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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랑과, 인생과, 음악과, 문학과 사진에 대한 짧지 않은 많은 말들의 향연 | 리뷰카테고리 2015-12-3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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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결산 참여

[도서]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최갑수 저
예담 | 2015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연말이 가까워올수록 괜히 마음도 몸도 바빠졌다. 하는 것도 없이 한 해를 보낸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연말에 좀 마음 편하게 한 해를 정리해보고 새해 계획도 세워보고, 다이어리도 새로 정비해보고.. 뭐 그러고 싶은데 자꾸 늦게 집에 들어가게 된다. 외근도 야근도 싫지만, 딱 하나 좋은 건 그래도 짬을 내서 커피숍에 들어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쨌든 예전부터 혼자서 꽤 잘 노는 것이 딱 친구가 없게 생겼다. 요즘 새삼 느낀다.

 

머리 아픈 책을 가방에 쑤셔 넣고 다니면서 손에는 그 반대의 책을 쥐고 다닌다. 결국 읽는 책들은 머리가 덜 아픈 책들이다. 그래서 골라 쥔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최갑수의 여행 에세이. 이 책이 나왔을 때부터 어쩐지 끌렸는데, 최갑수라는 작가를 내가 만난 적이 없어 살짝 망설였었다. 괜찮을까? 괜찮겠지? 쭈뼛쭈뼛 하다가 책을 카트에 넣고 만나게 되었다. 이 책도 이병률의 책처럼 처음 느낌은 좋지 않았다. 사진이 많은 책인데.. 재질이 또 그랬다. 촌스럽게 아직 사진이 인쇄된 책은 반질거리는 종이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 하지만 읽다보니 또 마음이 바뀌었다. 그래.. 나쁘지 않아..

 

고민이 많은 작가였다. 국문학을 전공했다면서 또 사진을 열심히 찍으러 다녔다. 그래서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여행을 직업으로 다니기 시작했단다. 음악에도, 여행에도,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보이는 그는 사랑과 여행으로 삶은 단정 짓는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사랑이 아니면 여행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책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나도 읽은 책인데,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문장이었는데, 어떻게 그는 발견해냈지? 이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가. 그리고 뭐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어. 이 사람 뭐야. 혼자서 궁시렁거리며 책을 읽어나갔다. 괜히 부러웠다. 좋은 구절을 골라낸 선구안을 가진 사람이 좋은 풍경과 순간을 포착해 좋은 사진을 함께 펼쳐놓았고, 글마저 잘 쓰다니. 이런 건.. 불공평해.

 

하나의 제목 아래, 하나의 책 구절이 적혀있고, 꼭 어울리는 사진이 있고, 자신의 짧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 책은 수많은 작가와 책, 그리고 음악과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는 “고문과 같은 책”이다. 당장 짐을 싸서 떠나야 할 지, 턴테이블에 앨범을 올려놓고 음악을 감상해야할지, 이 멋진 구절이 들어 있는 책을 읽어야할 지 마음이 조급해지는 탓이다. 고문과 같은 책이지만, 나는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천천히 즐기기로 했다. 떠날 수 없다고 불행한 건 아니지. 나는 이렇게 커피숍에 앉아 작가가 힘들게 여행에서 느낀 것을 함께 느껴주기로 했다.

 

왠지 모르게 기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기차를 내렸을 때

갈 곳도 없으면서

 

이시카와 타쿠보쿠, <나를 사랑하는 노래> 중에서

 

이 글을 읽었을 때, 나는 괜히 집에 들어가는 길에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던 참이었다. 어차피 늦은 것. 7시나 7시 30분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에 들어간 곳이었다. 솔직히 어딘가 가고 싶었지만 갈 곳이 없어서 들어간 곳이어서 엄청 동감했다.

 

왜 완행열차를 선택했느냐는 그의 질문에 그녀는 지금 들고 있는 책을 마저 다 읽으려고 탔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기차만큼 책 읽기에 좋은 장소는 없다고, 새로운 것을 향해 자기가 이렇게 마음을 활짝 여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그래서 완행열차 전문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무언가 탈 곳에 앉으면 책을 읽는 습관 덕에 이 글은 영화를 볼 때도, 책을 읽었을 때도 많은 공감이 있었던 부분이었다. 이 글을 공감한 작가에게 어쩐지 친밀감이 느껴졌다.

