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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찾아서(하)-복거일] 내 비명을 무엇으로 할까. | Memento 2017-11-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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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명을 찾아서(하)

복거일 저
문학과지성사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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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독립은 무엇으로 이룰까. 나의 비명은 무엇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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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소설이라 하여 그 가치가 떨어질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여 부족하다고 할까. 다르다 본다. 소설은 재미를 위해서도 의미를 위해서도 읽을 수 있다. 소설에 대한 많은 비판에 ‘한기’의 해설에 공감한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한계는 곧 높이의 다른 이름 p.751”이라는 말. 장황하게 이어졌던 주인공의 고민들은 후반부에 와서 고조에 이른다. 조선인으로서의 자각과 조선말을 쓰기 위한 노력은 주인공의 모든 고민의 귀결점이 된다.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내 무덤 앞에 남길 마지막 한 마디. 세상을 향해 나는 이렇게 살아왔음을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이것에 대해 고민하고 결단한 주인공, 그리고 저자의 문제의식에 자신을 돌아본다.

저자가 왜 ‘대체역사’라는 탈을 썼는지 짐작해 본다. 1987년 당시, 분명 국가적으로 일본과는 다른 국가다. 하지만 아직도 잔재는 청산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분단되어 있고, 많은 언어가 일본어로 오염되어 있었다. 일본식 국민 통치는 독재정권이 이어 받아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었고, 공무원의 권위적인 일처리는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때 주효한 논리는 총동원 체제, 즉 북한과의 대립에 방해가 된다는 안보논리 말이다. 더불어 능력과 실력보다는 빽이, 내지인과 조선인의 차이는 지역 차별, 대립으로 빗대어 비판하고자 새롭지만 자유로운 무대를 짠 것이 아닐까.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 아직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마지막 장면을 되새겨 본다. 불량선인들을 떠 올려본다. 우리는 아직도 많은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 왜 계속 과거를 따지느냐고,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진정 독립을 완수했는가! 잃어버린 기억들을 따져본다. 민족적 자각이나 세상의 변혁을 떠나 내 무덤 앞에는 뭐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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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모든 길은 나마로 통한다고 그러지? 조선인에겐 모든 문제는 결국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로 귀착되는 것 같아.” p.83
“본인들은 회사라는 환경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아를, 적어도 자아의 일부를, 상실했다고 볼 수도 있거든, 그런 사람들은 회사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흔히 방향 감각을 잃고 허둥대게 돼.” p.161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를 구분하는 것은 별 뜻이 없다는 거야. 꿈이 있어야 비로소 현실이 보인다는 거지. 현실이란 것은 그냥 보이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어떤 관점을 가졌을 때 비로소 보인다는 거야. 그리고 그 관점을 부여해주는 것이 꿈이라는 거지.” p.163
꿈이 없는 삶이 삭막하다면, 꿈을 안고 부대끼는 것도 어려운 삶이었다. p.169
‘많은 것을 국민에게 해줄 수 있는 정부는 또한 많은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왜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p.193
“반추하는 욕정은 언제나 서글픈 것이다.” p.307
역사를 믿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다. (p.615) 다른 사람들의 식견과 양심을 믿는 것이다. 그것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식견과 양식을. 따라서 역사를 믿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 p.616
역설적인 의미에서 한계는 곧 높이의 다른 이름에 다름아니겠지요. p.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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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찾아서(상)-복거일] 영화와의 괴리 | Memento 2017-11-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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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명을 찾아서(상)

복거일 저
문학과지성사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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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의 괴리, 그러나 탄탄한 설정. 반복되는 고민, 풀길 없는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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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자체는 많이 아쉬웠다. 조금 만 더 잘 다듬었다면 더 멋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화 첫 부분이었다. 불령선인이자 독립군 특공대의 산화는 만약이라는 역사적 상황에 대한 상상을 자극했다. 2009년 당시 독립이 되지 않은 채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다면 이라는 상상 말이다. 사실 ‘대체역사’라는 가정은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 소설을 통해 접한 경험이 많았다. 무협과 판타지의 조합이나, 현실의 인물이 과거 특정 세계로 넘어가서 역사를 바꾼다면 현재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그린 소설들 말이다. 그럼에도 ‘만약 그때 이토 히로부미가 죽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서 있을 자리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서 있다니! 지금의 광화문 자리를 상상해봤다. 광화문이 있는 자리에 조선 총독부가 있을 테고, 조선인을 무시하는 태도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내선일체라고 했지만, 구호에 불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비명을 찾아서>를 알게 되었다.

책과 영화는 많이 달라 많이 당황했다. 기본적인 설정도 그렇고, 영화와 달리 지루한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아마도 상업성을 위한 영화니 만큼 기본적인 설정만 빌려오고 나머지는 재창작한 것이겠거니 했다. 안중근 의사의 손에 ‘이토 히로부미’가 죽지 않았다면, 일본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 역시 그 변화에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설정을 완벽하게 구현한 흐름은 몰입감을 높여주었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이미지가 남아있어서인지 집중할 수 없었다. 심지어 직장 내 불륜(?)에 빠지려는 상황이 벌어지려 하니 이게 뭔가! 영화가 주었던 충격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작가가 설정한 가상의 역사적 현실이 너무도 잘 이뤄져 있어서 다시 몰입할 수 있었다. 몰입 이후에 문제가 있다면, 주인공이 고민하는 내용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일반 사무직원이지만, 시를 쓰는 지식인이다. 그리고 차별받는 조선인이다. 능력은 있지만, 빽은 없다. 배우자는 있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맨다. 이런 고뇌들이 주절주절 늘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극적인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계속되는 주인공의 고민 속에서 나 역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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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그런 상처가 나으려면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러기엔 사람의 평생이 너무 짧을지도...... 견딜 만하게 아문 상처를 안고 살다가 죽는 것일지도......’ p.256

“지금두 찾아보면 그래두 남아 있을 게다. 증거가 필요하다면 말이다. 큰 나무의 뿌리는 여간해서 다 파내기 힘든 법이니라. 파(p.352)내면 웅덩이라두 남는 법이다. 하물며 한 민족의 뿌린데야......” p.352

‘부분적 진실’이란 것은 없다. 어떤 사실에 대해 말해져야 할 것이 모두 말해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부분적인 기술은 어쩔 수 없이 그 사실을 왜곡시킨다. 그 사실에 관해 모르거나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렇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 p.379

변혁을 게을리 하는 시대는 후대에 크고 급격한 변혁의 불가피성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p.467

사람을 떠나서 진실이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면, 아무도 믿지 않는 사실이 과연 진실일 수 있을까? 진실이란 무엇인가? p.638

관료 계급은 자신을 집권 계급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듦으로써 연명한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적으로 모호하며, 집권자가 누구인가 따지지 않는다. 심지어(p.664) 그들은 적국에 정복되면, 새 주인을 옛 주인을 섬겼던 것과 같은 충성심으로 섬긴다. 그들은 통치 권력을 충성스럽게 섬김으로써 인민들 위에 군림하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한다. p.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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