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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 그녀 이름은 by 조남주 | 책리뷰- 소설.문학 2018-09-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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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녀 이름은

조남주 저
다산책방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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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30일>

* 그녀 이름은 by 조남주

* 평점 : ★★★★


현재 가장 핫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저자의 책이다보니 손에 집기가 수월했다.

그녀의 전작도 읽었고, 단편집의 소설도 읽었고..

격한 공감으로 저자의 책들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가진 책들이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할 말이 많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그들의 삶에 대해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후딱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마치 음악에서 1분듣기만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 자체가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화자가 나와 같은 동성이다 보니 이해되는 부분들이 더 많았다고 해야 할 듯 하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포커스가 여성에게만 맞춰 있는 구조가 거슬렸다.

뭐, 책의 흐름을 '그녀'라고 잡아놓았으니 거슬리는 내가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P. 28) 나도 그랬어, 우리 때는 더 했어, 라는 말을 하는 메인작가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 해야 하는 말을 안 하는 사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P. 51) 엄마는 늘 저주처럼 말하지,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고. 근데 엄마 그거 알아?

나는 나 같은 딸로 태어난 게 아니라 나 같은 딸로 키워진 거야, 엄마에 의해서.

(P. 60) 나는 정말 결혼을 하고 싶은가. 아니다. 그런데 왜 조급한가. 스물아홉이라서? 은순이 겪은 모든 일들은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고 스물아홉이기 때문에 벌어진 불행은 아무것도 없다. 서른아홉에도 마흔아홉에도 쉰아홉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P. 90) "결혼해. 좋은 일이 더 많아. 그런데 결혼해도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말고 너로 살아."

그게 쉽지 않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P. 99) "꼭 저 드레스가 입고 싶어서, 황금색 커튼이 싫어서는 아니라는 거 알았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분명 싫다고, 안 한다고 할 때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게 단순히 전화하기 싫어서, 음식 하기 싫어서, 설거지하기 싫어서많은 아닐거야."

(P. 116) 매일 있는 일도 아니고 연초에 자녀 공개 수업이나 상담 두어 번 다녀오는 게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키우는 부모가 그 정도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지도 못하는 회사라면 회사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자기 아이가 몇 반인지도 모르는 부장과 딸의 학교 행사가 모두 지혜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이 달라져야 하는 일이다.

이학기 상담은 남편이 가기로 약속했다.

(P. 182) 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면 됐다고 만족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는 더 힘들고 누구는 덜 힘들고 하는 것 없이 공평하게 일하면 좋겠다.

(P. 188) 남편은 정말 내가 정은이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여자 혼자 사는 게 어떤건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사는 여자의 삶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걸까. (...)

오늘도 남편은 약속이 있고 나는 길 건너 새로 생긴 초밥집에 가볼까 싶다. 살면서 한 번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부터 하려고 한다. 내일은 혼자 영화를 보러 갈 것이고 주말에는 혼자 한강변을 산책할 것이다.

(P. 201) 나 사실 좀 억울하고 답답하고 힘들고 그래. 울 아버지 딸, 당신 아내, 애들 엄마, 그리고 다시 수빈이 할머니가 됐어. 내 인생은 어디에 있을까.

(P. 247)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인지, 곧 사회로 나간다고 생각해서인지 은미는 부쩍 어르스러워졌다. 나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은미가 재밌고 즐겁게, 때로는 실수도 하고 방황도 하고 추억도 많이 만들면서 학창시절을 잘 보냈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은 시간들이다. 은미에게도 학창시절은 풋풋하고 빛나고 아름다워야 한다.

(P. 273)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단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과 태도와 가치관에 따라 얼굴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내가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기만 하지 않는다. 내 삶과 태도와 가치관이 주변의 사람들을, 조직을, 더 넓게는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책임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서민들의 이야기이다.

가진 것이 없어 생활이 치열하다.

가진 것이 없어 부당하기 짝이 없는 대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대단한 가진 것에는 경제부터 권력, 인맥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일개 시민은 상상조차 못할 정도다.

문득, 영화 '베테랑'이 생각났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정당하지만 정당함으로 승부지을 수 없는 이상하고도 이상한 사회.

나 아니어도 누군가는 책임질 거라는, 귀찮아서 봐도 못 본척 넘겨버린, 우리보다는 내가 중요한, 나만 아니면 된다는..

