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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드 카본-리처드 모건]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도 그 고통을 덜어 줄 수 없으므로. | Memento 2019-04-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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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트] 얼터드 카본 (전2권)

리처드 모건 저
민음인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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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변하지 않는다. 조건들이 변했을 뿐. 우리네 삶은 여전히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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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소설의 백미는 잘 짜여진 세계관에 있다. 특히 SF 장르의 경우에는 Science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개연성을 더 따지는 편이다. <얼터드 카본>의 세계관은 더없이 견고해 보인다. 인간의 의식과 정신이 스택에 저장되는 시대. 인간에게 죽임이라는 유일한 공평함 마저 사라진 미래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준다.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과 초기 사이버 펑크 소설들의 특성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상상을 뛰어넘는 미래세계의 모습을 그려내었고, 마치 초현대적 뱀파이어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고 출판사에서 소개하는데, 뭐라는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죽음의 부재라고 봤다.

 인류는 늘 영생을 원했다. 가보지 못한, 가서 돌아올 수 없는 미지에 대한 공포. 부자, 권력자, 평범한 사람.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실상 지금도 공평하지 않지만- 하나의 영역이 바로 죽음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스택이라는 저장장치만 존재한다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되살아 날 수 있다. ‘유기체 손상’, 즉 육체의 죽음이나 손상보다 스택의 파괴가 더 큰 범죄가 되는 셈이다. 육체는 언제고 대체 가능하다. 스택만 손상되지 않는다면. 여기서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부자나 권력자는 더 이상 죽지 않는다. 육체는 무한히 만들 수 있으니까, 언제고 소모품처럼 대체 가능해진다. 육체는 언제고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조그마한 병이 생기면 수술과 회복의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 새로운 육신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그렇게 성경이나, 단군신화처럼 수 백 년을 통치할 수 있다. 종교는 힘을 잃는다. 물론 종교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이 없다면, 인간은 신을 발명했을 거라 말한 것처럼, 죽음이 없는 세상에도 종교는 살아남는다. 다만, 인간이 거의 죽지 않는 세상이기에 현실보다 훨씬 더 구닥다리 취급을 당할 뿐이다. 종교인은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 과학의 축복을 거부한 멍청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류는 번영의 시대, 행복의 시대를 맞이하는가. 삶은 변하지 않는다. 조건들이 변했을 뿐. 우리네 삶은 여전히 치열하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지라도, “현실은 고통이므로, 지금으로서는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도 그 고통을 덜어 줄 수 없으므로.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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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잠시 마주보면서 나는 뱅크로프트에게 분노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생각에 잠겼다. 개발된 우주의 절반 거리까지 나를 끌고 와서 새로운 몸에 집어넣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내민 남자다.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그들에겐 권력이 있고 그 권력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인간 역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상품일 뿐이다. 저장했다가 운반해서 다른 용기로 옮겨 담는다. 아래쪽에 서명하시고. p.74

쇼핑은 물리적인 상호 작용이자 판단 능력의 활용이고 습득 욕구의 충족, 더 습득하려는, 정찰하려는 충동에 대한 반응이야. 생각해 보면 이건 정말 기본적인 인간의 본능이라고. 당신도 쇼핑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돼, . 헬리곱터를 타면 몸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군도 하나를 넘어갈 수 있지. 그렇다고 헤엄치는 것이 주는 근본적인 쾌락이 없어지지는 않잖아? 쇼핑을 ’(p.312) 하는 법을 배워, . 유연해지라고. 불확실성을 즐겨.“ p.313

흔히들 말하지만,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골 빈 정차가나 권력자가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정책을 실시하려 한다면, 개인(p.417)적인 일로 받아들여라. 분노하라. 정의 구현의 기계는 당신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 그것은 느리고 차가우며,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모두 그들의 것이다. 정의의 손아귀에서 고통 받는 것은 오로지 힘없는 자들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윙크하고, 미소하며 빠져나간다. 정의를 원한다면 그들에게서 빼앗아야 한다. 개인적인 일로 만들어라. 가능한 한 많은 손실을 가하라. 당신의 의사를 확실히 전달하라. 그러면 다음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그리고 명심하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느냐, 위협을 가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 그들의 눈에는 권력자와 힘없는 자를 구분하는 유일한 차이점이다. 그들은 권력자와 타협한다. 힘없는 자들은 무화시킨다. p.418

젊고 대담한 식민지 문화. 전통이란 것이 수 세기 동안 여기 지구에서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당신은 전혀 모를 거요. 모험적인 젊은 혈기는 모두 우주선을 타고 떠났지. 떠나라고 등을 떠밀었소. 둔하고, 고분고분하고, 편협한 사람들만 뒤에 남았소.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면서 나는 때로 기뻤소.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덕분에 훨씬 더 쉬워졌으니까. 한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른 것이 아닌지. 무너진 문화는 기댈 수 있는 규범을 찾아 몸부림치다가 낡고 익숙한 것들에 타협해 버렸소. 융통성 없는 윤리, 융통성 없는 법. 유엔 헌장은 전 지구적인 규범으로 화석화되었고. 일종의...... ” (p.483)

모든 권력자들이 그렇듯 그들이 이유 있는 희생을 논할 때는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p.490

 

(2)

인간의 눈은 훌륭한 장치다.” 나는 <시와 기타 얼버무림>의 한 구절을 무심히 읊었다. “약간의 노력만 있으면 뻔한 불의마저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으므로.” p.69

지배력의 본질은 사람들의 눈에서 숨겨져 있다는 데 있어. 안 그런가?” p.111

우리가 인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저 물결의 어느 한 시점의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보다 인간적인 속도에 맞추어 비유하자면, 변화하는 모래 사구의 한 형태라고나 할까.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형태. 바람, 중력, 교육, 유전자 지도. 이 모든 것은 침식과 변화를 겪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법은 영원히 스택 상태로 있는 것뿐이다. p.192

신께서 돌봐 주실 거라고 말해 줄 수도 있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고, 설득을 할 수도 있었다. 결국 모두 똑같은 의미다. 현실은 고통이므로, 지금으로서는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도 그 고통을 덜어 줄 수 없으므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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