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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주경철] 나와 파리는 안 맞는 듯 | Memento 2020-05-1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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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저
휴머니스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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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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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은 기회로 독일과 프랑스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주로 독일의 주요 도시 몇 군데와 파리를 묶어서 다녀오는 코스였다. 첫 해외여행이다 보니, 모든 게 새로웠다. 애석하게도 새로움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길도 모르고, 문화도 모른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은 가장 큰 난관이었다. 부딪혀 보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게다가 당시 유럽은 테러 문제로 민감한 시기였다. 심지어 한 달 뒤에 내가 갔던 장소에서 무장테러가 일어났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회사의 직원은 여행은커녕, 공포의 순간을 벗어난 다음날 바로 귀국했다고 했다. 유럽은 지상 낙원은 아니었다. 기차역에는 영어로 테러를 조심하라는 배너를 보았다. 경찰이나 군인에게 달려오지 말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내가 겁에 질려 달리다가 총에 맞는 상상이 떠올랐다. 심심치 않게 무장경찰(혹은 군인)이 총을 들고 관광지에 상주하기도 했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을 무심히 넘기듯, 그들도 그랬을까. 당시 (아마도) 유로파가 한창이어서 여기저기 흥분한 사람들이 넘쳐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악재들이 겹쳐서 일까. 2일 정도 짧게 파리를 경험했지만, 긍정적인 기억이 없다. 지하철은 더럽고 정말로 찌릉내 가득했다. 한국의 지하철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내 눈 앞에서 중국인의 가방을 소매치기하는 장면을 보았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몽마르트 언덕에서는 야바위꾼이 넘쳤고, 가게는 일찍 닫았으며 불친절했다. 여기저기서 알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지만 (아마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두려움에 질려 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공원에서 연인과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 서로 속삭이며 사랑을 나누는 게이 커플들, 아름다운 건축물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화재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긴 했다. 일주일만 더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과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연일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럽기에 아름다운 것일까. 혁명, 혼돈, 이것들이 파리가 아름다워진 원동력일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걸으며 눈보다는 머리만 바쁘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파리는 정말로 멋진 텍스트’(p.519)”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번성하는 도시라 칭송한다. 파리를 동경하고, 찬양한다. 하지만 루소처럼 나에게 파리는 더럽고 악취가 나며 시커먼 집들이 흉한, 냄새나는 걸인들과 가짜 차를 파는 여인들로 가득한 곳처럼 느껴졌다.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p.259)” 무엇보다 내가 파리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더 그러할 테다. 모른다는 것은 두려움을 낳기 마련이다. 그나마 한국의 위대한(?) 파워블로거들이 없었다면, 같이 간 동료들이 나를 떠안고 가지 않았다면 절대로 가지 못했을 여행지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는 법. 딱 나는 블로거들이 올려준 정보만큼 파리를 보고 왔다.

주경철 교수의 <도시 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는 이런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준다. 파리 시내 곳곳에 있는 유적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찬찬히 설명해 준다. 내가 걸었던 그거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무심히 지나쳤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걷기에 지쳤던 그 장소에서 위대한 혁명이 일어났었다. 시간상 들르지 못했던 그곳은 한 번쯤 들어가서 구경을 했어야 했었다. 주경철 교수의 안내대로 내가 갔던 길을 되짚어 본다. 공포와 피로는 늘 그렇듯 시야를 가리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게다가 아는게 하나도 없었던 그때를 돌아본다. 파리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지금, 다시 한 번 파리를 가게 된다면 무엇을 할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으니,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갈 시간과 돈이나 있을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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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강은 그 차이가 훨씬 적고 일 년 내내 강물이 풍부한 덕분에 강을 통한 운송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 프랑스 동부 및 남부 지역과 북해 연안 지역을 연결하는 교역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는 파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다. 파리시 문장에 배가 그려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장에 함께 쓰인 슬로건은 흔들리더라도 가라앉지 않는다 Fluctuat nec mergitur’이다. p.24

원래 파리 주민의 세련된 문화유산과 야만족이 가지고 온 강건한 문화 요소가 합쳐지며 프랑스 문화가 형성되어 갔다. p.55

성당은 그 자체가 중요한 텍스트다. 글을 못 읽는 서민에게 건물과 그 조각은 교리를 가르쳐주는 교과서와 다름없었다. ... 초기 신학자들은 읽기보다는 보기로 신의 충직한 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감각의 피조물이다. 그러므로 영적인 원리는 지성보다는 감각을 통해 받아들일 때 우리 영혼은 더 튼튼하게 할 수 있다. <성서>보다도 <성서> 내용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p.85

당대 주류 신학자나 종교인의 관점에서 신앙은 그냥 절대적인 것이지, 거기에 모호함과 부조리함이라고는 아예 없었다. 믿음으로 산을 움직일 수 있다 하지 않는가. 부조리? 부조리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cerdo quia absurdum,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인간의 머리로 헤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아벨라르의 새로운 철학은 완전히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p.103)

마치 어둠이란 빛이 있어야 할 곳에 없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듯이, 죄란 존재가 아니라 부재에 있기 때문이다.(p.104)

파리 시내에는 말 동상이 많은데, 여기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 말이 앞다리를 모두 들고 뒷발로 서 있으면 그 말을 탄 사람은 전사한 인물이다. 앞다리를 하나만 들고 있으면 암살당했거나 전투 중 부상을 입은 후 사망한 인물이다.(에티엔 마르셀이 그런 경우다.) 네 다리 모두 땅에 붙어 있으면 침대에서 눈을 감은 분이다. 그렇지만 이 규칙이 엄격히 적용된 건 아니다. p.157

프롱드의 난은 기이한 방향으로 끝났다. 처음에는 귀족부터 서민까지 모든 사람이 국왕에게 저항했다가 끝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국왕에게 복종을 약속하는 이른바 복종의 전염병사태가 벌어졌다. 모든 권위가 실추한 가운데 왕권만이 홀로 강력해졌다! 이른바 절대주의는 루이 14세의 작품이기 이전에 국민이 원하는 바였다. p.225

당시 파리는 엑스피이 수도원장이 보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번성하는 도시였고, 루소에게는 작고 더럽고 악취가 나며 시커먼 집들이 흉한, 냄새나는 걸인들과 가짜 차를 파는 여인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p.259

사회가 바뀌어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다시 말해 사회와 의식은 함께 변화한다. p.261

(볼테르)는 실로 엄청나게 많은 글을 썼다. 글을 쓰는 이유는 행동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홀로 깊은 사색에 빠지는 부류가 아니라, 문제의식을 가진 현실 참여적 지식인이었다. 그야말로 당대의 모든 문제에 대해 논쟁을 벌였고, 그것을 글로 남겼다. p.264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사에서 실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유럽 사회, 더 크게 보면 인류 사회가 공통으로 안고 있던 신분의 문제, 불평등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과감한 해결책을 찾아보려 했기 때문이다. 18세기 프랑스는 가난한 사회가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였다. 이 문제가 결국 국가와 사회를 뿌리째 흔들었다. p.276

역사는 두 번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한 번은 비극, 한 번은 코미디. -카를 마르크스 p.369

파리는 정말로 멋진 텍스트이다. 서구 문명이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폭력적으로 분출되었다가 누적된 중심점이다. p.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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