다양한 문제들이 사회 곳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는 것에 우리에게도 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사회를 사는 어른이라면 마땅히 그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 하나가 아니라 우리들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기에..

우리를 위해, 우리들의 아이들을 위해.....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이고 지고 책임을 질 수는 없지만, 별 일인 이야기들이 별 일 아닌 일처럼 흘러 지나가 버리는 것을 눈뜨고 쳐다보고 있지만은 말자.

이 이상한 사회를 깨뜨리기에는 서민들의 힘은 약하지만, 그럼에도 공분하고 행동해야 할 우리가 되어야 안 이상한 사회로 넘어올 수 있을 테니까.


여성, 남성라는 분류에 중점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성과 남성으로 시선을 분산시키지 말고 인간으로 시각을 옮겼으면 한다.

여자와 남자라고 지칭하면서부터 우리는 평등한 시각을 포기하는 것이다.

여자가 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남자가 해서 그런 것이 아닌데, 자꾸만 사람들은 본질을 놓친다.

성별을 따져묻는다.

여자가 하면 뭐가 어때서?

남자가 하면 뭐가 어때서?

성별을 나누기 전에 문제의 본질과 핵심과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임을 스스로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지만, 맘충이 아니다.

내 아이들은 한국에 사는 남자아이들이지만, 한남충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지 벌레가 아니기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손가락에서 튕겨져 나오는 저런 단어에 포함될 수 없다.

우리는 서로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고, 인간임을 제발 포기하지 말자.


p.s : 저자가 할 말이 많다보니, 독자도 할 말이 많아지는가 보다.

머릿속이 과부하되어 이 말 했다 저 말 했다, 횡설수설중이다. (아, 모르겠따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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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by 이혜린 | 책리뷰- 소설.문학 2018-09-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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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혜린 저
arte(아르테)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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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

*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by 이혜린

* 평점 : ★★★★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올랐다 내려갔다.. 제멋대로다.

조울증에 걸린 사람마냥 시간단위 분단위로 기분이 휙휙 바뀐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꿈자리에서 기분 나쁜 대접을 받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했고, 일어나보니 미뤄놓은 집안일로 집은 난장판이고, 아침부터 선약으로 나가 일까지 끝내고 오면 가족들이 집으로 복귀하는 시간이 되어버리는..

삶을 즐겨야 하는데,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이 서글펐고 견디고 있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인 아침부터 기분이 이렇다.

오늘 나를 표현한 적절한 말을 찾아냈다.


(P.195)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에는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많다 보니, 내 마음대로 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그러니 내 한 몸 자유로운 이들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영역이겠지.

내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나의 직업은 주부이고 엄마이다.

이 직업을 택하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감정들, 내 시간이 단 한 개도 없는 것 같은 공허함..

아프지 않으려 약 먹고, 운동하는 것마저 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프면 내 자리를 메꿔줄 대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선택한 이 직업을 감내하기 위해 감정을 다독인다.

괜찮다고, 다 좋은 거라고....

다독인 감정위로 눈에 거슬리는 그 무언가가 생기면 감정은 뒤엎어진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이미 어떤 것이 본 감정인지도 알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정말 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 다 손 놓고 싶은 마음이 저 밑바닥부터 밀려 올라온다.

마치 용암이 밀려나오듯 그렇게...


(P.22) 아니 무슨 인터넷 선은 온 집안 구석구석 '기가로 기가 산다' 기가 팍팍하게 해놓고, 우리나라 인터넷 강국이라 회사에서 부장님 퇴근 안 하고 야근해서, 집에서 인터넷도 못 해보는 게 이게 선진국인가.

(P.24) 이제야 알았다. 한 여자의 성공 뒤에는 다른 어떤 여자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걸.

(P.35) 사직서를 내고 와서 아이를 씻기고 빨래를 개고 설거지를 하고,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엉엉 울어버렸다.

내 손으로 놔버렸지만 못내 아쉬웠다. 결국 나는 대리 진급 앞에서 이렇게 끝나버렸다.

잠시 숨 고른다 생각하자. 맥주 한잔 시원하게 들이켜고 텅 빈 두 손을 본다. 놓아야 잡을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잡기만 하면 된다. 좋은 엄마, 그리고 꿈꾸는 엄마. 이제부터 잡으면 된다.

(P.46) 워킹맘을 하는 것과 전업맘이 되는 것.

사실 이건 가치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지 정말 정답이 없다.

