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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틈과 틈 사이를 여행과 술, 책과 글쓰기로 채워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수제맥주> 를 썼습니다. <볼 빨간 부녀 우리술 여행기>를 연재하고, 3월, 책방 데어이즈북스 오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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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 re:view 2020-03-1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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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늘 그렇지만, 내가 기록하는 모든 것은 다분히 사적이면서 공적인 동기 부여가 있을 때에만 남겨진다. 프리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곧 그림책 책방을 여는 내게 지난주에 관람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는 필요 이상의 전시였고, “관람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을까?”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를 했다.


이번 전시에 동행한 이는 바로 매니저다. 어찌 보면 데어이즈북스의 회동일 수도 있고, 그림책을 좋아하는 직원을 위한 업무시간 중의 조금의 배려였을지도 모르지만, 지난 금요일 오후에 방문한 예술의전당은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고요한 공간이었다. 그 고요함을 자극하는 건 다름 아닌 한 면을 가득 채운 일러스트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2017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최고의 출판사로 선정되었던 보림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을 보는 벽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40여년간 꾸준히 세계적인 그림책들을 번역하고 출간한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했지만, 그림책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초석이 되어준 기획전시기도 했다.



A picturebook is the first art gallery a child visits. By Kveta Pacovska

그림책은 어린이가 만나는 첫 번째 미술관이다. By  크베타 파초프스카



체코를 대표하는 유명 그림책 작가의 문장에서 시작하는 이번 전시는 2019년을 주름잡았던 그림책 일러스트의 A부터 Z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볼로냐를 방문하지 않아도 관람객들이 쉽고 편하게 그림책을 접할 수 있기에 어른부터 어린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그림책을 몰라도 좋지만, 알고 보면 더 알차다.


일반 수상 작품들을 관람하기 전 볼로냐가 어떤 도시인지, 볼로냐아동도서전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시점에서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했는지, 이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전시로 일러스트가 가진 무한성을 직시할 수 있는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 도쿄를 거쳐 한국 서울에서 423일까지 전시 후 중국 3대 도시에서 여정이 계속된다는데, 코로나 19 사태 때문일까? 볼로냐도 그렇고, 서울 이후 전시 일정이 걱정이 앞섰다.


이 걱정을 뒤로 한 채 전시를 관람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포인트는 바로 수상자들의 정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던 캡션이었다. 지금까지 관람한 대다수의 전시들은 간단한 작품명과 조금은 추가된 제작 정보라 할까? 이번 전시에서는 가제 손수건과 같은 정사각형 모양의 천에 각 작품의 정보가 프린트 되어서 소개가 되었는데, 일러스트 전시이기 때문일까? 그 관련성과 제작 센스가 기억이 남는다.



또 하나 더, 관람객과 작가의 소통이 중요시되는 요즘 시대에 SNS는 필수 아닌 필수. 이번 전시 캡션에서는 작가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소개되어 궁금하다면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연결성을 돋보이게 하였다. 지난 출판저널 서평 표지에서 만났던 차영경 작가의 백설공주 작품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수상 작가 중 또 다른 한국 출신 김슬기 작가를 새로 알게 되었다. 좀 더 궁금한 작가들은 바로바로 찾아보며 궁금증을 스스로 풀어가며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를 더했다.


Momo&Toto, 김슬기 작가

그렇다면 일러스트와 이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 매력을 단답으로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전시 관람 후 구입한 도록에서 그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Q) 오늘날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들은 어린이들의 시간과 관심을 두고 많은 디지털 포맷의 엔터테이먼트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예전보다 그림책처럼 전통적인 수단을 통해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기가 더 어려운가요?


A) 사실 지금은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어려움을 디지털 매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영감을 줄지, 혹은 어떻게 시간을 채울지를 결정하는 부모나 보호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첫번째 이자 가장 결정적인 경쟁은 아이들의 시간이 아니라 부모의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중략) 당신이 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당신은 단지 동료 관객이 아니라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책을 읽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데 시간을 쏟는다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50년 전보다 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열려있고 배우고 발견하기를 열망합니다. (중략) -도록 65~66페이지



Q) 아동을 위한 그림책은 죽음, 질병, 사망 또는 전쟁 등 어려운 주제들에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하나요?