 

어제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아몰랑. 오늘은 마스다 미리나 읽을꺼야. 참 소소하고 다정하고 세심한 책입니다. 스트레스로 예민해졌을 때나 날이 곤두설 때면 마스다 미리를 읽으며 호흡을 고르곤 합니다.

 

- 중략 -

 

주인공들이 툭툭 내뱉는 이런 말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어느새 유월의 바람처럼 유순해집니다. 얼음이 가득 든 컵에 콜라 한 잔을 따라 마시고는 선풍기 아래 큰대자로 눕습니다. 마감 따위는 잊어버리고 마스다 양을 흉내 내며 말해봅니다.

 

마스다 미리의 책과 마스다 미리를 동일시한 마지막 글에서 빙긋 웃음이 터졌다. 나 역시 머리가 복잡할 때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으면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저자는 이렇게 표현해줬다.

 

‘알아두면 좋을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이 쉽게 피곤해지는 요즘.

차라리 ‘색채가 없는’ 외톨이나 되는 것이 나을까 푸념해봤습니다.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진실하게도 만든다’라는 생각도 부쩍 드는 요즘입니다.

 

나를 위한 관계라며 “인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을 본다. 뭔가 일을 해결하기 위해 인맥을 활용하면 “유능한 사람”이 되는 세상이다. 부럽긴 하지만 나는 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까. 쉬는 시간을 이용해 인맥관리를 위해 부지런히 전화를 돌리던 직장 동료의 모습이 어쩐지 애잔해 보였기 때문일까?

 

누군가를 잃어서 슬픈 것은

그 사람 앞에서만 가능했던 나의 모습으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외로움이다.

 

히라노 게이치로 <TED x Kyoto 2012> 강연에서

 

사람을 잃었다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도 볼 수 있나보다. 더 이상 아들일 수 없어서, 더 이상 부모일 수 없어서, 더 이상 배우자일 수 없어서.. 또 하나의 나의 모습을 잃었기 때문에 더욱 슬픈 것일까?

 

하늘이 어떤 사람이게 장차 큰 사명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그 몸을 지치게 하고,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곤궁케 하여,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하느니 이는 그의 마음을 두들겨서 그 성질을 참게 하여,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맹자>, 고자 하편 중에서

 

힘들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듦이 가끔 찾아온다.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라는 관용 문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이 글을 읽으면 좀 위로가 될지도.

 

“르 주에 람 들 라 메카니크"

이 말은 문자 그대로 하자면 ‘틈은 기계의 영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기는 쉽지 않다. 뤼크는 그것이 그의 핵심규칙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어떤 것이든 너무 꽉 죄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특히 낡은 피아노의 경우에는 ‘움직이는 모든 부품에는 틈이 있어야 해요.’

 

사드 카하트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무언가 멋진 말이라 한번 옮겨봤다. 너무 틈만 있어도 곤란하겠지.

 

여행이 직업이다. 여행을 떠나고, 돌아와서는 그 여행에 대해 글을 쓴다. 그리고 다음 여행을 떠난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부러워요, 여행이 직업이라니.”

 

하지만 그들 역시 알고 있다. 우리의 여행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낭만적이지도 즐겁지도 않다는 사실을. 입에 안 맞는 음식, 익숙하지 않은 날씨, 현지인들의 불친절한 태도, 불편한 잠자리 등등 우리의 여행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도처에 널려 잇다. 여행지에서의 하루하루는 마치 허들을 넘는 것과도 같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폭을 계산하고 다리를 힘껏 뻗지 않으면 넘어지고 만다. 게다가 우리가 기대했던 풍경은 출발하기 전, 우리가 상상했던 그것보다 훨씬 엉망이다.

 

여행이 직업이지만, 그래서 참 피곤하지만,

오늘도 여행을 위해 배낭을 꾸리는 이를 보고 있으면 부럽다.

나는 어제 여행에서 돌아왔지만,

지금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질투가 난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이지만,

여행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설렌다.

 

여행에 대한 완벽한 정리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여행을 하고 있는 언니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이 말을 전해 주고 싶었다.

