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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게 살 거야 by 진민영 - 이토록 단단한 마인드의 소유자 | 책리뷰- 소설.문학 2019-03-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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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 저
책읽는고양이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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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30일>

* 조그맣게 살 거야 by 진민영 - 이토록 단단한 마인드의 소유자

* 평점 : ★★★★★


혜민스님의 책을 보다가 알게 된, 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에세이집을 만났다.

책표지에 적혀있는 '군더더기를 빼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이라는 문구.

딱 이 책이다.

안의 내용을 들여다보기 전 책을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이 딱 이렇다.

딱 책으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시선이 분산되지 않게 최대한 심플한데다 책사이즈도 가볍기 그지 없다.

책이라는 본질만을 그대로 살린, 딱 작가의 책이라 할 만하다.

처음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필사를 하기 시작했고, 감성 퐁퐁 튀기는 것 같은 시작에 단정한 학생을 보는 것 같다가 조금 지나니 꽤 깐깐한 담임선생님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너무 바른생활 소녀같아 발라당 까진 나의 감성으로 받아들이기가 벅차다.

자기주장이 너무나도 강한 작가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가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적잖았지만,

나와 다르니 공감대가 닿지 못하여 그러겠지, 싶어 최대한 담백하게 바라보려 애쓴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은 읽고 또 읽었다.

손가는대로 페이지를 펼쳐 읽고 읽고 또 읽고..

그러다가 볼펜을 들고 필사를 한다.

적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 많아져 한 챕터를 전부 옮겨쓰기도 한다.

읽는 속도를 손이 따라가지 못해 책장 넘기는 속도는 더디다.

그렇게 3주하고도 하루동안 이 책과 함께했다.

내 손에는 11장의 필사종이가 남았는데도 책을 반납해야 하는 두 손이 무겁게 느껴진다.

꽤 오랜 시간을 들고 있었는데도 아쉬움이 가득한 책이다.

더 읽고 싶고,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더 손에 쥐고 있으면서 작가의 마음을 조금만 닮아갔으면 하고 바라본다.

저자의 미니멀리즘 생활을 읽으며 기존의 미니멀라이프를 이야기하던 다른 책들을 떠올린다.

잡지에 실리는 인테리어 사진같이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감히 따라할 수 없었던..

따라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샴푸, 린스, 바스등을 똑같은 용기에 담아 깔끔한 욕실의 사진과 설명을 보고 한달음에 다이소로 달려가 저비용으로 구입했던 플라스틱 용기.

용기에 소분하고 원래의 케이스는 다용도실의 보관함으로 보내놓으니 사진에 못 미치지만, 나름 보기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왠만한 부지런함을 장착하지 않고서는 버거웠다.

작은 용기여서 금방 비워져 며칠지나면 통을 채워야했고, 한 두번 그러하다가 결국 짐이 되어 버렸던, 지금도 화장실 세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서있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따라하기 쉬워보여 무작정 따라하고서는 실패를 해버린..

따라할 때 놓치고 지나간 것이, 그리 해놓는 저자들을 따라갈 정도로 나는 부지런함이 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냥 원래의 케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제일 편했던 방법이었고, 보기에는 통일성이 없어 멋없어 보여도 소분하는 그 시간조차 필요없으니 얼마나 간편한가.

저자는 말한다.

'색감이 다소 촌스럽고 통일감이 없어도, 꼭 필요한 단출한 세간살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명백한 미니멀리스트다'라고.

인테리어 사진처럼, 상품 광고처럼 멋드러진 모습이 아니어도 꼭 필요한 물건만 지닌 사람도 미니멀리스트에 합류할 수 있다고.

나무 옷걸이를 쓰지 않아도 원한다면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는 거였다.

-전에 어느 책에서 옷걸이를 나무옷걸이로 하여 옷을 거면 정리도 쉽고 튼튼하다 하여 진심으로 나무옷걸이를 살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사진 속의 나무옷걸이가 너무 멋져보였다. 그것을 사면 진짜 미니멀리스트가 될 것 같았다. 그때 그런 마음이 진심이었다.-

미니멀리스트를 한다고 무언가를 추가를 사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미니멀리즘은 '비움'을 권하는 삶이지 탐나는 인테리어와 소품을 권하는 삶이 아니니 말이다.