A) 왜 우리는 어린이들과 대화할 때 특정한 주제를 배제해야 하나요? 무엇 때문인가요? 성인들의 이러한 노력은 아동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피해를 입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내재화하지 않은 것은 우리 어른들의 편견입니다. 그들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넓은 범위의 가능성을 제시하도록 합시다. -도록 68페이지

Q)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전시에 선정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여러 자질이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열려 있는지여부입니다. 독자가 그림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 이미지가 보는 이를 자극하여 자신의 상상력을 사용하게 하는지 등입니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유머를 담고 있냐는 것입니다. 기술도 소중한 자질이지만, 표현과 상상력이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록 102페이지


도록에서 말했듯이, 이들의 매력은 마치 도화지와 같다고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도화지에 그리는 모든 것들이 동일하지 않고, 다름의 차이가 미학인 셈이다. 무엇보다 그 내용이 선과 악, 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표현한다는 점이 바로 나는 일러스트와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진 매력이라 말하고 싶다. 또한, 디지털 포맷의 홍수 속에서 그림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명시한 점도 깊게 공감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인지, 책방지기여서인지, 그 두가지의 역할 사이에서 내가 확립해야 할 동기가 분명해진 셈이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는 다채로운 일러스트들과 이를 작업한 이들의 꿈을 만날 수 있는 향연과도 같았다. 눈으로 풍성한 컨텐츠들을 충분히 만끽했던 전시였고, 나아가 지난 볼로냐 여행을 추억하는 The Art of Travel, The Art of Bologna, 내 안에 깊은 안목의 아트를 더하다, ART INSIGHT까지 눈에서 시작해 영혼까지 채워주는 전시였다. 코로나 19 사태로 미지수이지만, 올해는 어떤 작품이 수상을 할까?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20>을 기대해 보며 관람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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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총보가 강한 실 | re: view 2020-03-1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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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총보다 강한 실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저/안진이 역
윌북(willbook)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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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한 실: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1. 단추에서 실과 바늘로, 내 인생의 실타래


책방 오픈 준비로 하루하루가 바쁜 요즘, 육아와 업무로 없는 틈 사이에서 고른 책은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Kassia St Clair가 쓴 윌북 출판사의 <총보다 강한 실>이다.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라는 부제를 담은 이 책은 출간 즉시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다.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두가지. 첫번째 이유는 곧 오픈하는 데어이즈북스와 원데이 클래스 브랜드 시시소소’ (시시하지 않은 소소한 당신의 취미)가 바로 이 책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두 로고의 의미는 실에 바늘을 꿰 듯 신중하고 세심하게, 매듭을 엮듯 연결되어 심도 있게 라는 의미로 실과 바늘에서 따 왔다.


두번째 이유는, 20176,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한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에서 관람이 이 책을 이끌었다. 당시 관람후기에 적어 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참고: http://womanandjourney.com/221039620707)


단추가 해가 거듭할수록 더 화려해지고, 의미가 부여되는 시대에 여성의 인권도 함께 성장했다. 이건 내가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깨달은 큰 즐거움이다. 중세시대 신부나 귀족 등 한정적인 신분에만 치장할 수 있었던 단추가 어느 순간 보여지는 'IT' 아이템으로 변화하는 순간, 여성들의 대외활동도 활발해졌을 터. 이런 의미에서 단추는 여성의 인권에 큰 영향을 끼친 중요한 역사적 산물이었다.


당시 관람했던 전시는 꽤나 내게 인상적이었고, 이후 단추에서 이어진 여성의 인권은 내게 끊이지 않는 호기심을 유발했고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단추에서 실과 바늘로 이어졌고 내 사업, 그러니까 내 일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매개체가, 내 인생의 실타래가 되었다.



2. 13색 실로 풀어 놓은 화려한 실의 세계사


원제 How Fabric Changed History이 이 책은 저자인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의 안목과 지식이한 권으로 탄생한 책이다. 옥스퍼드에서 18세기 여성 복식사와 무도회 연구를 전공한 그녀의 모든 지식의 집합체라고 할까?


