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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건축의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이정표 | Memento 2017-12-0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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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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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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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문외한이다. 건축에 대해 지닌 지식이라면 아파트는 성냥갑과 비슷하다. 사람들이 차곡차곡 층층마다 산다. 성냥갑 주제에 더럽게 비싸다. 하지만 내가 가진 성냥갑은 없다 정도다. 사실 공간이나 감각적인 측면보다는 문자에 익숙한 편이다. 문자에 뛰어나지도 않지만, 체감하는 일들에 더 둔감한 편이다. 느끼기 보다는 이해하는 걸 우선하는 스타일이다. 이렇다보니 공간에 대해 둔감하다. 쓸데없이 성격이 예민하고 자잘한 편이지만, 이런 일들에 둔감한게 내심 신기할 뿐이다. 그래서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나에게 신통한 책이다. 둔감하게 놓치고 지나간 일들, '공간'과 '건축'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 줬다.

남의 글을 평할 입장은 아니지만, 엄청나게 잘 쓴 글은 아니다. 세상을 바꿀만한 색다른 사상이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기초가 없는, “건축”에 문외한인 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건축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가질 수 있게, 건축이라는 행위가 나와는 무관한 것이 아닌 내 삶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사실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을 "훌륭한 건축은 결국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되"기에 "제대로 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p.534~535)"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본다. 최소한 한명은 설득했으니. 자칫 지루하고 설교적일 뻔한 내용들을 최선을 다해 풀어줬다. 

사실 <알쓸신잡>만 잘 챙겨본다면, 이 책의 내용은 거의 다 봤다고 생각한다. 알쓸신잡에서 소개한 사례들이 이 책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말한 대로 일종의 생태학적 접근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통섭과 하이브리드의 집합체라 할까. 아니면 건축가 유현준의 건축관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할까.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설명해준 건축은 나 같은 초보자에게도 충분히 시야를 가지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공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책을 읽는 재미가 바로 이게 아닐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는 것. 그 길을 따라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이정표를 만날 때 마다 더 없이 기쁘다.

문득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대나무숲이 있고, 내 키보다 높은 골목을 지나던 여름밤이. 정확히 20년 후 성인이 되어 그길을 걸으며, 내가 왜이렇게 이 공간을 무서워 했을까라 의문했던 공간과 그 기억. (알쓸신잡에서도 밝혔듯?) 텍스트에 눈을 뜬 '유현준' 건축가의 새로운 글들을 기대해 본다. 그때까지 훌쩍 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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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p.16

더 많은 사람이 건축을 이해하게 될 때 더 좋은 건축물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그렇게 됨으로써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간과 도시가(p.22) 더 좋아질 것이고그래야 우리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23

걷고 싶은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휴먼 스케일의 체험이 동반되어야 한다. p.25

공간은 움직이는 개체가 공간에 쏟아 붓는 운동에너지에 의해서 크게 변한다. p.46

이벤트 밀도와 거리 공간의 속도는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 p.52

사람은 적당히 그 공간에 묻혀서 걸을 수 있는적절한 공간의 속도를 가진 공간을 원한다. p.59

어떠한 거리의 상황이 사람들이 걷고 싶은 환경이 되느냐 ... 걷는 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p.60

건물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이상 거리로 나와서 다니지 않게 되었고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없어지는 도시 공간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p.65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겨울에 아름다워야 한다. p.66

우리의 대형 아파트 단지는 우리에게서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아 갔다. p.71

우리의 도시가 살 만한 거리로 채워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그리고 그(p.76)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그보다 더 좋은 방식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징인 경사지와 구릉지를 이용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테라스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p.77

신은 지평선을 만들고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p.79

종이에서 연필을 떼지 않고 한 번에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특징지어서 그릴 수 있다면그 도시는 성공적인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p.84

공간의 디자인은 권력의 창출 및 재분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따라서 건축가들이 도시 구조를 디자인하고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은 향후 수백 년간의 권력 구조를 구성하는 중요한 작업니다. p.106

외부 공간을 거의 다 차단하는 곳이 모텔이라면반대로 호텔에서 바깥 경치를 보기 원한다그리고 보이기를 원한다건축에서 창문은 건축물의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소통의 요소이자 바라본다는 권력을 조절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p.114

남대문은 재료가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따라서 오리지널 남대문이 불타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오래된 나무가 불에 탔다고 통곡하면서 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p.155

어떠한 시스템이 살아 있는 유기체냐 죽어 있는 무기체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그 조직체의 패턴이 스스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냐 아니면 외부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냐에 달려 있다. - 프리초프 카프라 p.164~165

우리는 건축 자재로 건축물을 만들지만시간이 지나면 건축이 다시 우리의 삶과 정신 문화를 만든다. p.182

건축가란 자고로 제한적 조건하에서 이런 창조적인 디자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p.204

지난 2천 년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를 가진 나라가 그 시대를 이끌어 갔다. p.246