(P.156) 미니멀리즘이 내 마음에 심어준 희망의 싹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내 자신을 너무도 또렷하게 알게 됐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취향을 가졌으며, 가치관과 궁극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나를 너무도 잘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소박하고 단촐한 물건으로 사는 저자의 모습이 진심으로 멋져보인다.

보이는 모습만 미니멀한 것이 아닌 마인드까지도 미니멀리즘한 저자, 문득 저자의 나이가 궁금해졌고, 그러하지 않겠지만 이왕이면 동년배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세상과 적당히 타협을 하고 사는 나도 저자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나도 저자처럼 내 자신을 또렷하게 알고 싶고, 나의 취향이 어떤지, 어떤 사람인지, 나의 가치관과 내가 향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알고 싶다. 40대인 지금도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정확히 모르니 어찌 답답하지 않을까.


(P. 131) 행복을 가져다줄 성공을 위해, 사회가 말하는 공식을 따랐을 뿐인데, 우리를 기다리는 건 재앙이다. 현재 행복할지라도 그것이 우리가 사는 환경과 후손의 미래를 위협하다면, 분명 그 규칙과 기준 등은 모두 다시 정해야 한다.

(P.113) 몰입이 과해져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을 때는 이렇게 초과 근무를 한다. 그러나 공식적이지도 않고, 누군가의 강요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즐거운 초과근무다. 자발적 야근이다.

(P.97) 입지 않는 옷을 집에서 입는다는 명분으로 옷장에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그렇게 실내용으로 전락한 버리지 못한 옷들은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열이면 열, 옷장에 그대로 방치된다.

(P.89)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물건은 심미적 쓰임이 있는 물건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곳에 둬야 진정으로 가치가 있다. 가족의 유품이나 졸업 앨범은 설렘으로 가지고 있다기보다 단순히 버리기 힘든 과거의 잔재에 불과하다. 심미적 쓰임, 실용적 쓰임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진행형' 물건들이다. 추억은 과거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P.82) 신용카드의 잔 꼼수다 싫다. 여러 가지 혜택을 얹어주며, 나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처럼 만들어줄 것마냥 말하지만, 실상은 돈을 더 쓰라고 과소비를 부추길 뿐이다. 찰나의 괘감에 취해 무턱대고 긁은 신용 카드는 미래의 자유를 발목 잡는 빚만 부른다.

(P.38) 나는 의도적으로 인터넷을 소등한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휴대폰도 어떤 전자 통신 기기와도 스스로를 단절시킨다.(...)

인터넷이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항시 온라인 대기 상태는 스스로를 노예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P.30)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가를 치른다. 얼음이 녹아 익사하는 북극곰이, 학교를 포기하고 석탄을 캐는 소년 소녀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기도가 막힌 거북이들이 대가를 치른다.(...)

무언가를 사고 또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질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P.24) 열정과 영감도 충분한 휴식이 있을 때 빛나는 법이다. 여유가 없는 일상은 새로움을 차조할 여력도,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에너지도 없다.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명확한지.

저자의 가치관은 정말이지 뚜렷하다. 읽고 또 읽는다.

읽을 때마다 새롭고 읽을 때마다 저자의 말들이 선명해진다.

이토록 단단한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그 단단한 마인드를 가진 이들 중 나도 속하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미니멀라이프를 진정 원한다면 이 책을 진심으로 권한다.

절대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이 완벽하게 세팅된 사진이 잔뜩 들어있는 책보다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니.

'비우고 또 비워서 오직 내 존재 하나만으로 우뚝 서 있는 사람이고 싶다'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나 역시 내 존재만으로도 인정받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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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흔적 남기기] 마력의 태동 by 히가시노 게이고 | 책리뷰- 소설.문학 2019-03-1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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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력의 태동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현대문학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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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0일>

*〔읽은 흔적 남기기〕마력의 태동 by 히가시노 게이고 

* 평점 : ★★★★


(P.77) "안타깝지만 사카야 선수가 달릴 때 좋은 바람은 오지 않아요. 계속해서 순풍이죠. 그러니 어떤 타이밍에 뛰더라도 조건은 똑같아요. 그러니까 아주머니가 직접 남편이 뛸 때를 정해주세요."