 

여행과, 사랑과, 인생과, 음악과, 문학과 사진에 대한 짧지 않은 많은 말들의 향연, 최갑수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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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리뷰카테고리 2015-12-3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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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랑과, 인생과, 음악과, 문학과 사진에 대한 짧지 않은 많은 말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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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 : 스페이스 크로니클 | 포스트스크랩 2015-12-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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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입니다!



     

     스페이스 크로니클 

        우주 탐험, 그 여정과 미래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ㅣ  박병철 옮김






왜 우주를 동경하게 되는가

왜 우주로 나가려 하고, 나가야 하는가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닐 타이슨 박사가 들려주는 우주 탐험의 거의 모든 것 




<책 소개>


현존하는 최고의 과학 스토리텔러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인간을 최초로 달에 내려놓은 아폴로 11호, 우주왕복선, 허블 우주 망원경 등 우주 탐사의 역사를 살펴본다.그리고 반물질 로켓을 이용한 먼 우주로의 여행이나 웜홀을 통과하는 공간 이동과 같은 미래 기술을 전망한다. 이 책은 우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일깨우며, 인류의 삶과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저 우주로 시선을 확장하고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목차 미리 보기>


Part 1. 왜 가려고 하는가?

매혹적인 우주외계 행성 ㅣ 외계 생명체 ㅣ 외계인 악당 ㅣ 킬러 소행성 ㅣ 별로 향하는 길 ㅣ 왜 우주로 가려 하는가


Part 2. 어떻게 갈 것인가?

사람과 로봇 — 누구를 보낼 것인가ㅣ 하늘로 가는 방법 ㅣ 우주왕복선 마지막 나날 ㅣ먼 우주로 가는 방법 ㅣ  절묘한 균형ㅣ <스타 트렉>의 45주년을 축하합니다!  ㅣ 외계인에게 납치되었음을 증명하는 방법 ㅣ 미래의 우주 여행


Part 3. 불가능은 없다

우주 여행의 문제점 l 별로 가는 여행 l 미국과 신흥 우주 세력 l  우주 애호가들의 오판 l 미래를 꿈꾼다는 것l NASA와 미국의 미래


*출간될 책의 목차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닐 디그래스 타이슨  Neil deGrasse Tyson


미국 자연사 박물관 부설 헤이든 천문관의 천체물리학자이자, 천문학을 비롯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내 목표는 우주를 지상으로 끌고 내려와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을 좀 더 재미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타이슨은 과학과 대중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데 평생을 바쳐온 인물로, 대중을 위한 천문학 책을 여러 권 써왔다. 특유의 발랄하고 활기찬 화법과 유머 감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명쾌하고 쉽게 전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온 그는 460만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뉴스거리가 될 만한 과학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각종 매체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추천사>


칼 세이건이 다시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 그의 역할을 대신할 적임자는 단연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다. 세이건의 아내이자 자신도 과학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앤 드리앤은 타이슨을 이렇게 평가했다. “현존하는 과학자 중 타이슨처럼 대중과의 소통에 능숙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칼과 마찬가지로, 타이슨도 회의적 사고와 경외감을 절묘하게 결합할 줄 아는 사람이다.”

★ 수전 크러글린스키와 매리언 롱, <디스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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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크로니클』 서평단 모집


인원 : 5명

기간 : ~2015년 1월 4일 (월) 까지

발표 :    2016년 1월 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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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의 약속

1월 19일까지 예스24에 리뷰를 작성한 후 해당 도서 리뷰 발자국 남기기 포스트 아래에 리뷰 링크줄을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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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캘리그라피 공부방』 리뷰어 모집 | 포스트스크랩 2015-12-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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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공부방

김순 저
작은서재 | 2016년 01월


안녕하세요, 리벼C입니다. 


『캘리그라피 공부방』 리뷰어를 모집합니다.


리뷰어 신청 기간 : ~1월 4일(월) 24:00

모집 인원 : 10

발표 : 1월 5일

신청 방법 :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손글씨 작가 ‘재주손이’와 손글씨로 신나게 놀아보아요! 


선긋기, ㄱ, ㄴ, ㄷ…부터 연습하면 너무 지루하겠죠? 그리고 너무 어렵거나 지루해도 금세 포기하고 말겠죠? 