어느 공간이 한쪽으로 좁고 한쪽으로 길면 사람의 행위는 그것에 맞게 조정된다그래서 건축이 무서운 통제 방식이 되는 것이다. p.258

공간은 실질적인 물리량이라기보다는 결국 기억이다우리가 몇 년을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그 시간 속에서 어떠한 추억을 만들어 냈느냐가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p.259

건축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계속해서 경계를 만들고 감금을 하는 장치일지도 모른다. p.272

우리는 과거 넓은 자연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문명을 창조해 냈다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최소한의 공간을 소비하면서 사는 데 익숙해져 우리가 원래 자연 속에서 얼마나 여유로운 공간을 소비하면서 살았는지도 잊어버린 듯하다. p.302

사람이 사는 모습은 수천 년의 시대가 지나가도 그 형식이 조금 바뀔 뿐 그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p.307

과거에 식량은 곧 생존이었다현대 사회에는 돈이 그 역할을 한다과거에 식량 저장의 한 (p.315) 방편으로 돼지를 키웠다면 현대에는 돈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산다부동산도 돼지나 발효식품처럼 부패하지 않기 때문이다돼지가 기근을 넘기는 방식이 되듯이 현대인들에게 돈이 부족한 시기를 넘기는 방식은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다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문화에서 아파트는 환금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돼지 역할을 한다대부분의 중산층 국민들은 은퇴 후 아파트를 처분해서 돈의 기근 시기를 넘긴다우리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매월 대출금을 갚는 것은 옛 선조가 자신의 식량을 아껴서 돼지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p.316

때때로 시간은 사춘기의 가슴 아픈 실연의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준다건축물 역시 그렇다. p.320

건축이라는 것은 인간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일 중에 하나이다그렇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하고 수많은 과정을 통해서 문화정치경제사회가 합쳐진 종합 예술이다그렇기 때문에 이 상을 받는 것은 단순히 한 건축가가 받는 상이라기보다 그 나라의 문화 수준에 주는 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p.331

간판 경관(p.338)에 대한 판단은 경험하는 사람이 그 간판을 정보로 이해하느냐 아니면 장식으로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p.339

공간을 완전히 다른 객체의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p.340

이처럼 세 가지 정보와 세 가지 관계라는 시각으로 건축 공간을 읽어 보기 바란다그러면 현실 공간부터 인터넷 공간까지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기 시작할 것이다. p.351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혁신은 본능적 욕구에 충실할 때 만들어진다. p.357

일반적으로 외부인이 한 도시에 애착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p.374)은 그 도시의 도로망을 완전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p.375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이 같은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져서 기억할 일들이 별로 없기 때(p.395)문에 그 만큼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반대로 어렸을 때는 기억력이 좋아서 하루만 생각해도 기억할 일이 많고 그만큼 시간이 꽉 찬 느낌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p.396

풍수는 내가 위치한 곳에서 어떻게 보느냐를 중요시한 일인칭 관점에서 바라본 관계의 미학이다. p.414

진정 훌륭한 건축 디자인은 어느 한 땅에서는 훌륭하게 작동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때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다그런 (p.429) 건물이 그 대지가 가진 에너지를 잘 이용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p.430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점은 가까운 거리를 갈 때에 뛰면 어린이걸으면 어른이라고 말했다. p.437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p.439

냄새를 얼마만큼 허락하느냐는 그 사람과(p.465)의 친밀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p.466

통상 집값이라는 것은 편리한 교통과 상업가로 같은 주변의 기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p.501

너무 많은 울타리와 보호난간은 민주화산업화자본주의의 산물이다. p.506

건축에서도 다른 지역 문화 간의 융합으로 인해 중흥의 역사가 나타났다하지만 서로 다른 물감이 적당히 섞이면 아름다운 색을 만들지만너무 많이 섞이면 회색빛이 되는 법이다.(p.526) ... 우리가 사는 21세기 현대 사회는 생태 환경뿐 아니라 문화 환경 역시 다양성이 멸종되어 가는 위기이다이 시대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위기이지만 동시에 가장 편리하고 완전한 세상이기도 하다. p.527

주변 환경에 대한 무지는 두려움을 만들고두려움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p.530

필자는 건축이 예술이라는 관념이 깨졌으면 한다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과학이기도 하고경제학정치학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p.533

우리가 보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은 좋거나 싫거나 당시에 살던 모든 사람들의 삶이 응축되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그러므로 제대로 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어떤 사람에게 건축은 세상을 바꾸는 도구이고어떤 사람에게는 건축이 기술이고어떤 사람에게는 건축이 재테크일 뿐이다우리는 이런 차이를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야 한다그래서 이 책은 건축가가 건축 비 전공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이다이 편지를 읽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건축에 대한 답장을 해 주었으면 한다. (p.534) ... 훌륭한 건축은 결국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훌륭한 건축주가 되는 첫걸음은 관심을 가지고 건축적으로 주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여러분 모두가 이 나라의 건축을 더욱 발전시킬 훌륭한 건축주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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