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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행자의 글쓰기

정숙영 저
예담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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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일상화되면서 여행에 대한 책도 정말 많이 출간되고 있다. 별 새로울 것 없는 여행지도 기획이 좋으면 이슈가 되기도 하고, 방송에서 다루어진 곳은 책출간과 함께 인기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작가들의 여행기는 품격 있는 기행문이 되고, 전문가의 여행기는 새로운 사실을 아는 맛이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여행기는 그림 때문에 재미가 있다. 이 모든 여행기는 어떻게 출간되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 입에서 “나도 책이나 써볼까”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데 비해 수많은 여행자들이 있지만 책을 써내는 사람은 극히 일부인 이유는 이 책을 읽어보면 답이 나온다.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책이나 써볼까”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여행작가”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참 세상에는 쉽지 않은 일이 많은 것 같다.

 

저자는 10년차 여행작가인 정숙영.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 제목만 들어봤지 내가 읽어보지 않은 여행책자를 쓰거나 펴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책이 <금토일 해외여행>이다. 책 제목만 봐도 어쩐지 읽어보고 싶다. 삼일로 해외여행이 가능하단 말이지. 흠.. 끌리는데?

 

이렇게 10년차 여행작가로 살고 있는 그녀도 첫 책을 내기는 쉽지 않았단다. 그 과정을 설명한 꼭지의 제목이 “맨땅에 헤딩하다”일 정도로 그녀는 아무 것도 몰랐다.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해졌지만, 그녀에게 접근해오는 출판사가 없었단다.

 

블로그에서 유명세를 얻으면 나는 은근히 한 가지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바로 여행기의 출판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인기를 얻은 콘텐츠들이 책 출간으로 이어지는 것을 PC통신 시절부터 여러 차례 지켜봤고, 어느 인기 블로거의 책 작업에 교열자로 참여한 적도 있었다. 나는 블로그에 올렸던 여행기를 원고 형태로 정리하며 출판사의 접촉을 기대렸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한참 뒤에 들은 얘긴데, 당시 내 블로그를 지켜보고 있던 출판사가 몇 곳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들 이게 제대로 된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에 그냥 지켜만 봤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유럽 여행기는 제대로 된 사진도 없었고, 글도 여행기의 ‘정석’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여행 글이라는 건 원래 착하고 둥글둥글하고 감성적이며 행복에 젖어 있기 마련이건만 내 글은 거칠고 모난데다 시종일관 툴툴거리는 문체에 쌍욕도 아무렇지 않게 박혀 있으니 주저할 만도 했다.

 

섭외가 오지 않자 직접 출판사로 연락을 해봤던 그녀. 미팅은 가졌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해 첫 책은 불발된다. 여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녀는 이후 여행사 직원, 로맨스 소설 작가, 여행웹진 기자를 거처 첫 책을 출간했다. 이후에는 “여행” 없이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된 저자. 많은 이들에게 “여행작가는 뭐하는 사람이냐”, “어떻게 하면 여행작가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고, 이 책은 그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놓는 자세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여행작가로 살아가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1. 여행작가의 정체성으로 살아간다.

여행업 및 여행 컨텐츠 관련 업종의 다양한 직업과 프리랜서 작가의 경계를 느슨하게 넘나들며 다양한 종류의 여행 콘텐츠도 만들고, 그 와중에 책도 내면서 자신의 직업 정체성 한 구석에 ‘여행작가’를 박아넣는 것이다. 여행 글쓰기를 본격적인 직업으로 갖고 싶지만 안정적인 수입과 신분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여행 잡지나 여행사 등에 공채로 입사하는 것이 최고의 지름길.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2. 여행작가의 타이틀로 살아간다.

돈은 다른 직업에서 번다. 굳이 여행 콘텐츠 관련 업종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수입이 좋고 사회적 명망이 높은 직업이면 좋고, 수입은 엄청 좋지만 시간은 남아도는 자유직이라면 최고다. 평소에는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가끔씩 여행 관련 저술 활동을 하는 것이다. 저술 활동을 통해 수입이 생기기는 할 테니 직업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여기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이런 이들에게 여행작가 활동은 자랑스러운 타이틀이자 소중한 자기표현 수단이다.

3. 여행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간다.