"아주머니가 남편이 뛰기를 원하는 순간에 힘차게 모자를 흔들면 돼요. 후회가 없도록. 이게 마지막 점프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P.93) "단순한 물리현상이니까요. 예측하지 못할 물리현상 같은 건 없어요."

(P.109) "슬럼프에 빠진 선수는 그냥 가만히 놔두면 돼요. 프로니까 자기 힘으로 일어서야죠. 그걸 못하면 그만두는 수밖에 없어요."

"슬펌프에서 빠져나오느냐 마느냐는 결국 각자의 노력에 달린 문제야."

(P.174) ".... 내 판단이 정말로 옳았는지, 회의감이 드는 거야. 물론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구하겠다고 물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짓이지. 하지만 그것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다른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어."

(P.213) "커밍아웃으로 게이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건 아니야. 바뀌는 것은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뿐이지..."

(P.245) "마이너리티를 배제하는 보이지 않는 힘은 그런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야. 따돌림이나 험담처럼 알기 쉬운 것만이 차별이 아니야. 그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소리도 없고, 너무도 견고해.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에 있는 다른 부류에 대한 작은 혐오감,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아주 작은 위화감의 집적이 압도적인 악의의 물결이 되어 우리를 덮치는 거야. 그건 그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쓰나미야."


어떠한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이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좋은 결과가 아니거나 좀 더 안좋은 상황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선택지에서 고민했던 그때를 떠올린다.

다른 선택을 했으면 후회하지 않았을까, 하며.

저자는 말한다, 미도카를 통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련이나 후회를 하지 말라고.

지나간 것을 후회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미래로 시선을 돌리라고.

선택한 것의 결과가 나빴더라도 다른 선택지의 결과가 더 나빴을수도 있다고.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내가 하는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 그 선택외의 다른 것은 더 안좋은 결과일수도 있는데, 그런 단순한 이치를 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내가 어떠한 일에 대해 선택을 했을 때, 그때는 그것이 최대한의 최선이었다.

최선이 아닌 선택지를 고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의 느낌대로 나를 신뢰하며 고른 그 선택지가 내가 신이 아닌이상 무조건 좋은 결과일리가 없는데, 내가 고른 선택의 종착지가 나쁨이면 나를 책망했다.

후회했고, 미련때문에 자책을 했다.

우리가 신이 아닌 인간이어서 후회도 하고,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내게 주어진 루트1 과 루트 2가 같은 조건일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후의 이야기가 달라질거라는 믿음이 있고없음에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정상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인간이어서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뭐든 것을 예측하며 살면 무서운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겠지만,그 인생또한 얼마나 인생이 재미없을까.

우리 인생은 예측하지 못해 더 기대된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오늘, 그리고 내일 일어나는 일들이 좋을 일일수도 있고 나쁜 일일수도 있지만, 그또한 인생에 있어야 하는 다양한 이야기이니 모든 날들이 얼마나 설레이나.

인간으로서 당연히 느껴야할 일어날 일들에 대한 설레임,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그는 괴물일 수 밖에.

아마 미도카 역시 그것을 아니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닐까.


?(P.358) 불행한 우연이 겹치면서, 라는 간단한 말로 처리해도 괜찮은 것인가. 하지만 그것 외에 다른 이유는 생각하기 어렵다. 인위적인 것이 관여되었을 여지는 전혀 없다. 이 세상에 마력이라고나 해야 할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한…….

왜 그런지 아까 봤던 종이풍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라는 문장을 끝으로 '마력의 태동'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총 5가지의 이야기중 앞의 3가지는 침구사 나유타와 미도카가 만나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 중 하나는 나유타와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고리는 미도카와 연결되어 있는.