풍부한 강의 경험을 가진 저자가 현장에서 강의하듯, 재미있고 생생하게 캘리그라피 쓰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내 짝꿍이 될 도구 고르기부터 나만의 글씨 실험실(!)까지 찬찬히 함께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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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꼭 블로그 방명록을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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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리뷰어클럽 블로그, 처음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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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물욕, 이젠 정말 버려야 할 때 | 리뷰카테고리 2015-12-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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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결산 참여

[도서]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저/김윤경 역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고 난 후, 그렇게 크게는 아니지만 나의 삶에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여전히 무언가를 사대고 있지만, 살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 이 물건이 얼마나 나에게 필요한가, 몇 번이나 쓸 것인가, 비슷한 물건은 없는가...

 

그렇게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물건을 사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겐 너무 많은 물건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사고, 언제 쓸 지 모르지만 사고... 그래놓고 카드 값에 헉 소리를 내며 무한반복 중.

 

어느새 정리가 안 되는 물건 사이에 오두마니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책상.. 정말 지저분하다. 더럽다는 말은 아닌데 물건이 너무 많다. 지금도 한쪽에는 책과 서류가 쓰러질 정도로 쌓여가고 있다. 내가 요즘 바쁘단 소리다. ㅎㅎ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하고 있을 때 내 책상은 정말 지저분하다. 뭔가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언제 꺼내쓸지 모를 자료들이기 때문에 계속 쌓아두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물건 하나도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다. 부끄럽다. 예쁘라고 둔 물건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앉아있고, 이리저리 치이면서 전혀 소중한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약과 음료수, 보온병, 핸드크림.. 이 너저분한 것들이 과연 나에게 다 필요한 물건들인가..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결국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지는 못했다. 아마도 뭔가 쎈 충격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처음 몇 장이 내 가슴을 찌르더라. 저자의 방 사진이었는데, 예전의 방 모습과 지금의 방 모습이 너무나 극렬히 대비가 되는거다.

그냥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이러이러한 수납을 하였습니다, 이러이러한 물건을 사서 정리했습니다, 자, 정리함을 사십시오, 저 정리 잘 하죠? 이런 수준이 아니더란 말이다. 아무 것도 없는 방이었다. 햇빛이 환하게 드는 깨끗한 방. 매트리스 하나, 하얀 시트, 하얀 이불, 깔끔한 하얀 커튼, 그리고 원목 앉은뱅이 책상 하나.

 

궁극의 미니멀리스트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구나.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내 방을 돌아보았다. 과거의 저자의 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입을 것 없다면서 넘치는 행거엔 옷이 빽빽하게 걸려 있고, 책은 쌓다쌓다 무너지는 형국이다. 정리해야지 하면서 계속 쌓고 먼지도 쌓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극적으로 바뀔 수가 있다는 건가?

 

자기가 버린 물건을 이 방을 제외한 다른 곳에 몽땅 둔 것은 아닐까? 얄팍한 꾀를 쓰진 않았을까? 의심하며 계속 책장을 넘겼다. 남자니까, 혼자 사니까 가능할꺼야 라며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나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하고,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정말.. 나는 어쩌려고 이렇게 많은 물건을 끼고 살았단 말인가..

 

저자는 미니멀리스트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그러면서도 그는 미니멀리즘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소중한 것을 소중히 하기 위해 소중하지 않은 물건을 줄인다.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인다.

 

그는 미니멀리즘이 목적이 되어 줄이기 위한 줄임, 버리기 위한 버림은 경계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 미니멀리즘을 시작한 저자는 그 배경으로 세 가지를 지목했다.

 

1.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는 정보와 물건

2. 물건을 갖지 않고도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

3. 2011년 동일본대지진

 

느려진 컴퓨터의 속도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 없는 자료를 삭제하는 것처럼 물건을 처분했고, 소유의 개념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물건을 처리했으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덕분에 생존을 위한 절실함을 위해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생각해보면 그럴 것 같다. 너무 많이 갖고 있어서 막상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없을 때가 많았고, 파일화가 가능한 서류를 너무 많이 이고 살았다. 지진.. 의 부분은 100% 동의가 어렵지만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보였다. 사랑하는 물건에 깔리고 부딪쳐 죽을 뻔했다니.. 지진의 나라 일본답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미니멀리스트가 된 이유를 고백한 후,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게 되었나를 되짚어본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을 위해서라고 단언한다. 우리는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물건들이 이젠 우리를 망치고 있다. 물건은 도구일 뿐이다. 왜 도구에 휘둘리고 사는 것인가. 그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55가지를 알려준다.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은 글이지만, 다 옮기기에는 너무 많으니 몇 가지만 소개를 해볼까 한다.