누추하고 불규칙한 수입에, 안정성이라고는 약에 쓰려 해도 찾아볼 수 없으며 1년에 절반 정도는 마감 스트레스 속에 살아야 하는, 늘 부업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때로는 부업으로 번 돈까지 투자해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몹쓸 직업.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곳을 향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음껏 떠날 수 있고, 내 의지와 열정이 가득 담긴 결과물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직업. 이 직업을 내 천직으로 택하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누가 봐도 자신을 세 번째, 여행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쪽으로 분류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은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몹쓸 직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러나” 이후의 이유 때문에 계속 여행작가로 살아오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내가 느낀 여행을 기록하는 글을 여행 에세이라 규정했을 때, 형식에 따라 산문형식과 운문형식으로, 구성방식에 따라 순행식 구성과 병렬식 구성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행정보를 가득 담은 책자들은 내 뒤에 오는 여행자를 위한 길잡이가 된다. 사명감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쓰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행작가라는 허울좋은(?) 직업에 대한 적나라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면, 다음의 적성과 능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력과 학벌 / 젊음 / 영어 / 제2외국어 / 잡학다식 / 문장력 / 사진을 비롯한 시각적 재능 / 경제력과 경제관념 / 체력과 건강

 

벌이는 시원찮다면서 필요한 건 뭐 이렇게 많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우선 첫 번째로 꼽은 학력과 학벌은 필요가 없으니 패스해도 좋단다. 감각과 체력이 살아 있다면 젊지 않아도 좋단다. 하지만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는 작업을 위한 스킬에 포함되므로 어느 정도는 가능해야 하며, 문장력은 기본이요, 사진을 비롯한 시각적 재능은 필수란다. 뜻밖에 경제력과 경제관념이 들어 있어 의아했는데 이유가 좀 슬프다. 여행작가의 벌이는 적고 씀씀이는 커서라나. 여행작가에게 체력과 건강은 필수이자 기본이라는 것으로 자격요건은 마무리된다.

 

직업으로 택했으니 여행작가는 일거리도 있어야하고 밥벌이도 해야 한다. 그 내용은 책출간 / 해외 출간과 전자책 출간 / 매체 기고 / 교육과 강연 / 방송 출연 / 인쇄물 기획, 집필, 제작 / 디지털 콘텐츠 판매 / 여행 상품 컨설팅, 기획, 인솔 등인데, 영업비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혹시 동종 업계로 뛰어들려는 경쟁자(!)를 원천봉쇄하려고 이 책을 쓴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좀 그렇다. 요즘 출판계가 너무 어렵다보니 인기 있는 여행책자라 해도 팔리는 권수가 매우 적었다. 인세로만 생계유지가 되는 작가가 몇 안 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체를 알고 나니 여행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 수 있었다.

 

가끔 협찬을 받아 공연을 가거나 여행을 가면서 철없이 글을 올리다 질타를 받는 연예인들 덕분일까? 여행작가의 여행비용은 모두 협찬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충격적이게도 “여행작가의 여행비용”이라고 한다. 협찬을 받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여러 목적으로 지원을 받기도 하는데 조건이 좋으면 글에 제한을 받을 수 있어서 그것 역시 쉽지가 않다고.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떠나게 된 당신에게 저자는 “여행의 시간을 말하는 3의 법칙”을 강조한다. 한 장소와 낯을 익히는 데 걸리는 최소의 시간에 3시간, 한 도시에 대한 낯설음이 사라지는 시간을 3일로, 한 도시, 소지역에 관한 책을 만들 때 본격 취재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30일로, 한 도시, 한 지역을 심층적으로 다룬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여행 횟수를 3회로, 장기여행의 최장 스케줄을 3개월로 잡았다. 그러고보면 한 번 휙 하니 다녀오고 책을 쓴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 책은 그냥 참고로 삼을 일이지, 진짜 여행을 갈 때 기준으로 삼을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는 오히려 성수기에 여행을 가기도 하고, 축제나 이벤트가 있는 날을 피해서 여행을 가기도 한단다. 그 도시가 보이는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후, 책을 쓰기 위해 어떤 문장을 써야 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책을 출판할 수 있는지, 책 쓰기의 실제까지 이 책만 가지만 여행기 한 권을 뚝딱 만들 수 있을만큼 자세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지만 “여행자의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부록으로 여행작가에 대한 Q&A도 실려 있어 말 그대로 탈탈 털어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책 출판을 위해서는 사진도 매우 중요하다며, 제법 많은 공을 들여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자신 역시 첫 책에 쓸 사진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부족했지만, 많은 노력 끝에 꽤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단다. 박초월이라는 사진가는 전문 사진가를 “천천히 걷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는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못 보는 풍경을 천천히 가다가 보는 사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보다는 사람들이 놓치고 못 보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사진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작가에 대해 궁금했던 한두 가지 것들, 그것에 대한 대답이 들어 있는 책, <여행자의 글쓰기 : 베테랑 여행작가의 비밀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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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상한 논문』 서평단 모집 | 포스트스크랩 2016-03-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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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논문

산큐 다쓰오 저/김정환 역
꼼지락 | 2016년 04월


안녕하세요, 리벼C입니다.