358페이지 어디에도 그 연결고리의 시작은 찾아볼 수 없다.

단 하나, 미도카가 찾는 사람이 나유타에게 남은 상처를 치유되길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만 남긴다.

또, 날아가는 종이풍선을 잡은 이 역시 잠깐 스칠뿐 이렇다할 이야기가 없이 끝난다.

결국 '라플라스의 마녀'를 이어보거나 미리 보거나 해야 이야기가 완전히 이해될 듯 하다.

'마력의 태동'을 읽고 싶다면 그 옆에 '라플라스의 마녀'를 같이 놓고 읽기를 바란다.

한 편만 읽어도 이야기의 흐름은 문제가 없지만, 온전히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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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엄마 by 신현림 -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이들에게 | 책리뷰- 소설.문학 2019-03-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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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 읽는 엄마

신현림 저
놀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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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0일>

* 시 읽는 엄마 by 신현림 -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이들에게

* 평점 : ★★★★★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직업 정신(^^)인가 보다.^^

작년부터 계속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빼고,를 반복하다 소원해질 무렵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온 그 책이 내가 애정하는 책이 될 줄 몰랐다.

많은 글밥이 아닌 책이어서 부담없이 잠자리에서 읽다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모든 부분이.

아니, 아니다. 거짓말이다.

이렇게 멋진 책을 내는 작가도 죽을만큼 힘겨운 때가 있었구나,라며 느낀 순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고 나도 모르게 안도가 되는 그 순간.

 작가도 인간이고 나도 인간이구나,라고 느낀 순간.

너무 이기적이고 정떨어지게 솔직하지만, 남의 아픔으로 위로를 받았다는 게 진실이다.

많이 힘들었다.

주위에 내색을 할 수 없이 혼자 끌어안고 있어야 함이 더욱 힘들었다.

경제적으로 지침이 마음으로 와닿아 몸도 정신도 지쳐갔다.

아마 그때 이 책을 만났나보다.

그렇게 나는 이 책에서 공감을 얻었고,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고, 이 책을 적으며 힐링을 했다.

책표지에 새겨진 헤드카피는 작가에게뿐 아니라 나에게도 진실이었다.

'엄마라는 무게 앞에 흔들릴 때마다 시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습니다'

작가처럼 시를 마구마구 좋아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올려놓은 시 중에 썩 마음에 안 드는 시도 있고, 이해가 안 되는 시도 있다.

그저 이해하려고 애썼다.

함축의미를 담은 그 구절들을 읽고 또 읽어내려갔고, 그러다 문득 어떤 문장이 이해되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스파크가 튀긴다.

그때의 그 불빛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주었다.

'시'라는 무한한 세계로..

몇 편의 시로 '시를 읽어내는 엄마'를 꿰어차진 못하지만, '시에 입문하려 대기탄 엄마'라고 말할수는 있겠다.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하루하루 힘겨운 일상을 버텨내는 이들에게 간곡히 권해본다.

혹시라도 나처럼 지금 이 상황을 순간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하는 바람을 담는다.


(P.53) 내 곁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기쁨은 돈으로도 셀 수 없을만큼 애틋하다. 그 애틋함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떠오른다. 마음을 울리는 그 이야기는 사람이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P.85) 이런 친밀한 타인이 어찌 아이에게만 해당되겠는가. 정이 들어버린 사람, 사랑의 이름으로 불리는 그 누구나 다 친밀한 타인이다. 그렇게 인정할 때 삶은 더 여유롭고 아름다워진다. 이런 노력도 결국은 행복해지려는 몸부림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추억의 축적과 신뢰감뿐이라는 걸,

행복하기 위해 숨어 있어야 하며, 자식마저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걸.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그저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문득 생각해본다.

(P.113)  어쨌든 길은 스스로 찾는 법밖엔 없지만, 그래도 언제든 그 길목에 도와주는 이들이 반드시 있다. 슬플 때 슬픈 이들을 보며 이겨내게 되고, 웃음은 웃음 속에서 더 크게 번지는 법이다. 어쩌면 모두 사라진다는 점에서, 대체로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슬픈 사람들이다. 늘 뭐 하나가 아쉽고, 안타깝고, 아프기만 하다.

