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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한강]삶의 이유보다 중요한 죽음의 "이유" | Memento 2017-10-3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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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소년이 온다

한강 저
창비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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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유보다 중요한 죽음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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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끝이다. 하나의 세계가 사라진다. 기억과 의미가 다시 찾을 수 없는 영원한 세계로 넘어간다. 바스러진다. 다음 세계를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종교는 다음 세계를 상정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음 세계를 증명한 이는 없다. 끝이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다. 종말 한 세계와 이어진 또 다른 세계, 다른 삶은 상처 받는다. 파괴된 세계는 끝났지만, 또 다른 세계와 이어져서 계속된다.

삶에는 이유가 없어도 좋다. 그러나 죽음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죽음, 그 자체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의 삶을 위해서. p.7 <별을 스치는 바람>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내내 이 글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삶이라고 이유가 필요 없을 리 있겠는가. 삶이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은 "이유"를 찾는 과정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이유보다는 죽음의 근거, 이유가 절실하다. 왜냐하면 살아남은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이유를 찾기보다 죽음의 이유를 찾는 일이 더 어렵다. 누구도 이유를 명확하게 증명할 수 없는데다가, 증언해줄 이도 이미 없기 때문에.

현대사에서 집단적인 죽음은 여러 차례 있었다. 식민지와 분단시대에 모순은 6.25전쟁을 통해 한반도를 죽음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전쟁에는 이유가 없었다. 내가 아니면 네가 죽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한 일이 이유라면 이유다. 형제고, 이웃이고, 같은 민족이고 중요하지 않다. 살기 위해서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

광주민주화 운동은 집단적인 죽음의 기억이다. 게다가 베트남 전쟁의 경험은 (황석영의 표현대로) 자국민에게까지 그 폭력을 행사하게 만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찾아 해매이게 만들었다. 죽은 사람은 세계가 파괴되어 끝이 났다. 반면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남은 대로 이유를 찾아 떠돌았다. 살아남은 일이 죄책감이 되어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p.141"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치욕과 싸 p.186"우는 그들을 향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설픈 위로? "먹는다는 것"조차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p.118" 삶의 근원적인 치욕을 맛본 그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과거로 시간을 돌리는 길이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학살 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p.239" 혹자들은 말한다. 간첩이 있었다고. 그들은 폭도였다고.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p.157" 양심을 지녔던 사람들. "인간의 본질"에 대해 회의하고,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p.133"가야했던 생존자들에게 우리가 할 말은 그 뿐일까. 그들의 피 값으로 오늘날을 누리는 우리는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죽은 자들만이 "희생자"일까.

우리는 아직도 죽음에 "이유"를 주지 못했다. 집단적 죽음 앞에, 세계와 우주의 파괴 앞에 우리는 조롱밖에 주지 않는다. 지겹다고 그만하라 외친다. 보상을 바라냐고 말한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단지, 어째서 죽어야만 했고. 왜 죽어야만 했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조롱만이, 이념만이, 이익만이 중요하다. 살아남은 자는 "이유"가 필요하다. 보상과 복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의 "이유"에 너무나도 박하다. 언제가 되어야만 우리 사회는 이유에 박하지 않을까. 진실이 "캄캄한 데로"가지 않고 "저기 밝은 데" "꽃 핀 쪽으로 p.266" 나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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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혀 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 p.118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p.132)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가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p.133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p.142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양심. (p.156)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p.157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p.184)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p.185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p.186

저는 그 폭력의 경험을, 열흘이란 짧은 항쟁 기간으로 국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체르노빌의 피폭이(p.223) 지나간 것이 아니라 몇십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허락된다면 앞으로 십년 후에도 후속 논문을 쓰려고 합니다. 부디 저를 더와주십시오. 기억을 더듬어 증언을 보태주십시오. p.224

그 여름으로부터 이십여년이 흘렀다. 씨를 말려야할 빨갱이 연놈들. 그들이 욕설을 뱉으며 당신의 몸에 물을 끼얹던 순간을 등지고 여기까지 왔다. 그 여름 이전으로 돌아갈 길은 끊어졌다. 학살 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p.239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p.266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p.295)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싱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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