려도 당시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

 

삼나무 길 지날 때 종소리 들렸다

종소리에는 왜 죄의 냄새가 묻어 있을까

 

몸을 움츠리고

 

나는 누구를 버린 사람이 되어

숨는 마음이 되어

누추한 마음도 가려주어야 하므로 저녁 여섯시는 필요하였다

 

팔을 길게 벌린 나무들이 사람처럼 무서워

잰걸음을 할 때

저녁 새가 소매를 물었다

 

아무리 해도 다치게 한 것

어두웠던 것

아직 더 가야 한다면 나를 나 없는 곳으로 보낼 수 있을까

 

남은 소리가 종을 다 떠나면

 

이제 울음도 아껴 사용해야 한다고

다가오는 날들이 말을 한다.

 

[ 그리고 겨울, ]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끝을 모른다는것

길 저쪽 눈부심이 있어도 가지 않으리라는 것

가지 못하라리라는 것

그저 살아라, 살아남아라

그뿐

겨울은 잘못이 없으니

당신 통점은 당신이 찾아라

나는

원인도 모르는 슬픔으로 격리되겠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옹호하겠습니다

이후

저는 제가 없어진 줄 모르겠습니다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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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위에 올려놓고 구워먹으면.. 꿀이 녹아.. 더 달달해지는 꿀맛나.. | ♪ 그니일상.. 2021-01-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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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직 눈이 남아 있었고,

물은 살얼어 있었다..

저길을 밟아보고 싶지만,

또한번 꾸욱 참으며 출근을 한다..

 

책상위에 먹거리가 가득하다..

귤빛향 감귤, 커피랑 먹으라고 참크래커, 맨날 커피만 마신다면서 사온 tea, 그리고 추억의 간식 꿀맛나..

너무도 푸짐하다..  꿀맛나를 보면서.. 와.. 이게 아직도 있네 하니..

 

- 얼마게요.. 한다..

- 천원.. 하니

- 오백원.. 이란다..

와.. 저렴하다..  난로위에 올려놓고 구워먹으면.. 꿀이 녹아.. 더 달달해지는 꿀맛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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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섯시는 필요하였다.. | √ 책읽는중.. 2021-01-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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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그 슬픔은 팔다리가 없을 테니

온몸으로 말을 했을 것이다

 

머리를 깨뜨려도 당시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

 

삼나무 길 지날 때 종소리 들렸다

종소리에는 왜 죄의 냄새가 묻어 있을까

 

몸을 움츠리고


 

나는 누구를 버린 사람이 되어

숨는 마음이 되어

누추한 마음도 가려주어야 하므로 저녁 여섯시는 필요하였다

 

팔을 길게 벌린 나무들이 사람처럼 무서워

잰걸음을 할 때

저녁 새가 소매를 물었다

 

아무리 해도 다치게 한 것

어두웠던 것

아직 더 가야 한다면 나를 나 없는 곳으로 보낼 수 있을까

 

남은 소리가 종을 다 떠나면

 

이제 울음도 아껴 사용해야 한다고

다가오는 날들이 말을 한다.

 

...  소/라/향/기 ...

당신은 첫눈입니까

이규리 저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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