(P.119) 매일매일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손끝에서 싹이 트이고 꽃이 필 것 같고

즐거운 일이 생겨날 것만 같다.

(P.165) 우리가 꿈꾸는 행복 속에는 '사랑해'라는 단어가 있다.

가장 유치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그 솔직하고 아름다운 말을 왜 그리 생략하면서 사는지.

표현하지 않는 애정은 애정이 아니더라. 표현의 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더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뒤로 넘기는 것이다. 

 

 

(2019.01.23) - P. 5 ~ P.57까지 쓰면서 읽기중.

전날 잠자리에 누워 읽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시를 읽는 재미와 시인이어서 글을 사랑스러워지는 문장들을 적어주고 싶었다.

4개의 시와 4개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처음 읽었을 때보다 글은 더 부드러워진다.

시인들은 글로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그 속에서 그 노래를 발견하는 독자만이 시를 즐겨 읽는 거구나..

한 번 읽고 두 번 읽어야 조금 더 이해되어 다가오는,

두 번 읽고 세 번 읽으면 시의 단락들이 통통 살아있는 것 같은,

엄마여서 이 책을 읽으며 더욱 공감이 갈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선물해주고 싶은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야, 너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까?

?

(2019.01.24) - P. 58~ P.90까지 쓰면서 읽기중.

읽고 읽고 또 읽는 중이다.

2번 읽은 단락도 3번 읽은 단락도 있다.

쓰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뒤가 궁금하여 쉼없이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오길 반복중이다.

읽을 때마다 새롭다. 내가 읽었던 거였나,싶게 말이다.

150여페이지까지 읽고는 다시 앞으로 온다.

너무 멀리까지 읽어놓지 말자,라고 마음을 다독이며..

* <친밀한 타인>편에 나온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라는 시를 읽는다.

쓴다.

작가처럼 나도 냉장고에 붙여놓아야겠구나, 생각한다.

다른 글귀도 좋았지만, 나는 특히 아래에 적은 부분이다.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줄지언정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내가 낳은 아이라고 내 생각과 같기를 바라지 말자.

더불어 전에 어디에선가 읽었던 내용이 생각이 난다.

'아이는 부모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부모가 아이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라는...

나도 모르게 아이의 모습을 자랑하는 모습이 보일때마다 아차! 한다.

아이가 자랑할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아이가 자랑스러워하는 부모가 될 수 있기를..


(2019.01.25~01.26) - P.91 ~ P.135까지 쓰면서 읽기중.

오랫만에 좋은 책을 발견했는데, 의욕상실인 요즘이라 책의 진도를 빼지를 못하고 있다.

정체기다.

몸이 따라와주지 않으니 마음도 멈춰있어 책도 계속 읽은 부분을 반복중이다.

손이 따라올 때까지 읽고 읽는 중이다.

포스트잇으로 표시할 곳들이 자꾸만 늘어난다.

안되겠다.

사랑하는 내 친구에게 선물해줘야겠다.

내가 좋았던 부분들까지 포스트잇으로 예쁘게 붙여서...^^


(2019.01.27) - P.136 ~ P.157까지 쓰면서 읽기중.

(P. 140) 우리가 얼마나 살았다고, 뭘 경험해봤다고 진로를 결정하래. 빡빡해 죽겠는데.

"우리 어른들이 아직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 완벽한 인간을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창밖으로 내리쬐는 햇빛은 끝없이 밝은데 너희들 마음을 밝을 수 없을 만치 힘들고 숨 막히는 구나."

27일날 읽은 곳 중에 제일 마음에 와 닿은 문장들이었다.

아이에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아이를 아이로 보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충분히 놀고 충분히 즐기고 충분히 쉬어야 하는 아이들을 인정한다.


(2019.01.29 ~ 2019.01.30) - P.158 ~ P.231까지 쓰면서 읽기완독.

23일부터 읽기와 필사를 시작하여 정확히 일주일 후 책을 덮었다.