돈이든, 자기 삶의 명예든, 아니면 아이든,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다만 비중과 경중이 어디에 있느냐 차이.

(P.69) 일과 생활이 번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에서, 일에서 삶을 덜어내지도 못하고 삶에서 일을 덜어내지도 못하고 끙끙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일을 한다는 건 일과 삶이 마치 소화불량같은 상태로 꾸역꾸역 이어지는 것과도 같다. 빨래를 돌리고 일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일을 하는 것. 이렇게 일이 조각나는 일상의 단편들은 그렇게 여유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P.140) 돈을 번다고 살림 방어권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돈을 못 번다고 살림 필수권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살림은 사람을 살게 하는 일이다. 그러니 사람이 살아갈 정도로만 융통성 있게 지키면 된다. 살림 자체가 나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보다는, 나도 살고 삶도 살아가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닌가.

(P.193) 엄마들이 일할 수 있는 회사 문화를 만들자. 나의 삶이 건강하게 전환되어 엄마로도 나 자신으로도 균형 있게 살 수 있도록 하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죄스럽지 않고 멋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하는 엄마를 위한 진정한 회사를 만들자.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녀들을 걱정한다.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발 동동 구르며 미친듯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들을 해치우는 그녀.

도대체 잠은 언제 잘까?

맘 편히 잘 수 있는 시간이 그들에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비단 그녀들에게만이 아니라 엄마라는 명찰을 단 모든 이들에게 사회는 인정머리가 없다.

(P.187) 그런 보여주기식 행사로만 머무는 기존 창업 교육 프로그램들을 듣고 볼 때마다 생각한다. 세상은 그냥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구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를 위한 교육을 한다면서 우리를 위한 배려가 없다.

어느 날, 듣고 싶은 강의가 있길래 신청해볼까.. 했더니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란다.

뜨아... 아이들이 집에 있는 토요일인데, 아이들은 어쩌라고..

데리고 가도 되는 강의라 시간이 저런지, 아님 누군가에게 맡기고 오라는 건지..

강의를 듣고 싶은 너희는 을이니 오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는 건가보다.

이런 것을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 저자도 나도 그리고 다른 엄마들도 느낄 텐데, 정작 강의를 잡는 지자체나 교육청들은 느끼질 못한다. 참 애석한 일이다.


엄마라는 명찰, 달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기분.

참 뿌듯하고 참 감사하고, 참 멋진 이름, '엄마'...

그런데, 이 명찰을 단 이들은 능력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집안 일과 육아, 사회 일까지 하기에 이 사회는 녹록치가 않다.

그럼에도 그녀들을 격하게 응원한다.

그녀들의 열정이 꺽이질 않게..

이러한 마인드를 가진 CEO들이 크게 될 수 있게..

그들의 움직임이 나비효과를 만들어 이 사회에서 엄마들의 경력이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게..

절대 '경단녀'라는 해괴망측한 단어가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없게..

그녀들이 말하는 꿈이 현실이 되기를 응원한다.

이렇게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엄마들이 많기를, 그들의 열정이 논바닥 짚풀에 불 옮겨가듯이 순식간에 퍼져 엄마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엄마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한 우리가 되기를....

"집에 좀 들어가요,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가족까지 버려가며 일을 해, 후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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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1) 읽은 책,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 책리뷰- 소설.문학 2018-09-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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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저
엘릭시르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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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일>

*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by 서미애

* 평점 : ★★★★

나의 앎이 부족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그 앎이 꼭 지식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물론,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책을 읽다보면 배경지식이 얕아 원활하게 읽혀지질 않으니까.- 다양한 작가들을 알지 못해 편중된 독서를 하는 앎이다.

김진영 작가의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밤하늘같은 표지에 끌렸고, 음... 또 무엇때문에 이 책에 끌렸을까?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이런 경우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인연..이라고 말하듯 이 책은 나와 인연이 되기 위해 내 눈에 들어왔다.

즐겁게 읽지 못했다.

책이 재미없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침묵한 이들이 나중에서야 하나 둘 나타남에 속상했다.

그렇게 그 날 침묵하지 않고 행동했더라면,

그 날 소리를 냈더라면,

좀 더 솔직했었더라면,

그 날 그렇게 무심하게 넘기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바뀌었을 한 아이의 미래가, 그 누군가의 미래가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한 아이가 왜 죽었는지.. 누군가에게 왜 죽임을 당했는지..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알아야 한다.

