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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문유석] 나는 왜 책을 읽고, 여기에 글을 남기는가 | Memento 2019-05-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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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쾌락독서

문유석 저
문학동네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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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덕후는 되지 못할거다. 그래도 즐거운 덕후다. “뭔가 즐겁게 읽고만 있다면 말이다.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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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락독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성공한 책 덕후의 책 읽기가 아닐까 한다. 책으로 노는 방법은 읽기 외에도 많다. ... 그런데 그 중 끝판왕은 역시 직접 책을 쓰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성공한 덕후인 것이다(으쓱으쓱)! p.255”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엽기도(?) 하고, 부럽다. 책을 읽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 칸에 독서를 쓰지만, 실상 쓸게 없어서 쓰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제일 만만한 취미가 독서가 아닐까.

  취미로 쓰기는 만만하지만, 실상 독서를 해보면 고통의 연속이다. 저자의 말 대로 우선 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자고 마음먹으면 다른 방해요소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렇게 사들인 책들은 점점 쌓여만 가고, 의무감은 늘어만 간다. 막상 읽고자 펼쳐 들면 책이 너무 재미없거나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게 무슨 짓인가! 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고통을 사서 받다니!

  그렇기에 문유석 판사의 짜사이 이론은 위안을 준다. 책을 읽는 이유는 즐거움, 쾌락을 위함이지 학습과 고통을 위함이 아니다.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 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p.16” 곰곰이 생각해보면 책에서 난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그저 놀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실용성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로또 긁(p.374)기에 치중한게 아닐까. 같은 값이면 돈 값, 시간 값 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즐기고자 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게 아닐까. 저자처럼 성공한 덕후는 못되더라도 즐거운 덕후로 살 수도 있는 법이다.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이 순간, 이곳에 글을 남기는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즐겁고자 한 일이지만 즐겁지 않은 순간이 많다. 남겨진 글의 분량, 남긴 글의 개수, 내가 읽은 책의 목록. 정작 중요했던 즐거움은 어느새 사라졌다.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아직도 뭔가 즐겁게 읽고만 있다면 말이다. (p.32)” 문유석 판사의 글에서 위안을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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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책을 신비화하며 공포 마케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 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p.16

인간 세상이 언제나 그렇듯 내가 절실하게 선망했던 것이라 하여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p.31) ... 결국 명작이든 고전이든 책은 대체 가능한 매개체에 불과한 것 아닐까. 부모들의 조바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즐길 것을 즐기고 흡수할 것을 흡수한다. 뭔가 즐겁게 읽고만 있다면 말이다. p.32

이문열의 인간 혐오와 냉소주의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혁명의 불꽃이란 대부분 탐욕과 어리석음, 광기라는 불순물이 섞여서 불타오르기 마련이고, 인간 세상의 변화 대부분은 A라는 문제를 B라는 문제로 대체하는 과정의 연속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낡은 문제는 새로운 문제로 대체되는 것이 낫다. 완벽한 대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잘못을 바로잡는 것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지는(p.124) 못하더라도 최소한 같은 문제는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고, 인간의 속성이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것이라면 더더욱 권력자들이 주춤거리기라도 하게 견제하고 성가시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p.125

선의도 탐욕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 성찰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p.185

독서란 정처 없이 방황하며 스스로 길을 찾는 행위지 누군가에 의해 목적지로 끌려가는 행위가 아니다. p.185

인생 살면서 남에게 못할 짓한 죄책감이 있거든 책을 쓸 것이 아니라 경찰서에 자수할 일이다. p.192

문화적 식민주의니 뭐니 할지도 모르지만, 더 매력적이고, 더 자유롭고, 더 가슴이 뛰는 것에 매료되는 것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p.220

좀 거창하지만 미국도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징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공의 사다리에 올라타 세계의 왕좌에 오르는 화려한 아메리칸 드림 스토리가 이제 미국에서도 더 이상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어제까지 내 이웃, 가족이었던 이들이 내(p.236) 목줄을 물어뜯으려 이를 드러내고 달려드는 좀비 이야기가 끝도 없이 재생산되며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으니 말이다. 대중소설이야말로 정확히 시대를 반영하는 것 아닐까. p.237

조선시대 선비들은 읽어서 이해되지 않는(p.239) 책도 백 번, 천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 뜻이 스스로 통한다고 믿었다는데,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한 지식과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꼭 그 책이 아니어도 비슷한 내용을 더 쉽게 설명하는 다른 책들이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이해되지 않는 책을 백 번 천 번 읽고 있는 사이에 그 책이 다루고 있는 세상 자체가 달라져버린다. p.240

