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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어디든 안착할 내 집이 있었으면 | Memento 2019-05-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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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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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안착할 내 집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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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는 인류의 오랜 숙제다.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착을 시작하면서 이는 더 중요해졌다. 배산임수를 비롯한 풍수지리는 오랫동안 우리의 살 곳을 정해주는 지침이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풍수지리에서 극복하고자 했던 많은 제약들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향을 우선하고, 수맥을 따지는 등등이 남아있다. 여기에 경제적 이유, 문화적 이유와 같이 더 많은 조건들이 추가되었다. 어디서 살 것인가의 고민은 날로 발전하고 복잡해졌다. 어디서 살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 유현준 교수의 책은 우리에게 무심결에 넘어갔던 많은 질문들을 고민하게 한다. 건축가인 저자가 우리가 살 곳이 이대로 괜찮은지, 우리의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를 현실적으로 말해준다. 이는 우리의 삶이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하게 한다. 물론 월세방을 전전하는 나에게야 어디든 안착할 내 집이 있었으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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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의미는 사용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삶과의 관계를 배제하고 그 건축물을 이해하거나 평가하기는 어렵다. 사람과 건축은 불가분의 관계다. ... 건축과 사람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주면서 의미를 규정한다. p.7

우리는 지금 다양한 생각이 만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21세기형 아고라와 원형극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잘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축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건축은 거울과도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축 공간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 p.21

변화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명한 철학자들이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p.77) 하지만 우리는 지금 마당 대신 아파트 거실의 변화 없는 인테리어 속에서 TV를 켜면 쏟아지는 정보에 질식하며 살고 있다. TV는 마치 내가 말할 틈을 안 주고 계속해서 떠드는 친구와 같다. 마당이 주는 자연의 변화가 내 해석이 필요한 요리하기 전의 재료라면 TV 속 이야기는 가공식품과도 같다. 가공식품이 있으면 내가 요리할 가능성이 없어진다. 우리에게 밀가루와 버터가 주어지면 각자 다른 빵을 만들지만, 만들어진 빵이 주어지면 먹고 살만 찐다. 지금 우리의 주거공간은 인스턴트식품 같다. p.78

도시를 좋게 만들려면 추억이 만들어질 만한 장소가 많아야 한다. 그런 장소를 만드는 데 가장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 어린아이들이다. ...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공간'을 찾아서 '장소'를 만든다. p.85

방송과 마찬가지로 건축물도 여러 명의 공통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지어지기 때문에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p.119

과거에는 자기 방을 열고 나가면 거실이라는 공공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 즉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1인 가구는 여유 공간을 찾을 수 없는 원룸에 갇혀 살고, SNS를 이용해 사람을 만난다. 사용하는 공간보다 더 작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살게 된 것이다. 부모와 살면 친구를 집에 초대할 수 없고, 원룸에 살면 공간이 작아 초대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디 편하게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한 끼 식사비 정도로 비싼 거피값을 지불하고 카페에 앉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집값이든 월세든 카페의 커피 값이든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지만(p.126)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일해서 한 평이라도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흐름은 지금 거꾸로 1인 가구의 작은 집으로 향하고 있다. p.127

우리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변화에 맞는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공간들로 채워갈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무료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 다양하게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곳들은 자동차가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한 거리에 분포되어 있어야 하고,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p.129

정주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의 부족을 해결하는 것은 앞에서 말했듯 각종 카페들이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카페를 보유한 이유는 결국 우리 국민들에게 앉아서 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p.134

필자는 전작에서 사람들이 걷고 싶어 하는 성공적인 가로는 '지하철역과 공원 사이를 연결하는 1.5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p.136

건축적으로 보면 후드티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 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선을 차(p.145)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다. 주변이 안 보이니 머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려야 한다. 이런 행동이 힙합의 무브(움직임). 후드티를 입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은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이 없을 때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행동 패턴이다. p.146