1장 동굴 속의 섬유부터 제 13장 황금빛 망토까지 실에 관한 13가지 테마의 세계사를 서문에서부터 풀어낸다. 13가지의 이야기는 시간 순으로, 실이 탄생한 역사부터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와 함께 할 실의 변모사를 두루 읽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저자의 깊은 관심사가 아니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총보다 강한 실>이라는 제목처럼, 실이 총보다 강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은 Absolutely YES. 이 책은 사실에 기반한 실의 역사를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지극히 페미니즘 시선에서 바라봤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실이라는 사물이 여성과 동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음에서 그 관점을 바라보고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의 이야기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실에 관한 다양한 문헌에서 발췌해 온 비유와 문장들이다. 언어의 유래에서부터 신화와 속담, 일화와 문화 역사까지. 각각의 장마다 매력적인 실의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에 유쾌하게 고개를 끄덕인다면, 당신은 이미 이 책에 매료된 것이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 영국 속담, 15세기 ? 본문 44페이지, 털은 어디로 갔는가?

여자들은 남자, 직업, , 자녀, 친구, 사치품, 편안함, 독립, 자유, 존중, 사랑, 그리고 올이 풀리지 않는 저렴한 스타킹을 원한다. 필리스 딜러Phyllis Diller, 미국 희극배우 -본문 278페이지, 시장에서



3. 매혹적인 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다


모든 장의 이야기들이 관심을 끌었지만, 그 중 두가지를 서평에서 남기고 싶다. 이 책의 86페이지에 소개된 선기도璣圖詩란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여자가 한을 풀기 위해, 바늘로 허벅지를 찔렀다던 옛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옛적 여자들은 한을 풀기 위해 실과 바늘을 도구 삼아 매일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4세기 중국에 살던 여인, 소혜蘇蕙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사랑한다며 고백하던 남편이 유배지에 도착하자 마자 다른 여자를 첩으로 맞아들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소혜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감히 상상하기가 무서울 정도다. 소혜는 답답했던 심정, 한을 <선기도 璇璣圖, Star Gauge>라는 작품을 만들어 승화하였다.


선기도 璇璣圖, Star Gauge (출처: 구글)


가로 29, 세로 29자로 이뤄진 정사각형 모양의 이 작품은 회문시(어느 방향으로나 읽을 수 있는 형식)로 남겼다. 당시 글을 쓸 줄 알았던 여인도 소수였을텐데 이처럼 시까지 작문을 하면서 독창적인 수법으로 작품을 남겼을 소혜. 이 시대 여류 시인의 작품 가운데 아직까지 유일하게 전해지는 게 바로 이 선기도란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백 년 동안 선기도는 보물로 간주되지도 않고, 분실된 적도 있다고 하니, 실연당한 여인의 작품이 다시 한번 실연당한 셈이다.



두번째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는 <레이스 뜨는 여인>이라는 작품이다.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페이르가 말년에 제작했다는 이 그림은 당시 바느질을 하던 여인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작품이 내게 의미를 남긴 건 바로 여자의 미덕=바느질이라는 역사적 고충 때문이다.





당대 사람들은 <레이스 뜨는 여인>을 여자들의 미덕을 표현한 교훈적인 작품으로 이해했다. 바느질은 여자들의 일 중에 가치 있는 것이고, 여자들이 그 일에 집중하면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얌전히 집 안에 머물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본문 185페이지



어쩜 이리도 동서양이 비슷한 생각을 하였을까? 그런데 이 그림을 다시 생각하면, 이렇게도 받아들일 수 있다. 레이스를 뜨는 건 평범함 여인네였을지도 모르지만, 이 레이스를 입은 건 부를 누리던 이들이었고, 그들의 욕심이 파장을 일으키고, 동서양을 교역하게 하고, 실의 위대한 발전을 가져오고,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것임을.



서문에서 저자는 직물로 만든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옷임을, 실과 직물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고, 없어서는 안될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노트북에도 존재하고, 앉아 있는 소파에도, 북극을 탐험하는 이들에게도, 우주비행사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이다. 어쩌면 직물 산업은 농업이나 목축업보다 오래 됐을지도 모른다고, 직물이야말로 최초의 첨단 기술이라고 말이다.