자녀와의 관계, 엄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일주일이었다.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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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눈 by 주디 블룸 - 슬픔의 공간을 치유로 다져가는 희망메시지 | 책리뷰- 소설.문학 2019-03-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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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랑이의 눈

주디 블룸 저/안신혜 역
창비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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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0일>

* 호랑이의 눈 by 주디 블룸 - 슬픔의 공간을 치유로 다져가는 희망메시지

* 읽은 날 : 2019.02.07

* 평점 : ★★★★

?

책을 읽을 때는 이입이 되어 읽느라 나의 모습과 대비를 하지 못하다 후에 리뷰를 적기 위해 책을 펼칠 때 비로소 나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주인공의 삶과 나의 삶이 나눠지는 시간, 이렇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강도의 총격으로 아빠를 잃은 데이비는 식구들과 함께 고모의 집으로 떠나 그곳에 머문다. 하지만 엄마는 좀처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모와 고모부는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강조하며 데이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갑갑한 마음에 데이비는 자전거를 타고 깊은 협곡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울프'라는 소년과 마주치는데……

-책 뒷표지의 줄거리인용-

?

?"라 비다 에스 우나 부에나 아벤투라 (La vida es una buena aventura)."

'인생은 멋진 모험이다'

(P. 100) 고모부가 무기를 설계한다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무기를 설계하는 사람은 거칠고 난폭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을 날려 버리려고 작정한, 눈빛이 사납고 제정신이 아닌 과학자일 줄 알았는데. 그런데 고모부는 정말 평범하다. 그런 고모부가 폭탄 만드는 일에 관여하고 있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라니.

(P. 274)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그래도 내 삶을 계속 살아갈 준비는 된 것 같아. 아빠도 내가 그러길 바라실 거야."

(P. 289)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두 사람은 알아챌까? 두 사람도 변했을까? 내일면 알게 될 거다. 어쩌면 끝내 모를 수도 있다. 어떤 변화는 내면 아주 깊은 곳에서 일어나기도 하니까. 그런 변화는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다. 어쩌면 진짜 변화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도와달라는 아빠를 살리지 못한 죄책감을 지닌 데이비와 비슷한,

나에게는 그런 죄책감과 자책감이 짓누르는 일이었다.

데이비와 같이 청소년기를 보내던 나의 시간중 그 날은 토요일이었고,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친구들과 약속도 없었던 그냥 그런 날이었다.

오후3시쯤, 전화벨은 울렸고 전화를 받은 엄마에게 아빠의 사고소식이 전해졌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소식.

지금 생각하면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아니었던 것 같다.

위독한 경우가 아니라고 해서였나. 그때는 그랬다.

몸이 불편한 엄마는 집에 있고, 오빠와 나만 병원으로 향했던 날.

응급실 침대에 누워 나와 오빠에게 손을 내민 아빠에게, 막아서는 의료진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아빠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얼마 안 있어 아빠는 쇼크가 왔고,

나를 쳐다보던 그 눈길의 빛이 사그라들던, 감은 눈을 다시는 뜨지 못하던, 내가 보는 그 앞에서 채 몇 분이 지나지 않는 사이 아빠는 죽음의 길로 들어서 버리셨다.

그때 손을 잡았었나. 그때 아빠를 보던 내 눈빛은 어떠했을까.

너무 담담하게 사랑하는 이의 의식있던 그때를 바라만 본 죄, 차가워질 손 한 번 꼬옥 잡아주지 못한 책망감.

나는 그렇게 마음이 힘들었고, 그 힘듦과 동시다발적인 이유들로 꽃같던 나의 청소년기를 반항과 돌끼로 채웠다.

될대로 되라, 식으로. 세상 무서운 것 하나 없이 그렇게.

나 혼자만 아플거라고, 이 인생 살아서 뭐하나 싶어 그렇게 끝까지 나를 내몰았다.

나는 데이비처럼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나의 행동에 대해, 자책감에 대해 괜찮다, 해주는 이가 없었다.

이런 바보같던 나와 달리 슬픔을 자신의 방식으로 씩씩하게 이겨낸 데이비에게 찬사를 보내본다.