『이상한 논문』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리뷰어 신청 기간 : ~4월 5일(화) 24:00

모집 인원 : 10명

발표 : 4월 6일


신청 방법 :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

세상은 넓고, 이상한 논문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진기한 논문의 세계를 거침없이 누비는

논문 사냥꾼 산큐 다쓰오의 이상한 논문 컬렉션


일본 최초의 ‘학자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산큐 다쓰오가 수집한 진기한 논문 13편을 소개한 책 《이상한 논문》이 출간되었다. 사람들이 ‘논문’이나 ‘연구’라고 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 같고 재미없고 지루할 것 같다는 인상을 갖기가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산큐 다쓰오는 논문이나 연구에 대한 사람들의 통념을 깨뜨리는 동시에 학문의 즐거움, 알아가는 기쁨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유익한 것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다쓰오는 어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것에서 얻는 유익함이 무엇인지를 이 책 곳곳에서 드러낸다. ‘이런 것도 논문 주제가 될 수 있어?’ 혹은 ‘이런 논문도 있다는 말이야?’ 하고 물음을 던질 수 있을 만한 특이한 주제를 다룬 논문들을 소개하면서 일반인의 시선에서 나올 수 있는 유쾌한 농담과 태클을 수시로 던진다. 저자의 농담과 태클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웃음을 짓게 하는 동시에 논문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논문의 연구자들과 그들의 열정까지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책 전반에서 연구자들에 대한 존경과 칭찬을 드러낸다. 또한 연구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며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현대인들이 상실했다고 볼 수 있는 “학문에 대한, 앎에 대한 재미와 즐거움”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리고 총 4편으로 구성된 ‘칼럼’에서는 연구자의 처지에 서서 연구란 무엇인지, 연구자는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일하는지를 진지하게 써내려가면서 연구자라는 존재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강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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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여운 할매를 보았나! | 리뷰카테고리 2016-03-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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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저/이지수 역
마음산책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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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맥주 광고를 떠 올렸다. 딱히 그 배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워낙 광고를 틀어대니 머리 속에 남아있었나 보다.

 

사노 요코라는 작가의 책이다. 작가이자 일레스트레이터,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다는 이 여성 작가는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자신의 생활기록을 남긴 것이다. 그녀의 다른 책을 살펴보니 <죽는게 뭐라고>도 있다. 그녀가 죽기 전 쓴 책으로 부제로는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이라고 적혀 있다. 이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적나라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솔직한 글이다. 나이들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미화하는 글은 한 문장도 없다. 어릴 적 이야기도, 지금 자신의 상태도 솔직하지만 위트를 잊지 않은 글이라 키득키득 웃으며 읽게 된다. 물론 그 웃음 뒤에는 마냥 즐거움이 따르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이랄까. 나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될 그 과정이 예상되어서일지도.

 

아흔이 다 된 어머니가 치매로 요양병원에 입원해계시다 보니 작가 역시 항상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어머니처럼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그런 그녀가 친구에게 귤 착즙기를 얻어 와서 자신의 부엌에 귤 착즙기가 떡 하니 놓여있는 상황을 보고 얼마나 어이없어 했을지 상상이 된다.

 

냉장고 속에 설거지한 커피 잔이 두 개 들어 있던 적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냉장고를 열었더니 설거지한 절구와 절굿공이가 들어 있었다. 그때도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은 그 이상이다.

나는 선 채로 울기 시작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다. 친구에게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조차 내 머리는 약삭빠르게 돌아갔다. 눈물이 나는 동안에 사과하자. 나는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더라는 이야기는 엄마들 사이에 이 정도는 애교 아니던가. 상대적으로 아직 젊은 우리도 그런 실수는 숱하게 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착즙기였지만 까맣게 잊고 친구에게 착즙기를 얻어왔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머리가 팽팽 돌아 우는 동안 사과를 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는 그녀. 절대 치매는 아닌 듯 하다.

 

한국도 텔레비전만 틀면 요리를 하거나 먹는 방송이 차고 넘친다. 뭘 저렇게 만들고 먹을까 참 지겹기도 한데, 특별한 요리를 선보여야 한다는 중압감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요리를 소개할 때가 있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나보다.