4. Text와 직물Textile의 즐거운 여정


세계사를 풀어낸 책들은 이미 서가에, 세상에 수없이 많다. 학창 시절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온전한 나의 관심으로 세계사를 공부하고 싶다면, 관심 있는 주제를 발판 삼아 세계사를 공부해 보길, 독서해 보길 추천한다. 내 경우 맥주가 그랬고, 이번에 읽은 실과 바늘이 그랬다.


인간이 어쩌다 옷을 입게 되었고, 실크로드가 탄생하고, 또 레이스와 우주복이 탄생했는지, 그 기막힌 여정의 시작은 실과 바늘, 바로 직물에서 시작했다. 바늘로 꿰 맨 실의 여정, 그 길을 함께 탐독하고 싶다면, <총보다 강한 실>을 추천한다. ‘총 맞은 것처럼보다 더 아찔한 여정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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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 pre: view 2020-03-0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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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정확히는 책방지기 엄마가 되었다. 곧 오픈하는 책방은 두 층에 나뉘어 어른과 어린이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그중 어린이를 위한 책방을 주제로 지난 2월부터 한 언론매체에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오픈하는 어린이 책방은 [AROUND THE PICTURE]이라는 주제로 준비하였다. 총 세가지 테마로,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책으로 바라보는 [나의 작은 세상 EXPLORE MY WORLD], 책으로 더 큰 세계와 세상을 배울 수 있는 [나의 커다란 세상 EXPLORE BIG WORLD], 책으로 만나는 영웅 [MY HERO] 맞이한다. 더불어 [BIG BOOK]으로 함께 책놀이를 하고, 매월 테마가 있는 [LOVE BOOKS]와 외국의 이색적인 그림책 소개까지 알차게 준비하였다.



The Art of Travel, The Art of Bologna

책의 검색이 아닌 발견이 있는 곳, 책을 발견하고 읽으며 함께 배우, 꿈을 키워가는 공간으로 모두를 초대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책방 준비를 하면서 가장 유념해 둔 섹션은 그림책 PICTURE BOOK’이었다. 그림책과 관련된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누구보다 그림책에 대한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림책의 세계적인 이 전시는 놓치지 않는 법.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하고 싶은 (매년이면 더 좋겠지만) 바로 국제 아동도서들을 두루 만날 수 있는 <볼로냐 아동도서전>이다. 이 전시를 알게 된 건 우연히 이탈리아 친구를 만나러 볼로냐로 여행을 하면서다. 20071월의 겨울을 보냈던 볼로냐는 지금도 소중히 아끼는 그림책만큼 아련하고도 그리운 도시이기도 하다. 당시 내 일기장에 남긴 볼로냐는 이렇다.


Bologna_중세 도시를 찾아서

난 처음 너가 볼로냐 대학에 다닌다고 했을 때 그 대학이 뭔지도 몰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11세기에 창립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며? 그 때 너가 알려준 그 관이 세계 최초 인체해부를 했던 곳이라며 자랑하던 볼로냐 대학. 난 그런 너를 보며 여기서 공부했었던 옛 학자들을 떠올려 봤었어


볼로냐에 처음 도착했을 때 너가 소개해 줬던 Torri Pendenti 기억 나? 황제파랑 귀족파랑 누가 더 높이 쌓나 경쟁했었다고 했잖아. 난 그 높이를 정확히 재야겠다고 발버둥을 쳤는데 입장불가라고 해서 어이없어 했었지. ! 너가 소개해 준 시칠리아 전통음식 말이야. 너의 고향인 시칠리아에서 우연히 볼로냐로 유학 오면서 너네 엄마가 너를 위해 만들어 주었다던,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난 그게 가끔 미친듯이 그리워


우리 처음 밀라노에서 만나 내 전공이 사회복지라고 했더니 나를 위해 볼로냐 장애인복지센터에 직접 데려가 소개해주며 이것저것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한국은 어떻냐고 물어봤던 너의 모습. 크리스마스도 내 생일도 마다하고 밀라노로 봉사를 왔던 내게 성심성의껏 준비했던 너의 생일선물. 절대 잊지 못할거야. 기다려. 지금 내가 널 보러 볼로냐로 다시 가고 있어.