사고를 당한 당사자만이 아니라 그 사고를 옆에서 바라봐야하는 이들에게 일어서는 방법을 왜 알려주는 이가 없었을까.

치료를 한다는 것은, 비단 몸을 다친 사람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몸을 다친 사람은 겉으로 티가 나니 적절한 치료가 들어갈 수 있지만, 마음이 다친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아 소홀히 되기 싶다.

비극 -너무나도 많은 종류의 비극-을 겪은 사람의 벌어져 새빨간 속살이 보이는 상처도 마물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혼자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그 상처들을 제때 치유받지 못해 평생을 안고 가는 것이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고 대면대면하지 말자.

우리는 공감능력이라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인간'이니까.

그 멋진 능력을 데이비처럼, 데이비보다 더 나약했던 데이비의 엄마처럼 비극을 이겨내야 할 이에게, 사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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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 피그말리온 아이들 by 구병모 - 누구를 위한 갈라테이아들인가 | 책리뷰- 소설.문학 2019-03-0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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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그말리온 아이들

구병모 저
창비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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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1일>

* 피그말리온 아이들 by 구병모 - 누구를 위한 갈라테이아들인가

* 평점 : ★★★★


독서모임의 지정도서로 '위저드 베이커리'를 선정하고, 구병모 작가의 책들을 찾는 와중에 청소년문학쪽에서 눈에 띈 책, '피그말리온 아이들'.

이 책을 읽기 전, 작가의 다른 책을 먼저 보았는데, 문장에 쉼표가 몇 개인지 숨쉬다 앞 내용을 까먹어 되돌아가기를 여러 번. 읽다가 지쳤있던지라 이 책을 들고 살짝은 망설였다.

그런 걱정은 뒤로 할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이었고, 한 번 잡은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당신은 누구의 욕망대로 살고 있습니까?"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은 흔히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낭만적인 조각가로 묘사되지만, 실은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하려는 독재자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태생이 불우한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외딴 섬에 세워진 로젠탈 스쿨. 다큐멘터리 PD인 '마'는 설립 이래 한 번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이 학교를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한다. 로젠탈 스쿨은 완벽한 시설을 자랑하지만 취재를 통제하는 교장과 학교를 찬양하기만 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는 의심을 품는다. (책의 뒷표지의 줄거리를 인용하였습니다)


(P.20) 특별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일이 아니라 그런 과정을 겪고 변색되는 게 인간관계의 본질이거나 때로는 전부이기도 하다는 것을, 마는 조금 더 세월이 지나고서 알았다.

나아가 사회인이 된다는 건 - 어떤 직업을 가지고 경제 활동을 하는 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삭막한 섬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걸 깨달아 온 시간이었다.

(P.47) 진정한 의미의 건강이란 항상 예외의 생활에서 비록된다는 게 마의 생각이었다.

스파르타식 재수 학원에 들어간 아이들도 일요일에는 각자의 집에 다녀오고, 전지훈련에 참가한 혈기왕성한 야구 선수들도 몇 달간 빡세게 조인 다음 귀가하게 마련인데 이 아이들은 돌아갈 데가 없잖아. 설마 주말과 공휴일에도 이 시간을 엄수하는 거야? 평소보다 한두 시간은 늦게 일어나 주고 좀 늘어지기도 하고 그래야 사람 사는 거 아니야?

(P.64) "중요한 건 이 사회에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데 있지, 아이들이 그 다양성을 실제로 체험해 보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그건 우리 학교뿐만이 아니라 작금의 교육 현장 어디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P. 103)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자연환경에 철저하게 반복되는 기계적인 일과와 규칙, 거기에 원칙을 준수한다면 또래 집단 형성은 둘째 치고 최소한의 플라토닉 연애마저 불가능하다는 상황만으로도 돌아 버릴 조건은 충분했다.

(작가의 말중에서)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를 타인에게 갖다 붙이는 행위에 성공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타인이 아니게 되고 나를 투사한, 내 뜻을 반영한 내 소유의 로봇이 된다. (..중략..)