유시민 작가가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고 규정하는데, 좋은 표현인 것 같다. 왜 소비자들이 직접 도매상, 심지어 공장까지 가서 자기한테 맞지도 않는 물건을 떼와야 하나?(p.242)

즉각적인 반응이 특징인 뉴미디어 시대에 멈추어 생각하게 만드는 독서의 특징은 큰 의미를 갖는다. 무조건적 수용이 아니라 일단 유보하고, 의심하고, 다른 측면을 생각해보는 지성적 사고의 훈련은 독서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전히 정도(p.251)라고 본다. ... 개인이든 집단이든 지성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야만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의 직접민주주의란 공포일 뿐이다. p.252

책으로 노는 방법은 읽기 외에도 많다. ... 그런데 그 중 끝판왕은 역시 직접 책을 쓰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성공한 덕후인 것이다(으쓱으쓱)! p.255

글이란 쓰는 이의 내면을 스쳐가는 그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공감을 받을 만한 조각들의 모음이다. 나는 그래서 책이 좋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커피 두 잔 값으로 타인의 삶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엿보는 것이다. 그것도 쓴 사람 본인이 열심히 고르고 고른. p.263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p.276

현실엔 추리소설 같은 엔딩은 없다. 지리한 증거 싸움이 있을 뿐이다. (p.292) ... 말하자면 추리소설이 끝난 지점에서 법관의 일은 시작되는 것이다. p.293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의감이 아니다. 오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두려워하(p.311)지 않는 정의감이야말로 가장 냉혹한 범죄자일 수 있다. ...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또는 틀렸어도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노하고 있는 대상보다 더 위험한 존대다. p.312

인간은 미지의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게 마련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 자신이야말로 가장 미지의 존재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자들을 배척해왔다. ... 하지만 그런 하찮은 차이를 압도하는 더 중요한 공통점들을 차례로 알아 간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p.321) 수밖에 없다. ... 일단 알고 나면 대처할 방법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p.322

일자리를 빼앗기고 쓸모없느 ㄴ존재로 전락할 거라는 공포의 밑바탕에는 노동’, ‘쓸모’, ‘등에 관한 오래된 고나념이 있다. 하지만 이런 관념 역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고, 인간이 바꾸어온 것이 아닌가. 영국의 1833년 공장법이 9세 미만 아동 고용 및 18세 미만 소년의 야간노동을 금지하자 공장주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들이 지금 시대의 의무교육을 보면 어리둥절할 게다. ... 탄광 노동자들에게 하루 열(p.325) 몇 시간씩 석탄을 캐도록 시키던 이들이 오후 네 시에 퇴근하는 현대 유럽의 사무직 노동자들을 보면 이 미친 시대에는 그냥 앉아서 잠깐 놀게 하고는 공짜로 돈을 준다고 놀라 자빠질 거다. 시대가 달라지면 관념 자체도 달라진다. p.326

인간이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유희의 축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곤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여전히 동굴 생활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쾌락은 우리를 단조로운 동굴에서 끌어내어 새로운 모험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쾌락의 카탈로그를 늘리고 늘리며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상력도 재미도 없는 성공충들의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엔 즐기는 자들이 이길 것이다. p.327

미래는 결국 우리가 공유하는 이야기다. 자기실현적인 예언이다. 다수가 공유하는 이야기는 힘이 세다. 그것이 곧 법이 되고, 도덕이 되고, 가치가 된다. 빅데(p.327)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발전도 인간들의 무수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패턴화해 모방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현재의 사회부터 바꾸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쓸모가 없어진 인간을 어떻게 대우할지 궁금하면 지금 이 사회가 탑골공원에 안자 있는 노인과 편의점 알바 청년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의 눈부신 과학 발전이 낳을 부가 어떤 방식으로 분배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의 분배 구조를 보면 된다. 더 먼 미래에 인공지능 또는 그와 결합한 신인류가 평범한 인간들을 어떻게 취급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여기서 인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p.328

책은 구조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삶의 행복과 불행은 책이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책도 무력한 순간이 있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책보다 크다. p.347

세상은 원리적으로 불공평하지만, 고통만큼은 냉정할 만큼 평등하게 개개인의 삶을 찾아온다. 그걸 감히 위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건 단지 아(p.347)무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되는 이유일 뿐이다. p.348

이렇게 나이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습관이 행복한 사람, 인내할 줄 아는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 책과 함께하는 사람. p.369

물론, 슬프게도 지금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모든 것이 언젠가 쓸모 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실용성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로또 긁는 소리다. 하지만 최소한 그 일을 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면, 이 불확실한 삶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쓸모 있는 일을 이미 한 것 아닌가.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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