아쉽게도 일기장에 써내려 갔던 것처럼 그 이후로 볼로냐를 가지는 못했다. 늘 마음 어딘가는 볼로냐로 향해 있는데, 지금의 나는 1월에 태어난 아가의 육아와 책방 창업이란 현실에 멀리 떠나지는 못하는 신세다. 이런 내게 잠시나마 볼로냐와 그림책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2019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들의 작품을 전시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가 서울을 찾았다.









서울에서 만나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1967년부터 지금까지 53회째, 세계 80여 개국의 3천여 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지원해 70여명의 수상 작가이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작품들을 보여주는 이 전시는 세계 일러스트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19년 전시 수상작들과 2018년 수상자벤디 베르니치특별전,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상>수상 도서들도 함께 전시가 기획되어 소개되어 볼로냐에 가지 않아도 마음껏 그 진가를 즐길 수 있다.


<볼로냐아동도서전BCBF>의 가장 메인 프로그램이자,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재능을 맘껏 소개하는 전시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그림책컨텐츠로, 나아가 세계 최고의 일러스트 전시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번 전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개인적인 취향에다 더불어 곧 오픈하는 책방의 그림책와 콘텐츠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내게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덕업일치의 무대이기도 때문이다. 볼로냐까지 멀리 가지 않고도 이를 즐길 수 있는 건 행운 아닌 행운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여섯 가지 전시 포인트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바로 2019 수상 작가 76명의 일러스트 원화 60점을 직접 눈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 2018 우승자인 벤디 베르니치Vendi Verni? (Croatia)의 책과 원화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시와 <볼로냐아동도서전2019> 비주얼 아이덴티티 선정작가, Masha Titova 특별전.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라가치상수상도서 16권을 전시한다


아울러 40여년간 국내 그림책을 전문 출판해 온 보림출판사(곧 나도 출판사 미팅을 가질 계획이다)의 세계적인 그림책들과 볼로냐의 매력을 찾는 다양한 미션들이 전시에서 준비되었다. 이번 전시는 423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내 안에 깊은 안목의 아트를 더하다, ART INSIGHT.

전시를 관람하고 그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그저 전시를 다녀온 발자취를 남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544. 남편과 아이는 곤히 자고 있고, 아이의 수유를 챙기고 일어나 내 심신이 가장 온전하고 고요한 시간에 이 글을 쓴다.


20149월부터 아트인사이트에 남긴 글은 오랜 기록만큼이나 그동안의 내가 예술을 바라보는 안목 또한 깊어짐의 증거이자 증표로 남아 있다. 내게 예술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향유하게 하는 이상 理想이다.


이번 전시가 책방지기가 된 내게는 더 큰 의미와 안목을 더하지 않을까. 그 이상이 현실이 되고 나아가 곧 오픈하는 책방에 자양분이 되는 책방지기가,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자 아트인사이트의 필진으로 지속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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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출판저널 (격월간) : 신년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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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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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기록하다

 출판저널 515호


목적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독서의 시작


이 책을 접어든 건 다분한 이유가 있었다. 사적인 관심이 우선이었지만, 목적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동기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바로 내가 출판사를 차리고, 책방을 차렸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출판사 등록을 하고 책방 오픈을 준비 중이다. 작년 5월부터 준비한 창업이 이제서야 조금씩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사계절 가까이 책방의 터를 잡고, 직원을 채용하고, 이름을 정하고, 가구를 제작하고, 책과 소품을 주문하고, 다음주부터는 출판사 미팅을 시작한다. 


다소 불투명했던 창업 준비가 비로소 현실적인 감각으로 익히고 다가오자, 독자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것들이 이제 다른 시점과 관점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출판저널이 그랬다.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을 특별좌담으로 내세운 515호, 2020년 신년호의 주제는 쉽사리 지나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더불어 서점의 미래와 2020년 출판산업 전망, 나아가 출판평론과 이슈들까지, 하나라도 놓치기 아쉬운 실무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기에 바쁜 틈을 내서 읽기 시작했다.