나를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엿보는 것을 '관음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관음증은 본능이자 권력을 나타낸다. 훔쳐볼 수 있는 사람은 보이는 대상이 되는 사람보다 더 권력을 가지는 것이다. 도시에서 자동차 안의 공간은 일부러 불을 켜지 않으면 항상 밖보다 어둡다. 어두운 자동차 안에 있으면 나를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관찰할 수 있다. 자가용은 관음증을 충족시켜 주는 장치다. 익명으로 댓글을 쓸 때 폭력적이 되는 것처럼, 자동차 안에서는 숨어서 자신을 감출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운전할 때 더 난폭해지는 것이다. 자가용이 없을 때 관음증을 가장 손쉽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p.148)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다. ... 자동차, 헤드폰, 장갑, 선글라스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내 공간을 만들려는 장치들이다. p.149

제한된 도시 공간에서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시대에 맞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야 한다. p.152

현대 도시가 삭막한 이유 중 하나는 도시의 건물에 중간 지대 역할을 하는 '사이 공간'이 없어서다. 사이 공간이란 한옥의 처마 아래 툇마루 같은 공간을 말한다.(p.156) ... 내부와 외부 두 가지 성격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현대 도시에서 이 사이 공간의 역할은 발코니가 한다. ...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발코니 확장법' 때문에 발코니가 멸종됐다. 그래서 더 이상 건물의 표정이 없다. p.157

우리가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 그런 도시 공간 구조를 만들어 내고,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는 한 방향으로 도시가 진화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은 것이다. p.174

현대사회의 공간적 특징은 "변화하는 미디어가 자연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p.176

도시가 좋아지려면 성공적 상업 가로, 미술관, 공원 같은 불특정 다수가 갈 수 있는 장소가 많아져야 한다. 그중에서도 상업 가로는 외부 공간과 실내 공간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도시만이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도시를 활력 있게 만드는 상업 공간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그 도시의 공간의 성격을 결정한다. 저층의 선형으로 적절하게 분포된 상업 공간이 도시를 걷고 싶게 만든다. 문제는 우리의 경제활동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하는 경제행위는 제한적이기에 우리가 사는 전체 도시 공간에서 상업 공간은 극히 일부분이다. p.179

걷고 싶은 환경이 되려면 걸을 때 풍경이 바뀌어야 한다. 그 풍경은 다양한 가게일 수도 있고 샛길로 나오는 다른 길의 풍경일 수도 있다. p.193

골목길은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환경이 서식하는 갯벌과도 같은 존재다. 반면 재개발을 통해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간척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p.197

우리가 창조라고 하는 것들은 어차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자연에 있는 물질의 재구성일 뿐이다.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잠시 빌려쓰는 행위다. 그러니 내가 다 쓰고 나면 후손들이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업사이클링도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p.212

고인돌은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무거운 건축물은 통치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통치의 영향력을 느끼게 해 준다. p.235

높은 곳은 권력을 창출한다. 높은 곳을 만든 다음에 그곳에 가게 해 주는 건축 장치는 계단이다. 그리고 그 계단을 장악하는 사람은 권력자다. 지구라트를 지은 사람들은 계단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 그 권력을 통해 나라를 통치하는 힘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계단은 이처럼 권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장치다. p.308

제약은 획일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p.398

위아래가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위아래가 바뀔 수 있는 평화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 평화적 시스템이 없어지면 폭력적 방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평화적 사다리가 없고 폭력적 방법 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세상에서는 폭력이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폭력적 댓글과 시위를(p.420) 비판하려면 평화적 사다리가 있어야 한다. ... 우리 사회에는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자리를 이어 줄 평화적 사다리가 필요하다. 건축에서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으면 사회적 긴장감은 커지고 폭력이 정당성을 갖는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p.421

현대사회에서 나는 내가 소유한 공간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비한 공간으로 대변된다. ... 내가 제작(p.464)한 디지털 자료로 만든 나를 사이버공간이 나를 대변하는 것이다. p.465

신기술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노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왜냐하면 기술은 바뀌어도 인간의 유전적 본능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속도의 차이에 따른 갈등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역시 전통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길밖에 없다. 왕도는 없다. p.472

건축이 다른 예술과 다른 큰 차이점은 가장 근본적인 자연법칙인 '중력'을 이겨 내려는 인간의 노력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대 건축에서는 그 본질이 다 가려져서 안 보인다. 그래서 현대 건축물이 옛 건축물보다 감동이 덜한 것이다.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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