 

예전에 본 요리 방송에서, 그런 방송이 하도 많아서 어떤 프로였는지는 까먹었지만, 보다가 토할 것 같은 음식을 만든 적이 있다.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이라는 요리였다.

물 대신 사각 종이 팩에 든 오렌지 주스를 콸콸 붓고, 꽁치 한 마리를 넣어 전기밥솥 스위치를 켠다. 완성된 오렌지색 밥 위에 꽁치 살을 발라내어 섞는다. 맛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속이 메슥거린다. 아, 메슥거린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얼마나 끔찍한 요리인지 어디 한번 먹어나 보자고.

 

나 같으면 절대 안 할 것 같은데. 이 할머니 꽤 특이하다. 결국 만들어 먹은 그 요리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정말일까?

 

은행에 갈 때마다 앞으로 몇 년이나 내 힘으로 돈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우울증 때문에 주위 사람을 잃어가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녀가 삶의 낙으로 찾은 것이 있으니 바로 한류. 그녀의 한류체험기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남들한테 비밀인데, 나는 암만해도 욘사마가 싫어지지 않더라”는 사람에게 한류 드라마의 정점 <겨울연가>를 소개받은 그녀는 그만 욘사마와 한류 드라마에 빠지고 만다. 그렇다고 그녀의 날카로운 비판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스토리도 대부분 억지로 짜 맞춰 개연성이 없다.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온다.”고 비평을 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행복하다. 엄청나게 행복하다. 잘난 사람들은 모두 이 현상을 분석하려 들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좋아하는 데 이유 따위 없다. 그저 좋은 것이다.”라고 애정고백을 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류 사랑 덕분에 그녀는 “재산 탕진”이라는 말까지 쓰게 된다.

 

나는 한국 드라마에 재산을 탕진했다. 남들 눈에는 경솔해 보일지라도 사실 소심한 나는 무언가에 재산을 탕진한 적이 없었다.

명품에 미친 적도 없고 맛집을 찾아다닌 적도 없다. 여행도 귀찮아했고 남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지도 않았다. 영화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봤다. 하지만 <겨울연가> DVD를 손에 넣은 이후로 욘사마가 우리 집에 있다는 안도감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DVD를 박스째 사들이기 시작했다. DVD는 결코 싸지 않다. 차곡차곡 장식장에 늘어놓고는, DVD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내 얼굴을 기억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쩐단 말인가. 그저 한류 팬 할머니로 보이는 게 싫은 것인가. 사실이 그러면서도.

 

얼마 전에 읽은 <효도할 수 있을까?>에서도 부모님이 <대장금>을 너무 많이 보는 데다 갈 때마다 좋아하는 부분을 보고 계셔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은 꽤 대단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한류가 유행한 이유를 분석했지만, 이 노 작가의 말이 더 신빙성이 간다.

 

한국 드라마는 나를 좌불안석에서 해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행복하게도 해줬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완전히 의존증 환자였다. 같은 드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보는 데는 시간이 들지만 보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돈도 드는데.

아줌마들은 외롭다. 할 일이 없다. 인생은 이제 내리막길이다. 집에는 꾀죄죄한 아저씨가 늘어져 있다. 어중간한 애정으로 또는 부모가 권한 맞선을 보고 결혼해서 미처 타오르지 못한 꿈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에 골인했더라도 뜨거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하나? 뭐 그런 말도 있던데. 무언가 에너지를 다 쏟고 나서 헛헛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한류가 등장하여 마음의 위로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아줌마론도 함께 살펴보자.

 

나는 아줌마다. 아줌마는 자각이 없다. 미처 다 쓰지 못한 감정이 있던 자리가 어느새 메말라버렸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서야 그 빈자리에 감정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한국 드라마를 몰랐다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하지만 브라운관 속 새빨간 거짓말에 이렇게 마음이 충족될 줄 몰랐다. 속아도 남는 장사다.

 

요즘은 <태양의 후예>가 뜨고 있다. 기사도 넘쳐난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외모의 송혜교가 남자배우 송중기의 아름다움에 가끔 뒷전일 때가 생긴다. 대사는 찰지고 가슴을 때린다. 내가 봐도 스토리는 엉망이지만 그냥 빠져든다. 그게 한류였을지도.

 

많은 사람과의 교류는 아니더라도 그녀가 만나는 여성들도 꽤 쎈 느낌이다. 절교와 인연을 반복하는 모모 언니 역시 꽤 쎈 여성이다. 이런 직장인들이 있었기에 일본은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나보다.

 

“나 이제 정년까지 261일 남았어. 이렇게 기쁠 수가 없어. 자기 전에 달력에다 엑스표 친다니까.”