출판의 미래가 곧 나와 우리의 미래


창간 33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출판저널의 연중특별기획은 <출판, 서점, 도서관의 책문화>다. 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삼각관계 혹은 실타래처럼 엮인 관계인 세 관점에서 바라본 각각의 미래들은 문장 하나 놓치지 않고 공감하며 읽었다. 큰 매출을 일으키는 사업이라 볼 수 없는 출판업의 매력은 바로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출판업을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하여 귀 기울이고 밑줄 그으며 읽은 인생담론, 가보지 못했지만 늘 궁금했던 동네서점인 번역가의 서재, 훗날 꼭 이루고 싶은 해외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조성을 묵묵히 실천해 온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이야기까지. 출판이 이루어 낼 무한한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글귀와 문단들이었다. (부끄럽게도 명성만 들었지 아직 읽지 못했던) 김진명 작가의 멋진 도전인 직지심경 연구 인터뷰는 민족의 얼과 혼을 잊고서는 우리의 미래가 없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장이었다.



2020년 출판 트랜드: 테크콘텐츠, 액티브 시니어, 오디오북과 셀프퍼블리싱


매년 초, 트렌드 서적을 읽으며 앞으로의 일년을 예측해 보는 건 이제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다양한 사업분야의 트렌드 중 출판 트렌드를 비춰볼 전문 칼럼이나 기사가 다소 부족한 가운데, 출판저널 515호에서 소개한 <2020년 출판산업 전망> 칼럼은 여러 모로 실용적이고 유용적이었다.


특히 도서 구매의 핵심 고객층이 3040대에서 4050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접근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이 점은 책방 도서 입고 작업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요인임을 체크해 두었다. 이 외에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운영 투명성, EBS의 상업출판, 제1차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풀어나가야 할 출판계의 과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출판학의 부재와 각 주체들의 능동성과 유연성이 필요


출판저널 515호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와 내용을 다룬 부분은 바로 특별좌담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이다. 이 좌담은 출판계와 더불어 독자와 관계자들도 두루 읽으면 서로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방안을 모색하기 좋은 내용들이라 추천하는 바다.


이번 좌담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바로 현 대학교육에서 출판학의 전문화가 부재하다는 점이었다. 문헌정보학 혹은 신문방송학 등 관련된 학문들의 전문화는 있었지만, 출판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건 실로 의아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출판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 중에 제대로 출판을 전공하거나 혹은 연구한 이들이 부족하다는 결론으로도 도달할 수 있다. (실제 책방을 여는 나 또한 지금껏 출판과 관련된 경력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전공이나 경력의 전문화가 모든 걸 뒷받침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충분하고도 풍부한 경험과 이론의 조화는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출판의 위상은 바로 출판학, 출판계 인력들의 양성과 전문화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이번 좌담에서는 책을 공공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오고 간다. 책은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 나의 의견은 이렇다. 어느 하나로 정의 내리고, 한 측면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둘 사이의 조화,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책은 다분히 사적인 취향을 담기도 하며, 목적과 목표를 지닌 공적인 요인을 담고도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내가 관심 있게 본 주제는 바로 ‘출판업계의 사회공헌’이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나의 대학 전공은 사회복지학이고, 졸업 당시 장래희망은 사회공헌 담당자였다. 다행히 그 꿈을 외국계 기업 사회공헌팀에 근무하며 이뤘는데, 전공과 경력 때문일까? 이 대담이 다소 짧았던 건 아쉬웠다.


특별좌담은 열린 토론으로 진행되어 생각할 거리를 깊게 짚어주었다. ‘책문화생태계’의 생태계란 단어를 놓치지 말고 주목해야 함을, 사전적 의미인 ‘어느 환경 안에서 사는 생물군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한 복합 체계’처럼 각 주체들의 오픈 마인드, 능동성과 유연성이 힘을 발휘하고 협업한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밝게 전망할 수 있지 않을까?



독자들의 이야기: 너의 목소리를 보여줘


잡지나 사보를 즐겨 읽는 내 입장에서는 얼마나 독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는가? 따라 편집인의 수용성을 가늠할 수 있다. 출판저널 515호에서는 독자에디터 외에도 아트인사이트 전문 필진 등 두루두루 독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책의 미래,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 글에서 ‘도서관처럼 편안하게 쉬며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곳으로 그 공간 속에서 연결, 참여, 추억, 가치를 제공하는 형태의 전환으로 국내에서도 서점이 고객의 접근과 문화적 가치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아파트먼트. 간결함과 정성을 담은 빵과 커피, 정원 그리고 책방이 있는 따듯함을 담은 이웃으로 만나요’라는 소개를 담은 도화아파트먼트를 미리보기한 셈이라 할까?  