거짓으로 진실을 덮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덮은 유예기간을 지나고 나면 진실은 어느 순간이고 튀어 나옴을 알기,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진실을 밝혀야 함은 남겨진 이들이 죽은 고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이다.

 남겨진 이들은 다시는 억울하게 죽는 이가 생기지 않게 그렇게 죽은 이의 삶까지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3년 전 살해당한 어린 딸.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절망 속에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우진에게 누군가 남긴 편지 한 장. '진범은 따로 있다'는 단 한 줄의 메모.

깊은 슬픔으로 무너지던 우진은 딸과 아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 다시 일어난다. 가슴에 묻어둔 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드러나는데…….

-책 뒷표지의 줄거리 인용-


(P. 140) 수정이 적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몇 달 동안 머릿속에서 반복하던 질문들. 만약 수정에게 전화를 했더라면, 만약 수정을 데리러 갔었더라면. 만약, 만약…… 만약.

하지만 '만약'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되돌리지도 못할 시간을 붙잡고 후회와 자책을 해봐야 남는 것은 더 깊은 우울뿐이다.

(P. 185) 곁에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하던 가족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경험을 한 뒤로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그렇게 한순간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죽음이란 것이 그림자처럼 우리의 발끝에 달라붙어 있는 존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P. 187) 늘 곁에 있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딸이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친구들과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노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P. 238) 나쁜 짓을 한 놈은 따로 있는데 정작 마음의 짐을 지고 밤마다 잠을 못 이루는 것은 엉뚱한 사람이다. 그 무게를 느껴야 하는 건 기영이나 아내 같은 사람이 아니다. 놈들이 없었다면 기영이나 아내는 자기 울타리 안에서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을 것이다.

(P. 310) "한 아이의 목숨을 빼앗은 벌이 봉사 활동 몇 시간에 교육 몇 시간이라고? 그걸 당신은 법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건가?"

(P. 377)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어느 때로 돌아가든 답은 같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늘따라 둘째아이가 자장가를 불러달라며 어리광을 부린다.

어렸을 적 읽어주었던 '언제까지 너를 사랑해'에서 나왔던 자장가가 생각나 불러주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사랑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엄마와 10센티밖에 차이 안 날만큼 훌쩍 커버린 아이,

그렇게 커버린 아이에게 팔베개 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얼굴을 만져주었다.

엄마의 팔베개를 하고 자장가를 들으며 꿈나라에 간 아이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쓰담고, 또 쓰담어주고..

만져주고 또 만져보고..

내 눈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 아이를 보며 다시 깨닫는다.

이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내가 방패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이 아이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시샘하는 마음이 아닌 감탄하고 경외하는 마음을 지닌 아이로 자라날 수 있게 해줘야겠다고,

하늘을 쳐다볼 시간, 원없이 뛰어 볼 시간도 없는 시간과 여유에 인색한 아이로 크지 않게 해줘야겠다고..

내 곁에서 고른 숨을 쉬며 잠을 자는 아이를 보며 지금 내 곁에 있음을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 어떠한 일도 후회는 없을 수는 없겠지만 '만약'이란 말을 하며 가슴치는 일이 없게 아이를 만지고, 으스러지도록 꼭 안아준다. 자는 아이 귓가에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준다.


죽음은 어느 누구를 비껴가지 않는다.

불꽃이 마냥 활활 타오르지 않듯이 때가 되면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도 죽음이라는 끝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불변인 것이다.

그 많은 죽음, 그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더라도 아이의 죽음은 최대한 피해야만 하고, 또 그래야만 하는 죽음인 거다.

아파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그러할진대 억울하게 생명을 빼앗겨버리는 죽음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눈 앞에서 꺼져가는 어리디 어린생명들이 보이는데 어찌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을까?

가진 것 있는 이들만 자식이 귀한 것이 아니다.

아무 것도 없는 소시민들에게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자식이 귀하고 사랑스럽고 예쁘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아는 그런 당연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자신과 타인에게 들이미는 잣대가 평등한 것이 상식인 당연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

모든 사람 앞에 제발, 제~~~발 법이 공정하길..

가진 것 많은 이들- 꽤나 지식 많고 말빨 된다는 이들, 인맥이 백두대간을 넘을만큼 차고 넘치는 이들- 만 누리는 법이 아니길..

그런 상식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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