언니는 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3억 엔 절도범처럼 말했다. “이제 121일” 하고 언니가 날짜 세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돈 받으니까 일할 때는 회사 소유야. 나라는 사람은 없어. 그렇잖아. 대가를 받는걸. 노동을 파는 거야.”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잔뜩 늘어놓는 녀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하지만 회사가 이치에 맞지 않거나 바보같은 일을 시킬 때도 있잖아?” “당연히 있지. 그래도 난 전부 회사가 하라는 대로 했어. 출장갈 땐 비행기도 탔다고.” 모모 언니는 세상에서 비행기를 가장 싫어한다. 내 생각에도 무쇠 덩어리가 공중에 떠 있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모모 언니처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은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더 많지만, 나도 각오하고 있다. 조만간 나 혼자 주말을 지내야 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지금도 혼자서 잘 노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나 자신”과 더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불쑥 이런 고백을 하고 만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아아, 이런 게 정신병이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다는 그녀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꽤 쿨 한 모습이다. 너무 적나라해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뺏는(?) 글일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 익숙해지는 나이가 벌써부터 오는건가. 슬프다.

 

공공장소에서 찰싹 달라붙어 스킨십을 하는 젊은 커플도 보인다. 젊은 때는 그렇게 서로에게 넋을 잃어도 괜찮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되는 광기의 시간을 신이 마련해주니까. 그런 착각 없이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맺어질 수 있겠는가. 젊은이여. 병에 단단히 걸리기를. 병이 깊을수록 번민은 많고 쾌락은 강할 테니

옛날엔 그런 병에 걸려 동반자살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병의 클라이맥스는 웨딩마치와 케이크 커팅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생 분량의 웃음을 그때 다 웃는다.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나는 결혼식이 늙은이의 장례식보다 가기 싫다. 결혼식은 어쩐지 애처로운 기분이 든다. 생활이란 화사한 생명과 연을 끊는 것이다.

 

병의 클라이맥스가 웨딩마치와 케이크 커팅이라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의 신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 작가도 보통이 아니다. 그런 그녀도 아직은 여성. 젊고 근사한 의사선생 덕분에 병원 가는 맛이 난다는 그녀. 못말린다.

 

이 병원 젊은 의사 선생은 근사하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젊은 선생과 만난다는 생각에 옷을 사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서냐고? 나 자신의 기분을 위해서다. 담당의가 거만한 늙은이였다면 잠옷 위에 코트를 걸치고 왔을지도 모른다.

 

솔직한 독거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내 키득키득거렸다. 정말 웃긴 할머니야. 그런데 이 작가가 투병생활을 하다 돌아가셨다니 좀 짠한 느낌도 든다. 그리고 이 다음에 집필된 <죽는 게 뭐라고>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용감하게 싸우다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든다. 솔직, 과격한 독거작가의 활력 넘치는 일상기록, <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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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사는 게 뭐라고 | 리뷰카테고리 2016-03-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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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과격한 독거작가의 활력 넘치는 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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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학에서 꺼낸 여행』 서평단 모집 | 포스트스크랩 2016-03-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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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


수학에서 꺼낸 여행

안소정 저
휴머니스트 | 2016년 03월

 

안녕하세요, 리벼C입니다.


『수학에서 꺼낸 여행』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리뷰어 신청 기간 : ~3월 30일(수) 24:00

모집 인원 : 10명

발표 : 3월 30일


신청 방법 :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근현대 수학이 만들어진 열띤 현장으로 떠난 여행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수학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일에 몰두해 온 수학 저술가 안소정. 문득 피라미드가 직접 보고 싶어 훌쩍 떠난 여행은 ‘수학’이라는 주제로 판이 커졌고,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 이집트, 이탈리아, 인도에서 만난 수학을 《배낭에서 꺼낸 수학》에 담은 데 이어, 이번에는 근현대 수학의 발자취를 찾아 다시 배낭을 메고 《수학에서 꺼낸 여행》을 떠났다. 


《수학에서 꺼낸 여행》은 프랑스, 영국, 미국을 여행하며 르네상스 이후부터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만든 근현대 수학의 빛나는 현장을 찾아가 본다. 역사, 정치, 경제, 예술 속에 녹아 있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독자 스스로 일상생활에서 수학의 원리를 찾아 수학적 사고를 넓힐 수 있게 돕는다. 여행기 속에 녹여 쉽게 풀어놓은 수학 이야기는 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청소년뿐 아니라 수학을 잊고 지낸 성인 독자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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