독서경영: 재독하는 삶, 경영하는 삶


재독. 다시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오픈 준비에 최근 아기까지 낳아 초보 육아로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는 내게는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마음이 와 닿는 무언가, 특히 아련함이 전해지는 글귀가 그리울 때 펼쳐보게 되는 책이 있다.


최근 류시화 작가의 책이 그랬고,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예쁜약국’의 주인장이 다시 읽었다는 정여울 작가의 <공부할 권리>가 그렇다. 인터뷰를 읽으며 나 또한 책장 깊숙이 세워 둔 정 작가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펼쳐 보니 책의 끝자락에 밑줄을 그어 둔 글귀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상처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일이었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스스로 마취약도 없이 내 상처를 꿰매는 멋진(그러나 조금은 엽기적인)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내 상처를 꼭 끌어안은 채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이런 기쁨을 더 많은 사람과 은밀하게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346 페이지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첫 이유는 더 이상의 목적지향적인 공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며 쳇바퀴 굴러가는 삶에서 무언가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차오를 때 꺼내든 책이고,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수제맥주에 빠졌고, 공부를 하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출간했다. 그 때의 열정은 이제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바다 속 물방울, 혹은 구름 속 빗방울처럼 다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바라 건데, 진심으로 바라는 건 후자다.


<왜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가> 지윤주 독서전문가가 소개한 칼럼은 왜 아이들에게 독서가 중요한 지에 대해 다시 새겨볼 수 있는 장이었고, 구어체보다 문어체 중심의 표현의 새로운 접근법을 알게 되어 의미 있었다.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책방을 준비하는 내게 살뜰한 조언, 독서만큼 경영의 팁을 톡톡히 얻었다.



Have a Nice Day. Have a Book Day.


출판저널 515호 서평을 마무리하는 지금 시간은 밤 11시 42분, 자정 무렵이다. 아가와 남편은 모두 곤히 잠든 이 시간, 오랜 시간 일자목으로 고생하던 내가 수유로 드디어 탈이 난 팔과 목을 붙잡고 책을 읽고 자판을 치며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치열하게 산 삶의 기록이자, 책이 주는 강력하고도 위대한 힘을 믿기 때문이다. 33년 넘게 제자리를 지켜온 출판저널처럼, 내 일생이자 일상이란 곁에도 책이 늘 제자리를 지켰으면 한다. 지금처럼 변치 않고 영원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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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놀랍고도 아름다운 '280일'을 보내며 읽은 책, 아가마중 | re: view 2020-02-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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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가 마중

박완서 저/김재홍 그림
한울림 | 201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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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책방지기 엄마는 배 속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줬을까


2020년 1월 3일. 이틀이나 이어진 유도 분만의 고통과, 아가를 기다리느라 애타는 마음이 교차했던 겨울밤. 나는 나와 생일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36번째 나의 생일은 두 배의 기쁨과 축하가 함께한 하루였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자그마한 아가를 마주하니 2019년 3월 결혼, 4월 임신, 5월 책방 창업,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280일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여행작가로 일하며 책방지기를 준비하던 내게 임신은 '아직'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 모두에게 축복받은 임신이었지만 그로 인해 좋아하는 여행을 못 하게 된 아쉬움은 부정할 수 없었다. 불러오는 배를 어루만지며 책방 오픈을 동시에 준비하는 현실 또한 쉽지 않았다. 

엄마가 된다는 건 암흑 속에서 빛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물론, 아빠가 된다는 것도). 말끔하지 않은 컨디션, 변해가는 체형에 생각이 복잡해진다. 요즘 나는 내려놓기를 많이 하고 있다. 처음엔 스트레스 없는 태교를 위해서였지만, 결국 내려놓지 않음으로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에 혼자 먼저 지칠까 봐 두려웠다. 혹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다 탈이 날까 봐. 여자이자, 아내이자, 엄마로 내가 감당하고 지속해야 할 삶의 역할들에 긴 숨으로 잘해 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숱한 고민들로 임신 당시 일기장을 가득 채웠다. 일기를 적으며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함’을 의미하는 마중처럼, 그저 아가를 잘 '마중'하는 일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깨달았다. 업무와 태교 사이, 일상과 여유 사이에서 밸런스를 지키며 출산까지 무탈하길 바라며 아가를 기다렸다.