세상의 수많은 갈라테이아들은 오늘도 부모 또는 교사 또는 이 세상 모두일지 모르는 자기들의 피그말리온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 소유가 아니고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어디까지나, 말하고 싶다.


어른이 되면 많은 것을 따진다.

머릿속으로 수만가지의 계산을 한다.

어떤 것이 나에게 더 이익이 되는건지, 쉼없이 돌아간다.

선의를 위한 행동을 했다 해도 그것 또한 주위의 아무런 제재없이 순수한 마음이 전부일 수가 없다.

수많은 계산이 들어간다.

정말 쉽게 예를 들자면 작금의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다 계산되고 계획된, 그것도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진 선택이고 행동이듯이 어른들의 머릿속은 그렇게 주야를 가리지 않고 바삐 움직인다.

마음이 끌리는대로 하기엔 우리는 너무나도 사회라는 곳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

사랑에 미쳐 있는 시기도 사회에 발악되는 시기도 사회에 완전히 발을 들여놓기 전인 어른뱃지를 다는 앞이나 뒤다.

그렇게 갓 성인이 된 이들도 그러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이들은 일일히 따지지 못한다.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이들이다.

전후 사정도 이익 관계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바로 앞의 상황에만 집중한다.

(P.214) " ... 너희들은 왜 우리를 도와주는 거지?"

(...중략) 그럼에도 그것은 결코 무심코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 아이들은 기계가 아니며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 왔는데 단지 세상에 나가기 전까지 감추고 있었을 뿐인지, 이들이 섬을 전복할 힘이 없다면 최소한 섬에서 탈출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알아야 했다.

주인공 '마'는 위험을 안고 그들을 구해주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왜 우리를 도와주는 거지?"

나역시 여기서 많은 생각을 한다.

아이는 답한다.

"글쎄요, 생각 안 해 봤어요."라고...

좋게 말해서 저런 대답이 나왔지, 속 마음은 이랬지 않을까.

"도와줘도 지랄이야."라고..

돌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아이들은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이니까.

어른들은 도와주는 것에 갖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니까.

주인공도 '그 전 일'에서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생각하다가 결국 돌아섰던 거였으며, 그것에 대해 그렇게 후회를 했었기에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에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 거였다.

그 질문은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일탈적이어서였다.

너무나도 어의없는 대답을 듣고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P.245) 그리고 지금, 그게 누구든 간에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똑바로 돌아볼 것이다.

라고.........


아이들은 아이들 그 자체다.

그들이 비록 부족할지언정 어른이 무조건적으로 통제하고 간섭하고 명령할 이유는 없다.

그 아이들이 어떤 가정환경을 살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조건이 똑같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조금 더 신경써 그 아이들을 지켜봐주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자.

큰 일탈을 하지 않는 한 그들의 인생을 어른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자.

그들이 어떤 미래를 살지는 신을 빼고는 그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생각한다.

내 아이의 진학문제에 대해, 그리고 가정환경이 안 좋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동정어린 시선만을..

이 글을 쓰는 내 앞에서 이제 중3이 된 내 아이는 게임동영상을 보며 노래를 기분좋게 따라부르고 있다.

친구들과 놀다가 다리를 겹질러왔다고 붕대를 감고 왔음서..

저 아이의 머릿속을 꿰뚫어보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저 아이가 즐기는 그대로 그냥 바라봐주기로..

아이가 실수를 해도 아이가 견뎌낼 수 있는 만큼이라면 무한걱정은 좀 내려놓기로..

아이들을 아이 그래도 바라봐주는 것, 참 쉬우면서 어렵다.


(P.S) p.234 ~p.237까지의 내용은 육아서와 다름없다.

많은 부모들이 읽어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 중 한 문장만 옮겨 놓아본다.

(P.235) 아이는 기다릴 줄 모르고 참을성이 없으며 제멋대로다.

그게 아이다. 그게 정상이다. 어른이 하자는 대로 참는 건 아이가 아니다. 그런 아이가 있다면 그건 말 그대로 그저 참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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