 

8. 버리고 후회할 물건은 하나도 없다.

 

저자는 자신의 물건을 예전과 비교하여 5%까지 줄였다고 한다.

5%를 버리는 것도 대단한데 5%까지 줄였단다. 오마이갓.

그런데 그 중 버리고 난 뒤 후회한 물건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버리려는 마음을 방해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버린 후 필요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일텐데, 그 걱정은 필요가 없다는 것을 콕 찝어 말해 준 대목이 아닌가 싶다.

 

17. 수납, 정리 개념을 버려라.

 

물건이 많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정리를 잘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사들이는 것 중의 하나가 수납에 대한 책 또는 수납장이다.

하지만 그 수납장들은 또 부담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 이 사이클은 반복된다.

결국 수납의 문제가 아니라고 또 정곡을 찌른다. 물건 수를 줄이는 것. 그것이 답이다.

 

23. 버릴 때 창조적이 되지 마라.

 

물건을 버리려고 할 때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이 된다고 비꼬는 저자.

빈 쿠키통을 활용하여 약상자로 쓴다든지, 향수병을 리폼하겠다든지.. 뭐 나도 이런 핑계를 너무 많이 대봤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향수병은 굴러다니다 버리게 되고, 쿠키통상자가 잔뜩 쌓여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니 이런데 창의적이지 말란다. 아.. 찔린다..

 

31. 마트를 창고로 생각하라.

 

이건 저자의 생각은 아니다. 요스미 다이스케라는 사람이 저서에 소개한 글이라고. 집안에 물건을 쌓아놓을 생각 하지 말고 필요하면 그때 마트에서 사오면 된다. 주위에 차고 넘치는 것이 마트가 아니겠나. 만재도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고민은 정말 필요가 없었다 싶다...

 

43. 정말로 필요한지 물건에게 물어보라

 

이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모자라 물건에게 물어보란다. 정말정말 꼭 필요한지 여러번 생각해보고 구매하라는 이야기일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버리기 방법을 제시한 저자. 그는 물건 버리기의 장점을 설명하며 독자를 납득시키려고 애쓴다. 그 중 매력적인 것은 “미니멈 라이프 비용”이라는 개념이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을 말하는데, 저자는 이제 한 달에 십만 엔만 있으면 즐겁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엔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 영화를 급하게 많이 봐 왔지만, 이제는 영화 편수에 얽매이지 않고 보고 싶은 영화만 본다고 했다.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물건들에서 자유로와지면서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한 “나”로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언젠가 읽으려고 마음만 먹고 몇 년 동안이나 읽지 않은 채 내버려둔 책들을 모두 버렸다고 했다. 버림으로써 새로운 것을 얻은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쉬려고 누우면 가구 아래의 먼지가 보여서 다시 일어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결혼하기 전에는 그냥 내 물건이라기 보다는 우리집에 있는 물건이어서 그런 기분이 덜 했을까? 그는 물건을 늘리면 늘릴수록 서로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점점 길어진다고 말한다. 그것을 “침묵의 투두(to do) 리스트”라고 부른다. 물건이 실제로 말을 거는 것은 아니지만, 물건이 우리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내버려두면 할 일이 잔뜩 쌓이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절약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물건을 버리고 난 후 꼭 필요한 물건으로 살아가며 절약을 실천하고, 그 중에서도 더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환경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이, 저절로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한다. 살찐 미니멀리스트는 본 적이 없다고 한다.(이 말 되게 혹한다. ㅋㅋ)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과식도 하지 않게 되고 넓어진 방에서 자꾸만 운동을 하게 된단다. 정말일까?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직장이든 집이든 잔뜩 쌓인 물건을 보며 한숨도 나오고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크리스마스랍시고 외식도 많이 하고 볼록하게 나온 배를 부여잡고 또 얼마나 쓸모없는 쇼핑을 했었나 반성했다.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그다지 필요없는 물건들을 선물이라며 하진 않았는지, 과시하기 위해 책을 쌓아두진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나 자신과 지구를 위해, 꼭 필요한 물건만 쓰고, 사고, 곁에 두어야겠다. 당장 오늘부터말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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