◇ 아가를 마중나온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아가 마중」

책방을 준비하는 엄마가 아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태교는 바로 ‘책 태교’였다.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담아 280일 동안 수많은 책을 읽어주며 아가와 교감했다. 엄마가 된다는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하는 아가를 마중하는 일은 실로 쉽지 않았지만 귀하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수많은 책 태교 중 으뜸을 고르라면 나는 「아가 마중」(박완서 글, 김재홍 그림, 한울림, 2011년)을 꼽는다. 이 책은 우리 주변 이웃들의 삶을 재치 있고 공감가는 글로 표현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박완서 작가의 그림책이다. 또한 이 책은 출간을 앞두고 별세한 작가의 유작이자 그녀가 살아생전 가장 아끼던 작품이기도 하다.


“골목 속의 작은 집 새댁이 아가를 뱄습니다. 처음으로 엄마가 되는 것입니다. 

첫아기 맞을 준비가 대단합니다." ⓒ한울림



“골목 속의 작은 집 새댁이 아가를 뱄습니다. 처음으로 엄마가 되는 것입니다. 첫아기 맞을 준비가 대단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아가 마중」은 처음 아가를 맞이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글과 그림으로, 그리고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엄마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배 속의 아기에게 나누어 줘야 한다'라고 생각한 엄마는 세상까지도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담장 안의 집안만 생각했던 엄마는 담장 밖 신문 배달 소년에게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고 악수를 하며 찬란한 하루를 선물한다. 

'어떻게 하면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아빠는 아기 침대를 고치고, 방 안의 벽지를 바꾸고, 위험하거나 고장이 잘 나는 장난감이 없나 살핀다. 집 안의 모든 것이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한 아빠는 놀이터의 그네도 고친다. 아빠는 아기를 마음 놓고 마중하고, 마음 놓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랑하는 마음들에 대해 새롭게 눈뜨지 않으면 안 됨을 알게 되는 놀랍고 아름다운 발견을 하게 된다.

골목 속 작은 집에는 아기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빠 말고도 할머니가 있다.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 태어나고 죽음을 수없이 보아 온 할머니의 눈빛은 흐려지고, 살갗은 고목 껍질처럼 찌들고 깊게 주름졌지만, 아가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다. 어떤 선물보다 아가를 행복하게 하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으뜸가는 선물, 바로 ‘이야기’이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적부터 수많은 할머니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온 이야기는 어린이 속에 들어가 어린이의 꿈이 되고, 죽어 버린 이야기를 살려낸다. 할머니는 많이 늙은 것만큼 많이 지혜롭기 때문에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아기의 걸음마를 따라 아기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한 마디 한 마디가 숨 쉬는 이야기를 선물한다. 오래오래 사는 동안에 터득한 지혜로, 보잘것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비밀을 가지고 있음을. 그리고 사물의 비밀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사는 참 맛임을 아기에게 알려준다.


영화 '감쪽같은 그녀'의 한 장면. 변말순 역의 나문희(왼쪽)와 나공주 역의 김수안. ⓒ㈜지오필름



「아가 마중」은 지난 12월에 개봉한 영화 '감쪽같은 그녀' 중 손녀 '공주'가 직접 쓴 동화 끝자락, 아기 삽살개에게 건네는 할머니의 따스한 말 한마디 “삽살개야,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를 떠오르게 한다. 서로에게 낯설기만 했던 할머니와 손녀가 가족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며 따듯함을 선사했던 영화처럼 책의 마무리도 마음 한쪽에 훈훈함을 더한다.

입춘이 지났지만 온기로 세상을 채우기엔 아직 부족한 겨울의 끝자락이다. 추운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줄 그림책과 이 겨울의 끝을 보내보면 어떨까? ‘감쪽같았던’ 박완서 할머니의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이야기 「아가 마중」과 함께 말이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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